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본카테고리

일본 긴키[近畿]지방 여행기(3)- 고베[神戶]에서

낮 12시 38분.

점심 식사를 위해 도착한 고베의 다이에이 백화점 입구에서는 마침 어머니날(5월11일)을 맞아 특별행사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Mother's Day 라는 글 아래에 'flower gift'를 일본 발음대로 가다까나로 써 놓은 게 보인다. 우리나라 같으면 "꽃 선물"이라고 썼을 것 같은데, 영어 발음에 무척 큰 어려움을 겪는 일본인들의 영어에 대한 경외감을 여기서도 보는듯하다.

백화점 맨 위층에 있는 중국식 뷔페 식당에서 일본 도착 후 첫 식사를 했다. 상당히 규모가 큰 식당임에도 식당안에 흐르는 음악을 위해 손바닥만한 카세트 라디오를 이용하는데서 또 한 번 일본인의 근검 절약 정신과 그네들에게 배어있는 실리 추구라는 생활상을 보았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규모의 식당이라면 값비싼 음향 시설을 갖추었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각층의 에스컬레이터 부근에는 "비상시 방화셧터가 작동하는 곳이므로 물품 적치를 금한다는 표시가 되어 있고, 그 부근은 어떠한 물품도 적치물도 없는 것을 보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의 소용돌이를 겪었으며, 태풍,지진,화산 등의 자연재해의 위협을 항상 안고 사는 일본인들의 유비무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다이에이 백화점의 한 층 전체가 서점으로 꾸며져 있었고,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1시 19분이라는 시각에

인구 150만의 고베에서 서점을 가득 메운 사람들, 그리고 넓은 서가 통로마다 마련된 의자에서 독서에 열중하는 사람들.. 일본의 저력을 여기서도 보는듯하다.

노래방이 4만개가 넘는 대한민국. 노래방 숫자의 10분의 1에도 훨씬 못 미치는 서점을 가진 나라 대한민국.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가 불 보듯 뻔할 것이다.

점심 식사 후 나오는길의 백화점 건물 옆. 빽빽히 서 있는 자전거들. 입구의 표지판에 써 있는 글 내용은 "さま 專用駐輪場" 즉, 고객님을 위한 자전거 전용 주차장이다.

도로가,골목길 등에 불법 주정차 차량이 거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같다.

정비된 자전거 전용도로에는 미니스커트의 아가씨부터 넥타이에 양복을 입고 손으로 담배를 피며 자전거 페달을 밟는 세일즈맨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길가 건물 입구에는 거의 예외없이 비치된 쓰레기통과 재떨이. 지저분하게 쓰레기나 오물이 흩어진 곳을 찾아 사진으로 담으려 했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너무 깨끗해서 얄미울 정도였다.

오후 1 58.

점심 식사 항구도시인 고베시의 바닷가에 위치한 메리켄 파크에 도착하니 공원 곳곳에서는 다양한 축제, 행사 등이 열리고 있었다. 장면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놀이 행사인 같다.

고베항은 일본 이민사를 얘기할 놓을 없는 곳이다. 고베항을 통해 해외 이민을 떠난 이들을 기념하는 조각상과 자세한 기록들이 공원 곳곳에 남겨져 있다.

개항 120주년을 맞아 만들어진 이곳 고베 메리켄 파크(神戸メリケンパーク)에는 해양박물관, 고베의 상징물이며 전망대 구실을 하는 높이 108m 포트타워가 있으며,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산타마리아호를 복원해 놓기도 했다. 개항 당시의 방파제 메리켄 하토바[メリケン波止場] 1995년의 고베지진으로 매몰되었다.

이곳에서도 예외없이 휴일을 맞아 물물교환 장터가 열리고 있었다. 부러울 따름이다.

시원한 바다 풍경이 눈에 바라보이는 아름다운 공원을 가진 고베시의 시민들이 무척 부럽게 느껴졌다. 시원한 바닷 바람을 쐬며 파란 하늘을 보는 즐거움으로 간밤의 피로가 가시는듯하다.

마침 바다에서는 고베항진흥협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30 보트 레이스가 열리고 있었다. 대진표에 나오는 숫자만 수십개에 이르는

대회는 가정주부, 노인 등등 일반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축제 분위기하에서 열리고 있었다. 우리나라를 비롯,중국 등등 일부 개발 도상국에서

눈에 불을 켜고 올림픽 메달 숫자만을 헤아리는 "스테이트 아마'에서 벗어나 생활 체육 위주로 국가 정책을 나가는 선진국 일본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메리켄 파크 곳에 마련된 작은 공간에 '메모리얼 파크'라는 이름을 붙여 1995년의 지진 피해를 교훈으로 삼고 있었다. 갈라진 아스팔트길, 쓰러진 가로등등을 보존하고 있었다.

1995년 1월 17일 긴키[近畿] 지방을 강타한 강도 7.2의 대지진으로 고베에서만 사망자 4,484명, 부상자 1만 4679명, 가옥 완전파괴 6만 7421동, 반파 5만 5145동이라는 큰 피해를 입었었다.

고베시의 도로 횡단보도에도 어김없이 자전거도로 표시는 별도로 해 놓았다. 아마 우리나라의 상주시를 능가하는 자전거 보유 비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인구 150만의 고베시의 모습이 이러한데, 왜 우리나라 광역시의 모습은 자동차의 경적소리와 무질서에 휩싸여 있을까?

오후 2시 32분.

고베에 가서 중국인 거리인 이곳 난킨마치(南京町) 를 둘러 보지 않으면, 고베를 다녀간 게 아니라는 얘기 때문에라도 이곳을 찾았다.

이곳의 유래는 1868년에 고베항을 열었을때 많은 중국인들과 유럽인들이 들어왔는데, 당시에는 중국과 일본사이에 국교가 없을때여서 중국인들이 여기에 모여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약 400m정도의 거리에 중화요리집과 잡화점 등 100개가 넘는 상점,레스토랑 그리고 절도 있다.

난킨마치(南京町) 의 중심부에는 이 거리의 상징인 난킨마치(南京町) 라는 이름의 작은 정자가 있다. 이곳에서 꼭 사진을 찍어야된다고해서 나 자신의 사진을 거의 찍지 않는 습관을 이 때만은 버리고,

별도로 휴대한 소형 디카로 일본 청년,아가씨들과 몇 컷 찍는 속물 근성을 발휘했다.

대세를 따르는 것도 삶의 지혜의 하나이기에.

이곳은 중국요리가 유명한 곳이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유명한것은 中華まん 또는 豚まん(부타망 )이라고 부르는 우리나라로 치면 고기만두 같은 것이다.

그 중에서도 南京町바로 앞의 로쇼키(老祥記)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1915년에 창업한 이 가게는 하루에 12,000개 이상은 팔지 않는다고 한다. 만두 가격은 한 개에 80엔. 이날도 예외없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시간 관계상 시식을 생략하고, 다른 가게에서 이것 저것 군것질을 했다.

위 사진의 간판에도 創業大正四年이라고 씌어있다. 일본은 국내용으로는 자기네 천황을 중심으로 연도를 표기하는데, 이는 일반 국민들에게 자연스레 자기나라 역사를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나의 과거 초등학교 시절의 수료증 ,상장 등을 보면 단기로 표기되어 있다. 이 점은 우리도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일본의 현재는 198년부터 시작된 헤이세이[平成] 시대 이며, 그 이전은 쇼와[昭和] 시대인 1926-1989 년을 일컬음이요.

大正이란 쇼와[昭和] 시대 바로 전인 다이쇼[大正] 시대(1912-1926)를 이르는 것이다.

난킨마치는 한 마디로 식도락가의 천국이다. 며칠 굶은 후 맛있게 보이는걸 모두 사 먹어보고픈 기분이다. 중국요리의 진한 맛에 일본요리의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눈맛깔'이 가미되어 음식 하나하나가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시장해진 뱃속에서 "시장이 반찬이다"라는 메세지까지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