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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삼악산(三岳山) 호반산행(1)



2009년 9월6일 일요일 오전 9시55분.
대전을 떠난지 3시간여만에 도착한 강촌교 앞 삼악산 등산로 입구.
벌써 붉게 변해가는 나뭇잎들을 보니
가을이 눈 앞에 성큼 다가온듯하다.

등선봉을 거쳐 삼악산으로 종주할 인원을 내려 놓고
십여분 남짓 걸리는 등선폭포 입구로 이동한다.



오전 10시 7분.
등선폭포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지 5분여
산행 들머리에 자리한 금선사에서 바라 본 하늘은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다.
그러나, 기온은 높아 벌써 상의가 땀에 흥건히 젖어든다.
금선사 입구 안내 간판에는 불기 2490년 10월에
창건한 사찰이라고 하니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서기로 환산하면
1946년이 된다.



오전 10시18분.
서울에서 가까운 호반도시 춘천에 있다는 이유로
전국적으로 알려진 둥선폭포 앞에 당도했다.
높이 10m에 불과한 자그마한, 폭포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작은 폭포이다.
금년 여름 다녀온 포항 보경사 12폭포,주왕산 계곡의 폭포,
더구나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를 두루 돌아 본 나에게는
전혀 감흥을 주지 못한다.



폭포 위로 이어지는 가파른 철계단 위에서
등선폭포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본다.
비록 작은 폭포이지만 흐르는 물줄기는
시원하고 힘이 넘친다.



오전 10시33분.
산행을 시작한지 불과 30여분 남짓 지났는데도
이와 같은 계곡과 철계단을 무수히 많이 지난다.
과연 해발 700m가 채 안되는 산 이름에
큰 산이라는 의미의 악(嶽), 또는 악(岳)을
쓰는 이유를 알듯한 험악한 산이다.



맑은 물이 계속 흐르는 계곡을 따라 오르는 산행이다보니
봉선화과인 물봉선 군락이 무수히 많이 나타난다.
한국, 일본 등지의 산골짜기나 물가의 습지에서 흔히 자라는 이 꽃은
타박상 등에 약으로 쓰며 유독성, 염료식물이다.



오전 10시52분.
어제 토요일에 금대봉 산행을 한 피로가 채 가시기 전의
연이은 산행이어서인지 무척 덥고 힘든 산행이다.
그나마 이처럼 계곡 물이 계속 흘러 내려
땀을 식힐 수 있음이 다행이라 하겠다.



계곡 산행이 아니면 구경하기 어려운 이삭여뀌도
눈에 띈다.
산골짜기 냇가와 숲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이삭여뀌는
포기 전체에 진통·지혈 등의 효능이 있어
관절통·위통 등에 사용한다.


이 참당귀 또한 산골짜기 냇가 근처에서 자란다.
어린순을 나물로 식용하고 뿌리를 당귀라고 하며 약제로 사용한다.
당귀는 중국산을 안젤리카 시넨시스(A. sinensis),
일본산을 왜당귀, 한국산을 참당귀라고 한다.



오전 11시 22분.
해발 100m지점에서 출발하여 해발 500m 정도 되는
흥국사에 도착하는데 1시간 20분여가 걸렸다.
야생화를 구경하며 천천히 산행을 한 이유도 있겠으나
당초 생각보다는 힘든 산임은 분명한 것 같다.

이 흥국사 터는 옛날 부족국가 형태의 "맥국"이라는
나라의 궁궐터였으며, 서기 894년 궁예가 왕건을 맞아
싸운 곳이라고도 한다.
현재의 대웅전은 1985년에 중창한 것이다.



오전 11시38분.
흥국사 위쪽으로 10여분 남짓 걸어 오르니
"작은 초원"이라 이름 붙여진 아담한 공터가 나타난다.
돌로 만든 자그마한 우물터가 남아 있고
돌로 쌓은 성벽 터가 군데군데 남아 있다.
과거 "맥국"의 궁궐터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오전 11시42분.
이날 산행 중 가장 힘들었던 구간 중 하나인
"333계단"아래에 도착했다.
거대한 너덜지대에 자연석을 모아 계단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하는 산행객들 입장에서는
333계단이라는 안내문을 보고 더욱 기가 질린다.



계단을 오르는 것은 정말 힘들다.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아픈 다리를 큰 바위위에 의탁해 숨을 돌리는 중
멀리서 맛있는 식사에 여념없는 다람쥐가
애처로운듯 쳐다 본다.

불현듯 구한말 갓 쓰고 부채 든 양반들이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한 테니스,축구 등으로 땀 흘리는
사람들을 보고 혀를 끌끌 차며 했다는 한 마디
"저런 멍청한 인간들! 그리 힘든 일일랑
종놈들에게나 시킬 일이지! 쯧쯧쯧! "



낮 12시 1분.
두번을 쉬어가며 333계단을 오르는데 20분이 걸렸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힘들게 계단을 오르는
저 사람들을 내려다보니 마음이 뿌듯해 진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 는 옛말이 실감 난다.



낮 12시 46분.
정상까지 800M를 남겨둔 "큰 초원"에서부터
정상까지는 이처럼 험악산 바위들이 계속 이어진다.
다리에 쥐가 나서 응급처치를 하는 산행객도 있다.
시간 여유가 많은지라 한쪽 바위에 걸터 앉아
점심 식사를 끝낸 후 다시 암반들을 해치고 정상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