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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가리골을 따라 이어진 계곡 트레킹



2011년 8월14일 일요일 오전 11시34분
아침 7시경 경부고속도로 대전 IC를 출발한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여름 휴가 막바지의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4시간 이상을 달렸건만
이제 겨우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들어서 내린천을 우측으로 끼고
완만한 오르막 길을 오른다.

도로변은 래프팅을 위해 이곳을 찾은 차량으로 심한 체증을 빚는다.
달리는 버스의 차창 밖으로 내린천을 따라 끊임 없이 이어지는
래프팅 보트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낮 12시30분
인제군 기린면 진동2리 방동약수마을에서 차를 내려
맑은 물이 흐르는 방태천변에 둘러 앉아 점심과 휴식으로
장시간 이어진 차량 탑승의 피로를 풀어준다.





오후 1시21분
오랜 시간의 차량 탑승으로 피곤해진 몸이지만 점심 식사와 휴식을 마치니
다시 기운이 솟아난다.
방동 약수마을 주차장 주변 꽃밭에 만발한 백일홍에는 벌은 거의 보이지 않고
제비나비만이 무수히 날아다니며 겨울 준비에 분주하다.





맑은 물이 흐르는 방태천에서는 주로 가족단위로 보이는 행락객들의
물놀이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조용한 휴식터이다.





오후 1시33분
콘크리트 포장된 임도를 따라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곳이 해발 500m 정도 되는 지점이니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913봉까지 오르려면
40~50분간 땀께나 흘려야할듯 싶다.





산행 시작 지점에서부터 수많은 물봉선이 나를 반겨 준다.
산골짜기의 물가나 축축한 곳에서 무리를 이루어 자라는 야생화로
봉선화와 모양이 비슷하고 물가에 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봉선화와 마찬가지로 손을 살짝 대기만 해도 열매가 터져 씨가 밖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에 영문이름도 'Touch-me-not'이다.





핑크빛 예쁜 자태를 뽐내는 이 물봉선은
해독성이 강해 한방에서는 궤양, 타박상 등에 많이 처방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봉선화처럼 강력한 염료는 아니지만 식물체 전체를 염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날 대부분 붉은 물봉선을 지천으로 보았지만
이와같은 노란 물봉선도 조금씩 눈에 띄었다.





그런가하면 흰 물봉선도 몇 송이 만날 수 있었다.
물봉선은 딴꽃가루받이와 자기 꽃가루받이를 함께 하며,
딴꽃가루받이를 한 종자에서 만들어진 씨앗이 2배 이상 멀리 튀어 나간다고 한다.
이래저래 식물에서도 '근친상간'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인가 보다.





여름 야생화인 샛노란 마타리도 늘씬한 자태를 뽐낸다.
뿌리에서 장 썩은 냄새가 난다하여 '패장'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연한 순을 나물로 이용하고 전초를 소염(消炎) ·어혈(瘀血) 또는 고름 빼는 약으로 사용한다.





관상용이나 울타리용으로 주로 심는 쉬땅나무도 흰색 꽃을 만개했다.
우리나라를 비롯 동아시아의 북동부에 주로 분포하는 이 나무는
이른봄에 새순을 식용하며, 꽃을 구충·치풍 등에 약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오후 1시45분
오르막 산길을 십여분 이상 오르다보니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숲 사이로 손바닥만한 밭뙈기가 눈에 들어온다.
'아침가리골'은 한자어로‘朝耕洞(조경동)'이다.
아침햇살이 잠깐 비칠 때 밭갈이할 만한 좁은 땅만 있다는 얘기가 실감이 간다.





우리나라 경북·강원·경기·평북·함남·함북을 비롯
중국 북동부 등지에 분포하는 강호리라고도 불리는 '강활'의 모습이 무척 단정해 보인다.
깊은 산골짜기 계곡에서 자라는 이 강활은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고,
한방에서는 뿌리를 감기·두통·신경통·류머티즘·관절염·중풍 등에 처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여름 함백산과 금대봉에서 자주 만났던 동자꽃을 올 여름들어 처음 만난다.
겨울철 산속 암자에서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승이 배고픔과 추위에 떨다가 얼어죽은
자리에서 피어났다고 하여 동자꽃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애틋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동자꽃은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승처럼 항상 산밑을 바라보며 꽃을 피우는데, 그래서인지 꽃말도 ‘기다림’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중국 등지에 분포하는 거북꼬리도 제철을 만난듯 꽃을 활짝 피운다.
줄기는 섬유용으로 쓰이고, 어린잎은 식용으로 쓰이는 이 야생화는
잎이 3갈래로 갈라지고 가운데의 갈라진 조각이 거북꼬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오후 2시22분
산행을 시작한지 50여분.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흐르며 조금씩 피로를 느낄 즈음
멀리 눈 앞으로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이제 더 오를 곳이 없음을 보여준다.
걸음을 재촉한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913봉 부근의 '방동고개'에 도착했다.
해발고도 900m 정도인 이곳까지 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이곳까지 오르는 50여분간 좁은 임도를 지나며 통행에 불편을 주고
매연을 뿜어내는 차량들의 통행을 제한할 의지가 산림당국에 있는지 의심스럽다.
공무 이외의 차량 통행을 막지 않음은 공무원들이 국민 세금을 축내는 짓거리에
불과하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오후 3시1분
방동약수마을에서 시작해 계곡 트레킹이 시작되는 조경동교까지 6km 구간 중
산불감시초소까지는 오르막길이고 그 이후는 내리막길이다.
산불감시초소를 떠나 내려가는 길은 우측 계곡의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해발 1,444m인 방태산 최고봉 주억봉을 비롯하여 1,388m인 구룡덕봉 등
높은 봉우리로 둘러싸인 산골인지라 갈수기에도 맑은 물은 쉬임없이 흐른다.





오후 3시3분
계곡을 따른 물길 트레킹이 시작되는 조경동교 아래 아침가리골의 물빛이
쪽빛으로 빛난다.

이곳 강원도 인제의 방태산 기슭에는 산 속에 숨은 3개의 둔덕과 네 곳의 작은 경작지를 가리켜
‘삼둔 사가리’라는 말이 있다.
방태산 남부 홍천 쪽 내린천을 따라 있는 살둔·월둔·달둔과
북쪽 방태천 계곡의 아침가리·적가리·연가리·명지가리가 그것이다.

이제 3둔4가리 중 '아침가리'의 비경을 맛보기 전이다.





조경동교 다리 아래 맑은 물속에 뛰어 들어
1시간 반동안 땀에 절은 몸을 식힌다.
피로가 일시에 풀린다.





오후 3시14분
본격적인 물속을 걷는 트레킹이 시작된다.
물론 주머니 속의 물품을 모두 비우는 사전 준비는 필수적이다.
또한 배낭 속의 물품도 물이 새지 않게 비닐로 단단히 묶어야한다.

대형 카메라를 휴대하는 나 자신은 두개의 방수 비닐 파우치를
목에 걸고 카메라를 수시로 방수 파우치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물길 트레킹을 시작한다.





오후 3시34분
1시간 반 가량 땀 흘리며 산길을 걸은 이후에 시원한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 계곡 트레킹은 한 마디로 환상적이다.
흐르는 물소리와 절경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시간 가는줄 모른다.





이곳 아침가리 계곡은 해발 1388m의 구룡덕봉에서 시작해 방태천까지 약 20㎞에 걸쳐 펼쳐진다.
계곡이 깊고 수량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계곡이 긴 것이 특징이다.
하류로 갈수록 원시림은 더욱 울창하다.
인적이 드문 계곡에는 열목어가 서식하고 수달, 하늘다람쥐 같은 천연기념도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7월초 물 맑고 깨끗하다는 강원도 정선군 덕산기계곡에서 경험한
원시림과 맑고 깨끗한 물을 다시 접하니 내 마음은 온통 행복감으로 충만하다.
그곳 덕산기계곡보다 이곳 아침가리골이 수량이 더 풍부하고
계곡 길이 더 거친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걸음들이 무척 느리다.
멋진 경치를 만나면 어김없이 멈춰서서 멋진 추억을 사진으로 남긴다.





발길을 이어가는 계곡은 온통 돌이다. 조약돌, 자갈, 호박돌, 바윗돌, 집채만 한 바위… 등등
지난해에는 보지 못했던 바위가 어디선가 굴러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기도 하는 곳이다.
계곡 바위는 물길을 따라 굴러다닌다.





계곡 트레킹의 묘미는 마음 내키는대로 물 속에 뛰어들 수 있음이다.
큰 비닐로 채운 배낭은 물에 뛰어들면 그대로 고무 튜브역할을 한다.
젖은 옷은 더운 여름날씨에 10여분이면 마르고, 더워지면 또 물속에 몸을 담근다.





울창한 원시림과 맑은 물 흐름은 끝없이 이어진다.
마치 나 자신 신선이 사는 동네 한 가운데를 지나는 느낌이다.
천천히 걷다가 더위를 느낄 때는 물 속으로 뛰어들면 그만이다.
한 마디로 '무념무상(無念無想)'이다.





이곳 강원 인제(麟蹄)는 한자로 ‘기린발굽’이란 뜻이다.
고구려 땐 ‘돼지족발’을 뜻하는 저족현(猪足縣)이었으니 울창한 원시림 속을
야생동물들이 뛰어 놀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인제군의 생김새는 동물 발굽처럼 폭에 비해 남북이 길쭉한(72.1km) 장방형이다.





조경동은 정감록에서 언급한 피장처 20곳 가운데 하나로,
한때 이곳 조경동 안에는 수백 명의 화전민이 살았다 한다.
대부분 정감록을 믿고 모여든 평안도나 함경도 사람들이었는데,
오래 전 울진·삼척 무장공비사건 이후 모두 소개되고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됐다.
조경동의 물이 이처럼 맑은 이유는 이렇게 상류에 민가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후 4시11분
계곡을 따르는 물길 트레킹을 시작한지 1시간 남짓.
물속에 몸을 담구었던 회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몸은 시원하고, 멋진 경치에 눈 또한 즐겁다.
편안한 바위에 걸터 앉아 한동안 멋진 경치에 넋을 잃는다.





점봉산과 더불어 남한 최고의 원시림을 자랑하는 이곳 방태산 자락을 흘러 내리는
수많은 작은 물줄기가 모여 이곳 아침가리골을 이루고 방태천을 거쳐 내린천으로 이어진다.
물줄기에 입을 대고 그대로 마신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 맛이 일품이다.





해발고도 1,444m에 달하는 육산 방태산의 수많은 약초 뿌리를 어루만지고 흘러 내린 맑은 물.
저 쪽빛 물 속에 몸을 담그기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이어가는 트레킹.
아마 피부 노화를 몇년 쯤은 늦추지 않았을까 싶어진다.





지난 해 6월20일 이곳 방태산 정상인 해발 1,444m 주억봉에 오른 후
적가리골을 따라 하산하며 경험한 적가리골의 물보다
이곳 아침가리골의 물이 더 맑고 깨끗하게 느껴짐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저 맑은 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마냥 머물러 있고 싶은 심정이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계곡을 감싸 안은 원시림은 더욱 울창해지는듯 싶다.
캐나다 동북부의 북극해에 면한 '처칠'이란 항구도시는 매년 8월이면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고 들었다.
해발고도 500을 훌쩍 넘는 이곳 아침가리골에도 일찍 단풍이 드는 참나무 종류는 잎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다.
여름이 벌써 저만큼 등 뒤로 지나고 있음이다.





이곳 아침가리골은 좁은 등산로가 수시로 끊어지며 이처럼 맑은 계곡물을 건너야만 한다.
물 속까지 훤히 비치는 맑은 물을 가로지르며 그대로 물속에 엎드려
맑은 물을 꿀꺽꿀꺽 마셔 본다.
목구멍을 넘어가는 물맛이 향기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오후 4시29분
1시간여 전까지 파란 하늘이 보이던 날씨가 조금 어두워지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양쪽 어깨에 맨 방수 파우치에 카메라와 플래시를 넣고 입구를 단단히 밀봉한다.
조금씩 떨어지던 빗방울은 순식간에 폭우로 변한다.
펴붓는다고 표현해야할듯 싶다.





오후 5시13분
40여분 이상 이어지는 폭우 때문에 가급적 물속을 피해 숲속으로 이어지는 하산길.
빗줄기가 조금 가늘어진 틈을 이용해 카메라를 꺼내 셧터를 누른다.
비가 그쳐가며 만들어지는 안개와 카메라 렌즈에 묻은 물방울로 인해 흐리기는 하나
비에 젖은 나뭇잎들이 무척이나 싱싱해 보인다.





40여분간 내린 비는 계곡의 물을 급격히 불려 놓았다.
계곡 트레킹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잘못하면 사고를 당하기 십상이다.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우리 일행들 모두 여성들,그리고 초보자들을 챙겨줌에 게으름을 피지 않는 흐뭇한 모습이다.





 

빗방울이 거의 멎어감에 따라 다시금 물 속에 발을 들여 놓는다.
한동안 게곡을 피해 산길을 걷느라 다리에 묻은 흙탕물이 씻겨내려가고
비에 젖은 몸도 시원한 물로 씻어낸다.
기분까지 상쾌해 진다.





오후 5시28분
비가 완전히 그치고 나니 계곡을 따라 옅은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날이 금방 어두워질 기세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 진다.





조금 전까지 내린 비 때문에 계곡물이 조금은 불어난듯 하다.
그에 따라 계곡물을 가로지르는 걸음걸이들이 무척 조심스럽다.
경험 많은 산행객들은 행여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저어하며 모든이들을 조심스레 살피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끼 낀 바위틈을 비집고 조금 전까지 내린 빗물들이 모여 흘러 내린다.
"수적천석(水滴穿石)" 또는 "점적천석(點滴穿石)" 이라고 했다.
오랜 세월이 더 흐르면 저 비단결 같은 작은 물줄기가 큰 골을 이루리라..
자연에서 진리를 배운다.





오후 5시52분
하류로 내려올수록 계곡을 흐르는 물살은 점점 거세어진다.
모두들 조금씩 더 주의를 기울인다.
거의 대부분의 산행 사고는 하산시에 그리고 막바지에 발생함을 알기 때문이다.





이곳의 물살이 어느 정도인지는 양쪽 나뭇가지에 걸쳐 매어 놓은 밧줄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조금만 물 흐름이 많아져도 급물살을 이루는 곳.
그 때는 체격이 큰 남성들도 저 밧줄에 의지해 개울을 건너야 한다.





오후 6시1분
계곡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자그마한 수중보를 지난다.
해발고도 500m에서 조금 내려온 지점이다.
뒤돌아보니 자그마한 산자락 아래로 짙은 안개로 빠른 속도로 내려온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체처럼 느껴질 정도의 빠른 속도로..





오후 6시3분
수중보를 지난 후 잠시 이어지는 짙은 숲길이 끝나며 눈 앞으로 밝은 빛이 비쳐든다.
마치 긴 터널을 지난 후 마냥.
적가리골,아침가리골 등 이곳 방태산 자락의 작은 계곡물들이 모여드는 방태천에 도착했다.





해발고도 400m를 훌쩍 넘는 고지대인 이곳 진동1리 마을.
아담한 마을을 온통 800m가 넘는 수많은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곳.
산골짜기를 따라 짙은 안개가 연신 피어 오른다.

마치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읽으며 느낀 전라남도 순천만 일대의 대대포구에 스며드는
짙은 저녁 안개의 그것처럼. 수년 전 늦은 오후 그곳을 방문했을 때 경험한 그 느낌이 전해온다.





오늘 계곡 트레킹 구간중 마지막으로 온 신경을 집중해 조심스레 방태천을 건너 간다.
물살이 상당히 거셈은 물론 개울 바닥의 크고 작은 돌들이 무척 미끄럽다.
주위에서 미끄러져 물속으로 빠져 드는 이들이 몇몇 눈에 띈다.





아침가리골 트레킹이 모두 끝나고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길 양 옆으로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나기 시작한다.
가을이 눈 앞에 성큼 다가 왔음을 느낀다.

여름을 맞으며 시작된 나의 올 여름 계곡산행을 돌이켜 본다.
검룡소,주왕산 계곡,덕산기 계곡,조령계곡,도장산 계곡, 지리산 한신계곡 등등...
이제 내년 여름을 기약하며 가을 단풍산행을 대비해야겠다.





오후 6시43분
산행을 끝낸 후 일행들끼리 삼삼오오 둘러 앉아 돼지 수육에 막걸리와 소주 한 잔으로
허기와 갈증을 달래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점점 짙어지는 안개를 바라보며 행복했던 하루 일정을 마감하고 귀가길에 오른다.

아마도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긴 시점이리라.
그러나, 지난 1970년대 이 부근에서 군생활을 한 누군가가
당시 이곳까지 오는데 2박3일이 걸렸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떠올리며
내일 새벽이면 포근한 내 집 잠자리에 누워있게될 나 자신의 상대적 행복을 감사히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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