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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아가씨-홍도,흑산도 여행기(4)



10월 4일 오전 11시 10분

홍도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는 흑산도에 도착했다.

40 여 년 전인 1970년대 초반에 수많은 어선들로 휘황찬란한 밤을 밝히며 술 따르는 여인이 어부보다 많을 정도였다는 이곳 흑산도. 연휴를 맞은 관광객들로 북새통인 여객터미널 부근을 제외하면 적막감이 들 정도이다.



홍도에서의 이른 아침식사로 인한 허기를 메우려 일찍 점심 식사를 한 후 관광버스에 올라 흑산도아가씨 노래비가 있다는 전망대 주차장으로 향했다.

뱀처럼 고불고불한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는 버스가 무척 힘겨워한다.

달리는 버스 차창 밖으로 내다 본 산 아래 쪽 풍경이다.

날씨가 맑으면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할 예리항의 모습이 안개로 인해 흐릿하게 보인다.



전망대 바로 아래 주차장 옆에 만들어 놓은 흑산도아가씨 노래비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수년 전에는 이곳에 코인함이 있어 동전을 넣으면 노래가 나오도록 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가까이 설치된 스피커에서 흑산도아가씨 노래가 반복해서 흘러 나온다. 한참을 있다보니 그 노래소리가 조금은 지겹게 들리기도 한다.



뱀처럼 굽은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는 차량들은 숨을 헐떡인다.

이런 길 때문인지 이곳 흑산도의 택시들은 모두 디젤 엔진을 탑재한 SUV차량들이다.

야간의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이용한 궤적촬영을 하기에는 함양의 지안재보다 훨씬 수월한 여건이다. 더구나 맑은 날 밤이면 멀리 예리항의 어선 불빛들까지 더해져 멋진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오후 1 56.

황금 연휴로 인한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한 연유로 인해 목포행 쾌속선의 출항 시간이 오후 4시 반이다. 그 이전 승선권은 매진이다.

이제 이곳 여객터미널 동쪽으로 펼쳐지는 천 여년의 역사를 가진 예리항을 둘러보기로 했다.



여객터미널과 인접한 해양경찰지구대 앞 도로변에는 흑산도의 연혁을 새겨 놓은 돌로 된 안내판이 있다.

근무중인 젊은 경찰과 흑산도 홍도 관광에 대한 여러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는 얘기를 잠깐 나누었다.

장삿속에 눈이 먼 열악한 숙박 시설, 그리고 수용능력을 초과하는 식당의 영업행태 등등..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 않아 한 번 왔던 관광객들이 두 번 다시 찾지 않는 폐허가 되리라는 우려.



얼핏 보기에도 무척 오래된 어항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예리항의 모습이다.

이곳 흑산도에 사람이 처음으로 정착한 것은 통일신라시대인 828(흥덕왕 3)으로, 장보고가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난 뒤 서해상에 출몰하는 왜구들을 막기 위한 전초기지로 이 섬에 반월성을 쌓으면서부터라고 한다.



오래된 어항답게 해변으로는 선술집.어구판매점,여관 등등 잡다한 점포들이 즐비하다.

그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철공소의 모습이다.

과거 60~70년대에 지방 중소도시에서 익히 보던 모습을 이곳에서 보니 감회가 새롭다.

간판에 씌어진듸젤 이라는 글귀, 그리고 호수라는 글귀에 친근감이 간다.



예리항 동쪽 끝 부분의 방파제 위에서는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꽤 많다.

주로 고등어 치어가 많이 잡히지만, 간혹 숭어도 걸려 올라오는 모습이 눈에 띈다.



섬 주위를 둘러 설치된 가두리 양식장에는 갈매기를 비롯한 각종 바닷새들이 새까맣게 몰려 있다.

대부분의 바닷가 가두리 양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이곳의 경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물고기 도둑들이 많은 것 같다.

문명사회로 갈수록 게을러지는 인간의 못된 행태를 동물들도 보고 배우는듯하여 씁쓸하다.



우리가 흔히 보는 육지 인근의 서해 바다는 동해나 남해에 비해 물 색깔이 맑지 못하고 혼탁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곳 흑산도의 경우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고 해서 흑산도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하듯 방파제 바로 앞의 바닷물조차 속이 들여다 보일 정도로 맑고 푸르다.



3일 연휴 중 이틀 째 오후라는 사실은 빈번히 왕래하는 여객선의 드나듦만 보아서도 알 것 같다.

북쪽을 향한 항구의 겨울철 북풍을 막기 위한 방파제 사이로 떠나는 배, 그리고 오는 배가 쉴새 없이 교차한다.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영화 촬영장소이기도 했던 이곳 흑산도. 아마 영화 속 섬마을 아가씨는 매일 이 방파제에서 돌아오지 않는 선생님을 애타게 기다렸으리라..



늦은 오후 가을 햇살을 받는 어항의 분위기는 너무 가라앉은듯하다.

고유가와 불경기로 인해 이곳 흑산도의 경기도 침체되기는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나마 꾸준히 찾아주는 관광객들 덕분에 3000 여명인 주민들의 생활은 그나마 다른 어촌에 비해서는 낫다고 한다.



흑산도 하면 옛부터 홍어()를 빼고는 흑산도를 말할 수 없다. 옛날과 달리 요즘은 흑산도에서조차 홍어가 잘 잡히지 않는다 한다. 서울 등 대도시에 팔리는 홍어의 90% 이상은 칠레산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홍어는 내 입맛과는 거리가 멀어 홍어 전문 판매점에 들러 택배 발송등에 대해 알아보고 차후 필요 시 택배 주문을 대비해 명함을 받아 들고 돌아 섰다.



오후 4 13.

이제 내가 타고 돌아갈 오후 4시반 출항 쾌속선이 물살을 가르며 선착장으로 들어 온다.

12일간의 홍도 흑산도 여행의 끝이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앞선다.

비록 장삿속에 눈이 먼 열악한 숙식 여건이 불편하게 한 점은 있으나 홍도와 흑산도의 자연 경관만은 2일간의 시간을 할애하며 둘러볼 만은 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