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쪽으로는 일광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인다.
해안선이 육지로 깊숙히 들어온 때문인지
파도가 비교적 잔잔잔한듯하다.
토요일인 어제 오후 늦은 시간
전남 부안군 격포항에서의 바다는
평소의 서해안 답지 않은 거센 파도가
흰 포말을 일으킬 정도였는데,
하루 사이에 날씨 변화가 무척 심함을 느낀다.
서쪽 산허리에는 추수가 끝난 손바닥만한
다랭이논도 보인다.
금년 초봄 방문했던 경남 남해 설흘산 아래 가천마을에서 본
다랭이논 군락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이런 다랭이논은 우리나라 모든 산지에
고루 분포한다. 생활력 강한 우리나라 국민성을 절감한다.
오후 2시23분.
달음산 정상인 취봉에서 북동쪽을 바라본다.
단풍으로 붉게 타오르는 옥녀봉 너머로 동해바다가
드넓게 펼쳐진다.
고리 원전과 온산 공단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해발 587m라 새겨진 정상석 앞에는
추억남기기를 위한 사진찍기 행렬이 그칠 새가 없다.
갑자기 들려오는 라디오의 음악소리가
기분을 잡치게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라디오를 크게 튼채
산행을 하는 못된 인간들이다.
새소리,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를 못듣게하며
소음을 일으키는 그런 인간들을 쓸어내는 날이 왔으면...
남서쪽 아래로는 좌측의 아홉산 능선과
우측의 용천지맥사이에 자리한
용천저수지가 눈에 들어온다.
좀 더 가까이 살펴 보면
용천저수지 주위의 야산도
바야흐로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울긋불긋 옷을 갈아 입기 시작한다.
오후 2시30분.
이제 하산을 시작한다.
정상석에서 조금 떨어진 방위표시석에는
달음산 586m로 되어 있다.
이곳 안내표지판에는 587.5m로 되어있다.
남북통일보다 더 어려운게
수많은 산의 고도표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오후2시40분.
남쪽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아 능선길을 내려가는중
산불감시초소에서 방금 지나온 정상부인 취봉(鷲峰)을 돌아다 본다.
정상에 거대한 바위를 이고 독수리(鷲)처럼 굽어보고 있는듯한
달음산의 모습이다.
남동쪽으로 해발 425m의 월음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조망이 일품이다.
월음산 아래로는 유명 골프장인 아시아드 CC도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수년전 저곳에서의 골프 파문으로 곤혹스러워하던
전직 총리 이xx 씨의 잔뜩 찌푸린 얼굴이 잠시 나의
심기를 어지럽힌다..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가까이 당겨본 월음산 능선의 단풍은 아름답다.
완만한 곡선은 농염한 여인의 균형 잡힌 몸매를 보는듯도 하고
고모산(高母山) 즉 어머니를 뜻하는 어미산이라는 이름에서
그 어원을 이어간다는 달음산 명칭을 생각하며
어머니의 따뜻한 젖가슴같은 포근함을 느낀다.
오후 2시47분.
해발 400m이하로 내려온 완만한 능선에서는
억새 군락도 자주 눈에 띈다.
억새 사이로 지나온 취봉과 오른쪽으로 이어진 옥녀봉이 보인다.
옥녀봉 우측에 뾰족하게 솟은 기암을 거북바위라고 부른다는데
미술적 감각이 부족한 내 안목으로는 닮은 점을 찾지 못하겠다.
오후 3시25분.
해발 380m지점인 해매기고개.
일명 잘록이갈림길을 지나면서 근 20여분간은
이와같은 자그마한 억새 군락이 눈을 즐겁게한다.
아마도 억새산행으로 잘 알려진 월음산 능선인지라
이곳까지도 억새의 행렬이 이어진듯 하다.
오후 4시25분.
쉬엄쉬엄 여유있는 3시간반의 달음산 산행을 마친 후
기장군 기장읍 죽성리의 월전포구에 도착했다.
푸른바다와 파란 하늘의 흰구름이 산행으로 피곤해진
몸의 피로를 일순간에 씻어주는 너무나 상쾌한 곳이다.
오후 5시20분.
동행한 일행들과 간단한 생선회를 곁들인 한 잔의 소주로
피로를 푸는 동안 짧은 가을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며
붉은 노을을 만든다.
오후 5시37분.
해가 서산으로 완전히 넘아가며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이 순식간에 붉은 빛으로 물들어간다.
그리고 둥근 보름달이 붉어져가는 동쪽 하늘에 휘영청 떠 오른다.
오후 6시 8분
이제 어둠이 짙어간다.
시원한 방파제에서 싱싱한 생선회와
감칠맛 나는 매운탕으로 산행의 피로를 푼 하루 일정이
너무 행복한 하루가 아니었나 한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월전 포구의 잔잔한 바다,
그리고 보름달빛을 받은 밤 하늘의 구름의 배웅을 받으며
너무나 행복했던 하루 일정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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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서 내가 찍어드린 몇장의 사진에 대한 보답으로
그 귀하다는 뱅어돔 회를 즉석에서 직접 만들어 먹게 해 주신
인정많은 아래 부산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 순간 내가 흥얼거리는 노래는 "부산갈매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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