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본카테고리

짱뚱어 다리가 있는 슬로우시티 섬 `증도`를 찾아서

2011년 5월8일 일요일 낮 12시42분
아침 일찍 대전을 출발한 차량이 호남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고
지도대교,증도대교 등 연육교를 건너는 4시간 여의 길고 긴 여정 끝에
전남 신안군 증도면 방축리의 해저유물관 입구에 도착했다.
지난 1976년 부근에서 대규모로 발견된 중국 송,원대의
해저유물 발굴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당시 인양된 선박을 본따 지어진 유물관으로 향한다.
유물관 건물 외벽에는 "700년 전의 약속"이라 씌어 있다.

당시 2만8천여점에 달하는 엄청난 유물을 발굴한 문화재당국은
유물선을 중국 푸젠성[福建省] 푸저우[福州]의 조선창(造船廠)에서 철저한 고증을 거쳐
당시의 기법으로 중국인들의 손에 의하여 복원한 후 '700년 전의 약속'호로 명명하였다.
복원된 유물선은 길이 31m, 너비 9m, 높이 10m의 목선으로,
1996년 7월에 침몰 당시의 항로를 따라 중국의 닝보[寧波:당시의 慶遠]를 출발,
목포와 신안을 거쳐 일본의 하카타[博多]에 이르는 뱃길 3,000km를 탐사한바 있다.

유물관 건물 옥상에서 북서쪽으로 바라보면
해안 언덕 위에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고
그 중심부에 해저유물 발굴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커다란 자연석에 음각된 한자 글씨는 '신안 해저유물 발굴기념비' 이다.
잘 모르는 이들은 이 기념비를 '사적 274호' 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사적 274호'란 해저유물이 발굴된 이 부근 해역을 이름이다.

입장료 1,000원을 내고 들어가는 유물관 내부 모습에는 큰 실망이다.
초라하기까지한 빈약한 몇 점의 도자기들조차 모두 모조품일 뿐이다.
당시 발굴된 문화재는 모두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고,
더구나 침몰 선박을 복원한 모조품조차 목포에 있는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
버티고 있다.
정작 목포의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이곳에서 발굴된 신안해저유물 때문에
건립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힘 있는 놈들이 재주 부리는 더러운 세상이다.

오후 1시43분
이곳 증도섬에서 제일 높은 지점인 '상정봉'을 오르기 위해
해안가 도로에서 비탈진 오르막 산 사면을 오른다.
유난히 짙은 유채꽃 향기가 크 끝을 강렬하게 자극한다.
유물관에서의 씁쓸했던 기분이 조금은 풀린다.

금년 들어 처음 만나는 호랑나비도
유채꽃에 눌러 앉아 내가 옆을 지나가는데도 꼼짝 않는다.
저 나비 또한 강렬한 유채꽃 향기에 취한 것일까?

45도 이상의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니 이마에 땀이 솟기 시작한다.
발길 닿는 곳 주위는 온통 고사리 천국이다.
산 사면을 오르던 여인네들은 야생 고사리 채취에 여념이 없다.
간혹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낱말 뜻을 잊은 채
물욕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이 눈에 띈다.
왕복 10시간 가까이 걸리는 이 아름다운 곳까지 찾아와
고사리 채취에 시간을 낭비하는 그들의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오후 2시5분
해발 100m정도의 능선에서는 이와같은 예쁜 잎을 가진 키 작은 나무들이 여러 그루 눈에 띈다.

새순이 붉은색을 띄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약용식물 "예덕나무"이다.
꽃말이 예절과 덕성이며 충청 이남 지방 바닷가 산지에서 해풍을 먹고 자라는
이 나무는 위장병에 강력한 효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오동(野梧桐)'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나무를
일본인들은 '적아백(赤芽柏)' 또는 '채성엽(採盛葉)'으로 부른다.
'야오동'은 나무 모양이 오동나무를 닮았다는 뜻이고,
'적아백'은 봄철에 돋아나는 새순이 붉은 빛깔을 띄기 때문이다.
봄철에 연한 잎을 나물로 해 먹기도 한다.

오후 2시7분
이곳 증도 최고봉인 '상정봉' 정상에는 헬기장이 만들어져 있고
남향으로 만들어진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다.
관광안내도에 기재된 이곳 상정봉의 해발고도는 제각각 다르다.
높이 200m라고 한 자료도 있는가하면,
높이 127m로 기재된 자료도 있다.

바닷가에서 산행을 시작하며 소지한 고도계로 확인한 결과는
이곳의 해발고도는 대략 130m 정도로 측정된다.
해발고도 127m로 기재된 지도가 맞는듯 하다.

전망대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 본다.
비록 안개가 끼어 시계가 맑지는 못하지만
좌측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그 규모가 첫째,둘째 간다는
"태평염전"이 끝없이 펼쳐진다.

꿑없이 어어지다시피 다닥다닥 붙은 소금창고 주변을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바둑판처럼 펼쳐진 염전 주위에는
소금 생산을 위한 작업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우측으로는 물빠진 드넓은 갯벌을 가로지르는 짱뚱어다리가 희미하게 보이고
그 너머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4km 길이로 이어지는 우전해수욕장과
해수욕장 뒤를 감싸주는듯한 해송숲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저 짙은 해송숲이
한반도 지형을 뚜렷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장관이 펼쳐지겠지만
아침부터 낮게 드리운 안개가 걷힐줄을 모르고 시계를 방해 한다.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오후 2시42분
상정봉에서 하산하여 증도면사무소와 보건지소를 지나
짱뚱어다리가 있는 해변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폭이 10여m 정도 되는 개천을 건너간다.
천변에 활짝 핀 유채꽃과 기 큰 갈대숲이 조화를 이루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천변 풍경이다.

오후 2시50분
갯벌을 가로질러 우전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짱뚱어 다리를 건너간다.
길이 470m의 이 짱뚱어 다리는 갯벌 생물의 대표격인 짱뚱어의 이름을 따서 붙인 나무 다리로
이곳 증도 최고의 명물 중 하나이다.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서는 눈이 튀어나온 모양을 두고
철목어(凸目魚)라 하였던 "짱뚱어".
짱뚱어다리 위에서 보이는건 수많은 달랑게,농게들이고
정작 기대한 짱뚱어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며 실망하는 관광객들의
원성이 자자한 가운데 간혹 눈에 띄는 짱뚱어는
푸른색과 흰색 반점이 보이는 깜찍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이처럼 뻘을 잔뜩 뒤집어 쓴채 눈 앞에 나타난다.
다만 툭 튀어나온 눈망울만 짱뚱어의 특징을 보여줄 뿐이다.

짱뚱어가 물이 빠진 갯벌을 기어다니며 살수 있는 것은
아가미호흡(물속)외에도 피부에 있는 작은 구멍들로
피부 호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 증도의 갯벌은 2008년 6월 초
전남 무안 갯벌과 함께 국내 최초로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된바 있다.
다리 중간에 이처럼 갯벌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조망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물 빠진 넓은 갯벌은 온통 엄지 손가락 정도 크기의
작은 게들이 뒤덮다시피 하고 있다.
갯벌에 사는 '달랑게' , '농게' 등은 모래 바닥에 수직으로 구멍을 뚫고 산다.
모래 위에 사는 규조류 [硅藻類, diatom] 를 모래와 함께 입에 넣어 걸러낸 뒤
모래는 작은 경단 덩어리를 만들어 내뱉는다.
구멍 주위에는 모래덩어리 경단이 흩어져 있다.

달랑게과의 일종인 "농게(Sand crab)" 수컷은 이처럼
한쪽 집게다리가 몸 길이의 2배에 이를 정도로 크고 특이한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농게 세상에서도
우리 사람처럼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있나보다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갯벌은 바다와 육지부의 경계에 위치하기 때문에 먹이원이 풍부하고 은신처가 많아
연안생물의 60%가 여기에 연관돼 있으며,
태풍이나 해일 등을 일차적으로 흡수하는 재해방지 기능 등 그 가치가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나라 갯벌은 부족한 산업용지 확보와 식량자급을 이유로
손쉬운 매립과 간척의 대상으로 여겨져 지난 30년동안 전체 갯벌의 약 25%가 사라진 상태다.

물 빠진 갯벌도 가까이 살펴보면 육지를 흐르는 강처럼 갯골이 있다.
갯골 주변에는 수많은 농게들이 무리를 이룬다.
이곳 증도 갯벌은 최고의 청정갯벌로 인정 받아
우리나라 10번째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지난 2009년 5월에 지정된 "신안 다도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에 포함된 구역이다.
이를 훌륭하게 보전하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책임이다.

오후 3시7분
짱뚱어다리를 지나 우전해수욕장 북단 해변가로 나왔다.
바닷가의 열대식물들과 비치파라솔을 바라보면서
조금은 뜨겁게 여겨지는 햇살을 받으며 서 있으니
마치 남태평양의 어느 아름다운 섬에 발을 딛고 선 느낌마저 든다.

고운 모래를 밟으며 잔잔한 파도 소리가 귓전에 경쾌한 음향을 전하는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걸음을 이어간다.
바닷 바람이 무척 상쾌하게 피부를 스친다.

잔잔한 파도는 끊임없이 고운 모래 위를 오르락 내리락 거린다.
햇살에 반사된 바닷물이 작은 파도를 이루며 그림을 그려낸다.
혹은 은색으로 혹은 백색으로 빛난다.

오후 3시17분
지난 해 5월1일 이곳을 방문하여 멀리 바라보이는 남쪽 끝에서부터 이곳까지
모래사장을 따라 걸은적이 있기에 이번에는 이곳에서 모래사장을 벗어나
좌측으로 이어지는 해송숲길로 들어선다.

오후 3시21분
이곳 우전해수욕장 백사장 길이 4km 를 따라 이어지는 해송숲에는 이와같은
산책길을 조성해 두었다.
그 길에는 "망각의 길" ,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헤겔, 야스퍼스, 괴테 등 많은 철학자들이 걸으면서 철학적인 사색에 잠겼다고 하는
하이델베르크 성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독일의
"철학자의 길(Philosophenweg)'을 머릿 속에 떠 올리며 편안한 마음으로 숲길을 걷는다.

길게 이어지는 해송숲길 구간 중 이처럼
바닷가 백사장과 접하며 걸을 수 있는 구간도 한번씩 나타난다.
진한 솔향기에 젖었던 코 끝으로 조금은 비릿한듯한 상쾌힌 바닷 내음이 느껴진다.

고운 모래를 박차고 피어난 붉은색 해당화가 나를 반긴다.
바닷가 모래땅이나 산기슭에서 잘 자라는 우리나라가 원산인 해당화는
이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여 7월까지는
전국의 해변가에서 그 요염한 붉은 빛을 뽐낼 것이다.

오후 3시58분
귀가 차량을 탑승할 증도엘도라도 리조트 입구의
갯벌생태전시관 앞에 도착했다.
완도 청산도,담양 창평면,장흥 유치면과 함께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선정되었던 이곳 증도.
느림의 정신을 바탕으로 전통보전과 지역발전을 도모하고자하는
국제 슬로시티 운동이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직한채
느린 걸음으로 주변 바닷가로 산책을 이어간다.

갯벌생태전시관 뒷편 바닷가로 나가는 길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도 그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민들레를 만난다.
민들레는 씨가 바람에 날려 다니다가 땅에 내리면 싹이 나고,
꽃이 피는 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꽃가루받이와 수정이 이루어지면 꽃대가 땅바닥 가까이 누웠다가
열매가 다 익으면 다시 이처럼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든다.

민들레 꽃씨를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 본다.
민들레의 씨앗에는 이처럼 갓털이라는 솜털이 붙어 있어 바람을 타고 멀리 퍼져나가는데
갓털은 씨앗이 적당한 곳에 도달할때까지 움직이지 않도록 씨앗을 고정해 주고, 수분을 공급한다.

지난 1985년 MBC강변가요제에서 박미경이 불러 장려상을 받은 후 널리 알려진
"민들레 홀씨되어" 라는 노래는 잘못된 것이다.
민들레는 분명 꽃이 핀 후 씨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꽃이 피지 않는 민꽃식물처럼 "홀씨(포자)"를 만들어
바람에 날려 번식하는 경우가 아닌 것이다.
무식한 대중가요 작사자의 크나큰 오류 때문에 일반 대중이 바보가 된 경우이다.

갯벌생태전시관 뒤쪽은 이와같은 이국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백사장 길이 4km에 달하는 우전해수욕장의 남쪽 끝부분이다.
이 부근에서 바라보는 해변의 일몰 풍경은 환상적임을 알건만
1박하며 그 환상을 체험할 여건이 아직은 되지 못하는 나 자신이다.
먼 훗날의 숙제로 미룬다.

오늘 5월8일이 어버이날을 맞은 때문인지
유난히 가족단위 행락객이 눈에 많이 띄는 오늘 증도의 모습이
마음속으로 흐뭇하게 여겨진다.
기족의 행복은 건전한 사회로 부강한 국가로 이어지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오후 6시14분
증도를 떠나 사옥도를 거쳐 지도대교를 건너기 바로 전
지도대교 아래에 위치한 지난해까지 몇해째 병어축제가 열렸던
지도읍 송도 수산물 시장에서 잠시 멈추어 간단한 간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거나
싱싱한 생선회를 맛보는 여유를 가진다.

이제 하루 종일 대지를 비추던 태양은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졌다.
석양빛을 받아 은빛 혹은 금빛으로 반짝이는 해수면을 바라보며 지친 다리를 추스른다.
갈매기 몇마리도 나와 함께 휴식을 취한다.

오후 6시48분
이제 태양은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졌다.
잠시 후면 저 태양도 빛을 잃고 어둠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멀리까지 달려온 몸이 조금 피로를 느낀다.
4시간 이상 걸릴 귀가길을 애써 생각지 않기로 하고
행복했던 하루 일정만을 뒤돌아보며 귀가 길에 오른다.

오랫동안 배를 타고 가야했던 "증도"는
지난 2010년 3월 사옥도와 증도를 잇는 증도대교가 개통된 후
이제는 육지에서 차량을 이용하여 방문할 수 있게 된 곳이다.

*지도에 표시된 노란색 실선은 차량으로 이동한 경로이며,
분홍색 실선은 도보로 이동한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