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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섬 소매물도

6월 14일(토) 오전 11시 44분.
쿠크다스라는 과자 CF를 통해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남쪽 바다의 작은 섬 소매물도를 찾아

아침 일찍 대전을 출발해 통영항에서 11시에 출항한 배가 처음 기착지인 비진도에 일부 승객을 내린 후
작고 아담한 비진도 해수욕장을 뒤로하고 소매물도로 향한다.

잔잔하던 바다가 이 때부터 거칠어지기 시작하며 일부 승객들이 멀미에 시달린다.

낮 12시24분.

1시간 20분 동안의 짧은 항해 끝에 소매물도 선착장에 내려서니
손바닥만한 작은 섬(2.51㎢에 해안선 길이 3.8km)이 내려 앉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의 인파로 북적인다.

넓은 평지라고는 볼 수 없고, 가파른 언덕길만 보이는 전형적인 작은 섬이다.

가파르고 좁은 산길을 20여분 오르면 자그마한 분지에 자리 잡은
10여년전 폐교가 된 소매물도 분교장터가 아담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사진은 분교를 지나 망태봉으로 향하는 언덕에서 찍은 것이다.

매물도 초등학교 소매물도 분교장터였던 이곳은 지금은 사유지이다.


철문 앞 한켠에는 자그마한 돌로된 경상남도 교육감 명의의 교적비가 세워져 있다.

1961년 4월29일 개교하여 졸업생 131명을 배출하고 1996년 3월1일 폐교되었다.


낮 12시 50분.
해발 152m의 망태봉 정상 부근에서 바라 본 등대섬의 모습이다.
이날 최대 간조시각이 오전 11시 39분이어서 70 여미터 거리의 등대섬과 사이의
열목개 자갈길이 열린 모습을 볼 수 있다.

자갈길이 열린 모습을 망태봉에서 내려다 보기 위해 남들과 달리 이곳을 먼저 찾았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짙은 구름으로 인해 해안선과 맞닿은 파란 하늘을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망태봉 정상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평지에 세워진 이 시설물은
세관 매물도 감시서 옛터이다.

이 시설물의 행정구역상 지번은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소매물도 산64-5 번지.

1979년 4월19일 대통령령 제 9096호에 의거 마산세관 매물도감시서 설치된 후
1980년 6월14일 장승포세관으로 이관되어 장승포세관 매물도감시서가 되었다가
1987년 4월1일 장승포세관 매물도감시서 폐지로 인해 지금은 버려진 곳이다.

이곳은 70~80년대 남해안에서 성행하던 특공대밀수(소형 어선 등을 이용한 밀수)를
단속하던 곳이다.
당시 레이더와 망원경 등을 이용하여 2~3명의 세관 직원이 상주하며 관세국경선을 지켰던 세관역사의 일부분이다.


오후 1시 22분.
본섬인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에 있는 열목개 자갈길이 이처럼 열려 있어 관광객들이
등대섬을 향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지금은 물이 들어오는 중이라 오후 2시가 넘으면
사람이 지나기에는 위험할 정도로 물이 차 오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관광회사에서는 모세의 기적이라는 광고 문구를 즐겨 사용한다.


이곳 해변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기암괴석들이 산재해 있다.
시원한 바람이 쉴새없이 불어온다.

통영에서 가져온 충무 김밥을 깨끗한 바위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으며 먹는 맛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하는 식사보다 훨씬 훌륭하다.

더구나 대전에서부터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아릿따운 아가씨 두 명과 같이
담소를 나누며 식사. 이름하여 '천국의 오찬'이라 할 수 있으리라.

물론 이 두 명의 사진을 대전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십 여장 찍어 한 장은 즉석 인화를 해 주고
나머지는 조금 전 이메일로 보내 주는 성의는 베풀었다.

'천국의 오찬'을 마친 후 등대섬과의 사이 열목개 자갈길에 물이 들어오는 장면을 담기 위해
부지런히 망태봉을 향해 다시 발길음을 재촉했다.

비록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 구름이 두둥실 떠 다니는 꿈에 그리는 풍경은 아닐지라도
투명하리만치 깨끗한 한려수도 바닷물 색깔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해풍이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 준다.


오후 2시 27분.
망태봉에 다시 올라 멀리 등대섬 정상에 위치한 등대를 망원으로 당겨 보았다.
전망대에 빼곡히 들어찼던 수많은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외로운 등대만이 홀로
서 있다.

등대섬의 본래 이름은 해금도(海金島)이지만 등대와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등대섬으로 불리워졌는데,
2002년 "등대도"로 확정되었다 한다.


이 등대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의해서 1917년 무인등대로 건립되었으나, 1940년 유인등대로 전환되었다 한다.
등대의 등탑은 콘크리트 구조이며 높이는 16m이며,
프리즘 렌즈를 사용한 대형 등명기를 이용해 약 48km거리까지 불빛을 비출 수 있다 한다.


오후 2시 28분.
최대 간조시각인 오전 11시 39분에서부터 3시간 여가 흐른 후인지라
모세의 기적이라는 미사여구로 표현되는 열린 자갈길이 거의 바닷물로 덮여 간다.


욕심으로는 완전히 바닷물에 잠긴 장면을 내 눈과 카메라에 담고 싶으나 선박 출항 시간이 있는지라.
미련을 남긴채 자리를 뜬다.

500여 미터 떨어진 본 섬인 대매물도의 형상이 "매물" 즉 "메밀"처럼 생겨서 '매물도'라는 이름이 붙여진
소매물도는 쿠크다스라는 과자 CF외에도 2005년에는 송혜교,차태현 주연의 '파랑 주의보'라는 영화에도 등장한다.


오후 3시 40분
흐린 날씨에 섬 특유의 거센 바람을 맞은 관광객들이 추위를 느끼며 애타게 배를 기다리건만
출항 시간이 되어도 배는 쉬이 나타나지 않았다.

옷을 얇게 입은 대부분의 여성들은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가하면 팔에는 소름이 돋기 시작할 즈음
갑자기 우측 바위 모퉁이에서부터 통영행 여객선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다림에 지친 행락객들이 환성을 지른다.


오후 4시 58분.
소매물도로 향할 때 비진도와 소매물도간 약 40분 동안 거센 파도로 인한 여객선의 심한 요동으로
고통을 겪었던 승객들이 대부분 선실 안에서 꼼짝도 않는 동안 내가 탄 여객선 주위를 갈매기 떼들만 계속 따른다.

사진에 보이는 이 갈매기는 머리가 검은 '검은머리 갈매기'도 아니고, 봄철 번식기에 가슴깃이 분홍색으로 변하는
붉은부리갈매기도 아니다.

머리 아래쪽이 흰색이고 등과 날개가 회색이며, 부리의 색이 노랗고 끝에 붉은 얼룩이 있는 점으로 일반 갈매기이다.
또한 등이 연한 회색인 점으로 보아 4년 이상된 완전한 어른 갈매기인 것 같다.


오후 5시 11분.
통영항에 도착한 여객선이 속도를 늦추며 부두에 정박할 준비를 한다.
비록 하루 종일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 탓에 좀 더 쨍한 사진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

2월과 8월에 가장 맑고 시야가 좋은 날이 계속된다는 뱃사람들의 말을 마음 속에 새겨 두었으니
다음번에는 내 마음에 드는 쨍한 소매물도 사진을 건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하루를 마감할 수 있다는

행복감에 젖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