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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핀 철쭉과 암릉이 아름다운 황매산 산행기

2011년 5월15일 일요일 오전 9시26분
철쭉산행으로 유명한 황매산 산행을 위해
경남 산청군 차황면 장박리 마을 입구에서 하차한 시간이다.
해발고도 390여m 고갯길에 연이어 들이닥치는 버스는
원색의 등산복 차림 산행객들을 쉴새없이 토해 낸다.

오전 9시36분
비교적 급한 경사의 오르막 임도를 따라 오르는 산행 들머리
숨이 조금 차 오르기 시작한다.
조금 전 지나온 길을 내려다 본다. 산행객들의 행렬이 뱀꼬리를 연상시킨다.

이곳 지명인 '장박리(長朴里)'는 옛부터 나무가 많은 곳이라 얻은 이름이라는데,
한자로 박(朴)은 후박나무나 팽나무를 지칭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키 큰 후박나무나 팽나무가 과거에 많았다는 얘기인가?

오전 10시38분
장박마을에서 임도를 따라 약 700m 오른 후부터 임도를 벗어나
우측인 동쪽 방향으로 이어진 오르막 산길을 1시간여 오르느라 온 몸에 땀이 흐른다.

이제 해발 고도는 800m를 훌쩍 넘어 900m에 육박한다.
사람 키 정도의 철쭉이 군락을 이루는 곳.
엄청난 인파로 인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산행길은
빨리도 더디게도 갈 수 없는 여건이다.
매주 산행을 하는 나에게는 비교적 수월하고 여유있는 산행길이다.

오전 10시43분
해발 960m 지점의 너백이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급경사 오르막길은 끝나고 완만한 경사의 능선길이 이어진다.
이제 장박마을에서 2.4km를 왔으며, 황매산 정상까지의 남은 거리는 1.6km이다.

지난 해 5월16일 이곳을 찾았을 때는 철쭉이 만개한 상태였는데
지난 겨울 모진 추위의 여파인지 아직 절반은 꽃봉오리만 맺힌 상태이다.

오전 10시48분
진행 방향 좌측의 조망이 트이면서 북동쪽 방향 멀리 쪽빛 물빛이
눈으로 스며들어 가슴 속을 시원하게 적셔 준다.
물 맑고 깨끗한 합천호의 모습이다.
주위에서 터져 나오는 낮은 탄성이 연이어 귓전을 때린다.

동쪽 방향으로는 우측 끝으로 뾰족하게 솟은 황매산 정상이 보이고
그 좌측으로 능선 봉우리를 거쳐 삼봉,중봉,하봉이 줄지어 늘어 선
황매산 주능선의 북쪽 사면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오전 10시54분
지도상에 철쭉 군락지라고 표기된 지점을 지난다.
그 명성에 걸맞게 사람 키를 조금 넘는 철쭉 터널을 지난다.
주위 산행객들의 얼굴이 온통 붉게 물든듯 하다.

오전 11시27분
황매산 정상을 100m 남겨 둔 지점의 자그마한 공터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남동 방향으로 이어지던 산행길이 이제 남향으로 방향이 조금 바뀌는 지점이다.
남쪽 눈 앞에 황매산 정상부의 작은 바위가 보인다.
자그마한 바위 봉우리를 온통 산행객들이 뒤덮은 모습이다.

오전 11시34분
해발고도 1,108m 황매봉 정상석 앞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위험을 무릅쓰고 정상석 앞에 올랐던 산행객들은 오래 지체힐 여유도 없이
다음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 준다.
오르는 이, 내려가는 이 모두의 발걸음이 무척 조심스럽다.

멀리 아래로 황매평전을 지나 베틀봉을 거쳐 모산재로 이어지는
하산길에도 인파는 줄을 잇는다.
황매평전으로 이어지는 비교적 가파른 경사길 초입에서부터
극심한 정체가 빚어진다.
근래 들어 비교적 질서를 잘 지키는 덕분에 극심한 정체 속에서도
비교적 수월하게 하산 길이 이어진다.

오전 11시46분
고작 1~2분이면 지나올 길을 10분 이상 걸려 지나온 후
뒤돌아 본다.
파란 하늘 아래 솟아 오른 황매산 정상부의 자태가 아름답다.

망원렌즈로 정상석 부근을 살펴 본다.
마치 여름 한낮 숲길에서 가끔 보게되는
곤충에 달라붙은 개미떼를 연상 시킨다.

낮 12시4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듯 심한 정체 속에서 짜증이 날 즈음
눈 아래로 탁 트인 광활한 황매평전이 나타나며
꽉 막힌듯하던 가슴이 조금은 뚫린다.

조금 더 가까이 살펴 본다.
드넓은 황매평전에도 온통 사람의 물결이다.
예년보다 일주일 이상 늦어진 철쭉꽃이 조금씩 피어나며
군데군데 붉은 물감을 조금씩 흘려 놓은듯 눈홍빛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낮 12시18분
급경사 내리막 산길이 목재 계단으로 바뀌면서
움직이는 속도도 비교적 빨라 진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넓게 펼쳐지는 자연 경관을 즐길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진행 방향 좌측은 경남 합천군 가회면이고, 우측은 산청군 차황면이다.
우측 산청군 방면의 철쭉꽃이 상대적으로 좀 일찍 피는듯하다.
우측 아래쪽의 영화주제공원쪽으로 분홍빛으로 물들어 가는
철쭉군락 풍경이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

낮 12시58분
기나긴 목재 계단이 끝난 후 펼쳐지는 황매평전 너른 풀밭에서
대전에서 같이 출발한 동행들과 어울려 점심과 휴식을 취했다.
황매산 정상부를 뒤돌아본 후 하산길을 이어 간다.

기나긴 목재 계단을 따라 이곳 황매평전으로 내려오는 산행객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다.

누군가 이곳 황매산(黃梅山) 이름에 대해 노란 매화꽃이 많이 피기에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 것을 보았으나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황매산의 본디 이름은 ‘너른 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뫼’는 산(山)을 나타내는 순우리말이다.
즉 ‘넓고 평퍼짐하게 생긴 산’이라는 뜻이다.
그후 '너른'이 '누런'으로 변하며 황(黃)으로
'뫼'가 '매(梅)'로 변형된 것으로 추정한다.

황매산 정상 아래 황매평전은 최근까지만 해도 대단위 목장이 있었던 곳으로
아주 넓은 평원 지대로 형성 되어 있다.
이런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풍광 덕분에
‘단적비연수’와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영화 촬영 장소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이곳 황매평전 부근이 지난 1983년 합천군에서 군립공원으로 지정한데 이어
지난 2001년에는 산청군에서 영화주제공원을 조성한바 있어
이곳 황매평전 아래 해발 800m 이상되는 지점까지 주차장이 조성되어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영화 촬영시 이용되었던 저 성벽과 성루는 관광객들에게 양보한채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산행길을 이어 간다.

해발 946m 베틀봉에 오르며 황매산 주능선을 뒤돌아 본다.
60만㎡에 달하는 넓은 황매평전 너머로 길게 드리운 황매산
주능선의 곡선이 멋들어지게 이어진다.
황매산은 수량이 풍부하고 온화한 기온으로 황(黃)은 부(富)를
매(梅)는 귀(貴)를 의미하고 전체적으로 풍요로움을 뜻하여
황매산에 들어오면 굶어죽지는 않는다고 전해진다.

주능선 중 하나인 해발 1,060m 중봉 정상부를 망원렌즈로 당겨보면
멋진 전망대가 세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가진 등산지도에는 저곳이 중봉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실제 저곳에 오르면 이정표에는 "삼봉"이라고 되어 있다.
어느 것이 맞는지는 나 자신 알 수 없다.

특이한 형태의 움막집과
옛날 풀무질을 하던 대장간의 용광로 구실을 하던듯한 시설물을 만난다.
예전에 '단적비연수'라는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만든 시설물이라는
애기를 얼핏 들은 것 같기는 하나 확실치는 않다.

오후 1시13분
잠시 이어지는 오르막 경사를 오른 후 눈 앞으로
산불감시초소 전망대가 나타난다.
넓은 황매평전 및 황매산 일대가 사방으로 보이는 저곳을 지나면
남쪽 방향으로 이어지던 하산길은 다시 동쪽 방향으로 이어지게 된다.

오후 1시16분
산불감시초소 전망대를 지나면서 눈 앞으로 또 하나의 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사진 좌측에 보이는 시설물들은 합천군에서 주관하여
지난 5월7일부터 5월22일까지 16일간 예정으로 개최중인
황매산철쭉제를 위한 시설물들이다.
지난 해 이맘 때 저 앞 평원을 붉게 물들이며 피어났던
붉은 철쭉꽃의 환상적인 풍경이 새삼 그리워 진다.

참고로 이 사진은 지난해인 2010년 5월16일 오후 1시35분
이 부근의 모습이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라 하여 '참꽃'이라 하지만,
철쭉은 먹을 수 없어 '개꽃'이라고도 하며,
산에서 나는 산철쭉은 '수달래', 물가에서 피는 것은 '물철쭉'이라 한다.
경북 청송의 주왕산에서는 철쭉꽃 축제라 부르지 않고 수달래 축제라 부른다.

오후 1시31분
비록 지난해 이맘때처럼 만개한 철쭉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50% 정도는 개화한 상태인지라 군데군데 활짝 핀 철쭉이 군락을 이루는 곳에서는
붉은 꽃 속에 파묻혀 보며 걸음을 옮긴다.
뒤돌아보니 지나온 산불감시초소 전망대가 아련히 멀리서 배웅한다.

60만㎡에 달하는 이곳 넓은 평원의 해발고도는 800m 이상이다.
이곳을 '황매평전'이라 부른다.
'평전(平田)'이라는 말은 '높은 곳에 있는 평평한 땅'을 이름이다.
덕유산 산행시 만나는 '덕유평전' , 지리산에서 만나는 '세석평전'도
높은 곳에 있는 평평한 땅이기에 붙인 이름이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서자 멀리 눈 앞으로 장관이 펼쳐진다.
잠시 후 만나게 될 순결바위 능선의 장엄한 풍경이다.
이곳 황매산의 매력은 황매평전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육산을 지나면
저처럼 멋진 암릉을 지나는 환상적인 산행구간이 어우러진다는 점일 것이다.

끝이 없을 것처럼 넓게 펼쳐지던 철쭉군락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
대부분 산행객들이 걸음을 잠시 멈추고 삼삼오오 모여
붉게 핀 철쭉꽃을 배경으로 추억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행복이란 이런 것이다.

오후 1시42분
거대한 철쭉 군락이 끝나는 지점에서 뒤쪽을 돌아보면
좌측의 황매봉을 기점으로 우측 방향으로 삼봉,중봉,하봉으로 이어지는
황매산의 주능선이 길게 펼쳐진다.

일설에 의하면 멀리 아래 합천댐에서 이 산을 보면
산의 하봉(990m), 중봉(1,060m), 황매봉(1,108m)의 세 봉우리가 매화꽃 모양이라 하여
황매산이라 부르게 되었고,
그 세 봉우리가 합천댐에 비친 모습도 매화꽃과 같다하여
수중매(水中梅)란 별칭을 갖고 있다고도 한다.

오후 1시57분
모산재를 향하여 이어지는 하산길에서도
수많은 인파의 행렬은 길게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연록색으로 피어나는 어린 나뭇잎과 붉은 빛 철쭉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오후 2시10분
해발 767m 모산재 정상석 주위에도 인파가 들끓는다.
바위 봉우리인 이곳 모산재는 합천팔경 가운데 제8경에 속하는 곳으로
주민들은 잣골듬이라고도 부르며, '신령스런 바위산'이란 뜻의 영암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바위산에 산이나 봉이 아닌 '높은 산의 고개'라는 뜻의 재라는 글자가 붙은 것이 특이한데,
모산재의 옆과 뒤에 여러 개의 고개가 있고 재와 재를 잇는 길 가운데에 산이 위치한 탓에
산보다는 재로 인식된 것이라는 설이 있다.

정상석 바로 옆에는 이와같은 오래된듯한 돌탑이 세워져 있고,
그 위에 윗부분이 깨어져 나간 것을 붙여놓은 '모산재'라고 표기된
또 하나의 정상석이 있다.
파손된 이 정상석 대신 앞서의 정상석을 다시 만들어 세운듯 하다.

오후 2시17분
모산재에서 하산하는 길은 두갈래이다.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돛대바위'쪽으로 향하는 길과
동쪽으로 방향을 잡아 '순결바위'쪽으로 향하는 길이다.
동쪽으로 방향을 잡아 하산을 하게되면 높은 곳에서 이와같은 멋진 장관을 볼 수 있다.
하산길 진행방향 우측으로 보이는 풍경이다.

돛대바위 너머로는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대기저수지가 보인다.

돛대바위가 있는 거대한 암반의 우측 부분을 자세히 살펴 본다.
기기묘묘한 각양각색의 바위 형상들이 어울린 모습이 장관이다.

거대한 암릉 좌측 끝에 위태로운 모습으로 서 있는 바위 모습이다.
이 바위를 "돛대바위" 또는 "황포돛대바위"라 부른다.
가까이에서 보면 이와같은 돛대의 형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세상을 사는 이치와 똑같다.
때로는 가까이에서 때로는 조금 멀리서 여유를 두고 관망할 경우가 있음이다.

오후 2시25분
진행방향 좌측인 북쪽으로는 또다른 바위 모습이 나타난다.
내가 하산 목적지로 택한 모산재주차장보다 조금 북쪽에 위치한
덕만주차장으로 하산할 경우 만나게되는 이른바
'닭벼슬바위' 구간이 저곳인듯 싶다.

길게 이어진 바위 능선의 좌측 끝에 우뚝 솟은 바위 모습이 눈에 익은듯하여
망원렌즈로 당겨 살펴본다.
지난해 다녀온 도봉산 우이암의 '남근바위'와 흡사한 형상이다.
자연이 빚어낸 오묘한 예술품에 감탄한다.

우측 부분의 바위 형상 또한 기묘한 형상이다.
거대한 어떤 존재가 저곳에서 진흙을 버무려 반죽을 하는 광경이 상상으로 다가온다.

황매평전까지는 부드러운 육산으로 여성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던 황매산이지만
모산재를 지나면서부터는 이와같은 기암괴석이 끝없이 이어지는 암릉구간을 가진
다른 산에서 찾기 힘든 경험을 하게되는 멋진 산행에 큰 행복을 느낀다.

수많은 인파로 산행시간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중에도
이런 멋진 풍경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추어진다.
가슴속이 후련해진다.
산을 오르면 마음이 넓어진다고들 하는데 내 마음도 조금은 더 넓어졌으리라.

암릉구간을 지나는 산행객들의 발걸음이 무척 조심스럽다.
멋진 풍경이 펼쳐지면 바위에 걸터앉아 멋진 경치를 감상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즐거움도 곁들이는 행복한 산행이다.

눈 아래로 아늑한 산골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대기저수지로 향하는 길목에 큰 건물이 보인다.

망원렌즈로 가까이 살펴보니 한창 증축공사가 진행중인 영암사가 눈에 들어온다.
서민경제가 어렵다는 요즈음도 사찰,교회 등 종교시설들의 공사현장을 자주 목격한다.
종교시설들은 경기와 무관한 것인가?
아무래도 내가 너무 무식한 탓인가보다.

오후 2시55분
암릉구간이 끝나는 부분에 순결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이 사진은 뒤에서 찍은 모습이다.

순결(純潔)바위 앞 안내 입간판에는 아래와 같은 글귀가 씌어 있다.
"남녀의 순결을 시험할 수 있다는 곳으로
이 바위는 평소 사생활이 순결치 못한 사람은
들어갈 수가 없으며, 만약 들어간다해도
바위가 오므라들어 나올 수 없다는 전설이 있음."

오후 3시14분
순결바위 부근에서 암릉구간이 끝나며 급경사 바위길을 따라 하산길이 이어진다.
오랜시간동안 정체가 이어지며 하산길이 늦어지던 중
경험 많은 어느 산행객의 도움으로 또 하나의 우회로를 알게된 산행객들의
하산이 조심스럽게 이어진다. 정체가 풀리기 시작한다.
모든이들이 그 산행객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오후 3시23분
위험구간을 벗어난 후 조금 여유가 생긴다.
멀리 보이는 바위 봉우리가 아마도 '박덤'이라 불리우는 곳이고
그 아래를 박덤계곡이라 부르는 곳인듯 하다.
그곳에 무언가 큰 공사가 진행중이다.

망원렌즈로 당겨보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찰 공사가 진행중이다.
우리나라 불교의 신흥 종파중 하나인 '법연원'의 총본산인
'법연사'가 저곳이다.

지난 2004년 경남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 공원구역 내인 저곳 박덤계곡에
대규모 종교시설이 들어서는 문제에 대해 지역민들이 문제제기를 하여
잠시 시끄러웠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 후 소식은 듣지 못했으나 지금 저처럼 대규모 공사가 진행중인 것을 보면
돈 없고 힘 없는 지역민들이 이기지는 못한 것 같다.
어쨌든 우리 사회가 힘 있는 자들만이 득세하는
"더러운 세상"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오후 3시25분
"국사당(國師堂)"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진 이곳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이제 해발고도는 500m 까지 떨어졌다.

입간판에는 아래와 같이 씌어 있다.
'태조 이성계의 등극을 위하여 천지신명에게 기도를 올렸다는 곳으로
지방관찰사로 하여금 매년 제사를 올리도록 하였으나,
그 후 고을 현감,둔내면장으로 이어져 왔으며
지금도 음력 3월3일에는 감암동민이 제사를 올려
나라와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고 있음.'

오후 3시38분
산행이 끝나고 1시간쯤 전 산 위에서 내려다 보았던
영암사 경내로 들어섰다.
'극락보전'이라는 현판이 붙은 이 건물은 아마도 이곳 영암사의
주불전인듯 싶다.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대웅전' ,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대적광전' 과 달리
'극락보전'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으니 아마도
'아미타불'을 본존불로 모시는 법당일게다.

그러나 지나치게 규모가 큰 법당 모습이 우스꽝 스럽다.
더구나 좌측에 신축중인 또 하나의 거대한 법당은 콘크리트로 짓고 있다.
이처럼 지나치게 크게, 콘크리트로 짓는 사찰 건물을
부처님은 별로 탐탁히 여기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거늘...

거대한 사찰 시설 공사중인 곳 옆에는 이와같은
건축물 흔적이 남아 있다.

사적 제131호로 지정된 "합천영암사지(陜川靈岩寺址)"이다.
처음 지어진 연대는 정확히 모르나, 고려 현종 5년(1014년)
이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오후 4시
귀가차량이 기다리는 대기저수지 가에서 6시간반에 걸친 산행을 마친다.
만수위 때면 6만평에 이르는 계곡저수지인 저 저수지 주변 마을 이름은 대기마을이다.

대기마을을 일컫는 또다른 이름인 '추로지행'은
중국 추나라 요임금과 노나라 순임금이 태어난 곳과 생김이 흡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산림청에서 선정한 "살고싶고 가보고싶은 마을 100선"에 포함된
대기마을의 물 맑은 대기저수지를 바라보며
행복했던 휴일 하루 일정을 마감하고 귀가길에 오른다.

위 사진의 분홍색 실선 부분이 이날 산행 경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