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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봉을 거쳐 묵호항으로 이어진 강원 동해시로 떠난 여정



2011년 9월4일 일요일 오전 11시30분
아침 일찍 대전을 출발해 줄곧 초가을 하늘을 보여주던 날씨가
대관령을 넘으면서 짙은 안개와 빗줄기가 이어지더니
강원도 동해시 천곡동 소재 동해시 종합운동장 위
초록봉 산행 들머리에서 산행준비를 하는 동안 빗줄기는 더 굵어진다.

카메라와 렌즈를 각기 방수팩에 잘 갈무리한 후 배낭커버를 씌우고
우의를 챙겨 입고 우중 산행을 감행한다.
오늘의 산행기록 사진은 방수팩에 넣어 목에 걸어 놓은 스마트폰으로
찍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 또한 한장의 사진을 찍을 때마다 스마트폰의 렌즈 부위를 손으로 닦아내고 찍어야 한다.





날씨가 좋았다면 이 산행 안내판의 3코스 를 통해 초록봉에 오르며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을 가슴속에 담으려 했으나 굵은 빗줄기 때문에
2~3시간이면 하산까지 가능한 1코스로 초록봉에 오르기로 한다.





오 전 11시37분
동해고속도로 아래를 지나는 임도를 따라 오르막길을 오르며 산행길은 이어진다.
어제 일본 서부 지방을 강타하며 북상중인 태풍의 여파 때문인지
비 내리는 고속도로의 통행 차량도 거의 없는 궂은 날씨이다.





산행로 주변은 파란 잎에 노란 수술로 치 장한 작고 예쁜 야생화인
닭의장풀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빗줄기에 씻겨 반짝거리는 작은 잎의 생기를 바라보며
궂은 날씨로 조금은 가라 앉은 내 기분을 추스른다.





오전 11시41분
10여분간 이어지던 차 량 통행이 가능한 임도를 버리고 산길로 접어든다.
비록 정상까지 가장 짦은 구간인 1구간을 따르는 산행로이지만
이곳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2.4km 이다.
우의를 입은 몸이지만 옷은 이미 습기와 땀으로 축축히 젖었다.





고도를 높여 갈수록 안개는 점점 짙어져 간다.
초록봉 정상에서 동해바다는 커녕 한치 앞도 보지 못할 것이라는 각오는 이미 한 상태이지만
안개가 짙어짐을 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은 기 운이 빠진다.





길섶 나무 그늘 아래에서 큼지막한 버섯 두 송이를 발견했다.
이름은 '우산 버섯'. 잘 접하지 못한 버섯인지라 하나를 스마트폰으로 담고,
다시 나머 지 한 송이를 사진으로 담으려는 순간 주위에서 산행중이던 중년 부부 중
남편이 두 송이 모두를 냉큼 뽑아 손에 쥔다.
왜 뽑느냐고 물으니 "이 버섯 먹는겁니다!"

속으로 울화가 치밀며, 입 속으로 "개XX!" 라는 욕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정말 몰상식한 인간의 탈을 쓴 '잉여인간'이다 .
수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하며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게 배려한 것을 모르는지?





줄기차게 내리는 가을 비를 품에 안은 작 은 산의 계곡은
그 흐르는 물을 모으고 모아 이처럼 멋진 폭포를 만든다.
물 소리 또한 제법 우렁차다.
아무리 작고 낮은 산일지언정 얕잡아 볼 수 없음을 새삼 느낀다.





오전 11시52분
작은 계곡이지만 그 한 켠에는 이처럼 약수터가 있고 물 바가지도 하나 놓여 있다.
비록 오늘은 비가 내리는 시원한 날씨인지라 인기가 없겠지만
맑고 더운 날이면 수많 은 산행객들이 이곳에서 갈증을 달래며 고마워 했으리라.





등산로 옆을 따라 이어지는 작은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은
주변의 운치를 돋보이게 한다.
어쩌면 맑은 날보다 비오는 날이 이런 운치는 더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오전 11시59분
'너와집'이라 칭하기에 는 좀 부족한 점이 있어보이는 나무판으로 지붕을 이은
조금은 허름해 보이는 집 한 채를 만난다.
작은 집 벽면의 허름한 간판에 쓰인 메뉴가 다 양하다.
각종 음식,주류, 그리고 등산용품.
빗줄기는 점점 굵어진다.
처마 끝을 따라 흘러 내리는 빗물 줄기도 무척 굵어져 간 다.





낮 12시
비 교적 평탄한 길이 끝나고 비좁은 산길로 접어들기 전 마지막 민가를 만난다.
창틀 아래 가지런히 쌓인 장작 더미를 바라보며
문득 지금은 연로 하신 어머니 말씀이 생각난다.

내 어릴 적 늦가을이면 김장을 끝낸 후 뒷뜰의 광 문을 열어보며 어머니는 이렇게 되뇌이곤 하셨다.
"가득 쌓 인 연탄을 바라보니 올 겨울 추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낮 12시5분
마지막 민가를 벗어나 숲 길로 들어선 후 잇따라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된다.
골짜기를 따라 짙은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자니
불현듯 이곳이 아주 깊 고 깊은 산골짜기인듯 여겨지기조차 한다.





잠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 후 가쁜 숨을 잠시나마 고를 수 있는 평지가 나타나지만
줄기차게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는 잠시라도 머무는 것을 마음이 허락치 않는다.
맑은 날이면 저 크고 작은 돌 위에 삼삼오오 걸터 앉아 담소를 나누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으련만..





낮 12시17분
세차게 쏟아져 내리는 멋 진 폭포를 보고도 머물지 못하고 일별한 채 지나친다.
금년 여름 계곡 산행중 만났던 지리산 한신계곡을 비롯
물한계곡, 주왕산계곡,덕산기계곡, 아침가리골 등등 이름난 곳들의
수많은 폭포들 보다야 못할지라도 저 맑은 시원한 물에 발 한 번 못 담그고 지나다니 아쉽기만 하 다.





낮 12시20분
바위 절벽 옆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구간에서 이와같은 목재 데크로 만들어진 안전 시설물을 지난다.
만약 이런 시설물이 없다면 오늘처럼 비 내 리는 날 이곳을 지나는 일은 무척 위험한 일일게다.





목재 데크를 지나며 뒤 돌아본 풍경이 그 런대로 봐줄만하다.
단풍이 무르익은 가을에 이곳을 찾는다면
설악산 흘림골, 주왕산계곡, 봉화 청량산 골짜기에서 느끼는 단풍의 화려함을 맛볼 수도 있을듯 싶다.





이처럼 산행로 한쪽이 급경사면인 좁은 산길을 따르다 보면
마치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듯한 느낌도 든다.
지금은 계곡의 물 소리만 들리지만 맑 은 날이면 새소리,매미소리도 끊이지 않을듯 싶다.





미끄럽고 좁은 길을 위험스럽게 걷는 입 장이지만
우측 계곡을 따라 만들어지는 이와같은 멋진 물줄기를 바라보며
더위와 숨가쁨을 찾을 수 있음은 매주 주말 산행 때마다 느끼는 큰 행복 중 하나이다.





낮 12시44분
급경사 오르막이 끝나고 해발 500m 정도 되는 능선에 올라섰다.
산행중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안개가 심하다.
몇 미터 앞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바람도 비교적 세차게 분다.





낮 12시55분
해발고도 531m인 초록봉 정상에 도착했다.
세찬 빗줄기가 몰아치는 중에 바람마저 무척 세차다.
짙은 안개 속에서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솔잎들이 마치 화선지에 붓을 움 직이는듯 보인다.





아직은 별도의 정상석이 없이 돌탑 옆에 몇 방향의 방향표지 및
거리만을 표기한 이정표가 있는 곳.
크고 작은 돌로 이루어진 돌탑을 가까이서 살펴보니 웬만한 바람에도 견딜 정도로
무척 튿튼해 보인다.





오래 전 옛날 어지러워진 인간 세상을 바 로잡은 후 하늘로 돌아가던 힘센 장수가
하늘로 오르기 위해 힘찬 발디딤을 했던 곳에 발자국이 남았는데
그 바위 이름이 장수바위라 불리게 되 었다는 전설이 남은 이곳.
아마도 저 바위가 전설속의 장수바위가 아닌가 싶다.





맑은 날이면 눈 아래로 검푸른 동해바다 가 펼쳐지는 이곳.
그러나 사방은 짙은 안개로 뒤덮여 있다.

이곳 초록봉은 '동해9경'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초록봉이라는 이름의 유래 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다만 나 스스로 몇가지 문헌을 조사해본 바로는
초록봉'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 꽤 오래 전인듯 싶다.
이 곳 동해시의 민속 자료 조사집에 따르면 예전에 이곳 가까운 곳의
'망상' 지역을 중심으로 한 '망상8경'이란 것이 전해지는데.
형제백운(兄弟白 雲),죽전청풍(竹前淸風),마상모적(馬上暮笛),대진귀범(大津歸帆),
매저미월(梅底微月),향로낙조(香爐落照),동호취연(東湖炊煙) 이상 7경과 함께
초록잔설(草綠殘雪)이 합쳐져 '망상8경'이었다.

'초록잔설(草綠殘雪)' 이라 함은 봄철 초록봉에 흰 눈이 남아 있는 아름다운 경치를 일컬음이다 .





돌탑 옆 대형 거 울에 비춰본 내 모습이 꼭 물에 빠진 생쥐꼴이다.
그 모습을 한 장 담은 후 위에서 설명한 '망상8경'을 머릿속으로 하나하나 떠올려가며 하산길에 나선다.

'형제백운(兄弟白雲)'이라 함은 부근의 마상천,빈내천이 발원되는 형제봉에 덮인 흰 눈을 말함이며.
'죽전청풍(竹前淸風)'이라 함은 인근 죽전마을에 맑은 바람이 부는데, 더운날도 그곳 소나무 밑은 시원하다.
'마상모적(馬上暮笛)'이라 함은 해질 무렵에 소 모는 아이들이 소를 타 고 피리를 불며 돌아오는 광경
'대진귀범(大津歸帆)'이라 함은 인근 대진항에 어선들이 바다에서 돌아올 때 아름다운 돛배의 모습.
'매저미월(梅 底微月)'이라 함은 부근 매밑마을의 밝은 달을 말함인데, 매밑이란 심곡동의 아랫마을이다.
'향로낙조(香爐落照)'라 함은 인근 향로봉에서 보는 아 름다운 낙조이며,
'동호취연(東湖炊煙)'이라 함은 인근 동호마을 집집마다 밥 짓는 연기를 말함인데
이는 당시 집집마다 밥 지을 쌀이 있음을 뜻하는 것이니 비교적 평온한 삶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오후 1시20분
그토록 짙게 끼어있던 안개와 세찬 바람이
하산을 시작한지 20여분이 지나자 서서히 걷혀간다.
마음 같아서는 다시 초록봉 정상에 올라 동해바다를 조망하고 싶지만
계속 내리는 비는 언제 또 안개를 몰고올지 알 수 없다.
초록봉에서의 멋진 조망을 다음 기회로 미루고 하산길을 이어간 다.





오후 2시19분
하산을 끝내고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하는 중
물가 나무숲 밤나무의 탐스럽게 여물어가는 밤송이들을 바라본다.
진한 밤꽃 향기를 맡으며 여름철 계곡 산행을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눈 앞에 다가 왔음을 느낀다.





오후 2시51분
초록봉 산행을 끝낸 후 생선회와 매운탕으로 허기를 달래기 위해 도착한 묵호항 어시장.
일본열도를 관통하는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태풍경보,태풍주의보가 잇따라 내려진 탓에
한산하기 그지없는 묵호항변 어시장의 세찬 빗줄기는 평소에 풍기던 강한 갯비린내마저 씻어간듯 한산하다.




과식이 건강을 해치는 최대의 적임을 잘 알기 에 수년 전부터 하루 세끼 외에 간식을 하지 않는 습성대로
또한 먹는 것보다는 멋진 바다 경치를 구경하는 것이 더 좋기에
큰 우산을 하나 구 입하여 카메라를 울러매고 묵호항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해안가를 따라 파도를 막기 위해 놓인 수십톤에 달하는 거대한 '테트라포 드(TETRAPOD)'를
넘어설듯한 기세로 세찬 파도가 연이어 몰려든다.





멀리 수평선 상에 강풍을 맞으며 정박해 있는 대형 선박 2척 외에는
작은 선박들이 모두 항구로 피신해 있는 세찬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의 기세에 무서움이 느껴진다.





날씨가 좋은 날은 볼 수 없는 이와같은 거대한 파도의 모습.
비 내리고 바람이 거센 오늘같은 날에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거대한 파도가 바위를 덮치기 시작한 다.





물러갔던 파도 는 이제는 더 큰 파도가 되어 밀려든다.
해안가에 모여있는 크고 작은 바위를 삼킬듯 달려든다.





흰 포말을 일으키는 집채만한 파도는 바 위를 온통 덮어버린다.
잠시 동안 바위의 모습은 사라지고 온통 흰색을 띄던 바다는
파도가 밀려가며 다시 검은 바위의 모습을 드러내기를 끝도 없이 반복한다.
한참 파도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몸 안에 용솟음치는 생동력을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의 참 모습이 다.





오후 3시28분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는 이제 멎었다.
시원한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기분 좋은 가을바람이 코 끝을 스친다.
비가 그치면서 방파제를 따라 그 위에 만들어진 산책로에도 나들이객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나타낸다.





이곳 방파제 주변에 '수변공원'이라는 이 름을 붙이고 주차장도 마련해 두었다.
틈날 때마다 이곳으로 나들이를 다녀와도 질리지 않을만한 시원한 곳이다.
비가 그치면서 멀리 시가지 너 머로 조금 전 다녀온 초록봉의 모습이 안개 속에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 낸다.





수변공원을 떠나 방파제 안쪽으로 이어지 는 수협공판장으로 들어선다.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깥쪽과는 대조적으로 방파제 안쪽의 바다는
마치 거울같은 호수 수면처럼 잔잔하다.
태풍경보와 주의보로 인해 출항했던 배가 없어서인지 적막감마저 감돈다.





묵호항 포구에는 수많은 채낚기어선들이 태풍을 피해 정박해 있다.
태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그러나 한창 오징어로 만선을 이루어야할 이 배들은 바람이 잦아져도 걱정이다.
올 여름 이상 기온으로 인해 난류의 북상이 늦어져 오징어떼가 거의 나타나지 않은 때문에
출항을 나가도 빈배로 돌아오기 일쑤라 한다. 풍어를 기 원해 본다.





오후 3 시58분
해방 직후인 1947년 개항한 후 1980년대 들어 북평항에 그 자리를 내줄 때까지 국내 최대의
석탄,시멘트 반출 항구였던 이곳 묵호 항.
요즈음은 오장어,방어 등의 어획량이 많고, 이곳 별미인 곰치국의 맛으로 인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드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비록 비 내리는 날씨로 인해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지는 푸른 바다를 보지는 못했지만
무척이나 역동적인 세찬 파도를 볼 수 있었던 것을 행복으로 여 기며 휴일 하루 일정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