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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벚꽃 만발한 진해 웅산(시루봉) 산행기

2011년 4월9일 토요일 오전 10시22분
진해항을 병풍처럼 둘러싼듯한 진해 웅산 산행을 위해
산행 들머리인 안민고개에서 산행 준비를 한다.
동쪽의 웅산과 서쪽 장복산의 중간 지점인
해발 250m 정도의 안민고개는
행정구역상 창원시 진해구 태백동과 창원시 성산구 안민동의 중간 지점이다.

4월1일에 시작하여 일요일인 4월10일에 끝나는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 기간인지라 산행 들머리는 많은 산행객들로 붐빈다.

오전 10시32분
해군기지 등 군사시설이 많은 이곳은 오랫동안
일반인들의 입산이 통제되던 곳이다.
군사목적으로 만들어진듯한 도로를 가로지르는 산행로가 뚜렷하다.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한 진달래의 분홍빛이 봄 햇살을 받아 유난히 붉게 느껴진다.

오전 10시38분
잠시 이어지는 억새밭길을 걷는다.
따뜻한 봄 햇살 속에서도 억새밭을 지날 때는
가을을 느낀다.
오랫동안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모습에 길들여진 탓이리라.

다시 이어지는 진달래 만발한 산길.
먹을 수 있다 하여 참꽃이라고도 불리우는 진달래 꽃을
한 송이 따서 입에 넣고 가볍게 씹어 본다.

사랑의 희열,신념,청렴,절제 등의 꽃말을 지닌 진달래꽃은
소월의 시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오랜 옛적부터
우리 민족의 애(哀)와 한(恨)을 담고 있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꽃이다.

오전 10시48분
동쪽을 바라 보고 이어지는 산행길.
진행 방향 우측으로 시야가 넓게 트이며
진달래꽃 너머로 진해만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바다가 보이는 이런 시원한 풍경은 이날 산행 구간 내내 이어진다.

분홍빛 진달래 꽃 속에 묻혀 그 분홍빛을 헤치며 지나는 길
산행객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들의 얼굴 또한 기분 좋은 연분홍빛으로 물든다.

오전 10시 54분
해발고도 400m를 넘어서며 완만한 오르막 경사의 능선길이 이어진다.
지난 겨울의 혹독한 추위 때문인지
생각보다 진달래의 개화 시기가 늦어진듯 하다.
지난 해 봄 활짝 핀 진달래를 보기 위해 일주일 간격으로 연이어 올랐던
여수 영취산, 마산 무학산, 대구 비슬산 산행에서도
봄철에 찾아 온 꽃샘추위로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분홍빛을 보지 못했었다.
금년 봄 또한 이 정도의 분홍빛으로 만족해야할 처지인가 보다.

동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걸음을 이어 간다.
진행 방향 좌측인 북쪽으로는
창원공단이 내려다 보인다.

그리고 진행 방향 우측인 남쪽으로는
진해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오며
아늑하게 들어 앉은 진해만과 그 너머 남해 바다가 이어진다.
옅은 안개가 시야를 방해함이 조금 아쉽다.

오전 11시24분
해발 470m를 넘어선 지점.
출발 지점에서 2.5km이상 지나온 지점에서 남동쪽으로 눈을 돌린다.
오늘 산행 경로인 시루봉이 좌측에 보이고
우측 끝으로 천자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시루봉 부분을 가까이 살펴 본다.
시루봉은 기이하게도 멀리서 보기에 여인의 젖가슴을 닮아있었는데
가슴처럼 돌출된 흙산에 바위가 돌출되어있고
시루를 얹어 놓은것 같다하여 시루봉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이곳 진해를 마치 병풍처럼 둘러싼듯한
서쪽 장복산에서 시루봉을 거쳐 동쪽 천자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지형적으로 태백산맥이 포항구조분지에서 단층운동에 의해
남서방향으로 진로를 바꿔 달리다가 대한해협에 몰입한 때문이라 한다.
신생대 제3기에 활발했던 단층운동에 의해 생긴 지형이어서인지
곳곳에 이처럼 멋진 암반들이 즐비하다.

오전 11시58분
안민고개에서 3.4km 떨어진 석동갈림길을 지나 20여분이 경과하자
해발고도 700m 정도인 불모산 갈림길로 오르는 목재 계단이 눈 앞에 나타난다.
1~2주 후 지금은 봉오리만 맺힌 진달래가 분홍빛으로 온 산을 물들일
그 때의 장관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산길을 이어 간다.

낮 12시16분
북쪽으로 1.6km 떨어진 해발 800m 불모산 정상이 바라다 보이는
삼거리 공터에서 동행한 일행들과 점심 식사 및 휴식을 취한다.
이곳의 해발고도는 대략 700m 남짓되는 곳이다.
산행 들머리인 안민고개에서 4km를 지나온 지점이며
오늘 산행 구간 중 하이라이트 부분인 시루봉까지는 1.5km 거리이다.

낮 12시51분
불모산삼거리를 지나며 진행 방향은 정남향으로 이어진다.
지도상에 '웅산'으로 표기된 해발 710m인 바위 봉우리를 지나
자그마한 구름다리를 지난다.
이 구름다리의 이름은 '웅산가교'이다.

오후 1시8분
웅산가교를 지나 자그마한 또 다른 바위봉우리인 706봉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본다.
우측 끝으로 높이 710m 인 웅산이 보이고
좌측으로 능선길이 이어진다.
맨 좌측에 장복산이 보이고 그 우측 잘록하게 내려앉은 부분이
오전에 출발한 안민고개 부근이다.
사진 아래쪽 편백숲 너머로 안민고개를 거쳐
대발령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피어난 벚꽃이 흰 줄을 쳐 놓은듯 하다.
이제 시루봉까지 남은 거리는 대략 1km 남짓이다.

웅산 바위봉우리 정상부를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가느다란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정상부까지 오르는 산행객은 드물다.
대부분 옆으로 이어지는 우회로를 거친다.

지나온 능선 아래로 이어진 흰 띄로 보이는 부분을 자세히 살펴 본다.
이곳 진해의 상징적 나무인 편백나무 군락이 산자락을 뒤덮은 모습이 보이고
산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의 가로수인 벚나무에는 벚꽃이 만개한 상태이다.

오후 1시20분
시루봉 앞은 억새밭이 넓게 형성되어 있으며
대형 헬기장이 마련되어 있다.
많은 산행객들이 삼삼오오 둘러 앉아 휴식을 즐기거나
점심식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시루봉 주위를 맴도는 까마귀가 파란 하늘에 검은 점을 찍는다.

멀리서 산 능선을 바라보면 마치 여인의 젓가슴처럼,
또는 시루를 엎어 놓은듯 보이던 바위의 형상이 기묘하다.
시루바위(시리바위,웅암(熊巖),곰바위,곰메라고도 함)는
높이가 10m, 둘레가 50m나 되며,
조선시대 명성황후가 순종을 낳은 후 세자의 무병장수를 비는 백일제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시루봉 앞을 지나 천자봉으로 이어지는 하산길은
비교적 긴 목재 계단이 다시 이어진다.
다른쪽에서 바라보는 시루바위의 모습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쾌청한 날에는 멀리 대마도가 보이는 이 시루바위에는
조선시대 웅천을 일본에 개항하였을 때
웅천을 내왕하는 통역관을 사랑하게 된 기생 아천자가
이 바위에 올라 대마도를 바라보며 기약없이 떠난님을 그리워 했다는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오후 1시36분
시루봉에서 이어지는 목재 계단을 내려온 지점 정자쉼터에서
시루봉 쪽을 뒤돌아 본다.
해발고도 653m인 시루봉 좌측으로 710m인 웅산 봉우리와
연이어 해발 800m인 불모산 정상부 모두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시루봉 서쪽 사면에는 흰 페인트로 쓰인 '병'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시루봉 좌측의 조금 낮은 능선에는 '해'라는 글씨가
그리고 우측의 또 다른 능선에는 '혼'이라는 글씨가 씌어있어
진해 시가지에서 올려다 보면 '해병혼'이라는 단어가 만들어 진다.

시루봉에서 내려오는 산행객들이
갈지자(之)로 이루어진 목재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모습도
하나의 구경거리가 되는 곳이다.

오후 1시46분
시루봉 아래 정자쉼터를 지난 후 곧이어 또 다른 목재 계단이 나타난다.
우측으로 진해만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남서쪽 멀리 잠시 후 올라야 할 천자봉이 우뚝 솟아 바다를 굽어 보며 서 있다.

목재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마련된 또 다른 정자쉼터에서는
몇몇 산행객들이 따스한 봄 햇살 속에서 휴식을 즐긴다.
연분홍 진달래 꽃잎들이 수줍은듯 조금씩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이다.

목재 계단을 내려온 나 또한
정자쉼터 부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햇빛을 받은 진달래 꽃잎이 밝게 빛난다.

이제 따뜻한 봄 햇살이 몇시간의 산행을 이어온 이들에게는
더위를 느끼게 한다.
매년 봄 철쭉 산행시에 곳곳의 산에서 만나게되는
아이스바 행상이 이곳에도 진을 치고 있다.
천원 한 장으로 맛보는 시원함이다.

오후 2시14분
해발 502m 지점인 수리봉 조금 못미친 지점에서
남향하던 산행로는 남서 방향으로 방향을 바꾼다.
진달래꽃 사이로 올려다 보이는 수리봉의 모습은
또 다른 형상으로 망막에 각인된다.
진해의 상징적 봉우리로 여겨짐에 이해가 간다.

오후 2시31분
해발 502m의 바위봉우리인 수리봉을 지나며
멋진 봉우리를 다시 한 번 뒤돌아 본다.
독수리의 부리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뾰족 내민 바위 끝이 무척 날카로워 보인다.
이제 천자봉까지는 1km가 채 못 남았다.

아슬아슬한 바위 절벽 위에서
달콤한 휴식을 즐기는 산행객들의 모습도 보인다.
주말 하루 행복을 만끽하는 흐뭇한 정경이다.

바위절벽에서 휴식을 취하는 산행객들의 눈길을 따라
나 또한 그 쪽으로 눈길을 돌려 본다.
북쪽에 천자봉·장복산·불모산(802m) 등이 솟아 있고,
남쪽으로 진해만을 끼고 있어 배산임해(背山臨海)의 지형을 이룬
천연의 양항(良港)인 진해 시가지가 한 눈에 보인다.

지난 1955년 시로 승격하여 오랫동안 진해시로 불리던
인구 16만명 남짓한 아름답고 작은 도시는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지난해 7월부터는 창원시 진해구로 불린다.

대규모 아파트단지 주위의 도로는 물론
인근 야산 자락도 온통 흰꽃을 피운 벚꽃으로 뒤덮여 있다.
이제 겨우 봉오리를 맺기 시작한 벚나무 주위만 맴돌던 동네에서
따뜻한 남쪽 나라로 찾아온 산행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풍경이다.

오후 2시47분
천자봉 정상에 올라 지나온 길을 뒤돌아본다.
우측의 시루봉을 따라 이어지는 좌측 능선을 따라
멀리 불모산 정상부까지 지나온 능선길이
마치 손에 잡힐듯 눈 앞에 다가온다.

천자봉 정상부에는 이처럼 생뚱맞은 느낌의 정상석이
부조화스럽게 서 있다.
아마도 민간 산악회에서 세운듯한 모습인데
"표고 465m" 라는 표기가 잘못된듯 싶다.

대부분의 등산지도에 해발고도를 502m 또는 506m로 표기하고 있으며
내가 소지한 고도계에도 500m 정도의 수치가 나온다.

천자봉 정상에서 남쪽으로는 바로 아래 이 지방 사람들은
마당처럼 평평한 곳이라하여 '마당재'라 불리던 만장재가 보이고
그 뒤로 최근 급부상한 조선기업인 STX조선소가 눈에 들어온다.
조선소 주위도로에도 벚꽃이 만발한 상태이다.

몸을 조금 돌려 남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먼 바다위에 부산 서부지역인 가덕도가 눈에 들어오고
그 우측으로 작은 섬들과 이어진 거제군시 장목면도 보인다.

이곳 천자봉은 1985년도 초까지 해병대 훈련소가 진해에 소재해 있었음으로 해서
해병신병들의 강도 높은 산악행군의 훈련지로 악명이 높던 곳이었다.
천자봉 정상에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고향의 봄'을 목청껏 외쳐 부르고,
눈물 섞인 '어머님 은혜'를 부르던 해병들의 믿음직한 모습이 눈 앞에서 보이는듯 하다.

위 사진 중앙부를 망원렌즈로 당겨 보면 이런 풍경도 연출된다.
야산 자락에 만들어진 천자봉공원묘원의 풍경이다.
12만여평의 야산에 만들어진 저 공원묘원은 매장기수가 26,000여기이고
현재 2/3이상 매장이 완료되었고 나머지도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 한다.
좁은 국토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관심을 모으는 수목장에 대해 생각하게된다.
나 자신 수목장에 대한 결정을 심사숙고하는 중이다.

공원묘원 너머 먼 바다를 자세히 살펴보면 안개로 인해 희미하긴 하지만
지난해 말 완공된 후 금년 초 다녀온 가덕대교의 해상 구간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좌측의 가덕도에서 이어지는 해저 침매터널 구간은 보이지 않지만
해저구간이 끝나는 후 대죽도에서 저도로 이어지는 해상구간의 다리와
그 우측 저도에서 거제시 장목면으로 이어지는 해상구간 다리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오후 3시26분
천자봉을 떠나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대발령 만남의광장으로 가는 하산길에서는
온통 흰색의 벚꽃이 눈을 현혹시킨다.
마치 온 산자락에 흰 눈이 덮인듯 하다.

아래를 내려다 보아도 도로가의 가로수마다
흰꽃을 피운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지나는 차량들은 벚꽃터널을 지난다.

오후 3시 48분
5시간 여의 산행을 끝내고 대발령 만남의광장 휴게소에 도착해
벚꽃 그늘 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허기진 뱃속을
간단한 간식과 시원한 막걸리 한 잔으로 달랜다.

이곳 진해 지역의 벚꽃은 대부분 우리나라 제주도가 원산지인
왕벚꽃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왕벚나무는 꽃잎이 크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무가 크고 꽃이 많이 피기 때문이라 한다.

오후 5시1분
진해의 벚꽃축제를 즐기기 위해 벚꽃길로 유명한
해군통제부쪽으로 차량을 타고 이동하려 했으나
이처럼 도로는 수많은 차량의 홍수로 몸살을 앓는다.

해군통제부까지 가려는 계획을 바꾸어
우람한 벚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경화역 부근을 둘러보기로 하고
버스에서 내려 경화역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하늘을 가린 벚꽃터널을 걸어본다.
또 다른 흰 봄꽃인 아카시 나무는 뿌리가 약해 강한 바람에 뿌리째 뽑히기 일쑤이지만
벚나무는 그 어느 나무보다 뿌리가 단단히 박히므로
웬만큼 강한 바람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고로 해안지방 가로수로는 적격인 셈이다.

진해선 성주사역과 진해역 사이에 있는 기차역인 경화역 주변
기찻길위를 수많은 사람들이 뒤덮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이곳 경화역은 여객업무를 중단했지만
매년 봄 관광객들을 위해 임시열차를 운행하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멀리 벚꽃 사이로 불모산 정상부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 경화역 부근의 벚나무들은 이처럼
거대한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며 가지마다 피어난 벚꽃들이
온통 하늘을 뒤덮는다.
수많은 행락인파들은 지난 1주일간의 피로를
벚꽃 그늘 아래서 털어내고 새로운 한 주일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오후 5시29분
경화역을 떠나 귀가 차량으로 향하는 길에서
동쪽 하늘로 눈을 돌린다.
시루봉 정상부를 중심으로 좌우 능선을 연결한 삼각지점에
'해병혼'이라는 글씨가 페인트 칠 되어 있다.

이런 글씨만 써 둘게 아니라
지난번 연평도에서와 같은 망신살 뻗칠 일만은
차후 절대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말 하루 일정을 마감한다.

위 지도상에 검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오늘 산행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