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일) 오전 8시 23분.
아침 6시 대전역을 출발하는 충북선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종착역인
충북 제천시 제천역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8시 20분 경.
제천역 앞의 자그마한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주문한 후 바라 본 아담한 제천역의 모습이다.
시외버스 소요 시간이 3시간이 넘는다기에 난생 처음으로 타 본 충북선.
주변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 눈은 즐거웠지만, 내가 탄 객차 승객이 10 명도 안되는지라
적자 운행을 감수해야하는 공기업 철도공사의 현황에 씁쓰레한 기분이 든다.
시외버스로 소요 시간이 한 시간도 채 못되는 단양군 영춘면 소재 구인사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11시 30분. 이용 승객이 너무 적어 운행 횟 수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시외버스를 이용하자니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 이런 형편이니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자가용 족들이 늘어나는 것일게다.
하긴 이 문제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고 따져봐야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부처님을 모시는 사찰 입구의 버스터미널 한 번 거창하게 지어 놓았다.
대규모 보수공사가 진행중인 일주문과 천왕문을 거쳐 사찰 경내의 중심부로 들어선 순간
휘황찬란한 색깔로 이루어진 초대형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에 어리둥절해진다.
버스 터미널 바로 옆의 진입로 경비 초소 입구에 써 놓은 팻말에는 다른 사찰에서는 보지 못한
큼지막한 안내판이 있었다. 제목은 "사찰 출입시 준수 사항" 총 6 항목으로 된 그 내용 중 제 1항의
내용인 '짧은 반바지나 미니 스커트 등 사찰 분위기에 부적합한 의복 촬영자는 출입을 삼가합니다."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구인사 경내 분위기이다.
첫 느낌은 대도시 고층 건물 사이를 지나는 느낌이다. 수많은 관광객들의 모습 어디에서도 경건함을 찾을 수 없다.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으로 1백67만 천태종도들의 근본수행 도량'이라는 사찰측의 홍보 문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유서 깊은 여타 사찰들과 달리 콘크리트 건물에 화려하게 도색한 채 다닥다닥 붙은 대형 건물들을 보노라면
마치 서울 등 대도시에 자리 잡은 급성장한 신흥 사학의 캠퍼스 같은 느낌이다.
더구나 수많은 건물 입구마다 놓여있는 각양 각색의 수많은 음료 자판기를 볼 때마다 그런 느낌은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낮 12시 4분.
향적당이라는 이름의 대형 건물 2층으로 들어섰다(2층인지 3층인지는 분명치 않다.).
신도들과 관광객들을 위해 무료로 공양(식사)을 제공하는 곳이다.
3층짜리 건물인데, 1층은 공양을 준비하는 부엌이고, 2,3층이 공양을 제공하는 곳이다.
평소 사진 여행을 다니며 간식을 하지 않는 편인데다 점심은 거를 때가 많지만 이날은 오랫만에
사찰 음식을 경험하기 위해 배식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본인의 취향에 따라 상치쌈도 먹을 수 있었으나
번거로운걸 싫어하는지라 기본 배식만 받았다.
종교를 갖지 않은 입장이지만 부처님의 자비를 마음 속에 새기며 농부의 정성을 가슴 깊이 새기며 식사를 했다.
김치 없이도 라면 한 그릇을 뚝딱 해 치우고, 반찬 없이 햄 한 캔만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먹성이 이럴 때는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이름도 모를 어느 대형 건물 옥상 한 가운데 놓여진 이름 모를 조형물이다.
콘크리트 구보물에 도색을 한 이 조형물은 어느 사찰에서도 보지 못한 것이며 또한 짧은 반바지나 미니 스커트를 입지 말라는
문구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인 것 같다.
수 백여개에 달하는 장독대들을 내려다 보니 올라 오는 도중 귓전으로 들은 단체 관광객들의 대화 중
"돈 냄새가 풀풀 난다." 하던 말이 떠 오른다.
얼마 전 방문했던 소백산 희방사 부엌 앞에 졸망졸망 놓여 있던 대여섯 개의 자그마한 장독들과는
너무나 큰 대조를 이룬다.
이곳 구인사도 희방사와 마찬가지로 소백산 자락에 위치해 있으면서...
구인사 경내의 맨 위에 있는 조사전 앞에 건축중인 초 대형 건물이다.
2003년부터 어느건축회사에서 5년 째 공사중인걸 보면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건물 내부에 설치될 것으로 보이는 대형 패키지 에어콘이 수십 개 비닐을 덮어 쓰고 대기중인 것 또한 이채롭다.
근처에 있던 어는 관광객의 입에서 나오는 말인즉슨 "초 거대 기업이구만!"
구인사 경내의 맨 끝이며 맨 위에 위치한 조사전을 가기 위해 건축중인 대형 건물 광명전 공사장을 우회해서
산길을 돌아서 갔다. 비로소 온갖 나무들의 향이 느껴지며 사찰에 온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콘크리트로 만든 계단이 이어지기에 가까이 가 보니 팻말에 이렇게 써 있다.
"관광객은 절대 출입금지" 이곳 구인사에는 이런 문구가 수없이 많다. 좀 더 부드럽게 표현할 수는 없을까?
구인사의 맨 위 끝에 있는 조사전이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최근 건축된듯 콘크리트 냄새, 그리고 페인트 냄새가 나는 느낌이다.
또한 내가 머리 속에 그리는 사찰 건물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이다.
화려한 색조, 그리고 주변 장식 조형물들. 중국이나 일본의 냄새가 진하게 느껴진다.
은은함과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우리 배달민족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형태, 그리고 색깔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곳 구인사의 규모는 이 건물 하나만으로도 능히 가늠할 수 있으리라.
좌측 하단에 붙어 있는 표지판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 구인사 종합 저수조, 용도:생활용수, 용량:300 TON, 관리자;구인사 기전실'
구인사 경내 맨 끝, 즉 맨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울창한 나무들, 그리고 깊고 아늑한 계곡이 느껴진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 속에 소나무를 정성 들여 다듬어 기둥을 세우고, 황토 흙으로 벽을 바르고
우리 땅에서 파 낸 흙으로 구워낸 기와로 지붕을 덮은 자연과 어우러진 사찰 건물이 조촐하게 자리 잡았으면 하는
생각을 간절히 해 보며 구인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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