2010년 10월9일 오전 11시49분.
인제쪽에서 한계령으로 이르는 44번국도가 극심한 정체를 빚는 가운데
한동안 꼼짝 못하는 차에서 내려 10여분을 걸어 올라온 한계령휴게소.
해발 920m에 자리한 이곳 주차장 또한 수많은 차량으로 홍수를 이룬다.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해 눈 앞에 보이는 설악산 서북능선을 타고
동쪽으로 이어지는 설악산 최고봉인 해발 1,708m 까지 산행을 하게될
동행한 일행들을 오후 늦게 오색지대에서 만나기로하고 배웅한다.
낮 12시
강원도 인제군 남면과 양양군 서면의 경계 지점인 한계령을 떠나
행정구역상 양양군 서면인 흘림골공원지킴터앞에 도착해
타고 온 차량에서 내려 산행 준비를 한다. 해발고도는 대략 600여m 정도인 곳이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흘림5교 다리 위에서 바라보니
지난 2006년 7월15일부터 3일간 내린 집중호우로 이곳 한계령길
14km가 파손되고 약 1,500톤에 달하는 집채만한 바위가 굴러 떨어져
도로 재개통에만 한 달이 걸렸던 아픈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모습이 역연하다.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암릉들이 아름다움을 전해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오싹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낮12시27분.
산행 들머리부터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계단을 오르느라
대부분의 산행객들이 무척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나 해발 800m를 넘어서며
점점 짙어지는 단풍 색깔은 마음을 즐겁게함과 동시에
육체적 고통을 덜어주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면
걸음은 저절로 멈추어진다.
발과 다리에 전해오는 고통은 저절로 잊혀진다.
낮12시29분.
이곳 흘림골 산행구간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명소인
여심(女深)폭포 앞에 당도했다.
높이30m로 여성의 깊은 곳을 닮았다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이름 자체가 민망하다하여 여신(女身)폭포라고도 부른다.
다만 한동안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은지라
물의 양이 부족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경북 문경 주흘산의 혜국사 부근에도 일명 '여심폭포'라고도 불리는
높이 20여m인 '여궁폭포[女宮瀑布]'가 있는 등 우리나라 여러 곳에
비슷한 형태 또는 이름의 폭포나 바위가 있다.
그러나, 이곳 여심폭포를 따를 곳은 없는듯하다.
그래서인지 오래 전 한때는 이곳 폭포의 물을 받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전해지면서 한 때는 이곳이 신혼부부들의
단골여행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낮12시48분.
여심폭포에서 등선대로 오르는 급경사 오르막길을
깔딱고개라고 부른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른다는 의미를 내포한 깔딱고개를 오르는 이들의
얼굴에서는 땀이 쉴새없이 흐른다.
산행 경험이 많은 이들은 아는 내용이지만 이럴 때
힘들다고 주저 앉아 쉬면 더욱 힘들어진다.
아주 느리게 걷더라도 쉬지말고 한걸음씩 내디뎌야 덜 힘들다.
수년 전부터 매주 주말 산행을 함은 물론 평일에도 운동을 게을리 않은 덕분에
이런 멋진 풍경을 접하면 주저않고 멈춰서서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음이 다행스럽다.
낮12시54분.
등선대 바로 아래 해발 952m 지점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북서쪽으로 눈길을 돌리니 칠형제봉이 손에 잡힐듯 다가온다.
여심폭포에서 이어지는 깔딱고개를 오르느라 가쁜숨을 몰아 쉰
산행객들은 널찍하게 만들어진 목재 데크 쉼터에서
한동안 숨을 고른 후 50m높이의 해발 1,004m인
저 앞의 등선대 전망대에 오를 준비를 한다.
흔히들 설악산 서북능선의 남쪽인 흘림골,주전골 지역을
남설악이라고들 한다.
등선대 전망대를 오르며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다만 새벽까지 내린 가을비로 인해 피어오르는 안개가
조망을 방해함이 아쉬울 뿐이다.
이 바위 이름은 거북바위라고한다.
그런데, 어느쪽으로 보아야 거북의 형상이 제대로 보이는지는 알 수 없다.
하늘로 오르는 선녀만이 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오후 1시13분.
등선대 전망대 위에서 북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찰형제봉 너머로 설악산 서북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좌측에서부터 귀때기청봉-끝청-대청봉으로 연결되는 바위 능선이지만
구름 속에 숨어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
다만 좌측 중앙부에 오전에 지나온 한계령 휴게소가 어렴풋이 보인다.
망원렌즈로 당겨보니 한계령 휴게소 부근도
옅은 안개로 덮여 있다.
급경사 내리막길 양쪽의 불법주차 차량들이 눈에 무척 거슬린다.
저 정도라면 대형차량의 교행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우리는 언제나 선진문화를 받아들이려는지 아쉽다.
동쪽 아래 멀리로는 오늘 산행 종착지인 오색지구 주차장이 눈에 들어온다.
저곳도 차량의 홍수다.
귀가할 차량을 찾는 일도 쉽지는 않을듯 하다.
이곳 등선대를 중심으로한 부근 일대를 일컫는 명칭은 만물상이다.
지난해 초겨울 다녀온 합천 가야산의 만물상의 경치와 견주어
어느곳이 낫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제각기 독특한 느낌을 준다.
아름다운 우리 강산에 흠뻑 빠져 본다.
선녀가 하늘로 오르는 곳이라 하여 그 이름을 얻은
등선대(登仙臺).
그리 넓지 않은 전망대를 빼곡히 메운 수많은 인파.
모두의 가슴은 행복으로 충만한듯 하다.
오후 1시25분
등선대를 떠나 동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등선폭포를 향해 하산을 시작한다.
급경사 내리막길이지만
등선대로 향하던 길보다 단풍 색깔은 더욱 진하다.
아마도 깊은 계곡길이어서 새벽 기온이 더 떨어지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산행을 시작한 흘림골공원지킴터에서부터 시작해
약 한시간 반 후 지나게될 십이폭포까지의 구간을 흘림골이라 부르는데,
그 이유는 산이 높고 계곡이 깊어 항상 안개가 끼어
흐린듯한 날씨를 보이기 때문이라 한다.
이름만큼 바위도 많고 경사도가 급한 깊은 계곡임은 분명하다.
오후 1시58분.
등선폭포 앞도 수많은 인파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오느라 소진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취하느라 분주하다.
폭포사진을 장노출로 찍기 위해 셔터속도를 4초로 설정했다.
사람들은 쉴새없이 카메라 앞을 지나간다.
오후 2시11분.
10분 이상을 기다린 끝에 등선폭포의 전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신선이 하늘로 오르기 전 이곳에서 몸을 깨끗이 닦고
잠시 전 지나온 등선대에서 하늘로 올랐다하여
그 이름을 얻었다는 높이 30m 정도의 등선폭포.
비가 내린 후에는 폭포의 모양이 마치 하늘을 오르는 신선의
백발이 휘날리는 모습을 보여 준다는데..
오후 2시30분
해발 750m지점까지 내려왔다.
산행을 시작한 시점에서 이제 거리상으로 2km조금 넘게 온 것이며
최종 목적지인 오색약수터까지는 아직 4km이상 남은 곳이다.
설악산 최고의 단풍명소인 외설악 천불동에 버금가는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하산길이다.
오후2시38분.
한동안 내리막길이던 산행길이 좁고 가파른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2시간 넘게 산행을 이어온 많은 산행객들이 힘이 부치는지
거북이 걸음으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이른바 흘림골 산행구간의 제2깔딱고개이다.
산행로가 비좁아 한명씩 줄지어 뒤를 따라야하니
심한 정체현상이 나타난다.
간혹 앞지르기를 하려는 몰상식한 산행객들은
줄지어 선 군중들로부터 야단을 맞은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질서를 지킨다.
오후 3시.
깔딱고개에 이어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위험구간을 벗어나
한숨을 돌리면 남쪽의 해발 1,424m점봉산(지난 9월초 다녀온 곳)에서 시작하여
12담계곡을 거쳐 주전골로 이어지는 십이폭포의
열두 구비 물줄기인 십이폭포가 시작된다.
비록 물의 양은 적으나 마치 비단폭처럼 보이기도 한다.
12폭포가 끝나는 이 지점은 해발 590m 지점이다.
이곳까지 구간을 흘림골이라 칭하며,
이곳부터 오색약수터까지를 주전골이라 부른다.
오후 3시7분.
산이 높고 계곡이 깊어 항상 안개가 끼어
흐린듯한 날씨를 보이기 때문에 그 이름을 얻었다는 흘림골답게
사방이 암벽으로 둘러싸인 흘림골을 벗어나
해발 456m지점 용소폭포와 오색지대로 갈라지는 삼거리 지점에서 비로소
파란 하늘이 뚜렷이 눈에 들어 온다.
오후3시18분.
매년 이맘 때 한번씩은 꼭 들러 사진을 찍는 곳인
용소폭포를 향해 0.5km를 거슬러 올라가 용소폭포 주위를 사진으로 담는다.
2009,2008년보다 폭포의 수량은 조금 많으나 아직 단풍은 제대로 물들지 않았다.
2주 후에 다시 한번 찾아야할듯 하다.
참고로 위 사진은 지난 2008년 10월18일 오후 1시56분
오늘과 거의 비슷한 장소에서 찍은 용소폭포의 모습이다.
단풍이 예년보다 며칠 늦었던 지난해에는
10월25일에야 위 사진과같은 단풍의 절정을 볼 수 있었다.
용소폭포의 물 빛깔은 투명하다 못해
푸른 빛을 띈다.
옛날 이 소(沼)에서 천년을 살고 승천을 준비하던 이무기 두 마리.
숫놈은 승천했으나 준비가 덜 된 암놈 이무기는 용이 못 되고
바위와 폭포가 되었다고 전해 진다.
2주 후를 기약하며 용소폭포를 떠나 발길을 돌린다.
오후3시25분.
금강문 이란 이름을 가진 바위 옆을 지난다.
금강문[金剛門]이라 함은 불교 사찰 입구의 일주문 다음에 있는 문으로,
사찰의 대문 역할을 하는 문을 말함이다.
비록 사찰은 아니나 복을 얻으려면 저 문을 지나가야한다는 얘기들을 곧잘 하는데
요즈음은 저곳을 통과하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후3시30분.
비록 아직 단풍이 절정은 아니지만 주전골의 비경을 온몸으로 느끼며
계곡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온통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장관이다.
3시간 이상 산행을 이어왔지만 피로감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주위의 멋진 경치에 취해서 걷는다.
주전골이란 이름은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시루떡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옛날 이 계곡에서 승려를 가장한 도둑 무리들이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오후3시53분.
최종목적지인 오색약수터에 도착했다.
약수 한 모금을 마시기 위한 행렬이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오색이라는 이름은 옛날 약수터 바로 위의 성국사 뜰에
한 나무에 다섯가지 색의 꽃이 피는 나무가 있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도 하고
주전골 계곡에 햇빛이 비치면 암반이 다섯색을 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또한, 오색약수가 다섯가지 맛이라는 설도 있다.
이곳 오색약수의 하루 용출량은 1,500리터 정도라 한다.
철분이 많고 위장병,신경쇠약,빈혈등에 효험이 있으며
살충력이 강해 뱃속의 기생충도 없어진다는 애기도 들려온다.
어쨌든, 한참을 기다려야 한 컵 정도의 약수가 나오는
약수 한 모금으로 행복했던 하루 일정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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