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8일 토요일 오후 1시반.
아침 일찍 집을 떠나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태백산맥 아래 인제군의 내설악 휴게소에 도착하니 어느듯 점심 때.
산채 비빔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한계령을 오르는 차량에 다시 몸을 실은지 10여분 남짓.
손목에 찬 여행용 시계의 고도계를 보니 이미 해발 600미터를 훌쩍 넘겼다. 도로변의 나무들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 눈을 어지럽히다 못해 마음까지 심란하게 만든다.
태백산맥을 넘어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가는 고개는 무수히 많다.
그중 백복령이나 우리나라에서 포장도로가 놓인 고개 가운데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한 고갯길로 알려져 있는 만항재(해발 1,313m)처럼 일반에게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고개 중에서는
강원 인제군 북면(北面) ·기린면(麒麟面)과 양양군 서면(西面)을 이어주는 이곳 한계령[寒溪嶺] 이 해발 1,004m로 가장 높다.
참고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태백산맥을 넘는 고개중 고개 중
강원도 인제군 북면(北面)과 고성군 토성면(土城面) 을 잇는 미시령 [彌矢嶺]은 해발 826m.
강원 인제군 북면(北面)과 고성군 간성읍을 잇는 진부령 [陳富嶺]은 해발 529.
영동고속도로가 지나는 대관령 [大關嶺] 은 해발 832m.
오대산의 진고개는 해발 960m이다.
평소에 잠깐씩 머물면서도 그리 넓게 느껴지지 않던 한계령휴게소에는 단풍철을 맞아 주차는 고사하고
차량이 지나다니기도 힘들 지경인지라 이날은 장상에서 좀 내려온 지점에서 붉게 타는 단풍에 둘러싸인 휴게소 건물을 일별하고 지나쳤다.
고구려때는 그 생김이 돼지 발굽을 닮은 탓에 "저족현(猪足懸)" 이라 불리우고, 고려 초엽에는 돼지보다는 기린이 영물이라는 믿음 때문에 오늘날의 인제(麟蹄)란 이름을 얻었다는 강원도 인제군을 생각하며 내설악 주전골을 향한다.
mp3로 양희은이 부르는 '한계령'을 들으며,
그리고 머릿속으로는 양귀자의 소설 한계령의 한 귀절을 생각한다.
"----황량한 인생의 길을 걸어 그 정상에 도달했다고 해도,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내려가라는 산울림뿐이었던 것이다.
힘겹게 삶을 꾸려낸 뒤 얻게 되는 인생의 허망함을 나는 깨닫게 되는 것이다.----"
오후 1시45분경 주전골 입구인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 앞에서 차를 내려 주전골 자연관찰로로 들어섰다.
이제부터 약 1시간 가량 오색약수터까지 완만한 내리막길을 내려가며 가을을 만끽할 기대감으로 설레는 마음이다.
주전골이란 행정구역상으로는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이며,
설악산국립공원 남쪽에 있는 오색약수터에서 선녀탕을 거쳐 점봉산(1,424m) 서쪽 비탈에 이르는 계곡을 말함이다.
전국적으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요즈음이고보면 이곳 주전골도 물이 말라 남설악의 큰 골 가운데 가장 수려한 계곡이라 불리는 주전골의 참맛을 만끽하지 못함이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그나마 골이 깊어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낀다는 명성에 걸맞게 가끔씩 이처럼 맑고 깨끗한 물즐기와 푸른빛을 띄는 소(沼)가 단풍색깔과 잘 어우러진다.
수많은 행락객들은 저마다 기암괴석과 형형색색의 단풍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심취해 홍조띈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이곳 주전골에는 고래바위,상투바위,새눈바위,여심바위,부부바위,오색석사,선녀탕,십이폭포,용소폭포,성국사, 오색리 3층석탑 등 수많은 명소와 명물이 있으나
그 이름을 기억해 살피느니보다는 차라리 휴일 하루 자연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그리고 가슴속으로 느끼는 편이 훨씬 나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이처럼 붉은 단풍은 잎 속의 엽록소가 분해되고, 새로 안토시안이 생성되기 때문에 일어난다.
식물의 종류가 달라도 안토시안은 크리산테민 1종뿐이다.
식물의 종류마다 단풍 빛깔이 다른 것은 이 홍색소와 공존하고 있는 엽록소나 황색·갈색의 색소 성분이 양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잎으로 대표되는 노란색 단풍은 붉은색 단풍과 그 생성 기전이 완전히 다르다.
노란 잎은 카로티노이드 색소에 속하는 크산토필류 중 주로 제아크산틴·비올라크산틴 등에 의한 것인데,
이들은 이미 초봄 새싹 때 잎에서 만들어지고 여름에는 엽록소의 녹색에 가렸다가
늦가을이 되어 엽록소의 분해로 다시 표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주전골이란 이름은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시루떡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옛날 이 계곡에서 승려를 가장한 도둑 무리들이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주전골은 한계령과 양양을 잇는 국도 변에 위치하고 있어 얼마 걷지 않고도 명경지수의 소 와 담, 폭포 등, 설악 특유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골짜기다.
계곡미와 함께 특히 가을 단풍빛이 곱기로 이름나 있기도 하다.
특히, 길이 험하지 않아 어린이부터 노약자까지 쉽게 걸을 수 있는 Silver 코스로 유명하다. 옛날엔 고래골이라고 불리었다.
오후 2시43분
1시간여의 주전골 산책을 끝내고 오색약수터에 당도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인파로 약소로 목을 축이고자하는 바램은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오색은 옛날 성국사 뜰에 한 나무에 다섯가지 색의 꽃이 피는 나무가 있었다는 데서 유래되었는데,
주전골 계곡에 햇빛이 비치면 암반이 다섯색을 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또한, 오색약수가 다섯가지 맛이라는 설도 있다.
오후4시 8분.
내설악의 오색리를 떠나 귀가하는 도중 허기진 배를 달래 줄 싱싱한 횟감을 찾아 속초 동명항에 잠깐 들렀다.
지난 98년 4월 30일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아서 건립한 영금정 해돋이정자는 다른 정자와는 달리 바다 위에 세워진 해상정자이다.
이곳에 나가면 동해바다와 영금정 일대, 속초등대전망대의 절벽이 아주 잘 보인다.
길이 험하거나 위험하지 않기에 누구라도 쉽게 정자로 나가 아침 일찍 이곳에서 해 뜨는 것을 보는 것도 장관일 것이다.
해돋이정자 바로 위의 영금정(靈琴亭)이다.
영금정은 속초등대 아래에 위치한 돌로 된 산으로 파도가 쳐서 부딪치면 신묘(神妙)한 소리가 들렸는데
그 음곡이 마치 거문고 소리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일제시대 속초항만 축항공사의 석재로 쓰기 위하여 영금정 석산을 깨어 사용함으로 석산이 없어지고 지금의 넓은 암반(岩盤)으로 변했다고 한다.
횟집이 밀집한 이곳 동명항 바닷가에서 속초시내쪽으로 오늘 하루 해가 기울어간다.
집을 떠난게 조금 전 같은데 벌써 짧디짧은 가을 해가 기울어간다.
하루 일을 끝내고 귀가를 서두르는 저 작은 어선도, 곧 다가올 밤의 어둠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갈매기들도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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