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오전 10시 26분.
충남 서천군 희리산 자연휴양림 입구 조금 못 미친 지점인 등산로 입구에서 차를 내려
등산이라기보다는 트래킹에 가까운 산행을 시작한다.
눈발이 조금씩 날리는 날씨이기는 하나 12월 하순의 기온이라고 여기기 힘들 정도로 포근한 날씨다.
희리산의 정상은 해발 329m인 문수봉이다.
희리산 산행의 장점은 겨울철에도 푸르름을 간직한 나무숲을 보며 솔잎의 진한 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수종의 95%가 해송인 희리산 숲 속에 들어가면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와 테르핀이라는 방향성 물질이 있는데
향기 좋은 방향성, 살균성의 성분으로 스트레스를 없애고 심신 순화, 각종 질병 예방 등 인체에 유익한 삼림욕 최적의 장소이다.
오전 11시 25분.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났다. 처음 조금씩 내리던 눈발은 완전히 멈추고 이제 동쪽 하는ㄹ에는 구름이 걷혀간다.
정상인 문수봉 바로 아래에서 멀리 서북쪽으로 눈길을 돌리니 아직 옅은 구름이 시야를 방해하기는 하나 바다가 보인다. 15~6km 떨어진 마량리 동백정 부근의 화력발전소 굴뚝이 뚜렷이 보인다.
오전 11시37분.
희리산 정상 부근 헬기장에서 보이는 남쪽 전망이다.
오전 내내 궂었던 날씨가 맑아지며 전형적인 농촌의 겨울철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야트막한 야산 너머로 성냥갑 모양의 몰골이 흉한 사각 건물들이 밀집한 곳이 아마도 서천읍인 것 같다.
서쪽으로는 멀리 비인면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씨였으며 푸른 바다의 해안선이 눈의 피로를 풀어줄 수도 있었겠지만
옅은 안개 구름이 시야를 방해한다.
북쪽 하늘은 짙은 구름이 걷혀가며 간간히 푸른 하늘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오후에 방문할 금강 하구둑과 신성리 갈대밭에서는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금강 지류를 가로 질러 놓인 장항선 철도를 잇는 철교가 이처럼 멀리서는 그나마 흉측해 보이지는 않는 것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낮 12시 33분
산행을 마치고 출발지로 돌아가는 길도 이처럼 해송 숲을 거니는 삼림욕의 연장선이다.
1998년 개장한 국립 희리산 자연휴양림은 해송천연림으로 구역면적 143만㎡이며 1일 최대 수용인원은 약 1,000명이라 한다.
휴양림 내에는 취사장, 세면ㆍ샤워장, 급수대 등의 방문객 편의시설과 산림 및 숲의 기능과 혜택을 설명한 숲해설판,
야생화관찰원, 버섯재배원, 무궁화전시포가 있으며 방문객이 직접 먹거리를 준비하여 취사를 할수 있도록 허용된 구역도 있어 가족휴양지로도 손색이 없을듯 하다.
자연휴양림에 들어가면 숲 곳곳에 근사한 통나무집이 여러곳에 지어져 있다. 이 시설은 다름아닌 방문객이 숙박하며 취사를 겸할 수 있는 시설이다.
희리산자연휴양림의 숙박시설인 이 "숲 속의 집"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단일수종인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삼나무,
해송, 층층나무,참나무로 내부를 장식하여 수종별 고유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60인실,8인실,12인실 외에 사진에서와 같은 23㎡ 인 4인실이 총 21동이 있으며
이용요금은 비수기 및 주중에는 32,000원이며 성수기 및 주말에는 55,000원이다.
낮 12시 51분.
희리산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한다.
해송 숲길에 드문드문 풍치를 더해 주는 억새풀 군락들 사이를 지나는 중년 부부의 뒷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아름답고 여유 있는 삶이 행복 속에서 계속 이어지기를 ...
오후 2시 11분.
희리산을 떠나 신성리 갈대밭으로 향하는 여정에 마서면 금강하구둑에 위치한 금강철새 탐조대에서 잠깐 멈추었다.
이곳 서천은 바다와 금강을 접하고 있는 지형 때문인지 유난히 갈대밭이 많다.
충청남도와 전라북도를 잇는 교량 역할도 겸하고 있는 금강하구둑은 농어촌진흥공사가 8년동안 1천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1990년도에 완공하였으며 1억3,000만톤의 담수량을 가진 1,840m의 제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 서천 금강하구둑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강폭이 넓고 갯벌이 발달돼 있어 철새들의 먹이가 풍부하다.
천연기념물 325호 개리가 관찰됐다. 가창오리,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고방오리 등 오리류와 기러기, 뿔논병아리 등이 머문다.
가창오리는 8월말과 9월초 사이 시베리아를 떠나 천수만과 해남, 주산저수지 등에서 겨울을 나고 2월 다시 돌아간다.
가창오리는 해뜰 무렵과 해질 무렵 십수만마리의 새들이 군무를 펼친다. 왜 무리를 지어 나는지도 미스터리다.
오후 2시 51분.
오후가 되어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뚜렷해지며 불기 시작한 차가운 겨울 바람이 신성리 갈대밭에 도착한 무렵에는 더욱 거세어진다.
더구나 금년 2월부터 서천군에서 시작한 공사로 인해 흙먼지까지 날린다. 내년 5월말깢로 예정된 공사 내용은
“묵은 갈대 정리 및 터 고르기, 탐방로 정비 및 유실방지 공사”라고 한다.
갈대숲에서 나와 가파를 제방 뚝을 오르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유난히 춥게 느껴진다.
강가에 부는 세찬 겨울 바람은 사람 키를 훨씬 넘는 갈대숲 속에서도 쉴새없이 불어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숲에서는 계속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왕 이야기가 생각난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이 내는 소리는 다름 아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며 자기네끼리 속삭이는 소리라는 그 이야기가.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갈대숲을 한동안 바라보니 마음속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한여름 아무리 햇빛이 뜨거워도. 홍수와 가뭄속에서도 꾸준함을 잃지 않은 갈대숲은 겨울철 찬바람 속에서도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우리를 맞는다. 다만 철따라 옷을 갈아 입을 뿐이다.
금강 하구둑이 건설되기 이전 신성리 갈대밭은 현재의 갈대밭 둑너머로 드넓게 형성된 농경지 전체를 덮는 대규모의 갈대밭이었다.
옛날 신성리 주민은 갈대를 꺽어 빗자루를 만들어 쓰기도하고 장에 내다 팔아 생계를 꾸리기도 했는데
‘갈비’라 불리우는 신성리 특산품이기도 했던 갈비는 쇠기전에 꺽어다 삶아 만들면 10년을 썼을 정도로 우수한 제품이었다 한다.
200미터, 길이 1Km, 면적이 198,000㎡에 이르는 우리나라 4대 갈대밭중의 하나인 신성리 갈대밭이
영화 JSA(공동경비구역) 촬영지로 일반에 알려지며 자연훼손 등으로 수난을 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내년에도, 또 그 다음 해에도 지금 같은 변함없는 모습이 유지되기를 빌며 갈대밭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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