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본카테고리

정동진 해맞이


2008년 8월9일 강원도 강릉시 정동진에서 맞은 일출.
오전 5시 35분 45초에 수평선 위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태양은 채 3분도 되지 않은 짧은 순간인 5시 38분 3초에는
그 붉은 몸 전체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8월8일 저녁 9시 58분에 서대전역을 출발한 정동진행 임시열차가
목적지인 정동진역에 도착한 시간은 다음날인 8월9일 오전 3시50분경.
이른 새벽 시간인데도 서울,광주,부산 방면에서 출발한 해맞이 열차가
연이어 도착하여 수많은 해맞이 인파를 자그마한 시골 간이역에 끊임없이 토해낸다.



정동진역 플랫폼에는 정동진역을 알리는 돌로 만든 표지판이 서 있다.
그 표지판의 글씨는 "경복궁(광화문)의 정동쪽"이라고 되어 있다.
이 뜻은 정동진이라는 이름의 유래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서울 동북부의 도봉산과 위도상으로 일치한다고 한다.



역시 정동진역 플랫폼 한 쪽에 세워져 있는「정동진시비」이다.

"벗이여,바른동쪽정동진으로떠오르는 저 우람한아침 해를 보았는가..."로 시작되는 이 시는 '신봉승'의 글이다.
시를 주신 초당 신봉승(草堂 辛奉承)선생은 정동진역에서 4킬로 미터 남짓 남쪽인 강릉시 옥계면 현내리에서 출생하였다.
1957년「현대문학」지에 시<이슬>이 실리면서 문단에 데뷔하였고, 1961년 시나리로<두고온 山河>가 현상공모에 당선된 후부터 극작에 전념하였다.
실록 대하드라마<조선왕조5백년>은 정사를 대중화하는데 이바지 하였다는 찬사를 받았고,
시집「초당동 소나무 떼」를 비롯하여 모두 여든 네권의 저서를 상재하였으며 1996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선임 되었다.


오전 4시 49분 41초.

한국천문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오늘 이곳 정동진의 일출 시각은 아침 5시35분이며, 시민박명 시각은 오전 5시 5분이다.
시민박명 시각이 가까워지며 점차 어둠이 걷혀간다.

동해바다의 파도가 이렇게도 잔잔할 수 있을까? 마치 남해 한려수도에서 맞는 새벽바다와 다름없는 고요함이다.
그러나, 멀리 수평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 옅은 구름은 일출을 보는데는 지장이 없겠지만, 붉게 타오르는 화염과 같은
오메가를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남쪽 해안선을 따라 보이는 모래시계공원과 해돋이 공원쪽의 야경이 아름답다.
일출을 기다리는 행락객들이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 둘씩 터뜨리는 불꽃 놀이도 다른 해맞이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시간 죽이기에 한몫한다.



오전 5시 19분 56초.
일출시각까지는 아직 15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새벽을 맞으며 이곳 정동진까지
달려온 수많은 해맞이객들의 마음은 초조하기만하다.
모두의 시선은 붉은색으로 점점 물들어가는 수평선 부근으로 집중되어 있다.



오전 5시 28분 32초.
남동쪽 수평선 위로 고운 그림을 드리우는 엷은 구름들도 점점 붉은색 옷으로 갈아 입기 시작한다.
일출 시각까지 7분 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해안선을 가득 메우다시피 모여든 해맞이객들은 모두 약속이나한듯
굳게 입을 닫고 침묵을 지킨다.
마치 폭풍 전야의 느낌이랄까?



오전 5시 35분 45초.
순식간에 수평선 위로 솟아오르는 태양의 모습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진다.
이 때까지도 미처 해를 발견치 못했던 주위 해맞이객들의 입에서는 더 큰 탄성이 터져나오며 화답한다.

수평선 위로 살짝 고개를 내 민 태양의 모습이 마치 수즙음에 몸둘바 모르는 숫처녀의 몸짓인양 느껴진다.



오전 5시36분 50초.
일출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무척 빠르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수많은 일출을 접하며 익히 아는 바이건만
해맞이를 볼 때마다 그 빠른 속도에 새삼스러이 놀라곤 한다.
처음 수즙은듯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태양. 불과 1분 여라는 짧은 시간에 상반신을 완전히 내 보인다.



오전 5시 38분 3초.
처음 일출이 시작된지 불과 2분 여만에 붉고 뜨거운 여름 태양은 그 완전한 모습을 우리에게 드러낸다.
불과 2분여의 짧은 해돋이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밤잠을 설쳐가며 오랜 시간을 이곳까지 찾아왔다.
서울,부산,광주 등 전국에서 모여든 해맞이객들 모두에게 이 아침해와 같은 희망의 불꽃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오전 5시 38분 41초.
불과 3분이라는 짦은 순간동안의 일출이 마감되었다.
오늘의 일출을 축하하는듯 가까운 거리에서 갈매기들이 축하비행을 한다.

해안 가까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작은 암초들은 오늘 하루도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쉬임없이 들이치는 파도를 묵묵히 맞으며, 갈매기를 비롯한 물새들의 휴식처로 제 몫을 할 것이다.



오전 5시 44분 49초.
이제 태양이 제대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듯 바다물 위에 길게 햇빛을 반영시킨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글이글하는 붉은 빛을 토해내는 태양을 피하는듯 새벽 일찍 출항해 선상에서 일출을 맞은 해맞이객들을 태운 유람선이 이곳 정동진 바닷가의 남쪽에 위치한 선착장을 향해 달려간다.

그 유람선 뒤를 무리지어 따르는 갈매기떼의 모습이 무척 평화롭게 보인다.




이제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모래시계공원으로 향한다.
입추와 말복이 지나서인지 유난히 높고 푸르게 보이는 하늘을 보며 가을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