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신묘년 1월1일 오전 4시12분
새해 첫 일출을 맞기 위해 부산광역시 기장군(機張郡) 기장읍 시랑리의
인적이 거의 없는 해동용궁사(海東龍宮寺) 앞에 도착했다.
지난 해 새해 첫 일출을 부산 광안리에서 맞았기에
금년에는 경북 영덕군 강구면의 삼사해상공원으로 행선지를 정했으나
아침에 흐리고 눈이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 때문에 행선지를 변경한 것이다.
오전 4시21분
일출시각까지 3시간 이상 남았지만 수년 째 일출명소를 찾은 경험상
세차게 몰아치는 바닷바람이 불긴 하지만 지금 좋은 위치에 자리 잡지 않으면
수많은 인파로 인해 발 디딜 틈조차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우선 용궁사 경내를 둘러보기로 한다.
특이하게도 입구에 십이지신상을 돌로 조각해 세워 놓았다.
오전 4시26분
일주문을 지난다.
기둥을 한줄로 배열하여 지은 건물에서 이름이 유래한 일주문(一柱門).
지나치게 요란하고 특이하다.
마치 시골 장터의 싸구려 약장사를 보는듯 너무 튄다.
신뢰감이 떨어진다.
일주문을 지난 후 만나는 문이다. 온통 돌로 만들어진 문의 이름은 '용문석굴'.
일주문 다음의 문이니 일반 사찰에서의 금강문으로 봐야할지?
아니면 그 다음 문인 사천왕문으로 치부해야할지? 알 수 없다.
하기야 입구 간판에 이곳 용궁사를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이곳 용궁사에서 주장하는 내용에 믿음성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삼대 관음성지는 양양낙산사 홍련암,남해보리암,
그리고 강화도 보문사리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오전 4시32분
용문석굴 다음에 만나게 되는 불이문의 모습이다.
국내의 수많은 사찰을 다녀 보았지만 사찰에서 본당에 들어서는 마지막 문인 불이문 [不二門]을
이처럼 석조 아치형으로 만든 경우는 보지 못했다.
불이문일주문을 지난 후 만나는 문이다. 온통 돌로 만들어진 문의 이름은 '용문석굴'.
일주문 다음의 문이니 일반 사찰에서의 금강문으로 봐야할지?
아니면 그 다음 문인 사천왕문으로 치부해야할지? 알 수 없다.
하기야 입구 간판에 이곳 용궁사를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이곳 용궁사에서 주장하는 내용에 믿음성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삼대 관음성지는 양양낙산사 홍련암,남해보리암,
그리고 강화도 보문사리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불이문이란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이며
불이(不二)의 뜻을 알게 되면 해탈할 수 있으므로 해탈문이라고도 한다.
불이문 다음에 또 만나는 문이다.
만복문이라! 어쨌든 이름 하나는 멋지게 지은듯하다.
그러나 너무 좁은 공간에 너무나 많은 문들을 만들어 놓았다.
놀이동산에 가서 미로 탐험을 하는 느낌마저 든다.
오전 4시45분
비교적 큰 규모인 대웅보전 앞에서 잠시 멈춘다.
북동쪽을 향한 대웅전 앞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오직 파도소리 뿐.
대웅전 뜰 앞 절벽 아래 바위를 때리는 동해바다의 파도가 무척 거칠다.
이곳 해동용궁사는 고려시대 1376년(우왕 2)에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懶翁) 혜근(惠勤)이 창건하였다고 전해 진다.
대웅전 뒷편 언덕에 자리한 해수관음대불 앞으로 향하는 길에서
또 하나의 문을 만난다. 이름하여 원통문.
흔히 일반 사찰에서 원통보전[圓通寶殿],또는 원통전이라 하면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이 사찰의 주된 전각일 때 붙이는 이름인데
이와 연관이 있는듯 하다.
오전 5시2분
해동 용궁사 경내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해수관음대불 앞에는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이어진다.
대부분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들이다.
가정의 화목을,자녀의 학업을,부모님의 건강을...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해수관음대불상 앞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대웅보전 앞 바닷가 절벽 위에 진신사리탑이 보인다.
원래 저 삼층석탑이 있던 자리에는 3m높이의 미륵바위가 있었는데
임진왜란 때 절이 폐허가 되고 6.25전쟁 때 해안경비망 구축으로 인해 파괴됨에 따라
1900년에 정암 스님이 파석을 모으고 손상된 암벽을 보축하여 저 석탑을 세우고
스리랑카에서 가져 온 불사리 7과를 봉안하였다 한다.
관음대불 앞에는 소원을 비는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꾸준히 이어진다.
이 해수관음대불은 단일 석재로는 한국 최대의 석상으로 약 10m 높이라 한다.
처음 이곳 절이 창건되었을 때는 뒷 산 이름을 봉래산,
절 이름을 보문사(普門寺)라 하였으나.
1974년 정암(晸菴)이 이곳 주지로 부임하여 절 이름을 해동용궁사로 바꾸었다 한다.
오전 6시45분.
대웅전이 있는 용궁사 경내를 벗어나 북쪽 해안가의 방생터에 있는
지장보살상으로 가는 길목. 용궁사 경내가 한 눈에 보이는
일출을 보기에 좋을듯한 장소에 멈춘지 1시간 째.
큰 삼각대를 펼치고 카메라를 설치하고 무작정 기다린다.
온도계를 보니 영하4.3도를 가리킨다.
부산 날씨치고는 무척 추운 날이다. 세찬 바닷바람이 얼굴을 무차별적으로 때린다.
오전 6시48분.
일출 시각 1시간쯤 전부터 시작되는 항해박명시간이 10여분 지나면서
멀리 수평선 위에 길게 드리운 짙은 해무 위로 붉은 기운이 조금씩 비치기 시작한다.
항해박명이란 일몰후,일출전 기준으로 30분~1시간 10분 지점에 해당된다.
이 시기에는 잘 알려진 별들이 보이기 시작하고,수평선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항해시 현재의 위치를 알아내는 데 사용하였다.
사물의 윤곽은 알아볼 수 있으나 정상적인 야외활동은 불가능하다.
오전 6시56분
시민박명 시간대에 접어들자 파도치는 바닷물의 모습도 육안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겨울철이면 으례 그러하듯 해수면 위로 끊임없이 피어 오르는 물안개가
멀리 수평선 위로 짙은 해무를 계속 만들고 있다.
저 해무 때문에 오늘도 태양이 수평선을 박차고 오를 때
아랫 부분이 오메가 형상을 띄는 멋진 수면 일출은 보기 힘들 것 같다.
*참고로 "시민박명"이란 태양이 지평선(혹은 수평선)에서
나타나기 전이나 사라진 후부터 6° 아래에 위치할 때까지의 박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30분 가량 지속된다.
이 때는 육안으로도 사물을 구분할 있으며,
조명 없이도 일상적인 야외활동이 가능하다.
북쪽 방향인 좌측 지장보살상이 있는 방생터 부근
비닷가 바위 위에도 새해 첫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빌고 힘찬 새해의 첫출발을 시작하려는 인파로 만원이다.
오전 7시3분
이제 일출 시각까지 30분이 채 남지 않았다.
우측의 해동용궁사 경내 모습이 육안으로 선명하게 보인다.
내가 2시간여 전부터 자리잡고 있는 일출을 보기 좋은 장소에는
이미 수많은 인파로 인해 접근이 불가능할 지경인지라
일출을 보기에는 좀 불편한 장소이기는 하나 용궁사 경내에도 많은 사람들이
새해 첫 일출을 기다린다.
오전 7시32분
일출 시각이 되었건만
멀리 수평선상에 길게 드리눈 짙은 해무로 인해
추운 겨울날 따뜻한 햇살을 비쳐 줄 붉은 태양은 쉽사리 우리에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기조차 힘들 정도로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인파들 속에서
아쉬움의 탄식이 간간히 터져 나온다.
오전 7시34분
짙은 해무를 뚫고 새해 첫 태양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동시에 주위의 웅성거림이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아짓 솟아오르는 태양을 발견하지 못한 무리들은 웅성거림을 듣고
시선을 모으기 시작한다.
오전 7시35분
태양이 절반쯤 모습을 드러내자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연이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일출을 접하는 이들의 탄성소리가 훨씬 크게 터져 나오는 것 같다.
오전 7시36분
2008년에는 경남 거제의 외도에서, 2009년에는 울산 간절곶에서
그리고 지난 해에는 부산 광안리에서 새해 첫 일출을 맞은바 있는 나로서도
붉은 태양이 솟아 오르는 속도는 너무 빠르게 느껴진다.
불과 1분 사이에 구름 위로 절반 이상 모습을 드러낸
붉은 태양을 바라보며 터뜨리는 환호성이 귓전을 맴돈다.
오전 7시39분
이제 2011년 신묘년 새해 첫 태양이 멀리 동해바다 위로
완전한 둥근 원을 그린다.
국내외로 유난히 큰 사건,사고들이 많았던 지난해와 달리
금년 한 해는 좋은 일만 이어지기를 간절히 빌어 본다.
오전 7시51분
새해 첫 해가 떠오른지 10여분 지나자 붉게 떠오른 태양이 차가운 겨울바다는 물론
동해 바다를 가로질러 이곳 해동용궁사 대웅전에까지 밝은 빛을 비춰준다.
신묘년에 있었던 역사적인 일들은
751년 통일신라 김대성의 불국사 창건.1363년 문익점의 목화씨 반입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역사를 되짚어 볼 필요는 없을듯하다.
굳건한 믿음으로 노력하는 만큼 성과의 크기는 더 커질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전 9시24분
수많은 인파와 차량으로 극심한 혼란을 보이던 용궁사 주차장과
그 주변 도로를 벗어나 광안대교로 들어서니 시원하게 뚫린 넓은 길이
금년 한 해의 희망을 밝혀주는 좋은 징조인듯 느껴진다.
밝게 비치는 새해 첫날의 햇빛이 눈 부시다.
오전 10시29분.
거가대교 홍보전시관이 있는 휴게소에서 멀리 바다위 다리 부분인 거가대교를 바라본다.
푸른 바다 위에 흰색으로 만들어진 다리의 모습이 날렵하다.
행정구역상 부산광역시 강서구 녹산동인 가덕도에 자리한 전망대를 갖춘 휴게소.
이 가덕도의 서쪽 끝인 천수말에서 거가대교 구간 중 해저 구간인 가덕해저터널이 시작된다.
오전 10시52분
지난해 12월14일 개통된 거가대교 구간중 해저구간으로 들어선다.
이 해저터널은 국내 최초의 침매터널이지만 현재 세계적으로는 140여개의 침매터널이 있다.
이곳과 같은 장방형 침매터널은 1937년 네델란드 로테르담 항구에 처음 설치되었다 한다.
오전 10시56분
총 길이 3.7km의 침매터널 구간 중 수심 48m 지점을 지난다.
이곳 가덕해저터널은 총길이 3.7km와 최저 수심 48m 두가지에서
현재 세계 기록을 보유중이라는 것이 거가대교의 시공과 운영을 맡은
(주)GK해상도로측의 주장이다.
오전 10시59분
해저구간인 가덕해저터널을 지난 후 지상구간인 거가대교를 지난다.
거가대교는 총길이 8.2km로 총길이 3.5km인 두개의 사장교와 1km인 육상터널,
그리고 3.7km인 해저터널로 구성되어 있다.
개통 후 어제까지 무료로 통행하며 극심한 교통 체증을 빚던곳이었으나
오늘부터 유료화됨에 따라 교통량이 크게 줄어 극심한 체증은 없다.
오후 1시13분
거가대교를 지난 후 거제대교를 거쳐 통영항에 도착하여 한동안 머문다.
시원하고 맛있는 해물로 점심식사를 마친 후
통영항 중앙시장 뒷편 언덕위에 자리한 동피랑 마을로 들어서
과거 통영성 내 3포루 중 동포루가 있던 공터로 향한다.
동피랑 마을 맨 위 공터에서는 이처럼 통영항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동피랑이란 동쪽에 있는 언덕, 고개 라는 뜻이다.
과거 충무공 이순신장군께서 설치한 군영인
통제영의 동포루가 있던 자리이다.
멀리 정면으로 해발 461m인 미륵산이 보이고,
그 산 자락의 케이블카도 어렴풋이 보인다.
길이 1,975m에 달하는 관광케이블카.
2008년 11월에 케이블카로 미륵산에 올랐었고
지난해인 2010년 12월5일에는 서쪽 남양읍에서
미륵산 정상을 거쳐 동쪽으로 이어지는 종주산행을 한 바 있다.
당초 통영시에서는 이 달동네를 낙후된 마을이라
철거후 공원을 만들 계획이었다 한다.
그러나 통영 시민단체(푸른통영21 추진위원회)에서
"달동네도 잘 가꾸면 아름다워진다"는 기치를 내 걸고
2007년 10월 정부 지원을 받아 미술 공모전을 열게 되고,
그 결과 전국 각지의 팀들이
통영의 달동네 마을을 이렇게 아름다운 곳으로 바꾸게 되었다.
50여가구가 살고 있는 전형적인 달동네인 이 마을을
요즘은 한국의 몽마르뜨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나이 든 사람이 거동하기에는 너무 불편한 급경사의
좁은 길들.
저 아름답게 채색된 벽화로 가려진 주민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나아진게 없지 않을까 싶다.
오후 1시38분
중부 지방에서는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진 추운날이건만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기도하는 이곳 통영항의 날씨는
마치 이른 봄날 같은 따스함을 느끼게 한다.
통영이란 명칭은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을 줄인 말이다.
선조37년(1604) 통제사 이경준이 두룡포(지금의 통영시)로 통제영을 옮기면서
통영의 명칭이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또한 충무시(忠武市)의 본 지명은 통영군이고,
통영군에서 시로 승격되면서 충무공(忠武公)의 시호를 따서 충무시라 하였으며,
그 후 시.,군 통폐합 과정에서 다시 “통영시”라는 명칭으로 환원 된 것이다.
이충무공의 나라 사랑 정신을 떠 올리며
새해 첫날 일출 여행을 마감하고 귀가 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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