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킨마치에서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으로 포식을 한 후 일본 3대 명천(名泉)중 하나라는 고베시 북쪽 산악지역에 위치한 아리마온천(有馬溫泉)으로 향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건물인 나라(奈良)의 도다이샤(東大寺) 건립에 핵심 역할을 한 백제의 승려였던 행기(行基, 668-749)스님이 처음 휴양시설을 세운 온천이며 일본에서 가장 오래 된 온천 중 하나라는 유래답게 온천 초입부터 고색창연하다.
해수의 2배나 되는 염분을 포함한 염전과 사이다의 원료로 쓰이는 탄산수 외에 라듐샘 등의 풍부한 원천이 있으며 "교토", "오사카", "고베"의 휴양지로서 인기있는 온천이다. 철분이 함유되어 갈색을 띄는 킨노유(金の湯)와 탄산과 라듐이 함유된 맑은 색의 銀の湯( 긴노유)로 크게 나뉜다. 사진에서 검붉게 보이는 부분은 철분이 산화되어 변색된 것이다. 이는 울릉도 여행시 경험한 철분 함유 약수터 부근의 모습과 흡사하다.
관절염에 효과가 좋다는 킨노유(金の湯) 대신 아직 20대의 체력을 유지하는 나는 혈액 순환과 피로회복을 위해 銀の湯( 긴노유)로 향했다. 오래 된 좁은 길을 따라 오르는 경사 완만한 골목길 양 옆으로는 자그마한 기념품 상점들이 줄을 잇는다.
오랜 역사를 지닌 곳임을 강조하기 위함인지는 모르겠으나, 거의 대부분의 건물들이 고색창연하다. 간혹 다 쓰러져가는 건물에 흙으로 손질만 해 둔 곳도 눈에 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큰 손들이 진작 이곳을 둘러 보았다면, 통 큰 한국인의 기질을 십분 발휘해 싹 헐어버리고 부곡하와이 같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시설로 탈바꿈 시켰을지도 모른다.
오르막길을 10여분쯤 걸어 올라가 도착한 銀の湯( 긴노유).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이이서인지 나무 향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팬스타호에서 사우나 후 챙겨 두었던 타올을 찾아 배낭을 뒤졌으나 보이지 않아 접수처에서 자그마한 타올을 하나 200엔에 샀다. 예쁜 비닐백에 포장된 타올이다. 물건을 건네며 접수처의 두사람이 90도 각도로 인사를 한다. 그 혼란스런 와중에도 말이다. 일본인의 상술이라니...
타올을 받아들고 전면에 보이는 남탕으로 향한다. 앞에 서 있는 여인이 향하는 쪽은 여탕이다. 일본의 온천은 대부분 하루 걸러 남탕 여탕 위치가 바뀐다. 탕 입구에 걸어 놓은 휘장만 바꾸는 것이다. 음양 조화를 위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 연유로 이틀 연이어 찾아 오는 이들은 잘못해서 남녀 구분을 못하고 본의 아니게 볼 것 다 보고 되돌아 나오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일본의 온천을 이용하면서는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탕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으로 일본인과 한국인이 명확히 구분된다. 한국인은 옷을 다 벗은 후 타올을 손에 들고 어깨를 편 채 보무 당당히 벗은 몸으로 걷는다. 그러나, 일본인은 남녀 공히 타올로 치부를 살포시 가리고 걷는다. 이날도 예외는 없었다.
뜨거운 물로 시원하게 목욕을 하고 벗은 몸으로 탕을 나와 탈의실에 들어선 순간.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완전 나체인 남정네들 사이를 여유있게 오가며 탈의실 바닥을 청소하는 모습도 익히 보아 온 모습이다. 그러나, 이곳이 처음인 한국의 젊은이들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몸둘바를 모른다. 그것이 일본 온천의 일상적 모습이며, 그네들의 문화가 우리와 다름을 모르니 어쩔 수 없으리라.
안전을 중시하는 일본 답게 이곳 온천지대 한 가운데에도 어김없이 화재에 대비한 시설이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깨끗하게 닦여진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다.
미로처럼 얽히고 오래 된 좁은 골목길이 많은 점을 감안해 곳곳에 이런 류의 안내 표지판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것 같다. 일본 유명 관광지의 공통된 모습이지만, 일본어 외에 영어,중국어,한국어 3개 외국어가 병기된 표지판과 간판이 일반적이다.
일본의 좁은 땅덩어리, 그리고 전통을 보존하는 그네들의 습성으로 인해 좁은 골목길에 주차하는 기술은 가히 세계 최고일 것이다. 차량이 다닐 것 같지 않은 골목인데도 혹시 지나갈지도 모를 다른 차량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주차 솜씨, 그리고 적합한 차량 선택인 것 같다.
이곳은 고온 다습한 곳이라 아열대 식물이 풍부하게 자란다. 내가 온천을 한 이곳 銀の湯( 긴노유) 앞에 무료로 우산을 빌려 주는 우산 비치대가 마련되어 있다. 이 모습은 여기만이 아니라 이곳 아리마 온천 지역의 많은 상점 앞에서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비가 자주 오는 곳인가보다. 이런류의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 정신은 우리나라 관광지에서도 배울만한 일이 아닐까 한다.
앞에서 언급한 행기(行基, 668-749)스님의 입상이 온천지대 입구에서 銀の湯( 긴노유) 로 가는 길목에 있는 아리마 온천의 유래를 소개하는 간판 앞에 서 있다. 받침돌에도 '行基菩薩’ 이라고 각인되어 있다. 일본의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발행되는 공식문서에서는 날조 또는 왜곡된 역사적 사실을 일본 현지의 주민들은 성실히 보존하는 이중적 현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이곳 일본이기도하다.
이곳 아리마 온천의 온천공이 있는 곳이다. 뜨거운 수증기가 계속 뿜어나오는 이곳에도 표지판을 세우고 일본 3대 명천임을 홍보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조금씩 나오는 온천물을 받아 두었다 써야하는 우리나라의 일부 온천과 달리 일본의 온천은 워낙 수량이 풍부하여 많은 온천에서는 땅 속에서 그냥 솟아 나오는 온천물을 계속 흘려 보내는 곳도 많다는 얘기이고보면 과연 일본은 온천의 나라라는걸 실감한다.
아리마를 떠나 오사카에 도착해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중심부인 혼마치(本町)에 위치해 있어 교통이 편한 것이 마음에 든다. 욕조도 너무 작고 좁은 욕실, 그리고 싱글 침대 외에는 여유 공간이 별로 없는 비지네스 호텔이지만 잠자는데는 전혀 불편이 없어 보인다. 카메라 밧데리와 mp3를 충전기와 연결해 집에서 준비해온 멀티캡과 110v용 커넥터를 연결해 두고 마실 물을 사기 위해 방을 나섰다. 자판기 천국이자 편의점 천국인 일본인지라 몇 발자국만 걸으면 길에 널린게 편의점이다. 생수를 두 병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오사카 시내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오피스 빌딩들이 밀집한 곳이어서인지 거리가 너무 조용하다. 퇴근 후 흥청망청이 거의 없는 일본은 오사카의 경우 신사이바시나 도톰보리 같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제외하면 저녁 시간대 시내가 너무 조용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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