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27일 일요일 오전 8시1분
캄캄한 새벽에 대전을 출발해 2시간여를 달려온 끝에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에 도착했다.
풍속이 초속 6~7m 정도로 예상된다는 일기예보에 의하면
파도가 조금 거세지 않을까 예상했으나 방파제로 둘러싸인
바다는 잔잔하다.
오전 8시40분
가의도(賈誼島)로 향하는 정원 50명의 작은 배가 출항한지 5분여.
방파제를 벗어나자 비교적 높게 이는 파도가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서쪽으로 향하는 자그마한 여객선을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오전 8시30분, 그리고 오후 4시30분 하루 두차례
신진도항과 가의도를 왕복하는 정기여객선의 정원이 50명인지라
45인승 버스 1대와 승합차 1대로 출발한 58명의 일행 중 일부는
별도로 유람선을 섭외하여 가의도로 향한다.
오전 8시46분
신진도항에서 불과 5.5km거리의 가의도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동서방향으로 길게 누운 섬.
동서방향 길이가 4km 남짓하고 섬 전체 인구가 40여명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바닷바람이 무척 세찬데다 조금은 거칠은 파도 때문에 작은 배의 흔들림이
사진 찍는데 어려움을 준다.
다행스러운 것은 50명의 승선객들 대부분이 추위를 피해 선실 내부에서
쥐죽은듯 있음이다. 등산자켓의 후드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카메라 셧터를 누른다. 손끝이 무척 시리다.
뱃전 우측으로 멀리 바위섬이 어렴풋이 보이기에
망원렌즈를 300m까지 당겨 살펴 본다.
멋진 바위섬 앞으로 작은 어선이 지나간다.
저 바위섬 이름은 사자바위이다. 마치 사자가 웅크린채 포효하는듯 하다.
중국을 바라보며 우리 해안선을 지키는 형상이라 한다.
오전 9시3분
가의도의 북쪽 중간부에 위치한 북항에서 배를 내려
선착장을 벗어난다.
작은 바위산 너머 동쪽의 태양빛이 눈부시다.
작은 몽돌로 이루어진 손바닥만한 해변의 물 색깔이 에메랄드 빛이다.
서해안 답지 않게 맑고 깨끗한 물빛을 바라보니
이곳이 태안해안국립공원구역임이 실감난다.
마을 입구 길 옆으로는 대부분 마늘밭이 이어진다.
바람이 휘몰아치는 척박한 토양에서 해풍을 머금고 자란 이 섬의 마늘은
맛과 향미뿐만 아니라 잘 썩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병균에 강하고 바이러스가 옮지 않아 태안/서산 6쪽 마늘의 종구로 사용되고 있다 한다.
종자로 심고 수확하는 전 과정을 군에서 관리하여 외지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정도로 태안 육쪽마늘의 우수성을 보존하기 위해 애를 쓴다.
오전 9시20분
선착장에서 내려 잠시 주변 풍광을 둘러보는 등 산행 준비를 마치고
유난히 짧은 마을길을 지나 산행길로 접어든다.
이곳 가의도 주민의 태반이 거주하는 북항 바로 위 이 마을 이름은
'굿두말'이라 부른다.
어원(語源)이 어떻게 될까? 궁리해 보지만 나의 얕은 지식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또 하나의 숙제로 남긴다.
굿두말 중앙부에는 이와같은 큰 은행나무가 서 있다.
관광지도에는 '노거수(老巨樹)'라고 표기되어 있다.
지난 1996년 5월 태안군에서 보호수로 지정한
높이 40m,둘레 7m의 이 나무의 수령은 당시 450년으로 추정되었다 한다.
오전 9시35분
아늑한 산길을 따라 10여분 오르다 처음 만난 야생화 무리는
흰색 노루귀다. 이후 이 흰색 노루귀는 가의도 전체에 지천으로 피어난 것을 볼 수 있었다.
'눈 속의 어린 사슴' , '봄의 소식' 등의 꽃말을 가진 이 예쁜 꽃은
매년 3월이면 우리에게 봄소식을 알려주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야생화이다.
이른 봄 어린 잎을 나물로 해 먹거나
8~9월이면 포기째 채취하여 두통이나 장질환 약으로 쓰였던 노루귀.
이처럼 잔털이 많은 여린 잎사귀가 마치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 노루의 귀를 닮았다.
이곳 가의도의 가장 높은 곳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를 향해
서쪽 방향으로 산길을 올라간다.
탐방객이 많지 않음은 산행로 주변이 잡초로 우거져 있음으로도 알 수 있다.
거의 원시림 그대로의 상태를 간직하고 있다.
오전 9시41분
산행로 옆 작은 나무 둥치 아래에서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려는 보춘화를 발견했다.
주로 남부지방 해안에서 자생하는 '춘란(春蘭)'으로도 불리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보춘화(報春花)'라는 이름 그대로 '봄을 알리는 꽃'이지만
7시간 이상 머문 이곳 가의도에서 더 이상 보춘화를 만나지 못했다.
오전 9시42분
가의도의 가징 높은 지점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에 오른다.
해발고도 183m로 육지의 대부분 지방에서는 동네 뒤편 언덕보다 낮은 위치이지만
해안선 길이가 10km 남짓한 작은 섬에서는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뛰어난 조망처이다.
오전 9시43분
특별히 붙여진 산 이름이 없이 그냥 '큰산'이라고 불리는 이곳.
갑자기 몰아닥친 짙은 안개 때문에 동쪽 방향은 조망이 되지 않는다.
서쪽 방향으로도 이 작은 섬의 끝 부분이 어렴풋이 보인다.
오전 9시44분
안개가 걷히면 서쪽 섬 끝으로 이어진 바다의 작은 섬들인
끝섬,옹도의 멋진 자태를 볼 수 있고
하늘이 쾌청하다면 더 멀리 격렬비열도의 작은 섬들의 윤곽이나마 보려니 했지만
불과 1분 사이에 짙은 안개가 계속 밀려든다.
오전 9시46분
전망대에서 내려와 서쪽 방향으로 계속 발길을 옮긴다.
전망대를 지나면서부터는 등산로가 점점 더 희미해 진다.
대부분의 탐방객들이 전망대까지만 다녀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전 9시54분
요염한 여인의 붉은 입술처럼 살짝 벌어지며 피어나는 현호색(玄胡索)을 만난다.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녹으며 이른 봄부터 싹을 틔우고 꽃이 피는 야생화이다.
어찌 보면 꽃 모양이 종달새의 머리 깃과도 닮았다.
속명 'corydali는 그리스 어로 ‘종달새’란 뜻을 가지고 있음이 이해된다.
유독성 식물이지만, 덩이줄기는 '연호색(延胡索)'이라 하며
혈액순환을 도와 한기를 다스리는 데 이용된다.
모르핀에 견줄 정도로 강력한 진통작용이 있다고도 한다.
흰색 노루귀뿐 아니라 이와같은 분홍색 노루귀도
등산로 주위에 지천으로 피어난다.
이곳 가의도에 야생화를 보기위한 사진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 이유를 알듯 하다.
오전 10시 12분
남쪽을 향해 비탈진 산자락에는 복수초(福壽草)가 군락으로 피어난다.
이른 봄철 땅위에 쌓인 눈을 뚫고 피어나는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진 야생화인 복수초.
복(福)과 장수(長壽)를 가져다 주는 꽃이라 해서 복수초라고 부른다.
오늘 함께 가의도를 찾은 50여명의 일행들 모두의 복과 장수를 빌어본다.
오전 10시44분
전망대를 지나 서쪽으로 이어지는 숲길은 이제 등산로의 흔적이 거의 없다.
유난히 가시나무가 많은 잡목 숲을 헤치며 지나는 길.
손과 다리에 가시가 찔리기를 수십번. 그러나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는 길은 행복하다.
사람의 인적이 거의 없는 곳이다보니
이처럼 살아있는 나뭇가지에도 영지버섯이 자유롭게 자란다.
진행로 좌측은 급경사의 사면이지만
우측인 북쪽 방향으로는 아직은 잎이 나지 않은 나뭇가지 사이로
맑고 깨끗한 태안해안국립공원구역의 푸른 바닷물이 상쾌함을 불어 넣는 길이다.
오전 11시5분
가의도의 서쪽 끝부분은 아래로 깎아지른듯한 바위 절벽이다.
눈 아래 작은 바위섬이 덩그러니 던져 놓은듯 흰 파도를 온몸으로 맞으며 서 있다.
그 너머 바다 가운데에는 지도상에 '끝섬'이라 표기된 섬이 보인다.
끝 섬 좌측 멀리 유인등대가 있는 옹도가 자리하고 있음에도
끝이라는 이름이 웬지 모르게 슬프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 곳곳의 섬에는 "끝섬"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많다.
또한 '끝섬"이라는 이름의 책과 노래도 몇 차례 접한 적이 있다.
오전 11시20분
끝섬이 바라보이는 서쪽 해안가 절벽을 기점으로 방향을 동쪽으로 바꾸어
우측으로 남쪽 바다를 바라보며 산행길을 이어간다.
촘촘하게 자라는 가시나무 사이를 헤쳐가느라 앞 정갱이의 상처가 쓰리다.
소나무가 거의 없는 이곳 가의도 산행중 드물게 보는 적송 가지 사이로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끝섬과 옹도가 눈에 들어온다.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보이는 옹도를 망원렌즈로 잡아본다.
옹기를 엎어 놓은 형상이라는 옹도(甕島)는 1907년부터 불을 밝히기 시작한 유인 등대섬이다.
1909년 6월부터 불을 밝히기 시작해 1994년 무인화한 등대가 있는
북격렬비도(北格列飛島)로 가는 길목이다.
이 섬 사이로는 꽤나 유속이 빠른 수도(channel)가 있다.
최대 유속 약 4.7 노트의 관장항수도이다.
진행방향 우측인 남쪽 절벽 아래로는 멋진 기암괴석들이 이어진다.
이 작은 바위는 마치 피라미드를 닮았다.
자연이 빚은 예술작품이다.
오전 11시56분
멋진 해안풍경에 넋을 놓다시피 걷는 길.
자연 걸음이 느려진다.
느려진 걸음 덕분인지 멀리 떨어진 나무숲에 핀 흰꽃을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간다.
꽃 모양은 제비꽃과 흡사하지만 보라색이 아닌 흰색이다.
아래쪽 가운데 꽃잎에 자주색 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서울 남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 붙여졌다는
'남산제비꽃'이 아닌가 싶다.
낮 12시30분
3시간쯤 전 올랐던 큰산 정상의 전망대를 지나
오전과 달리 남쪽으로 난 길을 이어간다.
북동쪽으로 멀리 가의도 북쪽 끝부분인
신장벌쪽과 그 너머 송장너미가 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나무숲 사이로 솔섬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아늑한 곳이다.
친분있는 일행 몇과 어울려 아늑한 나무숲에 둘러 앉아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한다.
아침 9시에 섬에 도착하여 나가는 배가 오후 5시 한차례뿐이니
시간 여유가 많아서인지 마음이 편하다. 여유로움을 느낀다.
오후 1시7분
점심식사와 휴식을 끝낸 후 섬의 남쪽 편에 위치한 남항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오전에 지나쳤던 북항 바로 위 굿두말 주위 풍경이 고즈넉하다.
섬 전체에 지천으로 깔린 달래를 캐느라 분주한 사람들도 눈에 띈다.
오후 1시12분
북항과 작은 고개를 사이에 두고 있는 남항마을로 들어선다.
방파제 바로 앞 바다에 서 있는 멋진 형상의 솔섬이 특이한 곳.
아침에 여객선이 도착한 북항에 파도가 심할 때 여객선이 접안하는 방파제는
일부분이 파손된 채 위험스러워 보인다.
지난 해인 2010년 9월초 전국을 강타한 태풍 곤파스가 남긴 흔적이다.
서해안 낙도의 이런 피해를 정부당국자가 모를리가 없을텐데...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을 위시한 공무원들이 자신의 고향에
이런 피해를 입었다면 아직까지 이렇게 방치해 두었을까?
더구나 지난해 태풍 직후 이곳 주민 누군가가 대통령과 통화까지 했다는
얘기를 들은바도 있는데...
썰물이 되면 방파제와 뭍으로 연결되는 아주 작은 바위섬인 솔섬은
방파제와 마치 손이 닿을듯 가까운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바위 정상 부근에 양쪽으로 자라는 소나무가 마치
두개의 앙증맞은 귀처럼 보인다.
부서진 방파제 끝에서 바라보는
손바닥만한 몽돌해변이 아름답다.
바닷물 색깔은 코발트 빛이다.
구름낀 날씨가 조금 아쉽다.
햇빛이 비치면 형언하기 어려운 보석처럼 빛날듯한 풍경이다.
몽돌해변의 작은 몽돌 위를 거닐어본다.
발밑에 밟히는 작은 돌들의 느낌이 기분을 들뜨게 한다.
날씨가 따뜻한 때라면 훌렁 벗어부치고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다.
오후가 되면서 조금씩 더 거칠어가는 바닷물이 연이어 포말을 일으킨다.
지난 2007년 12월 태안 앞바다에서 일어난 유조선 충돌사고로 엄청난 재난을 몰고 왔던 현장.
그 이전까지는 낚시꾼들만 간혹 찾아오던 이름 모를 작은 섬.
그 당시 기름 제거를 위해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다녀간 후
일반에게 점차 알려지기 시작한 서해의 보석같은 섬 이곳 가의도.
다시는 그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기묘한 형태로 그림을 그려 놓은 해변 암반 위에는
이처럼 경주의 포석정을 닮은 형상도 보인다.
달 밝은 밤에 이곳에 나와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둘러 앉아
한 잔 술을 나누며 밤을 지새고 싶은 그런 곳이다.
세찬 바닷 바람에 밀려온 흰 파도가 빚어 놓은 조각품
마치 튤립 송이를 파도가 빚어 놓은듯한 형상도 눈길을 끈다.
오후 1시27분
자연이 빚어 놓은 멋진 조각품에 한동안 심취해 본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는 멋진 자연 경관이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아직 둘러보지 않은 가의도의 동쪽 절반을 보기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오후 1시36분
남항마을을 떠나 섬의 동쪽으로 이동한다.
주황색과 파란색으로 치장된 원색의 지붕으로 이루어진 몇채 안되는
야트막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곳.
굿두말을 내려다보며 바로 옆 마을인 '큰말' 방향인 동쪽으로 걸음을 이어간다.
오후 1시54분
큰말 위를 지나 걸음을 이어간다.
멀리 마을 아래 조금 보이는 해변가를 일컬어
큰말장벌해수욕장이라 한다.
해안가의 암벽과 파도가 어우러진 풍경이 멋진 곳이다.
양쪽으로 대숲이 우거진 오솔길을 걸어 오르는 몇몇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여유롭다.
몇몇 산행객들 사이로 이곳 가의도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4륜 오토바이가 경쾌한 엔진소리를 내며 오르막을 오른다.
오후 2시20분
독립문 바위가 보이는 신장벌을 향해 동쪽으로 걸음을 옮겼으나
이곳 가의도가 초행길인데다 이정표나 등산로가 분명치 않아
남동쪽 절벽가에서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서쪽으로는 활처럼 휘어져 도는 아름다운 해안선이 펼쳐진다.
북동쪽 멀리 나뭇가지 사이로 희미한 작은 바위 섬이 보인다.
망원렌즈로 당겨보니 독립문바위와 그 옆의 돛단바위 일부가 보인다.
저 독립문 바위 앞쪽인 신장벌로 가야할 것을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멀리서 독립문바위의 뒤쪽만 바라보게 된 것이다.
오후 2시33분
다시 서쪽으로 발걸음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도중
활짝 핀 산자고 한송이를 만난다.
오전에 산행 시작시부터 등산로 주위에서 셀 수 없이 만났던 산자고 군락들이 대부분
아직 만개하지 않은 상태였던데 반해 활짝 핀 꽃을 보니 무척 반갑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백합과의 야생화인 이 '산자고(山慈姑)'는
꽃말이 '봄처녀' 이다.
큰말에서 이곳으로 이어지는 산길에는 유난히 소사나무가 많다.
그래서인지 마을 부근에 세워 놓은 이정표에도 소사나무길이라 붙어 있다
최근 각 가정에서 분재로 만들어 많이 가꾸는 소사나무는
원산지가 우리나라이다. 그래서인지 영어 이름이 "Korean Hornbeam"이다.
오후 2시53분
1시간여 전 지났던 큰말쪽으로 다시 돌아와 오전에 도착한
북항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아직 섬을 떠날 시간이 두시간여가 남았지만...
아침에 산행을 시작해 5시간 이상 걸음을 걸은데다
조금 전 친한 친구가 모친상을 당했다는 연락을 받은데 이어
내일 빈소가 마련된 울산에 디녀올 생각을 하니
조금 피로함을 느껴서이다.
오후 4시38분
가의도에서의 산행을 마치고 북항에서 기다리는 동안 오랫만에 심한 추위를 느꼈다.
봄이 찾아온듯 하다가 심술부리는 꽃샘추위는 마음속까지 얼어붙게 만든다.
정기 여객선은 오후 5시가 되어야 들어올테지만
오늘 우리 일행을 이끄는 운영진이 유람선을 섭외하여 조금 이른 시각에
섬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급한 마음에 까마득히 보이는 바다 멀리 파도를 헤치며 달려 오는 유람선을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오후 4시38분
7시간반동안 머물렀던 가의도를 뒤로하고
신진도항을 향해 우리 일행 58명 모두가 함께 탄 배는
신진도항을 향해 물살을 가른다.
오전보다 거칠어진 파도에 배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한다.
잔뜩 찌푸린 하늘이지만
서쪽으로 자그마한 빛이 바다위를 비춘다.
바닷바람이 무척 세차다. 온몸이 덜덜 떨린다.
구름 사이로 뚫고 쏟아져 내리는 햇빛이 비추이는 바다
밝은 햇빛을 받은 바다가 은빛으로 빛난다.
심한 추위를 느끼면서도 선실에 들어가지 않고
심하게 흔들리는 배 위에서 난간을 붙들고 서 있었던 덕분에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오후 4시44분
정기여객선이 아닌 유람선을 탄 덕분에
우리 운영진과 유람선 선장님과의 협의가 잘 된 덕분인지
유람선이 산행길을 잘못들어 구경못한 독립문바위 근처로 다가간다.
독립문바위 우측의 길게 세워진듯한 바위는 돛단바위이다.
오후 4시47분
독립문바위 앞에서 유람선이 잠시 멈추어 사진찍을 기회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바위에 대한 안내방송까지 이어진다..
보는 각도에 따라 독립문을 닮았다하여 '독립문바위'라 부른다고도 하고
코끼리를 닮아 코끼리바위라 부르기도 하는 이 바위.
다른 이름으로는 '마귀할멈바위'라 불리기도 하는데 그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오래전 마귀할멈이 조류 거세기로 악명 높은 부근의 ‘간장목’을 건너다
속곳이 젖자 홧김에 소변을 봤는데, 그때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
독립문바위 우측으로 나란히 붙은 이 바위 이름은 "돛단바위"이다.
바위의 생긴 모양이 돛을 단 범선을 닮아서라고 한다.
얘기를 듣고 자세히 바라보니 마치 해적들이 갑판위를 분주히 오가는듯 느껴지기도 한다.
오후 4시49분
잠시 멈추었던 유람선은 세찬 파도를 가르며 신진도항을 향해 다시 내달린다.
독립문바위,돛단바위 우측으로 자그마한 해변이 보인다.
가의도 유일의 모래해수욕장인 '흔장벌해수욕장'이다.
저 해수욕장 좌우로 기암괴석들이 마치 병풍을 친듯 두르고 있는 경치로 인해
'서해의 하와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지도에는 '신장벌'이라 되어 있지만 주민들은 '흔장벌'이라 부른다.
몽돌이 많은 곳을 사투리로 ‘장부리’라고 하는데,
그 앞에 ‘흐옇다’는 뜻의 ‘흔’이 붙어 이뤄진 지명이다.
오후 4시57분
심하게 치던 파도는 신진도항 방파제를 들어서며 잔잔해지기 시작한다.
이 흰색 등대는 신진도항으로 들어오면서 왼쪽으로 보이는 등대이다.
사진으로도 안과 밖의 파도의 세기가 구분이 된다.
항구로 들어서면서 오른쪽으로는 붉은색 등대이다.
어느 항구를 가든 방파제 양쪽의 등대 색깔은
항구로 들어서며 바라보는 좌측은 흰색이고 우측은 붉은색이다.
밤에는 흰 등대는 초록색 불을 붉은색 등대는 붉은색 불을 켠다.
깜깜한 밤중이나 처음 찾는 곳이라도 등대의 색깔과
그 불빛의 색깔로 위험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오후 5시3분
비교적 심한 파도를 헤치고 달려온 유람선이 신진도항에 도착해
우리 일행 모두 무사히 배를 내려 휴일 하루 일정을 마감하고 귀가 길에 오른다.
안흥과 신진도를 연결하는 ‘신진대교'가 놓인 이후에 원래의 안흥항은 안흥내항으로
그리고 이곳 신진항은 안흥외항으로 각각 개명되었다.
그러나 오래전 역사를 훎어보면 이곳 ‘신진도(新津島)’는 본래부터 섬은 아니었다.
안흥과 연결되어 있던 것이 자연적으로 파도나 조류 등에 의해
분리되면서 새로 생긴 나루터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위 지도상에 파란색 실선으로 표시한 부분이
이날 가의도에서 이동한 경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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