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환상적이라는 홍도의 일몰을 담기 위해 홍도 최고봉인 깃대봉(368m) 을 오르고 싶었으나,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인 때문인지 입산 통제 구역이었다. 물론 통제를 무시하고 오르는 이들이 없지는 않았으나, 실정법을 어기면서까지 나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쪽 바다. 일몰 시각(
그러나, 멀리 수평선에 걸친 구름이 점점 짙어지는 추세인지라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홍도 33경 중 최고라는 홍도 낙조를 보기 위한 인파가 줄을 이어 전망대로 오른다.
홍도 분교장과 남쪽으로 경사진 동네를 이어주는 좁은 땅이 마치 개미 허리처럼 잘룩해 보인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다면 우리네 젊은 여인들이 그리도 갈망하는 완벽한 S라인이 그려질 것 같다.
두터운 구름 사이로 이어지는 옅은 구름을 통해 뻗어 나오는 오후의 햇살이 섬 주위를 조금씩 붉게 물들여 간다.
내일의 바쁜 일정을 위해 잔잔한 바다 위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는 유람선이 햇빛을 받아 유난히 밝게 눈에 띈다.
태양은 점점 옅은 구름 속으로 묻혀 들어간다.
먼 바다 위로 비치는 햇살의 반영도 얼마 못 가 그 빛을 다할 것 같다.
전망대를 빼곡히 메운 관광객들은 아쉬워하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일몰 시각을 8분 여 남긴 채 태양은 짙은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체념은 빠를수록 좋다고 한다.
붉은 태양이 수평선 아래로 잠기는 모습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한다.
그래도, 비 내리고 풍랑 심한 날에 찾아 온 이들에 비해서는 운이 좋은 편이라 자위해 본다.
이제 태양은 짙은 구름 속으로 완전히 파 묻혀 버렸다.
태양이 모습을 감춤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어둠이 밀려 온다.
진한 아쉬움을 남기고 숙소로 발길을 돌리는 발걸음들이 무척이나 무겁게 느껴진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남쪽 바닷가로 향했다.
초가을 밤 바닷가의 공기는 더없이 상쾌하다.
미풍에 실려 오는 비릿한 갯내음이 코 끝을 간지럽힌다.
노출 시간이 25초인데도 바닷물에 비친 반영의 흔들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바다는 잔잔하다.
천막을 쳐서 임시로 만든 점포들은 이른 저녁 식사를 끝내고 싱싱한 해물을 안주로 술잔을 기울이는 이들로 빈 자리가 없다.
모두의 얼굴에는 행복감만이 가득하다. 1년 365일 이런 행복감에 젖을 수 있다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이곳 홍도는 여타 다른 섬과 달리 섬 주위에 양식장이 전혀 없다.
그 덕분에 이곳에서 파는 각종 해물은 모두 자연산이라고 한다.
평소 비싸서 못 사먹는다는 전복이지만, 홍도까지 왔으니 안 먹을 수 없다.
어쨌든 이날 밤 먹은 전복 맛은 일품이었다. 곁들여 마시는 소주 맛 또한 꿀맛 같았다.
반대 쪽인 북쪽 바닷가. 남쪽 바닷가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이지만 해산물을 파는 간이 점포들은 불을 밝히고 있다.
내일 아침 일찍 출항할 쾌속선이 외롭게 보인다.
저녁 식사 후 3시간여에 걸친 눈과 입의 즐거움을 마감하고 숙소에 돌아와 지친 몸을 누인다.
손바닥만한 작은 방이지만 내 몸 하나 누이기엔 불편이 없다.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닷가에는 밤바다를 즐기는 이들이 아직도 넘쳐 난다.
밤이 깊으며 흥겨움을 못 이긴 노래 소리도 들려 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노래 소리는 새벽 두 세시까지도 이어지며 밤 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10월 4일
캄캄한 새벽에 인적 없는 깊은 숲 속을 혼자 거니는 것은 두려움으로 인한 심한 긴장을 가져오지만 반대로 정신이 번쩍 들게하는 효과가 있다.
일출 시각에서 10분이 지났지만, 어제 저녁 일몰 때와 같이 수평선 위에 펼쳐진 짙은 구름 때문에 일출을 보지 못한 채 삼각대를 접었다.
홍도 일출 또한 다음 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다.지난 8월 정동진에서 본 일출 정도를 기대했건만.. 아쉬움을 남기고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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