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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긴키[近畿]지방 여행기(2)-오사카항 도착

오후 9시 7분. 오후 8시가 좀 지난 시간부터 저녁 식사 후의 나른함과 심한 배멀미로 고통을 겪는 승객들의 심신을 달래기 위한 조촐한 공연이 식당을 겸하는 공연장에서 벌어진다.

마술쇼 등등 다양한 흥미거리로 손님들을 즐겁게하는 동안 승객들은 잠시나마 즐거운 웃음으로 시간 가는줄 모른다.

어느새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르면 거센 파도가 치는 현해탄을 건너 일본 내해로 들어서며 바다는 거짓말처럼 잔잔해지게된다.

오후 9시 37분. 드디어 일본 내해로 들어섰다. 배 진행 방향 왼쪽인 이 사진은 시모노세끼이다. 반대쪽은 기타쿠슈 신모지항으로 후쿠오카 공항과도 가깝다.

아마도 사진에 보이는 공장은 미쓰비시 중공업인듯도 하다.

그러고보니 내가 타고 있는 이 팬스타 써니호는 1993년생으로 제작회사가 이곳 시모노세끼 미쓰비시중공업이다.

고향 앞바다를 지나는 써니호를 위함인듯 조금 전까지 사납던 바다가 마치 어머니 품 속처럼 잔잔함 그 자체이다.

오후 10시 2분. 시모노세끼의 상징인 관문대교를 지난다.

시모노세끼와 기타큐슈를 연결하는 관문대교의 길이는 1068 미터이며, 높이는 61미터이다.

이 관문대교 밑에는 길이 780미터의 해저터널이 있다.

해저 1층은 자동차 도로이며 그 밑으로 보행자와 자전거가 다니는 터널이 또 있다. 걸어서 약 15분 걸리며, 보행자는 무료이고, 자전거는 통행료가 20엔이라고 한다. 보행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터널까지 내려가 걸어서 지나갈 수 있다.

이제 바다가 보이는 사우나에서 밤바다를 바라보며 목욕을 하고 잠자리에 들어 오늘의 피로를 풀어야 할 시간이다.

여행 둘쨋날인 5월11일.

오전 3시에 일어나 세계 최초의 三連つり橋(산랜쯔리바시;つり橋란 공중에 케이블로 다리를 연결하여 매단 것을 뜻함)로 일본 3대 급류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쿠로시오 해협을 가로지르는 쿠루시마해협 대교(来島海峡大橋)를 사진으로 담으려 했으나 악천후와 어둠으로인해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 다음 번에 보인 큰 다리인 세토 대교를 사진으로 담았다.

5월11일 오전 5시 43분. 저 앞에 다리가 보인다.

세토 대교는 혼슈 오카야마현의 고지마와 시코쿠의 카가와현 사카이데를 잇는 다리로 오카야마의 명물로 여겨지는 곳이다. 1978년 착공. 1988년 4월 개통된 세계 최장의 다리이다.


오전 5시 50분 세토 대교 아래를 지난다.

아래층은 전철,위층은 자동차가 달리는 세토대교는 해상구간만 9.4㎞에 달한다. 1조3천억엔을 투입하여 만든 다리로 5개섬을 징검다리 삼아 6개의 다리로 연결되었다.

총연장 13.1키로. 교량부 9,368미터. 상부는 고속도로. 하부는 철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부 철도는 4개 선로를 수용토록 설계되었다 한다.

현재 선로의 설계속도는 120키로/h, 추후 건설할 신칸센부의 설계속도는 160키로/h라고 한다.

오전 6시 35분.

부산항을 떠난지 15시간여가 흘렀다. 밤새 달려온 팬스타 써니호의 2층 갑판 바닥에도 간밤 현해탄의 거센 파도를 헤쳐 나온 흔적이 남아 있다.

밤새 간간히 내리던 비가 그치면서 바닷물이 말라 소금이 하얗게 만들어졌다. 이제 머잖아 오사카항에 도착한 후 이 소금기들을 닦아 내고 배 안을 깨끗이 청소하는 일은 대부분 필리핀 등 동남아인들로 구성된 하급 선원들의 몫이 될 것이다.

이제 6시 50분부터 시작될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가서 주린 배를 채워야겠다.

오전 7시31분.

좌측으로 보이는 먼 산에 아침 안개가 계속 피어 오른다. 아마도 오늘 날씨는 좋을 것 같다.

고생대의 변성암과 중생대의 화강암이 주체를 이루며 산지가 많은 주고쿠(中國)지방을 아직 지나는듯 하다.

2차대전 말기 원폭이 투하된 히로시마를 비롯 돗토리현,시마네현,오카야마현 등이 속하는 곳을 일본에서는 주고쿠(中國)지방으로 부른다.

이제 곧 나의 여행 목적지인 오사카,고베,나라,쿄토 등이 있는 긴키[近畿]지방, 다른 말로 간사이 지역으로 접어들 것이다.

오전 8시 51분.

앞 쪽으로 효고 현 아와지시(아와지 섬)와 고베 시 다루미 구를 잇는 아카시해협 대교가 한 눈에 들어 온다. 이제 1시간 남짓이면 오사카항에 도착할 것이다.

아카시 해협 대교는 아카시 해협에 걸쳐 있는 일본의 현수교로써 전장 3911m, 중앙 지간 1991m로 세계에서 중앙 지간이 가장 긴 현수교이다.

총 길이 7,310 m인 우리나라의 서해 대교의 중앙 지간의 길이가 470m 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이다.

아카시 해협 대교 주탑의 높이는 해면상 298.3m(서해교는 182 m)이며, 일본 국내에서는 도쿄 타워(333.0m)에 버금가는 구조물이다. 일본의 교량 건설 기술이 놀랍다.

오전 8시 58분.

아카시해협 대교를 지나며 고베시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인구 150만으로 일본 제3의 무역항인 고베시. 오사카항에 도착 후 제일 먼저 방문하기로 되어 있는 곳이 고베이다.

배 위에서 일별하기로도 날씨가 개이는 것 같다.

오전 9시 2분.

부산 항을 떠나 17시간여를 배안에서 보낸 승객들이 지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켜며 맑은 바다 공기를 마시고 원기를 회복한다.

그나마 출발 할 때와 달리 날씨가 좋아지는 것에 모두들 안도하는 분위기이다. 하룻밤을 같은 배에서 보낸 때문일까 서로 아침 인사를 주고 받기에 분주하다.

오전 9시 23분.

밤새 풀어 헤쳐 놓았던 짐들을 꾸리느라 배 안은 분주하다. 급한 마음에 벌써 짐을 다 꾸린 후 로비를 서성이는 이들도 눈에 띈다.

어젯밤 TV연속극을 보기 위해 장시간 TV앞에 앉아 있던 몇몇 아주머니들은 오늘 아침에도 아침 연속극을 TV로 보느라 정신이 없다.

오전 9시 44분.

오사카항이 한 눈에 들어올 즈음 써니호는 속도를 줄인다. 이제 부두에 안전하게 정박하는 정교한 작업이 남아있다. 중간 규모의 컨네이너 선들은

정박하거나 출항 할 때 작은 태그 보트(예인선)의 도움을 받지만 팬스타 써니호는 자체 설비된 측면 추진력으로 스스로 정박한다.

오전 10시 5분.

이제 써니호는 전진을 멈추고 정해진 위치에 정박을 위해 선미 좌측의 추진력을 이용하여 서서히 부두로 다가간다.

승객들의 하선을 위한 이동식 트랩도 대기하고 있다.

트랩이 고정된 부산항과 달리 이동식 트랩을 이용하는 이곳 오사카항은 트랩에서 내리는 승객들을 입국심사를 위한 세관 검색대가 있는 터미널까지 실어 나를 셔틀 버스까지 대기하고 있다.

오전 10시 10분.

거대한 선박을 부두에 고정시킬 주 로프 끝에 가느다란 로프를 매단 후 총을 쏘아 그 로프를 부두에 날려 보내고, 그 가느다란 로프 끝을 잡아 당겨 주 로프를 부두로 올리자

대기하고 있던 5명의 접안 요원들이 고정용 로프를 잡아당겨 부두에 선박을 고정시킨다.

부두 옆 공터에서는 시민들이 쓰던 물건을 가지고 나와 싸게 팔고 사는 물물교환식 중고 장터가 열리고 있었다. 알뜰하고 검소한 일본인들의 생활에는 이러한 행사가 보편화되어 있다고 한다.

진정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그런데, 어찌 이런 좋은 문화는 배우지 않고, '이지메'라는 못된 것만 배우려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