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일요일. 점심 무렵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하여
생선회와 매운탕으로 푸짐한 식사를 했다.
지난 80년대 초반 서울보다 집값이 훨씬 싸다는 이유로 결혼 후 처음 내 집을 인천에 장만하여 몇 년 살면서 자주 왔던 곳이지만 근 30년이 가까운 시일이 지나서인지 기억은 가물가물….
1시반경 연안부두를 기점으로 하는 유람선 '하모니호'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한다.
유람선의 주 출입구 역할을 겸하는 1층 '다이아몬드홀'을 지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3층 라운지로 향한다.
아직 출항 전임에도 불구하고 일찍 승선한 중,장년층 승객들은 벌써 춤판을 벌이며 꿀맛 같은 휴일 하루를 아껴 쓴다.
3층 라운지에도 이미 많은 승객들이 승선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 구경에 여념이 없다.
수많은 갈매기 떼들이 뱃전의 승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 등 과자를 받아먹으러 몰려든다.
아마도 여기 모이는 갈매기들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은 이미 잊었었을 것 같다.
그 대신 새우깡을 공중에서 잡아채는 기술만 익혔으리라.
공중에 뜬 새우깡을 차지하려는 갈매기의 눈매가 매섭다. 그러나 물고기를 잡아 먹어야 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든 새우깡에 맛을 들인 때문인지 날개 깃털에 윤기가 없고 퇴색해 보인다.
마치 지난 봄 일본 방문시 '나라' 의 동대사 사슴공원에서 본 사슴들이
인간이 만든 과자인 '셈베(일본 과자)'를 주식으로한 때문인지 털이 거칠고 모두 병색이 완연한 것처럼 느꼈던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닌가 한다.
2009년 10월 완공 예정으로 총길이 21.48km 로우리나라에서 가장길며, 세계에서도 5번째로 긴 다리가 된다는 설명이다.
인천 송도 신도시와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다리로써
광안대교(부산)가 가지고 있는 거리인 7.42km와 영종대교(인천, 4.42km)를 제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해상교량이 될 것이다.
유람선이 출항한지 10여분 이상 지났건만 뱃전을 맴도는 갈매기의 숫자는 줄어들 줄 모른다.
처음에는 새우깡을 던져주던 일부 승객들은 이제 손에 쥔 채 갈매기가 부리로 새우깡을 채 갈 때 느끼는 바람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갈매기 부리가 손 끝을 스치는 짜릿한 스릴을 느끼기 시작한다.
1 층 다이아몬드홀에서는 승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공연이 한창이다.
늘씬한 러시아 무용수들의 몸매와 몸놀림에 수많은 승객들은 넋을 잃고 빠져든다.
이 사파이어홀은 공연시설과 무대를 두루 갖추고 있으며, 최대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하모니호의 주 공연장이다.
다시 3층 라운지로 올라가니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수많은 갈매기들이 반가이 맞아준다.
금년 봄 이후 바닷가를 찾아 유람선을 탄 횟수만도 십여회가 되지만 이곳 인천에서처럼 갈매기떼가 이렇게 가까이까지 접근한 적은 거의 없었던듯하다.
제비와 같이 사람이 사는 집 처마에 집을 짓는 새들을 조류학자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친근감을 느낀다 하여 "인가성(人家性)" 조류라 칭한다.
그런데, 제비와는 달리 "인가성(人家性)" 조류가 아닌 이곳 인천 연안부두의 갈매기들은 새우깡의 유혹에 빠져 본성이 변해가고 있는듯하다.
이런 현상도 생태계 파괴가 아닐지?
총 길이 21.4km의 인천대교 중 일부분인 인천공항 쪽 절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완만하게 곡선을 그린 모양이 마치 우리네 여인네들의 버선 코를 떠 올리듯 무척 아름답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인천공항 쪽과 반대인 송도 신도시 쪽의 모습도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다.
송도 신도시 쪽과 인천공항 쪽에서 이어지는 양쪽의 교각 공사는 이제 끝났다.
이제 교각 사이 거리가 700m에 달하는 사장교 부분의 공사가 남았다.
역Y자형으로 디자인된 사장교 주탑의 모습이 웅장하면서도 아름답다.
바다 아래서부터 주탑의 총 높이는238.5m로 서울 63빌딩(249m)에 육박하며
자동차가 그 위로 달리게 될 상판의 높이는 평균해수면에서 74m라고 한다.
출항한지 근 1시간이 지난 시간. 약 1시간 반동안의 항해 코스인 유람선이 이제 다시 연안부두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유람선 2층의 사파이어홀에서는 무명의 통기타 가수가 우리 귀에 익은 노래를 열창한다. 조용한 음악을 즐기는 중년의 승객들은 옛 추억에 잠기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본다.
2층의 이 사파이어 홀은 객석 96석의 라이브 공연장이다.
지난 1883년에 개항하여 125년의 역사를 간직한 연안부두.
오랜 역사만큼이나 묵묵히 변함없는 모습이 믿음직하다.
연안부두와 인접한 어시장에 들러 각종 어패류를 둘러보고 젓갈 매장에 들러
창란젓 등등 내 입에 맞는 것을 조금 구입했다.
연안부두를 떠나면서 도로와 인접한 연안부두 입구에 만들어진 돌로 된 연안부두 표지판 앞에 멈춰서서 그 내용을 잠시 읽어 보았다. 연안부두 노래 가사가 적혀 있다.
"연안부두"라는 노래는 지난 1979년에 영사운드 출신의 작곡가 안치행씨가 곡을 만들고 조운파씨가 가사를 만든 노래다.
재미교포 출신 드러머 김대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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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마음마다 설레게 하나
부두의 꿈을 두고 떠나는 배야
갈매기 우는 마음 너는 알겠지
말해다오 말 해다오 연안부두 떠나는 배야
바람이 불면 파도가 울고 배 떠나면 나도 운단다
안개 속에 가물가물 정든 사람 손을 흔드네
저무는 연안부두 외로운 불빛
홀로선 이 마음을 달래주는데
말해다오 말 해다오 연안부두 떠나는 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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