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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으로 떠난 2009년 새해 첫 일출 여행



2008년 12월31일 밤 10시반경 대전을 떠나 독도,울릉도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는 울산 간절곶에 도착한 시각이 2009년 1월1일 새벽 2시50분경.


당초 전남 완도로 행선지를 정했으나 호남지방이 흐릴 것이라는 기상예보 때문에 하루 전

행선지를 변경했는데, 하늘에 별이 총총하게 맑은 날씨이긴 하지만 너무나 추운 날씨다.


새벽 3시 18분. 멀리 보이는 방파제의 불빛을 받은 잔잔한 바다를 보니 더 춥게 느껴진다.

16초간의 장노출로 찍은 사진임에도 파도의 흰 포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바람은 잔잔하다.



오래전부터 해돋이 명소로 널리 알려진 영일만의 호미곶 보다도 1분 빠르게, 강릉시의 정동진보다도 5분이나 더 빨리 해돋이가 시작된다는 매력 때문에 수년전부터 간절곶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더구나 울산시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친 때문인지 관광버스를 비롯한 차량행렬이 줄을 잇는다.



간절곶(艮絶串)을 조선초에는 이길곶(爾吉串)이라 불렀다. 이(爾)의 뜻은 넓다는 것이며 길(吉)은 길(永)다 하는 말의 차음(借音)이므로 결국 간절곶이란 "넓고 길게 튀어나온 곶"이라는 말이 된다.


간절이란 명칭으로 바뀐 것은 언제부터인지 확실치 않으나 먼 바다를 항해하는 어부들이 동북이나 서남에서 이 곶을 바라보면 긴 간짓대처럼 보인다고 해서 간절끝이라고 불렀던 것인데 한자로 "간절"이라 표기해 온 것이다.

간은 잣대를 의미하는 것이고 절은 「길다」의 경상도 방언 「질다」에서 유래된 것으로 간짓대처럼 길게 나온 곶이라는 뜻을 가졌다.



1920년 처음 세워진 이래 지난 1979년 콘크리트 건물로 개축된 등대 앞에는 지난 2006년말 세워진 높이 5m의 소망우체통이 관광객 유치에 일조하고 있음을 뽐내듯 당당히 서 있다. 등대의 불빛은 도달거리가 44km이며, 등대에서 내는 소리는 도달거리가 5.5km라고 한다.

새벽 4시9분.일출시각까지 3시간 이상 남은 시각이다. 휴대한 온도계를 보니 영하 3도 정도 된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를 견디기 힘들다. 잠깐 추위를 피하며 눈을 붙이기 위해 차량으로 되돌아간다.



2009년 1월1일 아침 6시 59분.

2간여 차 속에서 눈을 붙이고 나오니 이른 새벽과 달리 세찬 바닷바람이 휘물아치는 강추위가 몸으로 느껴진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이지만 멀리 동쪽 수평선 위에는 짙은 해무가 끼어있다.


이 해무(海霧:바다안개:sea fog)는 우리나라 동해 남부해상의 경우 추운 겨울철에에 동한난류(東韓暖流, East Korea Warm Current : 대한해협 동쪽 끝에서 쓰시마 해류로부터 갈라져, 한반도의 남동쪽 해안을 따라 북상한다. 북위 36에서 38° 사이에서 북한한류와 환류하고, 남동쪽의 외해로 방향을 바꾼다.)상에 한랭한 대륙고기압의 공기가 머물러 있을 때 발생한다.

이 진한 해무 때문에 오늘의 일출은 50점짜리밖에 되지 못할 것 같다.



오전 7시21분 31초

이곳 간절곶 일출 시각인 7시31분30초(천문연구원 발표)까지는 불과 10분 남았다.

그러나, 수평선을 길게 검은 띠처럼 두른 진한 해무는 추위에 떨면서도 희망찬 새해 ccjt 일출을 기다리는 수만의 인파들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오전 7시32분 47초

당초 기대대로라면 이미 붉은 태양이 수평성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시간이다.

그러나, 원망스런 짙은 해무의 띠는 주변 하늘만 붉게 물들이기 시작할 뿐 요지부동이다.

울산시에서 관광객들을 위해 준비한 연날리기, 어선 등 각종 선박 동원 등의 이벤트 효과가 빛을 잃는 것 같다.



오전 7시 46분

일출 예정 시각에서 16분이 경과된 시각. 세찬 바닷바람과 강추위로 얼어붙은 손을 부비며 발을 동동 구르며 추위를 참던 수많은 인파의 굳은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몇 줄기의 가느다란 햇살이 짙은 해무 사이를 뚫고 나오기 시작한 때문이다.



오전 7시 49분

처음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지 3분여가 지난 시간.

새해 첫 태양이 거의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수평성에 드리운 짙은 해무가 없었더라면 일출시각 30여분 전부터 분수처럼 물을 뿜어 올리는 저 물줄기 주위로 무지개도 볼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추위 속에서도 발을 동동 구르며 새해 첫 일출을 지켜보는 이 여인은 저 태양을 바라보며

무엇을 기원하는 것일까?

가족의 행복과 건강 그리고, 본인이 더 예뻐지기를 기원하지 않았을까?



오전 7시 52분

태양이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면서 새해 첫 일출을 바라보는 이들에게서 탄성이 터져나온다. 비록 그 소리가 입으로 새어나오기는 하나 분명 가슴 저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희망 섞인 탄성일 것이다.

제발 저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침체된 우리 경제도 침체를 벗어나 힘차게 도약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전 7시 53분.

이제 태양은 완전히 그 모습을 찾았다.

새해 들어 처음 보는 태양을 저마다 가슴 깊이 새겨 두려는 듯 주위는 정적에 싸여 있다.

올 한해를 이처럼 숙연한 마음으로 보내기를 누구나 원하리라.



눈부신 새해 첫 태양 아래 한동안 넋을 잃고 각자의 소망을 빌던 인파 속에서 조금씩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새로운 한해를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기 위해.



오전 8시34분.

추위와 허기를 뜨거운 오뎅국물로 달랜 후 귀가길에 오른다.

흰 포말과 함께 차가운 바닷가 모래와 자갈을 때리는 파도 위를 기축년 새해의 태양이 환히 비춘다.

수평선을 뒤덮었던 검고 짙은 해무도 뜨거운 태양 아래서 빠르게 걷혀간다.



오전 9시 56분

간절곶을 떠난지 1시간 이상 지났지만 내가탄 차량은 이제 약 4km 떨어진 진하해수욕장 부근을 지난다. 느림보가 걷는 속도보다 느리다.

10만 인파가 몰린 간절곶이니 그럴만도 하다.



오전 11시 42분.


귀가길에 들린 20만개의 불상이 있다는 만불사 [萬佛山 萬佛寺] 전경이다.

경북 영천시 북안면 만불산( 萬佛山)에 세워진 사찰로 1995년 학성스님이 창건했다.



부처님의 열반모습을 형상화했다는 황동와불열반상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에 부처님 열반상이 그리 많지 않았으나 최근에 여러 사찰에서 조성 봉안하고 있다 한다. 만불사 열반상은 길이 13m, 높이 4m로 국내 최대 규모이며. 재질도 일반 청동과는 달리 황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다.



고속도로를 지나면서도 볼 수 있는 아미타대불의 모습이다. 높이 33m로 국내 최대규모라 한다. 아미타불은 서방정토 극락세계를 주재하는 부처님이라 한다.

그러나, 이 만불사의 울긋불긋하고 황금색이 주를 이루는 색채가 내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고 역겨움이 느껴진다. 부처님을 모시는 사찰이라면 자연과 어울리는 느낌이어야한다는 고집스런 생각을 버리고 싶지 않다.

비록 한 새해가 돌아왔더라도 나는 지난해 여름 소백산 희방사에서 느낀 작고 아담한 자연친화적인 절을 부처님은 더 좋아하시리라는 고집을 꺾고 싶지 않다.


마치 신도수가 수만명을 헤아리는 서울의 초대형 교회나 명동 성당보다는 빈민촌에 세워진 초라한 오막살이 교회를 예수님이 더 좋아하리라는 생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