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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삼악산(三岳山) 호반산행(2)



낮 12시 50분.
눈 앞에 정상석이 보이고, 그 주위에는
가쁜 숨을 몰아 쉬는 산행객들이 여럿 모여 있다.
검은 돌을 잘 다듬어 만든 정상석에는
"三岳山(삼악산) 용화봉 해발654m라고 뚜렷이 새겨져 있다.

주봉인 이 용화봉과 함께 청운봉(546m)·
등선봉(632m)등 봉우리가 3개이므로 삼악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후 1시3분.
이제 귀가 차량 탑승 장소인 의암댐까지는 1.78km가 남았다.
그러나, 깎아지른 듯한 가파른 암반을 타고 하산해야하는
무척 위험한 코스의 연속이다.
이곳 삼악산을 구성하고 있는 주 암석은 규암의 일종으로,
약 5억 7000만 년 전 - 25억 년 전에 퇴적된 사암(砂岩)이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생성된 변성암이다.



북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드넓은 의암호가 한 눈에 보인다.
의암호 중앙에 자리 잡은 상중도,하중도와 춘천시내
사이가 공지천이다.
태릉 빙상장이 생기기 전인 1960,70년대 한국 빙상스포츠의
메카이던 공지천...요즘은 유원지로 이름을 드날린다.



깎아지른 절벽 바위 모서리의 빈 공간에
빨간 입 사이에 마치 흰 밥풀 두 알을 물고 있는 듯한
꽃며느리밥풀이 군락을 이룬다.
배 고파 죽은 며느리. 그 무덤가에서 피어난 꽃.
배고픔을 달래듯 빨간 입술 사이에 흰 밥알
두 알을 물고 다소곳이 피어나는 예쁜 꽃이다.



오후 1시 14분.
정상인 용화봉에서 의암호로 향하는 능선은
날카롭고 거친 암반의 연속이다.
무척 위험한 구간이라 철 구조물로 사다리 등
안전 시설을 해 놓았으나, 산행객 모두가 조심스럽다.
서울 근교의 북한산이나 도봉산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인파 정체 현상까지 일시적으로 나타난다.



오후 1시31분.
이제 두 발만이 아닌 네 발을 모두 쓰게하던
거친 암반 능선이 끝나고 내리막 하산길이 이어진다.
의암호 하류쪽의 의암댐이 거의 수직에 가깝게
내려다 보인다.
이제 철제 사다리,굵은 로프.철 구조물로 이어진 지루하고
힘든 하산 과정이 남았다.
아마 오늘 산행 과정 중 가장 위험한 구간일 것 같다.



큰 돈을 번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위험 부담이 많을수록
얻는 이득이 크다고들 한다.
산행에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힘들고 위험한 구간일수록 이처럼 멋진 나무,
기묘한 바위 등.. 비록 몸은 힘들지만
눈을 즐겁게하는 멋진 경관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깎아 지른듯한 위험한 구간이 계속 이어진다.
이곳 삼악산의 암반들은 사암(砂岩)이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생성된 변성암이라고 했는데,
그 변성암이 오랜 세월을 지나며 부서져 가는 과정인지
작은 돌들이 많이 깔려 있다.
간혹 주먹만한 돌들이 비탈을 따라 굴러 내릴 때는
긴장감이 들기도 한다.



오후 1시40분.
의암댐 북쪽의 의암호를 가로지른 다리가 보이고
그 다리 너머 동쪽 산 기슭의 휴게소가 보인다.
귀가할 차량이 기다리는 곳이다.
근 4시간 가까이 고생한 피로한 다리에
다시 힘을 준다.


오후 2시 7분.
가파르고 위험한 산행 구간이 모두 끝나는 지점에 자리 잡은
상원사 대웅전 앞에서 온통 암반으로만 된
조금전 지나온 바위산을 바라보니 오늘 산행을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이 든다.
설악산에 있는 신흥사의 말사인 이 상원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다고는 전해지나 그 후의 연혁이
전해지지 않고, 조선 후기에 화재로 소실된 후
1858년(조선 철종 9년) 금강산에서 내려온 풍계(楓溪)가
상원사의 암자이던 고정암(高精庵)을 중건하여 절 이름을 상원사로 바꿨다.
사진에서 보는 대웅전은 1984년에 다시 지은 것이다.



상원사 바로 아래 계곡가에서 흰 자태를 뽐내는
눈개승마 몇 그루를 만났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장미목 장미과에 속하는
이 꽃은 주로 높은 산에서 자란다.
이 눈개승마는 말려서 나물로 식용하면 쇠고기맛이 나며
풍미가 뛰어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잎이 산삼처럼 생겨 "삼나물"이라고도 불리며
인삼에 많이 함유된 사포닌과 단백질이 풍부해
고급 나물로 알려져 있다.



오후 2시30분.
산행을 끝내고 의암댐이 바라 보이는 도로변에 내려 섰다.
산행을 시작한지 4시간 30분이 걸렸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거의 바위러만 이루어진
비교적 험한 산이었다.
그러나, 각종 야생화와 맑게 흐르는 계곡물,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 그리고 의암호가 내려다 보이는
멋진 산행이었다.



오후 3시21분.
귀가 차량 탑승 장소인 의암댐 동쪽의 휴게소에서
시원한 음료수와 간식으로 허기진 뱃속을 달래며
휴식을 취한다.
1967년에 준공한 이 의암댐은 수력발전소로 건설된 것으로
발전 용량 4만 5000kW(2만 2500kW ×2)이고
댐 길이 224m, 높이 17.5m 의 아주 작은 댐이다.
오른쪽의 다리는 댐이 생긴 3년 후인 1980년 6월에 준공된 것이다.
"신연교"라는 명판이 붙은 이 다리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듯하다.

시원한 바람이 이마의 땀을 식혀 주는 의암호에서
휴일 하루 일정을 마감하고 귀가 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