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헤이안진구 역시 출입문은 어울리지 않게 크고 화려하게 만들어져 있다. 더구나 붉고 화려한 색깔이 차분하고 검소한 것에 익숙한 나에게는 역겹게 느껴진다. 문화의 차이일까?
헤이안진구 앞 택시 승강장에 택시가 길게 줄을 서 있고, 한쪽 길가에 택시 운전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일본의 경우 택시 운전사들이 대부분 60~70 이상 된 것 같았다.
이번 여행중 택시 이용 횟수가 다섯 번인데, 그 때마다 나이들이 많았고, 영어가 너무 서툴렀다. 본토 발음을 알아듣지를 못했다. 할 수 없이 내키지 않았지만 일본어를 쓸 수밖에 없었다.
또한 우리나라 택시의 경우 보편화 되어있는 내비게이션을 설치한 택시를 일본 제2의 도시인 오사카 택시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같은 교토 시내에 있는 청수사로 향하는 입구이다. 주차장에서 청수사 경내까지 2~3백 미터 남짓한 야트막한 오르막길 양 옆으로 기념품점, 먹거리 판매점 등이 줄을 지어 있으며 마치 사찰 입구가 아닌 쇼핑센터 같은 분위기이다.
이곳 청수사(淸水寺;기요미즈데라)는 해발 282m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주변 폭포물이 매우 맑아 '청수사'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8세기말에 세워진 후 여러 번의 화재로 손실됐으며 1633년 현재의 건물로 재건했다. 교토시내의 전경 관광 명소로 매년 3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청수사 본전건물 모습이다. 지붕은 측백나무 껍질로 되어있으며, 대략 10년 주기로 지붕을 보수한다고 한다. 높이 12m의 4층 목조건물로 절벽 위에다 139개의 느티나무 기둥을 이용하여 건물을 지었다.
청수사는 고대 일본 정복왕인 백제인 오진왕(應神, 4∼5세기 초)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세워졌으며798년 이 사찰을 창건한 이는 백제인 가문의 무장 사카노우에노 다무라마로(坂上田村麻呂 758∼811)다. 다무라마로의 조상은 오진왕 때 백제에서 건너간 백제 왕족 아치노오미(阿知使主)라고 한다.
소원을 빌며 약수를 마시는 곳이다. “기요미즈데라 오또와폭포의 물을 드시는 손님들에게 유료로 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요미즈데라 참배 기념으로 많이 이용해 주세요.” 라는 문구와 함께 자그마한 물 그릇을 200엔에 판매한다.
나도 고대 일본 정복왕인 백제 오진왕의 명복을 빌며 200엔에 물그릇을 사서 그 물을 마셨다.
이곳 청수사는 우리나라의 경주 불국사 만큼 학생들이 수학여행으로 많이 들리는 곳이라 한다. 이날도 수많은 일본 중고생들이 이곳을 찾았다. 일본에서는 통상적으로 여중생과 여고생을 구분할 때 스커트 길이로 구분한다고 한다. 여고생은 스커트 길이가 무릎 위로 한 뼘은 올라가는 것 같다. 여중생은 무릎이 살짝 보일 정도.
청수사에서 나오는 길에 일본 전통과자가게에 들러 무료 시식으로 배를 채웠다. 너무 많은 인파로 인해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은 오히려 무료 시식에 도움이 되었다. 일본 과자는 너무 달다는 단점이 있으나, 맛은 괜찮은 것 같다.
맛좋기로 이름난 아이스크림 집이라기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시원한 두유 아이스크림으로 땀을 식히는 호사도 누렸다. 아이스크림 또한 맛은 물론이려니와 겉보기가 깨끗하고 화려하여 눈맛깔 또한 일품이었다.
오사카에 가면 반드시 가봐야 한다는 신사이바시와 도톰보리를 가기 위해 1600년대에 물자 수송을 위해 만들었다는 인공수로인 도톰보리강(?)으로 향했다.
그리고, 물가에 앉아 군것질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25살의 일본 아가씨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같이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무척 쾌활하고 밝은 아가씨들이라 내 기분을 상쾌하게 해 주었다. 즉석에서 mp-300으로 사진 한 장을 인화해 주니 너무 고마워한다. 왼쪽 아가씨 이름은 미키이다. 한일 우호 증진에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일본 내 유명 관광지에 붙어있는 한글 안내판이 여기도 예외 없이 나붙어 있다. 남자는 1575엔, 여자는 1260엔. 성차별이다. 그것도 역차별. 차이 나는 금액이 315엔이면 우리돈으로 3000원 정도이다. 여장하고 들어가는 사람은 없을까?
컨베이어를 타고 계속 나오는 음식을 노려보는 이들의 눈매가 매섭다. 판단이 빨라야할 것 같다. 마음에 드는 음식이 앞을 지나면 접시를 집어서 먹고, 빈 접시는 옆에 쌓아 두면 된다.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걸 많이 먹으면 먹은 것도 없이 배만 부르다는 생각도 들 것 같다.
뱃속에 여유 공간이 없을 때까지 실컷 먹었다. 정말 오랜만의 포식이다. 한국 관광객들을 배려한 때문인지, 아니면 일본인들도 김치를 잘 먹는지는 모르겠으나 김치도 간혹 나온다. 생각보다는 김치 맛도 괜찮은 편이다. 일본인들의 음식 솜씨를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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