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7일 일요일 오전 여름 휴가의 막바지를 래프팅과 함께 마무리하려는 젊은이들과 동행하여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함양군 휴천면 엄천강변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0시경.
직접 래프팅을 즐길 사람들은 부지런히 복장을 갖춘다.
구명조끼와 헬멧은 필수이고 개별적으로 노를 하나씩 치켜든 모습들이 꼭 전쟁터로 출정하는 용감한 병사들 마냥 긴장된 모습이다.
고무보트는 별도의 차량에 싣고, 소형버스를 이용하여 상류로 올라가 엄천강 계곡 물에 보트를 띄운지 30 여분만에 중간 지점 다리 아래 물가에 자리 잡은 내 시야에 험한 계곡 물살과 싸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주위 바위 위에는 수영에 익숙한 안전요원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스릴 넘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직 나이 60이 못된 나에게 래프팅 참여를 만류한 래프팅 전문가들이 조금 원망스럽기는 했으나 안전을 위해 그들의 만류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급류가 휘몰아치는 위험지역을 벗어나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인다.
원래 래프트란 나무로 엮은 뗏목을 뜻하는 말로, 래프팅[Rafting] 이란 뗏목을 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여럿이 함께 PVC나 고무로 만든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골짜기와 강의 급류를 타는 레포츠를 가리킨다.
래프팅의 장점으로는,
첫째. 장애물이 있거나 물 깊이가 얕아도 물이 있고 급류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도 안전하게 스피드와 스릴을 즐길 수 있고,
둘째.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야 가능한 운동이기 때문에 협동심과 인내심을 기르는데 좋다.
이 밖에 온몸의 힘을 모아 물살을 헤치며 노를 저어야 하기에 전신운동의 효과가 크고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어 건강에 더없이 좋다는 장점도 있다.
물살이 심한 지역에서는 8~10명이 한 조를 이루는 일행 중 한 두명이 보트에서 튕겨나가 물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한 편이다.
그러나, 간혹 이처럼 보트가 뒤집혀 전원이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경우도 있다.
근처 바위 위에서 대기하던 안전요원들의 몸놀림이 그토록 민첩할 수가 없다.
물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 재빨리 로프를 몸에 걸고 물로 뛰어드는 사람. 그 로프를 잡아 구조를 돕는 사람 등 일사불란한 움직임이다.
래프팅의 기원은 아득한 옛날 원시인들이 타고 다녔던 뗏목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근래로 와서는 미지의 땅을 찾아 나선 개척자들이 이용한 뗏목에서 그 원류를 찾아볼 수 있다.
구조요원들의 민첩한 구조활동을 강변 위 길에서 지켜보던 많은 행락객들이 안전한 구조가 끝난 후 물가의 모든 이들에게
환호성을 지르며 반가움을 표시한다. 모두가 기뻐하는 모습이다.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보트가 선을 보인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전쟁의 부산물로 남은 군용 고무보트를 사용하면서부터이다.
1966년에서 1971년 사이 북아메리카 지역, 특히 그랜드캐니언의 관광회사들이 관광객들을 많이 실어나르기 위해 대형 고무보트를 사용하면서부터
본격적인 래프팅 붐이 일기 시작하였고, 이어서 세계 각국으로 빠른 속도로 보급되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래프팅이 범국민적 대중 레포츠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성인 동호인만도 3백만 명이 넘는다.
또, 산이 많고 급류 계곡이 많은 이웃 일본에서도 1980년대부터 래프팅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동호인이 늘어나서
국내 코스만으로는 부족하여 해외의 래프팅 명소로 나가 이를 즐기고 있다.
인명구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후 안전요원들은 뒤집힌 고무보트를 다시 바로 잡아 원위치 시킨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초 미군용 고무보트가 보급되면서 일반에 처음 소개되었다.
그러다가 1981년 7월 한국 탐험협회 회원들이 고무보트로 낙동강을 종단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장비 부족과 적절한 코스가 개발되지 않아 1980년대에는 개인적으로 즐기는 동호인들만이 약간 있었을 뿐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뒤집혔던 배가 제자리를 잡은 후 물에빠졌던 일행들은 다시 심기일전하여 종전보다 더욱 끈끈해진 동지애를 느끼며
종착지인 하류를 향해 힘차게 노를 젓는다.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전문 동호인 클럽과 대학의 동아리들을 중심으로 크게 보급되고 여기에 레저 전문업체들이 레포츠 종목으로 래프팅을 개발,
각종 행사를 개최하면서 래프팅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강이 많고 산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급류 지대가 많아, 코스만 개발하면 래프팅을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충분하다.
현재 개발된 장소로는 한탄강 상류 약 13km, 조양강과 동강 약 65km, 내린천 약 70km, 영월 서강 약 10km, 홍천강 약 12km
이외에 진부령 계곡, 백담사 계곡 등 10여 곳이 넘으며, 계속하여 새로운 코스가 개발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젊음을 발산하며 휴일 하루의 행복을 찾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부럽다.
내가 20대이던 1970년대에는 감히 이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당시는 세계적으로도 못사는 나라에 속하던 우리나라에서
먹고 살기에도 바쁜터에 레저 스포츠라는 생각은 할 수도 없었다.
어쩌다 해외 뉴스를 통해 그런 모습을 보면서 꿈속의 세상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 정말 좋은 세상이다..
1시간 이상 경과한 오전 11시 14분경. 래프팅 종착지에서 일행들을 맞기 위해 강변으로 내려섰다.
지리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차디찬 물이 발끝에서 정수리까지 이어지는 느낌이다.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날씨 때문인지 하류쪽 야트막한 산허리에도 짙은 안개가 머물러 있다.
상류에서 출발한지 한시간 반가까이 지난 시간. 이제 물에 흠뻑 젖은 채 눈 앞에 보이는 종착지를 향해 힘차게 노를 젓는다.
긴 시간 급류와 싸우며 노를 젓느라 지친 몸이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 8월8일부터 시작된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메달을 따는 모습에 열광하는 우리 국민들 중에서
이 래프팅과 유사점이 많은 올림픽 종목에 카누와 카약이 있다는 것,
또한 그 종목의 금메달 갯수가 우리의 메달밭으로 열광하는 양궁의 금메달 수 4개의 무려 4배인 16개에 달한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과연 몇명이나될까?
긴 여정을 마치고 종착지에 도착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자신들이 타고온 고무 보트를 전원 합심하여 차량 출발지로 옮기는
늠름한 젊은이들을 보며, 올림픽에 금메달이 16개나 걸려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괌심을 갖지않는
카누와 카약에서도 오래지 않아 금메달 소식이 들려 오리라 기대해 본다.
에스키모가 쓰던 가죽으로 만든 배가 그 기원인 카약(kayak:약호 K)은 남녀 합계 10개의 금메달이 올림픽에 걸려 있고,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쓰던 통나무배가 그 기원인 캐나디언 카누(canadian canoe:약호 C)에는 남자 경기에만 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카누는 너무 힘든 운동이라 현재 여자 종목은 없음)
흐린 날씨로 인해 햇빛이 나지 않은 아쉬움은 있었으나, 맛있는 산채비빔밥으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엄천강 물에서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며 잠시나마 물놀이를 즐기는 여유도 가질 수 있었다.
오전 내내 안개로 거의 덮이다시피 했던 멀리 보이는 산 허리에도 안개가 점점 걷혀간다. 오후에 방문키로한 상림공원 관람이 비로 인해 방해받을 일은 없을듯하다.
오후 3시경 도착한 함양 읍내의 상림공원에는 그 명성에 걸맞게 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천연기념물 제 154호인 상림공원은 총 면적이 약 21Ha로써 숲의 길이는 1.6Km에 달하는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어 장관을 이루고 있는 인공림이라 한다..
이곳은 신라 진성여왕 때,
《계원필경(桂苑筆耕)》으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졌으며, 12세에 당나라에 유학하고, 18세(874년)에 과거에 급제한바 있는
경주최씨(慶州崔氏)의 시조 "고운(孤雲)
당시 현재 상림공원 옆을 흐르는
이에 고운 선생은 위천 수 중간에 둑을 쌓아 강물을 지금 위치로 돌리고 강변에 둑을 쌓고 그 둑을 따라 나무를 심었다.
당시에는 이 숲을 대관림(大館林)이라고 이름 지어 잘 보호하였으므로 홍수의 피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매년 7월이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산삼축제가 열리는 이곳 상림공원에는
연꽃 또한 전국 어느 곳 못지않게 대규모이면서 다양한 종류를 갖춘 곳이다.
아쉽게도 연꽃이 만발할 시기인 7월을 넘겨 8월중순인데다
오후가 되면 활짝 핀 꽃잎을 오무리는 연꽃의 특성 때문에 더 많은 종류의 연꽃을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생각보다는 많은 연꽃, 수련 등이 수많은 행락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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