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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닮은 기암괴봉을 가진 가야산(伽倻山 ;1,433m) 산행기

2010년 12월19일 일요일 오전 9시35분
경북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에 위치한 가야산 국립공원 백운분소 앞에 도착해
가야산 산행을 시작한다.
지난해 11월15일 가야산 정상에 오른 후 1년여가 지난 시점이다.

당초 계획은 지난 1972년 이곳 가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래
38년간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금년 6월부터 개방된 '만물상'구간 3km를
탐방하는 것이었으나 최근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번지는 구제역 때문에
이틀 전인 12월17일부터 출입이 통제되었다한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계획을 수정하여 용기골쪽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현재 해발고도는 대략 550m정도이니 이곳 가야산 정상인 해발 1,433m까지는
높이 900m 정도를 올라야 한다. 만만치 않은 산행인 셈이다.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능선 정상부를 망원렌즈로 자세히 살펴 본다.
흰 눈이 쌓인 암반을 보니 겨울이 깊어감을 실감하게 된다.

오전 9시43분
산행 들머리는 이처럼 산죽 군락과 키 작은 활엽수들이 터널을 이루는
아늑한 길이다.
바닥에 깔린 자연석을 힘차게 밟으며 걸음을 내 딛는다.

오전 9시53분
겨울 답지 않게 무척 따뜻한 날씨이다.
아직은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이지만 20여분을 걸으니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해발 620m정도 지점 여러개의 돌탑이 세워진 쉼터에서
등산 자켓을 벗고 티셔츠 한 벌만으로 산행길을 이어간다.

오전 10시
백운2교를 지난다.
지금 오르는 용기골 구간은 산행로 옆으로 계곡을 끼고 오르는 구간이다.
비록 겨울철이라 흐르는 물이 아주 적은 형편이지만
여름철에는 무척 많은 물이 급류를 이루며 흘러 내리는 곳이라 한다.
이처럼 개울을 건너는 철제 다리가 여러개 있다.

백운2교를 지나면서부터는 이처럼 눈이 쌓인 길이 이어진다.
이제 차량에서 내린 주차장에서부터는 1.3km를 왔고
정상인 칠불봉까지 남은 거리는 3.1km이다.

오전 10시13분
이제 해발고도 700m를 넘어섰다.
해발고도가 높아지면서 산행로는 점점 더 거칠어진다.
또한 눈이 쌓여 미끄러운 곳이 많다보니 걸음이 더딘 사람을 만나면
정체 현상이 빚어지기 시작한다.
파란 하늘 아래 멋진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바위 부분을 망원렌즈로 자세히 살펴 본다.
머리에 뿔이 달린 도깨비의 옆모습과 흡사하다.
만약 저 바위의 이름이 아직 없다면
'도깨비 바위'쯤으로 명명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오전 10시22분
집채보다 더 큰 거대한 암반 옆을 지난다.
온통 암반으로 이루어진 이곳 가야산의 지질은
화강편마암 및 화강암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이 암반도 화강암에 속하는지는 내 얕은 지식으로는 알 수가 없다.
이제 정상까지의 거리는 대략 2.5km남짓이다.

오전 10시28분
해발고도 800m를 갓 넘어선 지점. 오르막길이지만 눈 쌓인 길이 무척 미끄럽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이 등산화에 아이젠을 착용한다.
나 또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이젠을 단단히 착용한다.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아이젠을 착용하게 된다.
이제 내년 봄까지 주말마다 이어질 산행에서는
아이젠 착용이 필수사항이 될터이다.

오전 10시37분
비록 아이젠을 착용하긴 했지만
얼음이 얼어붙거나 눈이 쌓인 바위를 지날 때는 무척 조심스럽다.
겨울 산행시 발목 골절상 등 미끄러져 다치는 경우는 이와같은
돌이 많은 너덜지대를 지날 때 많이 발생한다.

오전 11시6분
해발 900m를 넘어선 지점부터 한동안 산죽군락이 이어진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대숲의 흰눈이 탐스럽게 보인다.

오르막 경사가 심해지면서 이와같은 목재 계단이 만들어진 곳을 지난다.
이제 정상인 칠불봉까지의 거리는 대략 1.6km정도이다.
1시간 30분가량 산길을 오른 사람들에게 이와같은 오르막 계단은
무척 고통스러운 구간이다.
주위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가 유난히 가까이 들린다.

오전 11시16분
당초 예정했던 만물상 구간과 지금까지 지나온 용기골 구간이 만나는
삼거리인 서성재에 도착해 북쪽으로 올려다보니
가야산 정상부를 이루는 바위 능선들이 눈 앞으로 보인다.
이제 해발고도는 1,100m를 넘어섰다.
정상부까지 남은 1.2km 구간은 심한 오르막 경사로 이루어진다.

오전 11시41분
동쪽 사면에 큰 바위가 놓인 자그마한 공터에 오르는 급경사 구간이 무척 힘들다.
두텁게 쌓인 눈 속을 지나며 찬바람을 품고 몰아치는 겨울 바람이 무척 세차다.
벗어두었던 쟈켓을 꺼내 입고 옷깃을 여민다.
손에 낀 장갑도 더 두꺼운 겨울 장갑으로 갈아 낀다.
이곳의 해발고도는 1,250m정도이며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대략 0.7km 정도이다.

오전 11시53분
해발 1,300m 정도되는 지점부터는 온통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깎아지른듯한 바위 절벽이 나올 때마다 철계단이 이어진다.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며 남쪽 방향인 뒤를 돌아다 본다.
만물상 구간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능선이 아름답다.

오른쪽인 동쪽 방향으로 보이는 풍경 또한
온통 암반으로 이루어진 바위 능선의 웅장함이 나를 압도한다.
바위틈을 뚷고 나와 찬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서 있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견딘다는 주목의 헐벗은 모습이
추위를 느끼는 내 마음을 더욱 을시년스럽게 한다.

오전 11시57분
철계단이 끝난 지점에서 눈속에 파묻히다시피 한
큰 암반들 사이를 조심스레 지난다.
2시간여 전 산행을 시작할 때는 봄날씨처럼 따뜻했으나
지금 이곳 해발고도 1,300m를 훌쩍 넘은 눈세상은 혹독한 겨울 추위를 느끼게 한다.

비록 매서운 겨울 바람이 휘몰아치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처럼 멋진 풍경과 맞닥뜨리게 되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다.

낮 12시3분
벌써 몇번째이지 모를 정도로 또 다시 가파른 철제 계단이 나타난다.
2시간 반 가까운 산행으로 지친 다리를 끌고 힘겹게 계단을 오른다.
멀리 눈 앞에 이곳 가야산 정상인 칠불봉 부근 바위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 보이는 정상부를 망원렌즈로 당겨본다.
정상부에 세워 놓은 정상석 옆면이 뚜렷이 보인다.
남쪽으로 햇빛을 받는 바위에는 눈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반대편인 북쪽 사면은 온통 눈세상일 것이다.

낮 12시10분
해발고도 1,400m 정도 되는 지점이다.
정상까지의 거리가 0.3km라는 이정표가 있는곳.
온통 눈으로 덮인 큰 바위들을 헤치고 힘들게 지나왔건만
눈 앞에 깎아지른듯한 바위 절벽이 또 앞을 가로 막는다.
군데군데 철계단도 보인다.
끝이 없는듯한 험난한 구간인지라 힘에 겨워 포기하려는 일행들을 추슬러가며
정상에 오르기 위해 다독이는 산행객들이 여럿 눈에 띄는 지점이다.

낮 12시23분
머리 위로 정상부가 보이는 마지막 철계단을 오른다.
칼바람을 맞으며 3시간 가까이 이어온 산행길.
주위 산행객들의 거친 숨소리가 귓전에 크게 울린다.
계속 불어오는 겨울바람 또한 귓전을 때린다.
그러나 정상을 밟은 후 계단을 내려오는 산행객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행복에 겨워하는 환한 모습들이다.

낮 12시25분
출발 지점인 백운동 주차장까지 거리가 4.4km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정상부는 무척 혼잡하다.
직선거리로 4.4km인 곳을 3시간 가까이 걸려 도착한 것이다.
눈 덮인 미끄러운 바위들 피해가며 몸을 움직이자니 무척 조심스럽다.

이정표 앞에서 동쪽을 바라본다.
정상석이 세워진 곳. 좁은 공터에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인다.
북쪽 사면의 바위들은 두꺼운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다.

정상석 주위를 자세히 살펴본다.
등산 쟈켓의 후드까지 뒤집어 쓴 모습들이 보인다.
무척 추운 것 같다.
쟈켓의 후드를 덮어쓰고 끈을 단단히 졸라맨 후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정상석 옆에 잠시 서서 다른 산행객에게 카메라를 맡겨 셧터를 부탁한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세찬 바람이 몰아친다.
오랫동안 이곳 가야산 정상을 서쪽으로 200m 떨어진
상왕봉(우두봉;해발 1,430m)으로 통칭해 왔다.
상왕봉은 행정구역상 경상남도 합천군이지만
이 칠불봉의 위치는 행정구역상 경상북도 성주군이다.
성주군의 노력 결과 지난 1999년 국립지리원에서
가야산 최고봉은 해발 1,433m인 칠불봉임을 공식 발표했다 한다.

정상석 아랫부분 안내판에는 칠불봉에 대한 설명이 기록되어 있다.

가야국 수로왕은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과 결혼하여 10명의 왕자를 두었는데
큰아들 거등은 왕위를 계승하고 둘째·셋째는 어머니 성을 따서 허씨의 시조가 되었으나,
나머지 7왕자는 이곳 가야산 칠불봉 밑에서 수도 후 도를 깨달았다하여
칠불봉(七佛峯)으로 부르게 되었다 한다.

정상석 옆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남부 지방의 설악산으로 불리기도 하는 가야산 만물상 능선이 한 눈에 보인다.
가야산은 예로부는 오대산, 소백산과 더불어
삼재(三災:화재, 수재, 풍재)를 피할 수 있는 깊은 산으로 유명하다.
또 <여지승람> 권30에 옛 기록을 빌어 “가야산의 모양새는 천하에 으뜸이요,
지덕이 또한 비길데 없다.(古記云伽倻山形絶於天下之德雙於海東))”고 기록하고 있다.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200m 떨어진 해발 1,430m 우두봉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흰 눈에 덮여 있다.
가야산이라는 이름은 옛 가야국에서 따온 이름이란 설이 가장 신빙성이 있다 한다.
이 산이 옛날 가야국이 있던 이 지역에서 가장높고 훌륭한 산이었기에
자연스럽게 “가야의산”이라는 뜻으로 부르게 됐다는 애기다.
가야산(伽倻山)은 또 우두산(牛頭山), 상왕산(象王山), 상향산(象向山), 설산(雪山)이라고도 불리운다.

이곳 칠불봉을 거쳐 앞에 보이는 우두봉으로 향하는
산행객들이 눈길을 헤치며 나아간다.

바위 능선 북쪽 사면은 햇빛이 닿지 않는곳인지라
올 겨울 들어 내리기 시작한 눈이 녹지 않고 얼어붙어
마치 극지방의 한 겨울을 연상시킬 정도의 눈 세상이다.
한동안 설경에 넋을 잃는다.

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눈세상을 헤치고 나간 후
당도하게 되는 우두봉 정상부의 모습이다.
10여년 전까지만해도 이곳 가야산의 최고봉으로 알려졌던 곳이다.

이 사진은 지난해 11월 15일에 찍은 것이다.
칠불봉 정상석은 경북 성주군에서 만들어 놓은 것이고
이 우두봉 정상석은 경남 합천군에서 만들어 세운 것이다.
이곳 우두봉 정상석에는 해발 1,430m로 표기되어 있다.
우두봉(牛頭峰)이란 이름은 소의 머리를 닮은 때문이라 한다.
그 좌측에 작은 글씨로 '상왕봉'이라고도 표기해 놓았다.

낮 12시38분
"기암괴석의 향연”이고 “자연의교향곡”이라 이르기도 하며
코끼리바위, 돌고래바위, 기도바위(일명 부처, 불상바위), 두꺼비바위, 쌍둥이바위 등
갖가지 모양을 한 바위가 지천에 뽐내는 듯 널려있는
저 앞에 보이는 만물상 탐방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눈 덮인 가야산 최고봉에 오른 것으로 달래기로 하고 다시
당초 출발한 백운동 주차장을 향해 하산을 시작한다.

오후 1시33분
정상 부근의 매서운 칼바람을 피해 바람을 막아주는 따뜻한 장소에서
점심 식사와 휴식을 마친 후 본격적인 하산길이 이어진다.
만물상 구간과 용기골이 갈라지는 삼거리인 서성재를 지나면서는
비교적 편안한 하산길이 이어진다.
오전에 두껍게 쌓여 있던 눈도 따뜻한 한낮 날씨로 많이 녹아
미끄러움도 훨씬 덜한 하산 길이다.

오후 1시58분
해발 900m이하로 고도가 낮아진 곳.
이제 주차장까지는 2km남짓 남은 곳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서 아이젠을 등산화에서 떼어내어
깨끗이 씻어 잘 갈무리 한다.
다음 주말 해발 1,600m가 넘는 덕유산 산행을 할 때 또 써야하기 때문이다.
바위에 얼어붙어 매달린 고드름을 떼 내어 몇조각 깨어 먹는 장난도
겨울 산행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오후 2시41분
5시간 여에 걸친 산행을 마치고 가야산 야생화식물원 앞에서
이어진 능선 암봉들이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모양이라하여
'석화성(石火星)'이라고도 불리었다는 가야산의
기암괴석들을 다시 한 번 뒤돌아 보며
휴일 하루를 마감하고 귀가 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