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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음산(동해의 새벽 햇살이 가장 먼저 닿는 산) 산행기(1)


2009년 11월1일 일요일 오전 8시32분.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있는 기장8경 중 제1경인
달음산 산행을 위해 궂은 날씨 속에 대전을 떠나
잠시 머문 금강휴게소. 물러 가는 먹구름이 보슬비를 뿌린다.

경부고속도로상의 휴게소중 특이하게도 상,하행 차량이
한 곳에 모이는 아름다운 휴게소.
지난 1968년 2월1일 총연장 428km의 경부고속도로 공사가 시작되면서
대한민국 고도성장의 상징적 인물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책임 졌던 133km중 최악의 난공사 구간이던 대전-옥천간
28km구간의 역사가 담긴, 정주영 명예회장의 혼이 담긴 곳이
이곳 금강휴게소임을 오늘을 사는 우리 한국인들이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낮12시
달음산 산행 기점인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광산마을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부산-울산간 고속도로 교각 사이로 멀리 달음산 정상인
취봉이 보인다.

광산마을이라는 이름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이곳에 구리광산이 있었고 이에 따라
광부들의 사택을 지었던데서 유래한다.


우측에 일명 구슬아기봉이라 불리는
옥녀봉이 보이고 그 좌측에 달음산 정상인
해발587m의 취봉이 멋진 자태를 뽐낸다.

망망원렌즈로 당겨 보니 정상부엔 이미
부지런한 수많은 산행객들이 맑은 공기와
멋진 조망을 즐기며 행복에 겨운 모습들이다.
부러움으로 불현듯 조급해지는 마음을 달래 본다.


낮 12시24분.
옥정사를 경유한 산행로. 옥정사 경내의 지장전 앞에서
달음산 정상인 취봉을 올려다본다.
대부분의 사찰에 있는 명부전(冥府殿) 대신
이곳 옥정사에는 지장전(地藏殿)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명부전은 지장보살을 모시고 죽은 이의 넋을
인도하여 극락왕생하도록 기원하는 기능을 하는 전각이다.
지장보살을 주불로 모신 곳이므로 지장전이라고도 하며,
지옥의 심판관 시왕을 모시 곳이므로 시왕전[十王殿],
저승과 이승을 연결하는 전각이므로 쌍세전(雙世殿)이라고도 한다.


전면,측면이 공히 3칸의 아담한 팔작지붕으로 된
대웅전의 모습이 작고 예쁘다.
일주문-금강문-사천왕문-불이문 등
4개의 문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사찰 경내에 들어서는
천년 고찰의 웅장함은 없으나 아늑함은 느껴진다.

하기야 지난 2006년에 창건 100주년 기념 법회를 가진 곳이니
고색창연함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일부 장삿속에 눈이 어두운 썩은 돈 냄새가 나는
그런 사찰로 변하지 않기를 바라며 다시 산행을 이어 간다.


낮 12시 56분.
따뜻한 어머니의 품속과 같은 토질 비옥한 육산도 아니고,
서울 근교의 산들과 같은 암반 투성이의 악산도 아닌
중간 정도의 낮은 산이지만 해발 고도가 400m를 넘어서면서는
단풍 색깔이 점점 짙어진다.


비교적 단풍이 일찍 드는 잎들은 이미 떨어지기도 하지만
이제 온산이 본격적으로 원색의 옷으로 갈아 입기 시작한다.
붉게 물든 나뭇잎 사이로 멀리 고리 원자력발전소쪽
바다가 어렴풋이 보인다.
궂은 날씨가 점차 개이는 것으로 보아 늦은 오후 시간에는
파란 가을 하늘을 느낄 수 있을듯 하다.


오후 1시15분.
해발 500m를 넘어서며 단풍 색깔은 더 짙어진다.
이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오르던 급경사가 끝나고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발 밑에서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린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읽은 프랑스 시인 구르몽의
싯귀절이 뇌리를 스친다.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오후 1시22분.
옥녀봉이 한 눈에 바라 보이는 바위 능선에 오르니
시야가 트이며 상쾌한 바닷 바람이 얼굴을 간지른다.
짙은 구름이 점점 걷혀가며 북동쪽으로 시원한 바다가 펼쳐진다.


멋진 자태를 뽐내는 병풍바위와 이어진
옥녀봉이 보이고
오른쪽 끝으로 오늘 산행의 최고점인
달음산 정상 취봉이 눈에 들어 온다.
바위 능선을 따라 단풍이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다.


오후 1시32분.
옥녀봉과 이어진 병풍바위를 오르기 위한
철계단이 산행객들의 안전을 도모해 준다.


암릉 위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북서쪽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들판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좌측의 정관 신도시와 이어진 공단인듯 하다.
추수가 끝난 논들 사이에 최근 지어진듯한
중소 규모의 공장들이 아담하게 모여 있다.


옥녀봉 정상 부근 바위틈에 분홍빛 꽃 한 송이가
피어 있다.
가까이 가 보니 진달래인듯 하다.
(철쭉과 진달래를 아직 명확히 구분을 못하는 형편이니
혹 철쭉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지난 일주일 여 이상 고온을 보인
변덕스런 가을 날씨 때문이리라.


진달래가 피어 있는 바위틈의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달음산 정상부인
취봉의 암반 한 귀퉁이 부분이 보인다.
오랜 세월을 견디며 풍화작용이 심해진듯
바위 군데군데 균열이 심하다.
아마도 먼 훗날 저 암반이 떨어져나가며
산사태를 불러오고 그런 연후에는
그 부근에 너덜지대가 형성되리라.


남쪽으로 달음산 정상인 취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리 넓지 않은 정상부 암반 위에는 수많은 산행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이 붐빈다.
서울,부산 등 대도시 인근 휴일 산행시의
일반적 특성이 이곳 달음산에서도 예외는 없다.


정상부 우측 끝부분을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 식사에 여념이 없다.
갑자기 배가 고파온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44분.
나도 준비해 간 김밥으로 점심을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