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24일 토요일 오후 2시 26분.
아침 일찍 대전을 출발하여 경부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를 지나는 지루한 여정.
강원도 동해시 추암해수욕장의 능파대(凌波臺)에서
바라보는 촛대바위는 2008년 1월20일 아침에
나를 반겨 주었던 그 모습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듯하다.
오후 2시50분.
조선시대 도체찰사(都體察使)로 있던 한명회(韓明澮)는
이곳의 바위군(群)이 만들어 내는 절경을 가리켜
'미인의 걸음걸이'를 뜻하는 '능파대(凌波臺)'라고 불렀다.
추암해수욕장 백사장으로 내려와 바라보는
능파대와 그 앞 바다의 형제바위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다.
오후 2시59분.
잔뜩 흐린날씨 때문인지 동해바다인 점을 감안하면
파도가 무척 잔잔하다.
잔잔한 파도 때문인지 셔터속도 8초의 장노출로
담아 본 파도 치는 바다 표면이 마치 비단을 드리운듯 하다.
참고로 이 사진은 지난 2008년 1월20일 아침 5시51분에
위의 형제바위를 찍은 사진으로써
보슬비가 내리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셔터속도
5분40초의 초 장노출로 찍은 사진이다.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찍는 사진의 경우
셔터속도는 1/100초~1/200초 정도이다.)
오후4시 2분.
오래 전인 1995년초 방송된 미니시리즈 모래시계 덕분에
유명관광지로 부상한 정동진에 도착했다.
이곳의 명물 중 하나인 모래시계도 지난 해 8월9일 방문때와
다름 없이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조금의 불평도 없이
모델로서의 포즈를 묵묵히 취하고 있다.
해수욕장 모래톱에서 출발하여 파도를 헤치며 주위를 도는
관광 보트를 타고 즐거워하는 이들,
그리고 흰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와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
함박 웃음을 짓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 자체로 행복감을 느낀다.
멀리 보이는 유람선 뒤를 따르는 갈매기떼 또한
지난 해 8월9일 일출 시 태양 빛을 받으며
유람선을 뒤따르던 그 모습과 별 차이가 없는듯하다.
참고로 이 사진은 2008년 8월9일 오전 5시44분
이곳 정동진 바닷가에서 맞은 일출 직후의 모습이다.
오후7시40분.
토요일인 오늘 밤에 묵을 강원도 양양군의 낙산해수욕장에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마친 후
바닷가로 향한다.
동해안 해수욕장 중 경포대와 더불어 최대의 관광객이
몰리는 이곳이지만 신종 플루의 여파 때문인지
너무 한산한 모습이 조금 안타깝다.
오후 8시58분.
조용한 바닷가에서 맞는 상쾌한 가을밤.
이 상쾌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바닷가에서의 숙박을
선택한 보람을 느낀다.
셧터 속도 50초간의 장노출이 일부관광객들이 즐기는
불꽃놀이의 증거를 잘 보존해 준다.
멀리 낙산비치호텔에서 내뿜는 불빛에 어리는
파도가 무척 잔잔한 편이다.
오후 11시6분.
밤이 깊어가면서 울창한 소나무숲에 둘러 싸인
길이 4km의 백사장에는 정적만이 감돈다.
모래 위에 남긴 무수한 발자국들만 사람의 흔적을 남긴채이다.
셔터속도 60초의 장노출로 밤바다 모습을 담은 후
나 또한 숙소로 발길을 돌린다.
10월25일 일요일 오전 6시31분.
동해안의 일출 모습을 담기 위해 부지런히 바닷가로 나왔으나
일출 시각을 10여분 남겨 놓은 시간이건만 하늘에는
온통 잿빛 구름이 뒤덮고 있다.
이럴 때는 일기예보가 정확하게 들어 맞는게 오히려 미울 지경이다.
오전 6시44분.
한국천문연구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바로 그 일출 시각이지만
동쪽 하늘은 짙은 구름에 가린채 붉은 색의 가느다란 띠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일출을 보러 나왔던 그리 많지 않은 관광객 중 많은 이들이
한숨을 쉬며 발길을 돌린다.
오전 6시47분.
갑자기 짙은 구름 사이로 붉은 햇빛이 뚫고 나오기 시작한다.
어쩌면 수평선 위를 박차고 오르는 100점짜리 일출을 보지는 못하더라도
구름 위로 치솟는 일출은 볼 수 있을듯하다.
오전 6시59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짙은 구름 위로 붉은 태양이 솟구쳐 오른다.
그를 기뻐하듯 갈매기가 하늘 높이 솟아 오른다.
붉고 둥근 아침 해가 구름 위로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 낸다.
주위에서 가벼운 탄성이 들려온다.
오전 7시8분.
잠시 동안 붉고 둥근 모습을 보여 주던 아침 해가
다시 두꺼운 구름 속으로 들어가기 전
발길을 돌린다. 완전한 태양의 모습을 잊지 않으려는듯.
오전 8시29분.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인접한 낙산사에 잠시 들렀다.
불과 2주 전인 10월10일에 찾았던 곳이지만
관동8경 중 하나인 의상대와 그를 호위하듯 서 있는
멋진 자태의 소나무 모습은 볼 때마다 새롭다.
깎아지른듯한 절벽 위의 의상대 아래
갯바위에는 부지런한 낚시꾼들이 휴일 하루를 위해
진을 치고 있다.
오전 8시44분.
강화도 낙가산의 보문사,남해 금산의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도량 중의 하나인 멀리 보이는 홍련암에서
스님의 독경 소리에 한참 귀를 기울이다
다음 행선지로 발길을 돌린다.
홍련암이 자리한 해안의 바위 모습이 절경이다.
오전 10시11분.
낙산사를 떠나 내설악 단풍을 가슴 속에 담기 위해
설악으로 향한다.
내설악 단풍의 백미 중 한곳인 주전골로 향하는 한계령 길의
단풍이 절정이다.
온 천지가 붉은색으로 물든듯 하다.
오전 10시20분.
주전골 입구에서 오색약수터로 향하는 탐방로로 들어섰다.
입구부터 기암괴석과 울긋불긋한 단풍이 눈을 어지럽힌다.
남설악의 큰 골 가운데 가장 수려한 계곡으로
계곡미와 가을 단풍이 절경인 이곳 주전골.
골이 깊어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끼는 곳이건만
가을 가뭄으로 인해 계곡 물이 거의 말라 버린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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