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6일
전북 부안의 채석강과 내소사를 가기 위해 찾은 대전 서부 시외버스 터미널.
오래 전부터 터미널 이전 얘기가 오간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광역시의
시외버스 터미널 2개소(동부,서부)중 하나의 몰꼴이 말이 아니다.
시외버스 승객 감소로 경영이 어렵다는 얘기는 들어왔지만, 이런 몰꼴로 방치하는
버스회사측과 대전시 운수행정당국 모두의 공동책임인 것 같다.
터미널 외부 모습이긴 하지만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초라한 모습이다.
대전 서부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7시에 출발하여 익산,김제를 경유하여 부안에 도착한 시간이 9시10분, 다시 격포행 시외버스를 타고 격포항에 도착했다.
대전에서 익산까지는 승객 10 여명, 익산에서 부안까지는 나를 포함한 승객 수가 3명.
운전기사와도 많은 얘기를 나누었지만, 서민 경제가 무척 침체되어 있음을 피부로도 느낄 수 있었다.
격포항 앞바다와 푸른 하늘을 보며 우울했던 마음을 달랜다.
부안에 살면서 격포에서 10 마지기의 논농사를 짓는 촌노의 조언으로 그분 논 근처에 있는
부안 영상테마파크를 찾았다. 모내기가 한창인 논둑길을 따라 30 여분 걸어 도착한 곳.
이곳은 영화 ‘왕의 남자’ , TV드라마 ‘불멸의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창덕궁 인정전 모습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경복궁에 있는 교태전 모습의 조형물도 있는걸 보면 우리 궁궐의 이것 저것을 뭉뚱그려 만들어 놓은듯하다.
이곳에는 왕궁만이 아니라 사대부가,한방촌, 도자기촌,공방촌,시전거리 등등을 만들어 놓았다.
아마도 요즘 한창 인기 몰이 중인 각종 사극 촬영팀 유치를 위한 종합 야외촬영지로 꾸며 놓은 것 같다.
격포항과 맞닿아 있는 채석강에 도착했다.
채석강은 위치로 보면 격포항 오른쪽의 닭이봉 밑이다. 옛 수군(水軍)의 근거지이며 조선시대에는 전라우수영(全羅右水營) 관하의 격포진(格浦鎭)이 있던 곳이라 한다.
마침 썰물 때인지라 많은 관광객들이 물빠진 해변 곳곳의 바위 위에서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알뜰한 주부들은 해초와 조개 줍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바로 이곳 채석강이며. 그들은 격포항을 통해 율도국으로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채석강이라는 이름은 중국 당나라의 이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흡사하여 지어진 이름이라한다.
이곳 채석강의 지형은 선캄브리아대(지구가 탄생한 약 45억 6천만 년 전부터 최초로 눈으로 보일 정도의 껍질을 가진 생물(Small Shelly Fossil)의 출현으로 시작된 캄브리아기, 즉 5억 4천만 년 까지의 시기로서 지구 전체 역사의 86%를 차지하는 긴 시기)의
화강암, 편마암을 기저층으로 한 중생대 백악기의 지층이다.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절벽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하다. 주변의 백사장, 맑은 물과 어울려 풍치가 더할 나위 없다
채석강에서 빼어난 절경을 감상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마신 후 격포항을 뒤로했다.
농번기라 행락객이 줄어든 탓도 있겠지만 고유가로 인해 어선의 출어가 많지 않아
무척이나 한산하게 느껴지는 침체된 듯한 어항의 모습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격포에서 내소사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승객 수 고작 6명) 내소사 입구에 도착해
늦은 점심을 먹고 내소사 입구로 들어섰다. 전나무 숲길이 유명하다는 명성에 걸맞게
입구부터 울창한 나무들이 길손을 반갑게 맞는다.
지난 겨울 유명세를 많이 타는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에서 느꼈던 전나무 향이 이곳에서는 훨씬 강렬하게 느껴진다.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이 잘 다듬어진 세련된 모습이라면, 이곳은 좀 더 자연에 가까운 투박한 모습인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이 초여름이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숲이 더욱 울창하고,
전나무의 개체 수도 더 많은 것 같다.
일주문을 지나 약 600m 정도 이어진 전나무 숲길을 걷다보면 눈 앞에 해발 433m 의 자그마한 관음봉[觀音峰]을 품에 안은 능가산으로 둘러 싸인 아늑한 내소사가 나타난다.
관음봉 서쪽으로는 망포대(望浦臺)와 신선암(神仙岩) 줄기가, 동쪽은 옥녀봉 줄기가 곰소만을 에워싸고 뻗어 있다. 주변 옥녀봉(432m)과 선계폭포, 선계암, 굴바위는 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선계폭포가 있는 우반계곡은
내소사 대웅보전의 모습이다. 대부분 사찰의 본전인 ‘대웅전, 대웅보전, 대적광전’ 등이
울긋불긋한 단청으로 곱게 치장된 것과 달리 나무의 원색깔 그대로를 간직한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든다.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능가산 아래 에 위치한 이곳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633년)에 창건된 고찰이다.
그 후 임진왜란 때 대부분 소실되고, 인조11년(1633년)에 대웅보전이 중건된다.
버스를 기다리기도 한 고전적 여행이었지만, 중간중간 버스기사, 촌노,음식점 주인 아주머니
시골 시외버스 터미널 주변의 상인 등과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들의 고달픈 삶을 생각하면 나 자신의 삶이 무척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열심히 일하고 주말을 맞아 이토록 향기로운 전나무 향을 듬뿍 맡을 수 있는 이런 작은 행복을 오래오래 누릴 수 있으려면 앞으로도 부지런한 삶을 살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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