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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막이옛길에서 연휴의 피로를 씻어내다.



 

2011년 9월13일 오전 10시45분
4일간의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운동 부족으로 나태해진 몸을 추스러기 위해 도착한 곳.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의 '산막이옛길'주차장에서 차를 내려
산막이옛길 걷기에 나선다.





오전 10시50분
각양각색의 호박이 주렁주렁 열린 긴 터널을 지난다.
이곳을 찾은 모든이들의 마음이 절로 즐겁고 행복해지는 구간이다.
이름하여 "예쁜 호박터널".





예쁜 호박터널을 지나면 이와같은 예쁜 입간판을 만난다.
이곳 산막이옛길을 지도로 안내한 간판이다.





안내 입간판 바로 옆 관광안내소에서 산막이옛길에 대한
안내 브로셔를 받아들고 앞으로 몇시간에 걸친 여정에 대해 일행들끼리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이곳 '산막이옛길'은 괴산호 주변 마을인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 마을에서부터
산골마을인 산막이 마을까지 흔적이 남아있는 10리길이다.
옛길을 따라 펼쳐지는 산과 물, 그리고 숲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길이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진입로 부근의 무미건조함을 달래기 위함인지
길 양 옆으로 작은 돌을 정성들여 쌓아 놓았다.





오전 10시57분
괴산군에서 이곳을 개발하면서 20여개소의 명소에 이름 붙여 놓았는데,
이곳에 붙은 이름은 연리지이다.
"연리지[連理枝]"라 함은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으로
남녀 사이 혹은 부부애가 진한 것을 비유하며, 예전에는 효성이 지극한 부모와 자식을 비유하기도 하였다.





연리지 앞에 나란히 선 남녀의 모습이 무척 진지해 보인다.
저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





연리지를 지난 후 '고인돌 쉼터'를 뒤로하고
연이어 40년생 소나무가 자라는 1만여평 정도의 소나무동산을 가로지르며
발길은 이어진다.





좌측으로는 잔잔한 수면에서 시원한 바람을 보내주는
괴산호를 끼고 이어지는 길.
시원한 바람결에 솔햘기가 진하게 묻어난다.





호수를 끼고 이어지는 산책로 주변에는 전망대, 쉼터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에게 충분한 쉼터를 제공한다.





목재 데크로 만든 이와같은 전망대가 호수 변에 수없이 만들어져 있기에
웬만큼 많은 인파가 이곳을 찾더라도 큰 혼잡은 없을듯 하다.





이 전망대에서 지나온 쪽을 뒤돌아보면 출발지점인 주차장 부근의
괴산수력발전소 '칠성댐'이 보인다.

우리나라 기술진이 지난 1957년에 최초로 만든 기념비적인 수력발전소가 저곳에 있다.
저곳에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필적으로 만든 단기 4290년 1월로 표기한 현판이 있으며
당시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으나
1,300kw 발전기 2기로 발전하는 2,600kw의 발전용량이므로
요즈음으로 보면 초미니 발전소인 셈이다.
참고로 청평수력발전소의 발전용량은 현재 79,600kw이다.





오전 11시2분
소나무 숲을 가로질러 만들어진 이 출렁다리는
이곳 산막이옛길 구간증 가장 인기있고 스릴을 느끼는 구간이다.





상하 좌우로 요동하는 출렁다리를 양쪽의 밧줄을 움켜쥔채 건너는 동안
군대 유격훈련을 연상하는 이들이 많으리라.
노약자를 위해서는 우회하는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노약자는 이 출렁다리의 이용을 피함이 좋을 듯 싶다.





오전 11시8분
산막이옛길 산책로와 등잔봉으로 이어지는 산행로가 갈라지는 노루샘 부근이다.
이곳을 찾은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2.8km 떨어진 산막이 마을로 이어지는
호수변 산책길을 따라 걸음을 이어간다.





그러나 나는 대전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 일행들과 함께 등잔봉으로 향하는
산행로로 접어든다.
해발고도 300m 이상을 900m라는 짧은 거리로 올라야 하므로 상당한 급경사 산길이다.





오전 11시34분
급경사 오르막을 십여분 이상 오르다보니 무척 덥다.
이미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바위가 많은 산임에도 습기가 무착 많아서인지 등산로 주변에 물가에서 자생하는
여름 야생화인 물봉선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늦더위가 심한 날씨 때문이리라.





그러나 아무리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라도 계절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음이다.
해발고도 300m를 넘는 곳이어서인지 초록빛 나뭇잎들이 노란색 옷으로 갈아 입는 중이다.





마치 나뭇잎이 가을에 단풍이 들듯 갈색 빛을 띈 사마귀도 눈에 띈다.
암,수가 교미를 한 후 암컷이 수컷을 잡아 먹을 정도로 포악한 사마귀.
그 사마귀 중에서도 유난히 포악한 사마귀가 이처럼 계절에 관계없이 갈색을 띈 '갈색좀사마귀' 또는
'왕사마귀'라 한다. 어찌 보면 좀 섬찟하기도 하다.





노루샘 부근에서 산막이옛길을 벗어나 등잔봉으로 이어지는 산행로는
'편안하고 완만한 길' 과 '힘 들고 위험한 길'로 나뉘어 있음을
산행로 곳곳에 설치된 이정표가 알려준다.
그러나, 숨이 턱에까지 차 오르는 산행의 느낌을 얻기 위해서는
'힘들고 위험한 길'로 오르기를 자청한다.





오전 11시53분
가쁜 숨을 고르며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 본다.
좌측으로는 멀리 칠성댐에서부터 달천으로 이어지는 괴산호가 드넓게 펼쳐진다.





우측으로 눈을 돌리면 큰군자산 아래로 굽이 도는 호수면의 우각호 주위로 절경이 펼쳐진다.
우측의 호수변 자그마한 마을이 이곳 '산막이옛길'이란 이름을 가져다 준
바로 그 산막이 마을이다.





산막이 마을 선착장을 출발한 아담한 작은 유람선은
거울처럼 잔잔한 괴산호 수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잠시 후면 저 아담한 유람선은 1시간 여전 내가 출발한 주차장 부근의
차돌바위선착장에 도착해 시원한 호수바람으로 몸과 마음이 시원해진 탐방객들을 내려 줄 것이다.





낮 12시 3분
오늘 산행구간중 최고봉인 해발 450m 등잔봉 정상에 당도했다.
오래 전 옛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간 아들의 장원급제를 위해
어느 어머니가 등잔불을 켜 놓고 100일 치성을 올린데서 그 이름을 얻었다한다.

아직은 별도의 정상석이 없는 등잔봉 정상까지 평면 거리 900m를 오르는데 무려 1시간 가까이 걸린 셈이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때문에 땀을 비오듯 쏟을 정도의 더운 날씨,
그리고 급경사 오르막길, 추석 연휴 며칠간 기름진 음식만 먹고 운동을 하지 않은 죄 등
여러가지가 복합된 때문이리라.





호수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 앞에 마련된 쉼터에서 흘린 땀을 씻으며 휴식을 취하는 몇몇 산행객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행복하게 보인다.
나 또한 며칠간의 연휴기간 중 무거워진 몸이 날듯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낮 12시7분
산행 들머리에서부터 등잔봉까지 이어진 급경사 오르막 길은 북향한 길이었지만
등잔봉을 지나 천장봉으로 이어지는 해발고도 400m 내외의 능선길은 서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본다.
등잔봉 너머로 멀리 칠성면 소재지 마을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 온다.





진행방향 우측인 북쪽으로는 칠성면 흑석리의 산골 마을인 안흥골이
크고 작은 산들에 둘러싸인 아늑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안흥골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본다.
채 20여호가 되지 않는 작은 산골 마을이지만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과
인삼 등 특용작물을 가꾸는 듯한 자그마한 밭들에서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그림같은 풍경이다. 내 마음이 편안해 진다.





낮 12시22분
등잔봉에서 900m 정도를 지나온 지점 이제 천장봉까지는 500여m 정도 남은 지점이다.
좁은 능선 위에 자라는 소나무 가지의 모양만 보고서도 동서남북 방향이 명확히 구분될 정도이다.
춥고 매서운 겨울 북풍 때문인지 모든 나뭇가지들이 남쪽을 향하고 있다.
심지어 나무 기둥까지 남쪽을 향해 비스듬히 자란다.





바위가 많은 척박한 토질 때문인지 이처럼 죽은 나무도 곧잘 눈에 띈다.
"사계절이 뚜렷해 살기 좋은 우리나라"라는 말은 이치에 닿지 않는 거짓된 말임을 소나무에게서 배운다.
겨울이면 영하 20도를 밑돌고 여름이면 30도 이상의 고온이 이어지는 날씨는
인간에게도 식물에게도 견디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그런 한 편 이처럼 온통 바위 투성이에 이끼 투성이인 환경에서도
바람을 피해가며 더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 온 몸을 뒤틀며 자라는 나뭇가지에서
강한 생명력을 배운다.





낮 12시31분
천장봉까지 거리 300m를 남겨준 지점에 한반도 전망대가 있다.
손길이 많이 닿은 정성 들인 이정표에서 괴산군 당국의 관광객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망대에서 호수를 내려다 본 이 모습이 한반도 모양과 비슷한 풍경을 연출한다하여 이곳에
'한반도 전망대'란 이름을 붙여 놓았다.
강원도 영월 선암마을, 충북 옥천의 둔주봉에서 바라본 풍경,
전남 완도군 증도 최고봉인 상정봉 정상에서 바라본 한반도 모습의 해송숲 등등..
우리나라 곳곳에는 한반도 지형을 닮은 곳들이 많다.





이 사진은 위 사진의 좌우 방향을 바꿔 놓은 사진이다.
한반도 지형에 더 가까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온다.
하늘에 잔뜩 낀 구름 때문에 호수 수면에 비치는 파란 하늘을 볼 수 없음이 무척 아쉽다.





오후 1시9분
천장봉을 100m 정도 남겨둔 지점에 마련된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부근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점심 식사와 휴식을 즐긴 후 하산 채비를 한다.
이곳 전망대 이름은 '괴산호 전망대'이다.





이곳 괴산호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호수의 풍경 또한 한반도 전망대에서의 그것과
별반 다를바 없다. 등잔봉에서 천장봉으로 이어지는 1.4km정도 길이의 능선 어느곳에서든지
눈만 돌리면 이처럼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곳임은 분명하다.





해발고도 437m 인 천장봉 정상 또한 별도의 정상석은 없다.
최근에 만들어 세운듯한 이정표가 정상석을 대신 한다.





다만 가슴 아픈 것은 천장봉 정상에서 서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나무 그늘에
온통 고사리가 만발했다. 그리고, 나무 둥치들이 대부분 검게 그을려 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산불이 났었음을 입증하는 부분들이다.
다시는 이곳이 화마에 휩쓸리는 일이 없기만을 바란다.





오후 1시23분
산행 시작부터 계속 찌푸려 있던 하늘의 구름이 조금씩 걷히며
파란 하늘이 조금씩 드러난다.
산행 시작 때부터 하늘이 맑았더라면 좀 더 멋지고 깨끗한 경치를 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긴채 하산 길에 나선다.





괴산호 전망대 남쪽 방향 비탈 사면을 따라 이어지는 하산길은 무척 가파른 내리막 길이다.
이런 길을 오를 때는 힘은 들지만 위험성은 덜하다.
그러나 내려갈 때는 무척 조심스럽다. 더구나 마사토가 주를 이루는 산길인지라 무척 미끄럽다.





오후 1시42분
가파른 내리막 산길을 20분 가까이 내려온 끝에 산막이옛길과 만나는 지점인 '진달래동산'에 도착해
한숨을 돌린다.
이른 봄이면 연분홍 진달래가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 소식을 전해줄 진달래 동산.
지금이 봄이 아님이 아쉼다.
이곳 산막이옛길의 종점인 산막이 마을까지는 서쪽으로 1.3km라는 짧은 거리를 남겨둔 곳이지만
귀가할 차량 탑승 시간에 여유가 없어 동쪽 방향으로 2.7km거리인 주차장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이곳 산막이옛길 산책코스는 이처럼 호숫가의 깎아지른 바위 절벽 가에 목재 데크를 설치하여
만들어 놓은 산책길이다.
시원한 나무 그늘을 따라 이어지는 여유로운 산책길이다.





다른 한쪽으로는 이처럼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풍경의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길이다.
시원한 바람이 끊이지 않는 호수에는 유람선, 모터보트 등이 연이어 지나다나며
눈이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또한 호숫가 곳곳에는 '고공전망대' , '괴음정(槐陰亭)' , '망세루(忘世樓)' 등으로
이름 붙여진 전망대를 만들어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오후 1시51분
호수전망대를 지난다.
연휴 마지막날인 오늘 오전 산행 시작시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던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
휴일 마지막 날을 즐기는 모습들이다. 특히 가족 단위 행락객들이 많은 점이 눈길을 끈다.
몸이 튼튼하지 못한 어린 아이들이나 노약자들은 이곳에서 한동안 휴식을 취한 후
주차장으로 되돌아 가는 모습도 곧잘 눈에 띈다.





괴산 수력발전소 칠성댐이 비교적 가까이 보이는 지점이다.
이제 주차장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군자산 자락의 갈론계곡을 향할 때 저 칠성댐 수문이 2개 열려 맑은 물을 토해낼 때의
그 멋진 풍경을 다시 보았으면 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다.





이곳 산막이 옛길을 조성하며 이름 붙인 26개소의 명소를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이어진다.
굵은 나뭇가지 밑둥을 관통해 자라는 덩굴식물이 특이한 모습으로 비친다.
이곳의 이름은 "풀과 나무의 사랑"이다.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절벽 사면은 나무와 풀이 우거져 깊은 산속처럼 여겨지지만
이처럼 이끼 낀 바위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물줄기는 작은 폭포를 만들기도 한다.
2.5초의 카메라 셔터 노출에 의해 표현되는 가느다란 물줄기는 비단 자락을 드리운듯 하다.





미녀 엉덩이를 닮은 참나무에는 친절하게도 만져보라는 글귀까지 있다.
손자국으로 조금 닳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
혹시라도 변태라는 손가락질을 받을까 저어하여서인지 손길이 쉬이 닿지는 않는다.





사람 키 몇배 정도되는 큰 바위. 온통 이끼로 뒤덮인 이 바위 이름은 "스핑크스 바위"이다.
안내 표지판에 쓰인 설명문에는
"이집트 스핑크스가 산막이옛길이 아름다워 관광왔다우!"라고 씌어 있다.





산책로를 가로 막은채 키 큰 사람은 고개를 숙여야만 지나는 길.
이 바위의 이름은 "여우비 바위굴"이다.
'여우비'란 햇빛이 나 있는 상태에서 잠깐 내리다 그치는 비를 말함이니
그럴듯한 작명 솜씨를 보인 바위인듯 싶다.





'호랑이 굴'이라 이름 붙인 명소 앞에는 호랑이 모형도 만들어 두었다.
호랑이 모형 근처에서 행복해하는 저 행락객들의 웃는 모습이
이곳 산막이옛길이 어떤 곳인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산막이옛길에서 10m 벗어난 곳으로 가는 안내 표지판에
'사랑 나누는 소나무 보러 가기'라는 글귀가 있는 또 하나의 명소.
특이한 형태로 자란 두 그루의 소나무. 보는 방향에 따라 조금은 민망한 모습이 연출된다.
이 나무에는 "정사목(情事木)"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오후 2시17분
칠성댐이 눈 앞에 보이는 곳까지 왔다.
아쉽지만 3시간 반에 걸친 등잔봉,천장봉 산행과 산막이옛길 산책을 마감한다.
1시간 정도의 여유만 더 있었어도 산막이 마을까지 다녀올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족 단위 나들이 장소로 추천할만한 곳이다.
등잔봉-천장봉을 잇는 산행과 연계해도 좋고 힘이 부치는 이들이라면
왕복 8km 남짓한 산막이옛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