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7일 토요일 오전 10시가 조금 지난 시각. 남이섬으로 향하는 도중 먼저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의 하수종말 처리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들에게 혐오시설로만 여겨지던 이곳 하수 종말 처리장은 주변 축산 농가의
가축분뇨를 80% 이상 처리하던 대표적 혐오시설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에 생태공원까지 갖춘 아름다운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13억여원을 들여 조성한 인공폭포와 5억여원을 들여 만든 피아노 화장실이 그 주인공입니다.
해발 568m의 야투막한 문안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에 13억여원을 들여 조성한 인공폭포는
축산폐수(쉽게 설명하면 가축의 분뇨)를 여과 처리한 후 그 여과된 물을 이용하여
GFRC(유리강화섬유 콘크리트 :glass fiber reinforced concrete)로 만들었으며
수직 높이가 61m, 사면 길이로 치면 93m 에 달합니다.
또한 설계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피아노 화장실을 만드는데 5억여원을 투입하였다고 합니다.
이날도 오전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유치원 아이들이 단체로 관람을 하는등
아마도 머잖아 남양주시의 관광명소가 될듯합니다.
11시 반이 조금 지난 시각 도착한 남이섬 선착장에는 이미 많은 인파가 붐비고 있었습니다.
선박 도선료가 포함된 입장료 8천원을 내고 남이섬 입장을 기다리는 많은 관광객들을 위해
눈 앞에 빤히 보이는 남이섬으로 약 5분 정도의 시간을 소요하여 실어 나를 자그마한 유람선이 쉴새없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북한강변에 떠있는 반달모양의 남이섬은 행정구역상으로는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이나, 선착장이 경기도 가평에 있는 관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이섬을 경기도로 잘못 알고 있기도 합니다.
선착장에 들어서면 좌측에 서있는 자그마한 인어공주상을 먼저 대하게 되고 곧바로 왼쪽편에 남이장군 묘가 보입니다.
원래는 육지였으나 청평댐이 세워지면서 주위가 물에 잠겨 섬이되었지요.
17세에 무과에 급제하고 조선 세조 때 병조판서를 지내다 역적으로 몰려 28살 젊은 나이로 요절한 남이장군의 묘입니다.
또한 그의 이름을 따서 남이섬이라 부르지만 오늘날 실제 남이장군의 묘로 공식 인정되는 곳은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남전리에 있는 남이장군 묘가 되겠지요.
겨울연가 포스타 앞의 의자에는 지금 이 순간의 추억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쉴새없이 셧터를 누릅니다.
1970~80년대에는 젊음의 상징인 강변가요제가 열렸고, 80년대에는 영화 '겨울나그네'의 촬영무대이기도 하였던 이곳 남이섬.
최근에는 드라마 '겨울연가'로 유명해지면서 추억에 젖은 40~50대 중년층에서부터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고 싶은 젊은 연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최근의 한류 열풍으로 수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질풍같이 내달리는 모터보트를 타고 시원한 강바람을 즐기는 이들의 기쁜 모습이 내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셧터를 누르는 나를 향해 웃음 곁들인 정겨운 손길을 보냅니다. 모터보트 외에도 수상스키, 젯트 스키 등등 스상스포츠로
심신을 달래는 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은 곳입니다.
온통 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남이섬은 곳곳에 크고 작은 10여개의 연못이 있어 장시간 발걸음으로 피로해진 몸과 마음을
달래줍니다.
비록 전남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길에 비해서는 턱 없이 짧고, 자그마한 규모이지만 은행나무와 더불어 살아 있는 화석으로 여겨지는 메타세콰이어 길은 한낮의 더위에 지친 몸의 피로를 덜어주기에 충분합니다.
남이섬에는 메타세콰이어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거의 같은 규모로 은행나무길이 있는가하면 이곳처럼 진한 솔향기가 배어나오는 소나무 숲길도 가꾸어져 있습니다. 두 사람의 얼굴 표정에 행복에 묻어있는게 느껴지실겁니다.
옥외 공연장에서는 Siso라는 이름의 여성 3인조 그룹이 난타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성의 섬세함에 젊음의 힘을 가미한
그녀들의 공연에 많은 관람객들의 호응이 곁들여진 멋진 무대였습니다. 이어진 Elec Beat 의 공연도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오후 4시반 경 두물 머리 입구 주차장에서 두물머리 나루터로 향하는 산책로에서 바라본 남한강변.
바람이 거의 없는 날이어서인지 강물이 마치 거울을 펼쳐 놓은듯 합니다.
거대한 교량의 교각 옆에 놓인 작은 쪽배가 일면 초라해 보이기도합니다.
이곳은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어로행위가 엄격히 금지된 곳인지라 고기잡이에 쓰일리는 없고, 아마도 강변의 오물 수거용으로 쓰이는듯합니다.
이 아름다운 산책로를 거닐며 즐거운 내마음을 사진으로 담아봅니다.
두물머리 나루터에는 황포를 올린 돗단배가 홀로 서 있습니다.
두물머리[兩水里]는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儉龍沼)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는 의미이며
한자로는 '兩水里'로 씁니다. 1973년 팔당댐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이곳 두물머리 나루터가 강원도 정선군과 충청북도 단양군,
그리고 물길의 종착지인 서울 뚝섬과 마포나루를 이어주던 마지막 정착지인 탓에 매우 번창하였다고 합니다.
두물머리를 떠나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또 볼성 사나운 꼴이 내 마음을 불쾌하게 했습니다.
근래, 유명 관광지에서 자주 접하는 몰지각한 사진쟁이들의 풍경이었습니다.
반사막, 사다리,무지막지하게 큰 삼각대, 대포를 마운트한 카메라 등등을 짊어진 10 여명의 군상들이 화장으로 떡칠을 하고,
가린 부분보다 노출부분이 더 많은 모델을 앞세우고 조용한 관광지 일대를 휘젓고 다니는 현상입니다.
더구나 이들은 경관 좋은 곳에서 휴식을 즐기는 이들을 쫓아내며 자신들의 사진 찍기에만 혈안입니다. 그들의 숫자에 눌려
비록 자리를 피해주기는 하지만 자리를 피하는 이들의 입에서는 어김없이 비난의 말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정말 이런 광경을 대할 때마다 카메라를 손에 든 저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이런 몰상식한 인간들이 언제나
사라질지?
오후 7시가 넘은 시각. 하루의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바라본 일몰 즈음 .
햇무리가 진 노을, 그리고 물에 비친 석양의 고즈넉함이 아까 두물머리에서 보았던 몰상식한 인간들에 대한
불쾌한 기억으로부터 내 마음을 편안하게 달래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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