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2시49분.
대덕산과 검룡소의 갈림길인 해발 1080m의 분주령에서
맞은 하늘도 드높고 푸르다.
가을 햇살에 노란 빛이 더욱 강렬하게 비치는 마타리와
흰 구름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녹두루미라고도 하는 갈퀴나물도 만난다.
어린 순은 4월경에 채취해 나물로 만들어 먹고 가축의 사료로도 쓰인다.
한방에서 류머티즘 동통·관절통·근육마비·
종기의 독기·음낭습진 등의 치료에 사용한다
분주령은 야생화의 천국이다.
그 틈에서 고추잠자리도 일생 중 가장 중요한 일을 위해 노력한다.
대부분의 잠자리는 늦여름이 되면서 수컷은 붉은색이 진해지며
수컷의 성징을 갖추면서 암컷과의 교미를 준비하게 된다.
초여름에 고추잠자리를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분주령을 떠나 검룡소로 향하는 길 그늘진 계곡가에서
거북꼬리를 만난다. 오늘 산행 중 처음 만난 꽃이다.
잎의 끝 부분이 크게 세갈래로 갈라진 모습이 거북 꼬리를 닮아서
붙인 이름이라는데…꼬리줄기는 섬유용으로, 어린 잎은 식용으로 한다.
7~8월 여름에 주로 볼 수 있는 달맞이꽃도 만난다.
한방에서 뿌리를 월견초(月見草)라는 약재로 쓰는데,
감기로 열이 높고 인후염이 있을 때 물에 넣고 달여서 복용하고,
종자를 월견자(月見子)라고 하여 고지혈증에 사용한다.
꽃말은 ‘기다림’이다. 전국 각지에 분포한다.연
흔히 보는 이 꽃의 원산지는 특이하게도 남미 칠레이다.
계곡 옆을 지나면서는 봉선화과인 물봉선도 간간히 눈에 띈다.
한국, 일본 등지의 산골짜기나 물가의 습지에서 흔히 자라는 이 꽃은
타박상 등에 약으로 쓰며 유독성, 염료식물이다.
오후 1시35분.
계곡을 따라 내려오던 길 옆에 개울을 가로지르는
목재 다리가 하나 놓여 있다.
이제 세심교라고 이름 붙여진 이 다리를 건너 600m를 가면
지난 1987년 국립지리원에서 공식 인정한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가 있다.
오후 1시 48분.
완만한 경사로를 쉬엄쉬엄 오르다보니
검룡소에 당도했다.
큰 자연석으로 된 표지석에는 이렇게 씌여 있다.
"태백의 광명 정기
예 솟아 민족의 젖줄
한강을 발원하다."
주위가 녹색 이끼로 뒤덮인 둘레 20여 m의 작은 웅덩이
섭씨 9도의 맑은 물이 하루 3천톤씩 솟아 나와 흘러 내려
정선의 골지천,조양강,영월의 동강을 이루고
양수리를 거쳐 서해로 흘러간다.
금대봉 기슭에 있는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에서 솟아나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이곳에서 다시 솟아난다.
검룡소에서 솟아난 물은 이 작은 폭포를 이루며 흘러 내려간다.
누가 지은 이름인지 용트림폭포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오후 2시11분.
검룡소를 떠나 귀가를 위해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또다시 전나무 숲길을 지난다.
해발 900m가 넘는 고산지대의 맑은 공기와 전나무 향이
3시간 동안 땀 흘리며 산행 한 온 몸의 피로 가시게한다.
오후 2시24분.
검룡소 입구 표지석 앞에 섰다.
고산지대이어서인지 벌써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나무들이 눈에 띈다.
오후 3시2분.
주차장에서 더위를 식히며, 출출해진 뱃속을 간식으로 채운 후
귀가할 준비를 한다.
아직은 햇살이 뜨거운 시기이지만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은 무척 시원하다.
다른 나무들에 비해 일찍 단풍이 드는 화살나무 잎이
이미 절반은 붉게 물들어 있다.
아름다운 야생화와 함께 한 행복한 주말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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