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4일 일요일 오전.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날씨였지만, 3일 연휴 기간 중 토요일 오전을 중요한 업무로 허송한지라
오늘 떠나지 않으면 또 무슨일이 나의 발목을 잡을지 몰라 오후 늦게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를 믿기로 하고 떠난 여정,
엊그제인 5월3일부터 6일까지가 다향제 기간인지라 녹차밭 집입로에서 잠깐 동안의 교통정체가 있었지만
목적지인 대한 다원에 도착해 드넓게 펼쳐진 녹차밭을 내려다보는 순간 마음 속은 맑게 갠 청명한 날씨와 다름없었습니다.
녹차 [綠茶, green tea] 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발효시키지 않은 찻잎[茶葉]을 이용해 만든 차'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녹차를 처음으로 생산하여 사용하기 시작한 곳은 중국과 인도이며. 그 후 일본 ·실론 ·자바 ·수마트라 등 아시아 각 지역으로 전파되었으며, 오늘날에는 중국에 이어 일본이 녹차 생산국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차는 제조과정에서의 발효 여부에 따라 크게 녹차 ·홍차 ·우룽차로 나뉘어집니다.
그러나 새로 돋은 가지에서 딴 어린잎을 차 제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모두 동일합니다.
우선 흔히 말하는 녹차는 발효하지 않은 것이며,
홍차는 85% 이상 발효한 차를 말합니다.
오늘날 인도 고산지대나 스리랑카가 홍차의 주산지입니다.
그리고 우롱차는 녹차와 홍차의 중간으로 발효 정도가 20~65% 사이의 차를 말하며 반발효차로 분류됩니다.
색깔에 따라서 청차라고도 불리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중국에서 만들어졌으나, 1890년경부터는 타이완[臺灣]에서 많이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제품의 빛깔이 까마귀같이 검으며, 모양이 용(龍)같이 구부러진데서 연유하여 우롱차(烏龍茶)라는 이름이 붙었다 합니다.
차나무는 상록수로 비교적 따뜻하고 강우량이 많은 지역에서 잘 자란다고 합니다.
연평균 13~16℃이고 겨울 최저 평균 온도가 -5℃~-6℃ 이상의 지역, 강수량이 연간 최저 1,300mm 이상의 지역,
기후가 서늘하고 주야간 온도차가 많고 하천 주변의 습도가 높은 지역, 등등 무척 까다로운 조건하에서 좋은 품질의
녹차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3대 녹차 생산지인 이곳 전남 보성, 경남 하동, 그리고 제주도 지역이 위의 조건과 비슷한 듯도 합니다.
우리나라 3대 차 생산지 중에서도 보성군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차(茶)를 재배하는 지역으로써,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 등 여러 문헌에 차의 자생지로 기록되어 있을 만큼,
이곳 보성군민들은 한국 차의 본고장이라는 자부심이 강합니다.
현재도 보성군에서 생산되는 차는 전국 차 생산량의 4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런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위해 보성군에서는 1986년부터 해마다 5월 초,중순경에 에 차문화 행사인 다향제(茶鄕祭)를 열어
다신제, 찻잎 따기, 차 만들기, 차 아가씨 선발대회 등의 행사를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1975년부터 시작된 군민의 날 행사와 다향제를 동시개최하면서 실제로는 23회 째인 올해의 다향제를 34회 다향제로 명명하더군요.
찻잎을 따는 시기는 대개 5월 ·7월 ·8월의 3차례에 걸쳐 잎을 따는데, 5월에 딴 것이 가장 좋은 차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녹차의 효능으로는 잘 알려진 동맥경화와 고혈압 예방 효과, 알코올과 담배 해독·해소작용, 환경호르몬의 체외 배설 촉진 ,급격한 혈당치 상승을 억제해 당뇨병 완화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어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이들도 있으나,
저혈압인 분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날이 마침 다향제 기간 중이라 녹차밭 주변의 교통 정체가 극심한 것은 물론 녹차밭 안에도 인산인해를 이루어 발 디딜 틈조차 없었습니다.
멋진 녹차밭 전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노력했으나, 수많은 인파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 일반인의 통제가 심하여 마음에 드는 구도의 사진을 담는데는 실패했습니다.
또한 녹차 아이스크림을 현장에서 시식할까했으나, 그것 또한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습니다.
녹차밭에서 불과 20여리 남짓 떨어진 율포 해변의 음식점에서 해물 비빔밥으로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한 후
식후의 만족감(젊은 시절부터 우리나라 남한의 모든 면단위까지 안 가본 것이 없는 저에게 맛있는 음식 얘기를 하면
저는 첫째도,둘째도 전라도 음식을 꼽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전라남도 음식이 대한민국 최고라고 밝힙니다)에 겨워
발길이 닿은 보성군 회천면 동율리의 율포해변은 시원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곳 율포해변은 1930년대 개발된 해수욕장으로 아마도 우리나라 남해안의 해수욕장 중에서는 가장 먼저 조성된
해수욕장일겁니다.
과거에는 깨끗한 바닷물과 모래, 그리고 50~60년생 곰솔숲이 어우러져 경치가 좋고,
크고 작은 섬들에 둘러싸여 있어 호수같이 느껴지는 해수욕장이라하여 인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여 아무때나 해수욕을 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어 해수욕장으로서의 인기는 시들어 버린 상태입니다.
최근 위의 약점 보완을 위해 가까이 있는 녹차밭과 상호 협력하여 해수풀장과 해수녹차온천탕등을 만들어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곧 비가 내릴듯한 흐린 날씨에 인적도 거의 없는 갯벌에서 꼬막을 캐고 있는 이 분들의 모습이 조금 안쓰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다른 말로 고막·고막조개·안다미조개라고도 하며, 한자어로는 복로(伏老)·괴합(魁蛤) 등으로 불리는 꼬막은
한국 최고(最古)의 어류학서(魚類學書)로서 1814년(순조 15)에 정약전(丁若銓:1760∼1816)에 의해 씌어진《자산어보》에 살이 노랗고 맛이 달다고 했으며,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전라도의 토산물로 기록되어 있다시피 보성군 벌교만이 우리나라 꼬막의 주산지입니다.
물론 꼬막이 가장 많이 잡히는 11월 중순에 벌교 꼬막축제가 열릴 때만큼 살이 많이 오르고 맛이 있지는 않겠지만 이분들에게는 아마도 주된 소득원일 것입니다.
꼬막을 캐느라 힘들어하실 두 분 주위로 갈매기 떼가 무리지어 얕은 비행을 계속합니다.
아마도 곧 비가 내릴 것이라는 신호를 갈매기가 두분에게 보내는 것 같습니다.
이제 오후 2시가 다 된 시간.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송광사로 떠나야할 시간인지라 빗물 머금은 갯바람을 뒤로하고
율포 해변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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