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 한 달간 일정으로 개막한 강원도 태백시의 고원 자생식물원을 찾은 시각이
축제 마감을 하루 앞둔 8월30일 토요일 낮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
금년의 해바라기 만개 일자가 좀 늦었다는 정보가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날씨 또한 한 낮이건만 섭씨 20도를 조금 넘는 상쾌함에 높고 푸른 하늘이다.
강원도 태백시 황연동 백두대간에서 낙동 정맥을 가르는 삼수령 아래에 위치한 고원 자생식물원을 "구와우(九臥牛)"라 함은
주변의 지세가 '아홉 마리의 소가 누운 형상'과 같음에서 기인한다는 얘기이다.
전체 12만 평의 식물원 중 해바라기 꽃밭은 아래쪽의 2만평과 위쪽의 3만평 군락 등 2곳에 걸쳐 장관을 이루고 있다.
입구쪽인 아래쪽 2만평은 8월 중순에 개화가 시작되어 이제 꽃이 거의 지고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이곳을 방문한 이들 중 일부는 이곳의 키 작고 시들어 가는 해바라기에 실망하고 돌아간 경우도 있으리라.
그러나 산등성이 너머로 10 여분 비탈 길을 넘어가면 그곳 3만평은 8월말 개화가 시작되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더구나 이 곳의 해바라기는 입구 쪽의 그것 보다 키도 더 크고 늘씬하다.
해바라기란 이름은 중국 이름인 향일규(向日葵)를 번역한 것이며, 해를 따라 도는 것으로 오인한 데서 붙여진 것이다.
실제로는 해바라기 꽃들은 거의 동향을 한 채 고정되어 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다음 유럽에 알려졌으며 '태양의 꽃' 또는 '황금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해바라기는 페루의 국화(國花)이고 미국 캔자스주(州)의 주화(州花)이다.
영어의 sunflower는 속명 헬리안투스(Helianthus)를 번역한 것이라 한다.
멀리 태백시 창죽동 매봉산(해발 1303m) 정상에 자리한 풍력발전단지의 발전기가 보인다.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볼 수 있는 만큼의 대규모는 아니지만 총 135억원을 투입하여
지난 2006년 8호기까지 건설이 완료되어 현재 상업 운전 중이며 1기당 연간 2백20만 kwh(약 1,000 가구 사용)의
전력을 생산한다.
또한 이 매봉산 자락에는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채소의 산지로 유명한 매봉 고랭지(高冷地) 채소밭이 있다.
일반에 비교적 많이 알려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의 속칭 '육백 마지기'라 부르는 고랭지 채소밭의 고도보다도
50∼100m쯤 더 높은 해발 1,250m의 고지대 약 40여만평 규모의 배추밭에서는 연간 600만 포기가 넘는 배추가 생산 되고 있다.
초,중,고 시절 미술 시간의 기억이 조금은 남아 있거나, 정서적으로 황폐한 사람이 아니라면
'해바라기' 에서 쉽게 연상되는 것 중 하나가 1890년 47세로 생을 마감한
네델란드 출신의 화가 Vincent van Gogh(빈센트 반 고흐)를 기억하리라.
고흐가 35세에 완성한 작품 '해바라기'에는 '태양과 생명에 대한 예찬'이 잘 담겨 있다.
해바라기에서 풍기는 강한 색조가 위대한 화가를 '조을중'이라는 정신질환으로 몰아갔다니...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해바라기 밭을 바라보노라면 마치 내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그 영화 속을 거니는듯하다.
멀리 보이는 저 연인들의 마음도 그렇지 아니할까?
매주 주말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를 가지며 다니는 여행 중 얻는 큰 행복 중 하나가 나를 다시 만난 것을
무척이나 반가워 하는 행복한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지난 6월 경남 거제 앞바다의 외도 여행 중 만난 이 미인을 해바라기 밭에서 또 만났다.
모 대학병원 외래 병동 간호사인 이 미인과의 해후. 당연히 두 달여 전보다 더 자연스럽게
한 쪽에서는 포즈를 취해 주고, 다른 쪽에서는 셧터를 누른다.
그리고, 미인과 마주 앉아 맛 보았던 해바라기씨 냉면의 고소한 맛 또한 일품이었다.
예쁜 사진에 대한 보답으로 냉면값을 계산한 이 여인의 마음 씀씀이는 내 마음 속으로 스며든 조미료 맛이었다.
이곳 식물원 주인 김선생은 원래 인테리어 전문가였다한다.
구와우의 풍경이 마음에 들어 이 땅을 산 후 처음엔 고랭지 배추농사에서 실패를 한 후 수년 전 해바라기를 심었다 한다.
그러나 해바라기 농사도 수지 타산이 맞지 않기는 마찬가지.
그런 연후에 생각을 바꿔 태백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해바라기 꽃밭을 구경하고 갈 수 있게 식물원으로 꾸몄다 한다
해바라기 밭 옆에는 자그마한 코스모스 단지도 조성되어 이제 그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다.
오후 3시반이 다 된 시각. 귀가하는 길에 태백시 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에 잠깐 들렀다.
옛날 황부자집의 옛터가 연못으로 바뀌고 그 연못에서 솟아나오는 물이 흐르기 시작하여 1300리를 거쳐 낙동강으로 모여
남쪽 바다로 흘러가는 바로 의미 있는 곳이다.
오후 3시 46분. 현재 기온이 섭씨 21도로 가을 날씨이다.
우리니라 대부분의 지방이 막바지 여름 더위를 느낄 때 해발 700미터인 이곳에서 피서를 즐기는 기분...
십 여년전 5월 중순 밤 늦은 시간 이곳 태백을 지나다 함박눈을 맞으며 차량 통행에 지장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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