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계획을 세우며 당초 도쿄를 목적지로 정했다가 백제의 정취가 묻어있는 긴키[近畿]지방으로 행선지를 변경한데 이어, 당초 항공편 이용에서 바다위의 일출,일몰 장면 촬영을 위해 선박편으로 바꾸게 되었다.
긴키(近畿)에서 기(畿) 의 의미는 우리나라의 경기[京畿]도와 같은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경기란 왕도(王都)의 외곽지역을 의미하는데, 당나라에서 왕도의 주변을 경현(京縣:赤縣)과 기현(畿縣)으로 구분하여 통치한 데서 비롯하였다.
긴키지방에는 고베시가 포함된 효고현(兵庫県), 교토부, 시가현(滋賀県),오사카부,와카야마현(和歌山県),나라현(奈良県), 미에(三重県)현 등이 포함된다. 이 지역은 서기794년부터 근 천년간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를 중심으로 경제, 정치, 문화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해왔다. 긴키의 기(畿)는 수도(都, 미야코)라는 의미로 긴키는 수도권을 말한다.
5월10일 토요일
대전역을 출발해 3시간 조금 못걸려 도착한 부산역 앞 광장은 방금 그친 비에 젖어 있었고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날씨를 보아서는 당초 기대했던 바다 위에서의 일몰 촬영이 수포로 돌아갈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부산역에서 일본행 팬스타호를 타기 위한 국제여객터미널까지는 셔틀버스가 수시로 운행되지만 국제 여객 터미널이 부산역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에 해당하는 가까운 거리이기에 걸어가기로 했다.
지난 1986년부터 2년간 이곳 부산에서 모 제약회사 영업소장을 한 덕분에 부산 지리에는
누구보다 밝은데다, 당시 사무실도 가까운 중앙동에 있었던지라 20 여년만에 부산 거리를 걸어보는 감회가 새롭다.
부산에서 일본 오사카까지 밤새 18시간의 긴 항해를 해 나갈 팬스타 써니호가 전용부두에
우람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다.
이 배는 일반인이 상상하는 여객선의 크기와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큰 배다.
27,000톤, 길이가 186미터, 폭 25.5미터, 높이 33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덩치이다.
6.7층에 수용하는 승객 정원은 680여명이지만 , 그 아래에 적재할 수 있는 컨테이너의 수는
무려 270 개이다. 승무원의 말로는 승객 탑승 수입은 전체 수입의 10%에 해당하는 미미한 금액이라고 한다.
고가 휴대품 신고를 위해 휴대한 카메라 장비를 신고처에 내 보이니, 카메라 바디는 캐논 코리아의 정품 라벨이 부착되어 있는고로 신고가 필요 없다는 설명과 함께 렌즈는 내수 구입가가 2백만원이 넘는 고가이니 신고하라며, 품명과 시리얼 넘버를 기록하고 신고 필증을 발급해 주었다.
출국 수속을 마친 후 팬스타 전용 통로를 이용하여 팬스타 써니호로 가는 길. 트랩이라고 불러야 할지?
터미널 건물에서 정박한 선박까지 직접 연결된 통로이다 보니 꽤 긴 거리를 움직여야 한다.
승무원의 환영인사를 받고 배 안에 들어선 후에는 객실과 안내 데스크가 있는 6층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이 에스컬레이터는 운항중에는 폐쇄되는 부분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6층에 로비가 나타난다. 이곳에는 안내 데스크, 라운지, 그리고
객실이 있다. 7층 객실 승객은 계단을 이용하여 한 층을 더 올라가야한다.
나는 6층 객실을 배정받았는데, 6인 용으로 2층으로 된 개별 침대가 있는 방이다.
침대에는 개별 스탠드와 전기 콘센트가 있고, 베개와 이불은 생각보다 깨끗한 편이었다.
요금이 편도 125,000원.
가장 비싼 객실은 편도 2인용 1실에 2백만원, 그리고 705,000원 등등 비싼 객실도 있다.
6층에 있는 안내데스크에서는 편한 객실로의 업그레이드(빈 객실이 있을 경우 요금 추가하여 업그레이드), 엔화의 경우 지폐를 동전으로 교환, 노래방 3개에 대한 사용 예약 접수 등등 승객의 편의를 제공한다.
로비의 한쪽에 위치한 라운지는 승객들이 간단한 음료를 마시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출항 후 거의 대부분 단체 여행 객들 중 특히 부인네들의 수다로 시끌벅쩍한 곳이었다.
탑승 후 객실에 짐을 부린 후 승객들은 배 안의 이곳 저곳을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다.
나 자신도 이렇게 큰 배는 처음 타 보는지라 부지런히 살피고 다녔으나, 돌아올 때도
같은 배를 탔건만 미로처럼 얽힌 통로를 정확히 기억을 하지 못했다.
외부 갑판은 3개층으로 되어 있으며, 맨 위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상부 갑판은 헬리콥터 이착륙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배 안에는 공연이 가능한 대형 식당, 노래방, 남녀 사우나, GS25편의점, 면세품점 등의
시설이 있으며, 음료수 판매를 하는 자판기가 많이 있다.
사진 우측 상단부의 터미널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선박 탑승을 위해 이동하는 통로이다.
팬스타는 써니호와 크기가 비슷한 드림호가 매일
18시간 운항 스케줄에서 조금의 시간 지체는 중간에 만회가 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시속 22노트의 속도는 조그만 어선 속도의 2~3배의 속도인데, 운항 중 주위를 항해하는 어선은 물론 컨테이너 선들보다 빠른 속도임을 알 수 있었다.
18시간 동안의 고속 마라톤을 위한 첫 발을 내 딛기 시작합니다. 방향을 서서히 남동쪽으로 향하며 한 시간 반 남짓 걸리는 대마도를 지나 약 6시간 동안의 풍랑이 거센 현해탄을 가로 지를 채비를 한다.
현해탄이란 일본 규슈[九州] 북서부에 펼쳐져 있는 해역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현해탄(玄海灘)이라고 부르지만 일본에서의 명칭은 겐카이나다 [玄界灘(현계탄)]이다. 겐카이[玄海]라고도 하며, 동쪽의 오시마섬[大島]에서 서쪽의 이키섬[壹岐島]에 이르는 수심 50∼60m의 얕은 바다로, 많은 섬과 암초가 산재한다. 겨울에는 북서계절풍을 강하게 받아 파도가 거세기로 유명하다.
배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을 시작하며, 배 안의 승객들 중 비위 약한 분들은 멀미를 시작한다.
승무원의 말로는 오늘은 파도가 좀 심한 날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하에서 수백만의 우리 동포가 강제 징용을 당해 일본으로 끌려갈 때 마치 짐짝처럼 취급 당하며 험난한 현해탄을 건너는 고통을 겪었을 것을 생각하며 내 마음은 일순 숙연해 지기도 했다.
출국 후 최초의 엔화 사용이다. 천엔 지폐를 자판기에 넣고, 880엔이 남았으니 자판기 음료 중 가장 싼 것이다. 이 가격은 일본 현지에서도 동일한 가격이었으며, 자판기 천국 일본에서는 음료수,맥주,담배 자판기 등등 그야말로 자판기에서 사지 못할 것이 거의 없는 형편이었지만 우리나라에 가장 흔한 300원짜리 뜨거운 커피는 구경하기 힘들었다.
일본 여행 내내 가장 아쉬웠던 점이 종이컵에 담긴 뜨거운 커피 맛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다음 여행 때는 꼭 커피 믹스와 소형 커피 포트를 가져가리라..
이런 상황이니 당초 기대했던 현해탄에서의 일몰 촬영은 포기해야할 듯하다.
팬스타 써니호 선내 곳곳에 비치된 자판기중 한 곳. 캔맥주 자판기에는 단지 19세 미만 불가를 표시하는 딱지만 붙어있다. 개개인의 양식을 믿겠다는 것일게다. 이런 캔맥주 및 담배 자판기는 일본 내의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심지어 주택가 골목이나 자그마한 동네 소공원에까지..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걸 설치했다면 시민단체에서 가만 있었을까? 1등 국민이란 어떤걸 말하는건지 생각해 본다.
승무원의 말을 빌리면, 웬만한 태풍주의보가 내려도 출항하는 팬스타의 경우 파도가 심한 날은 식탁 자체가 바닥에서 미끄럼을 타는데, 그런 날은 선장의 판단으로 식사시간 동안만 배를 파도가 덜한 코스로 우회시켜 승객들이 식사만은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한다.
맨 위 층인 8층에 면세점과 함께 위치한 GS 25 편의점. 배낭 여행을 하며 경비를 아끼는 학생들이나, 선 내 식당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이들은 이곳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기도 한다.
이곳은 또한 일본 여행을 마치고 귀국 시 국내에서 환전이 안되는 엔화 동전의 소진을 위해서도 긴요한 곳이다. 물건 값을 일단 엔화 동전으로 계산하고, 모자라는 금액은 우리나라 돈이나 신용카드로 계산할 수 있다.
695.9㎢. 인구 4만명으로 605㎢인 서울보다 면적은 더 넓다.
처음 시야에 들어온 때부터 근 한 시간은 눈에 보일 정도이다.
뱃전으로 보이는 바다의 흰 포말만으로도 파도가 무척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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