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개천절 낮 1시 13분
신비의 섬 홍도를 찾아 떠난 길.
목포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유달산 쪽으로 바라본 가을 하늘이 무척 아름답다.
크고 웅장하게 새로 지은 터미널 건물을 보며
지난 1970년 여름 이곳 목포를 처음 방문했을 때 만난 요즘의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의 수상가옥을 보는듯하던 지방 소도시의 빈한한 삶의 현장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오후 1시 40분에 출항하는 쾌속선을 타기 위한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70년대 그 당시에는 100여톤 정도 작은 목조 선박에 100 여명의 섬 주민들과 간혹 눈에 띄는
관광객들을 싣고 8~9시간씩 걸려 도착하던 홍도.
요즈음은 수백톤에 달하는 대형 쾌속선이 많게는 500 여명의 승객을 싣고 2시간 반 남짓이면
홍도까지 실어다 준다.
바람 잔잔하고 맑은 날씨 덕분에 목포항을 떠난지 불과 2시간 20분만에 도착한 홍도.
북쪽을 향한 선착장을 나서며 바라 본 남쪽 신비의 섬 홍도의 하늘이 방문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 황금 연휴를 맞아 가는 사람, 오는 사람으로 선착장은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선착장 바로 옆의 작고 아담한 몽돌 해수욕장 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배에서 일찍 내린 동작 빠른 이들은 파란 하늘과 그보다 더 맑고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이곳 홍도의 최고봉인 깃대봉(368m) 조금 못미쳐에 있는 전망대 쪽도 가을색이 조금씩 번져간다.
이곳 홍도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한 부분이면서 또한 270여 종의 상록수와 170여 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1965년에 홍도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170호)로 지정되어 있다.
따라서 이곳에 발을 딛는 외지인은 누구나 "입도비(入島費)'를 내야 한다.
오후 4시 17분
홍도에 발을 내딛은지 불과 10여분 남짓의 시간이 지났건만 그새 많은 승객을 싣고 떠나는 배와
그만큼 많은 승객을 싣고 들어오는 배들로 선착장은 몸살을 앓는다.
북쪽을 바라 보는 선착장에서 섬 주민들이 거주하며, 관광객을 위한 숙소 등 대부분의 시설이 자리한
남쪽 바닷가로 향하는 언덕 제일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앙증맞도록 아담한 초등학교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갈라 놓는 장벽인 문이나 담이 없는 아담한 운동장과 예쁜 건물 입구 정눔 역할을 하는 기둥에는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장'이라는 글귀가 씌어 있다.
내가 묵을 숙소인 홍도장모텔 건물 뒷편에서 바라본 남쪽 바다의 모습에 한동안 넋을 잃고 마음을 추스렸다.
아침 일찍 집을 떠나 먼 길을 달려 온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내일 아침 날씨가 좋으면 저 앞에 보이는 작은 바위 섬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카메라 스트랩에 부착해 놓은 나침반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
이제 막 도착한 수많은 관광객들이 하룻 밤 지친 몸을 누일 숙소를 찾아 발걸음을 재촉한다.
평지와 농토가 없는 작은 섬 홍도의 일반적인 도로 모습이다.
전체 인구 300 여명 남짓한 작은 섬에 오늘 하루 들어온 관광객이 2천명을 넘는다니
이 작은 섬이 바다 밑으로 가라 앉지나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까지 머릿 속을 맴돈다.
자동차가 전혀 없는 이곳 홍도 유일의 교통수단이 홍도에서 가장 넒은 길을 오르고 있다.
오토바이 뒤에 자그마한 적재함을 붙인채 경사가 심하고 좁은 콘크리트 포장길을 힘겨워하며 오르 내린다.
오후 5시 6분.
숙소의 방을 확인한 후 섬 전체가 붉은 색으로 물드는, 그래서 이름을 홍도(紅島)라고 붙였다는
홍도의 일몰을 보기 위해 서쪽 바다를 바라 보는 전망대를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한다.
불과 40 여분 전에 바라 보았던 남쪽 바다의 모습은 그 때와 또 다른 감흥으로 내 마음에 다가 온다.
약한 바람에 흔들리며 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길가 대나무 숲에서 잠시 바다를 바라 본다.
홍도 제1의 풍경이라는 낙조를 보기 위해 가파른 길을 오르는 이들의 얼굴은 모두 홍조를 띄고 있다.
마음 속은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가파른 길을 오르며 숨에 차 헐떡이면서도 남에게 뒤질새라
걸음을 멈추지 못한다.
부지런히 올라가는 내 목덜미에도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조금씩 숨이 차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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