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7일 토요일 오전 10시 40분.
홍성군 홍북면 중계리 용봉초등학교 앞에서 차를 내려 산행을 시작한지 10여분 .
미륵석불이 나타난다. 미완성인 것 같은 불상은 앞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추억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민머리에 가늘고 긴 눈, 넓적하고 낮은 코, 비교적 작은 입이 평면적으로 표현되었고, 입가에는 엷은 미소를 머금은 충남지방 문화재 제87호로 지정되어 있는 미륵불이다. 아기 못 낳은 사람이 빌면 아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특이하게도 법당 건물이 한 채 뿐이지만 현판의 글귀는 “대웅전‘이다.
오전 11시28분.
용봉산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보이는 노적봉과 악귀봉의 모습이다.
해발 381m로 산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낮은 것 같지만 제2의 금강산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실감할 정도로 천태만상의 바위로 이루어진 예쁜 산이다.
정상 표지석 앞에는 사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용의 몸에 봉황의 머리 모습인지라 용봉산이라 불린다는 산 이름.
그러나, 용,봉황 이 모두가 상상속의 동물일 뿐 실체를 본 사람이 없으니 용봉산의 아름다움도 마음 속에 담는 것이 가장 어울릴터..
정상에서 동쪽으로 산행을 계속하면 최영장군 활터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오른쪽 작은 봉우리의 정자가 바로 최영장군 활터이다.
그러나,역사적 기록에 의한 것은 아니며 용봉산 동쪽의 홍성군 홍북면 노은리에서 최영 장군이 태어난 데서 유래했을 전설의 활터다.
산행을 하는 방향이 동쪽 방향인지라 내포평야를 계속 내려다 보며 걷게 된다.
내포평야란 홍성군,예산군,청양군,당진군등을 포함하는 드넓은 곡창지대를 이름이다.
내포 땅은 예부터 논농사와 밭농사, 과일(예산 사과 등)이 잘 될뿐 아니라 안면도와 천수만의 조기 잡이,소금 그리고 간월도의 조개,굴등.. 품질 좋은 농산물과 풍부한 해산물들을 고루 얻을 수 있는 풍요롭고 인심 넉넉하며 후덕한 마을이었다.
이런 후덕한 마을에서 자라며 용봉산의 아름다운 기암괴석을 보며 호연지기를 키운 이곳 젊은이들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 역사상 이 지방 출신 인물들의 면면에서도 잘 나타난다.
장군 최 영,사육신 성삼문,추사 김정희,신부 김대건,장군 김좌진,스님 한용운,의사 윤봉길,토정 이지함,화백 이응노 홍주 916 여명 의사, 등등
낮 12시 19분.
백제 고찰이라는 용봉사로 향하는 길목에서 보물 355호 마애석불을 만난다.
불상은 높이 4m, 폭 1.4m 내외인 자연암석의 탄탄한 앞면을 파서 부조(浮彫)한 여래입상인데 정남향을 하였으며 정면이 앞으로 10° 가량 기울어 있다.
머리는 소발에 육계가 있고 보안(寶顔)은 풍만한 편으로 이마에는 백호(白毫)자리가 있다. 가는 눈과 미소지은 입, 어깨까지 길게 내려온 귀가 온화하고 인자한 모습이다. 얼굴에 비하여 하체로 내려갈수록 신체와 선이 약화되어 있으며 수인(手印)은 오른손을 쭉 펴서 다리에 붙이고 왼손은 굽혀 들어 손바닥을 보이고 있다.
용봉사는 백제시대 창건된 고찰로 전해져 온다. 조선 후기까지는 수덕사에 버금가는 큰 절이었으나 1906년 풍양조(趙)씨 가문에서 절을 부수고 명당자리라는 절터에 공조참판을 지낸 조희순(趙羲純)의 묘를 썼다. 이 때 마을 주민들이 현재의 위치로 절을 옮겼다. 1980년에 법당을 중수하고, 1982년 대웅전을 새로 지었으며 1998년에 산신각과 극락전을 복원하여 오늘에 이른다.
실제로 대웅전 윗편 남향 양지바른 곳에 지금은 절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무덤과 비석이 있다. 권력의 힘으로 대 사찰을 옮길 정도의 세도를 부린 그 후손들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지는 현재의 무덤 모습을 보면 명약관화하리라..
이곳 용봉산의 각양각색 바위들에 붙은 이름이 다양하다.
장군바위, 사자바위, 거북바위, 병풍바위 등등..
그러나, 그 이름 하나하나보다는 그 각각의 바위들이 가진 천태만상의 외형이 금년말이면 67억을 넘는다는 온 세상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은 것이라 치부키로 하자.
흔히 산에 자주 다녀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곳 용봉산 해발 381m 표지석 앞에서 사진찍은 사람을 보고 자신의 덕유산 향적봉 해발 1614m 표지석 사진을 들이대며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눈 쌓인 멋진 사진을 뽐내며..
그러나, 향적봉에도 수차례 올라 본 본인에게 묻는다면 이곳 용봉산 오르기가 더 힘들다.
덕유산 향적봉에 오른 이들은 대부분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이용하여 해발 1,520m인 설천봉까지 올라간다.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여가 지났다. 이제 최종 도착지인 덕산온천지구로 내려갈 시간이 각까웠다.
몸통은 용 모양이고
머리는 봉황 모양처럼 생겨다 하여 용봉산인 이곳.
머리부분인 홍성군 홍북면 용봉 초등학교에서 시작하여 몸통을 걸처 꼬리로 (약6km)내려가게 된다. 꼬리 부분은 대략 예산군 삽교읍쯤 될 것 같다.
오후 4시 48분.
용봉산을 떠나 천북 석굴축제가 열리는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의 굴단지가 있는 천북항에 도착했다.
멋진 낙조를 볼 수 있도록 일몰 시간에 늦지 않게 운전을 해 준 운전기사에게 고맙다는 표시를 즉석 사진 출력으로 해 주었다.
오후 5시 16분 52초
짧은 겨울해가 멀리 보이는 작은 섬 너머로 고개를 돌린다.
천북항 방파제에서 멋진 낙조를 보며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들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오후 5시 19분 23초
이제 둥근 태양이 숨바꼭질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몇분 사이에 방파제로 모여든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오후 5시22분 21초.
이제 태양이 완전히 그 모습을 감춘다. 그와 동시에 해넘이를 아쉬워하는 탄성이 인파가 몰린 방파제에서 수백미터 떨어진 내 귀에까지 크게 울려 온다.
내 마음속으로도 진한 아쉬움이 밀려 온다.
아마 2008년에 내가 보는 마지막 해넘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오후 5시 24분 55초
이제 붉은 태양은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방파제를 가득 메웠던 수많은 인파도 서서히 자리를 뜬다.
2009년 1월1일 새해 첫날의 해돋이를 어디에서 볼 것인가를 생각하며 나도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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