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토요일
경남 함양군 안의면 상원리 용추계곡에 자리 잡은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 시간임에도 주차 공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차량의 홍수를 이루고 있다.
올 여름 피서의 최절정기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남유형문화재 제54호로 지정되어 있는 용추사의 일주문이다.
487년(소지왕 9) 신라의 승려 각연(覺然)이 장수사(長水寺)를 창건할 때 세웠다는 문으로서 측면 기둥 두개로 된 일주문이다
현판의 글씨는 , ‘덕유산장수사조계문(德裕山長水寺曹溪門)’이라 새겨져 있다. 용추사 일주문은 일주문으로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히 큰 규모의 문이다.
옛날 이곳 함양
남덕유산 자락인 기백산과 황석산 자락을 흘러내린 물이 이루어낸 계곡으로 1년내내 물이 마르는 일이 없을 정도로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빼어난 계곡이다.
시원한 물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곡을 좌측으로 두고 20여분 녹음 짙은 숲길을 걸어 오르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온몸이 시려올 정도로 물이 차다.
그 계곡을 가로질러 좁은 숲길을 헤치고 나오니 석축 위에 토담을 쌓고 그 위에 기와를 올린
아담한 토담이 나를 반겨준다. 용추사 경내를 구분하는 정감있는 토담이다.
용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쌍계사의 말사이다.
487년(신라 소지왕 9) 각연(覺然)이 창건하였다. 창건 당시에는 용추암(龍湫庵)이라고 불렀다. 각연이 덕유산에 장수사(長水寺)를 세운 뒤 부속 암자 중 하나로 지은 절이다.
그 후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화재 등으로 대부분의 건물이 없어지고 일주문만 남았으나 1970년대 후반부터 주지 현조(玄照)가 대웅전을 새로 짓는 등 불사를 진행하여 오늘에 이른다. 산내 암자로 도솔암과 백련암이 있고, 옛 장수사의 암자였던 서흥암과 원적암·견성암·영악암·보제암·천진암·무주암 등은 터만 남아 있다.
지금도 고찰로서의 본모습을 찾기 위한 각종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3년 새로이 중건한 대웅전이다.
규모는 정면 3칸에 측면 3칸으로 사진에서 보듯 팔작지붕을 올렸다.
공포는 다포계이며, 처마는 겹처마로 단청은 아직 되어 있지 않다.
차라리 10년 이상 말린 노송으로 지었다는 건물의 나무 원색이 내 마음에 꼭 든다.
기단은 가구식 기단이며, 주초석은 연꽃무늬 다듬돌을 놓고 원주기둥을 세웠으며 정면과 좌우 측면에는 석계를 놓았다.
우리나라 사찰 지붕 형식을 크게 나누면 맞배지붕,팔작지붕,우진각지붕, 모임지붕의 네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처럼 아직 공사중인 이곳 용추사 경내에서는 위의 네가지 중 세가지 지붕형태를 볼 수 있다
대웅전 좌측의 ‘음원전’은 4각으로 된 ‘모임지붕’형태이고, 이미 앞에서 설명했듯이 대웅전은 팔작지붕이며, 사진 우측의 ‘삼상각’은 맞배지붕이다.
이곳 용추사는 최초 건립 후 근 1000년이 흐른 후인 고려 말에 자초(自超:1327∼1405)가 중수하고 수도처로 삼았으며, 1681년(조선 숙종 7) 운흡(雲洽)과 수오(秀悟)가 절을 아래쪽으로 옮겨 중창하였다. 1684년 문찬(文贊)이 법당을 지었고, 1685년 문감(文鑑)이 불상을,
1734년(영조 10)에 화재로 여러 전각이 불에 탔으나, 호경(護敬)과 두인(斗仁)·영우(靈祐) 등이 대부분의 건물을 복원하였다. 이 때 《묘법연화경》 등 불경 100여 권을 새로 찍었다고 한다.
수년 후 지금 진행중인 각종 공사가 끝난 후 다시 이곳을 찾으리라 다짐하며 용추사를 떠난다.
이번에는 오르던 길이 아닌 넓게 닦인 도로로 나섰다.
돌에 새겨 만든 용추사 표지판 근처까지 오니 벌써부터 조금 아래에 있는 용추폭포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쉴새없이 흐르는 땀을 식히기 위해 용추폭포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갈수기임에도 물 많고 깨끗하기로 소문난 용추계곡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놀이 15~20미터에 달하는 용추폭포는 시원한 물을 쉴새없이 내려뜨린다.
용추폭포는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마치 용의 울음소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이곳 용추폭포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져 온다.
옛날 물레방아 굵기의 이무기가 이못에 살았는데.
용이 되기 위해 신령께 빌어 108일 금식기도를 하면 용이 되어
승천할 수 있다는 계시를 받았다.
온갖 고난을 참으며 매일 기도하던 이무기는 내일이면 108일을 맞는 날.
용이 된다는 기쁨에 날짜도 잊고 있는 힘을 다해 하늘로 치솟았다.
그와 동시에 천둥이 치며 벼락이 이무기를 향해 때렸다.
벼락맞은 이무기는 인근 위천면(거창군) 서대기 못에 떨어졌고
서대기는 이 이무기의 썩은 물로 3년동안 풍년농사를 이뤘다 한다.
**이무기는 한국의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용이 되기 전 상태의 동물로, 여러 해 묵은 구렁이를 말하기도 한다. 차가운 물 속에서 500년 동안 지내면 용으로 변한 뒤 굉음과 함께 폭풍우을 불러 하늘로 날아올라간다고 여겨졌다.
그 영화에 등장하는 폭포가 바로 이곳 용추폭포이다.
용추계곡 입구에 있는 물레방아공원이다.
조선말기 실학자이자 안의현감(1792년 부임)을 지냈던 연암
이를 기념하기 위한 지름 10미터의 물레방아를 설치하고 물레방아공원을 만들었다. 흔히 보는 자그마한 모형이 아니라 물레방아를 이용하여 곡식을 찧는 방아 시설까지 해놓았다.
물레방아의 이용은 이용후생 [利用厚生], 실사구시(實事求是) 라는 현실개혁의 실학사상이 깃들어 있는 조선시대 농경문화 변혁의 시발점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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