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본카테고리

호남 최고의 단풍 명산 백암산 산행기


2009년 11월7일 토요일 오전 10시3분.
호남 최고의 단풍 명산으로 불리는 백암사로 향하는 길
일주일 전인 10월31일 토요일에 다녀간 내장사 입구를
지나 추령 고개로 오르는 차량에서 배려다 본
내장사 입구는 오전 이른 시간임에도 수많은 행락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어보인다.

이곳 내장사를 품에 안은 내장산과 이어지는
백양사를 품에 안은 백암산 능선의 아홉 봉우리가
조선8경의 하나라는 사실이 수많은 인파로도
입증이 되는듯 하다.


오전 10시56분.
내장산 국립공원 남창지구 매표소를 거쳐
백양사의 북서쪽 지역인 남창골에서 시작한 산행.
산행을 시작한지 십여분이 흘렀다.

산성골·운선동계곡·반석동계곡(새재계곡)·하곡동계곡·
자하동계곡·내인골 등 6개의 골짜기가 모이는 남창골에서
백암산 정상인 상왕봉을 향하는 이 하곡동골은
녹색 이끼로 뒤덮인 자연석들과 원색의 단풍 물결이
마치 신선들이 노니는 도원경을 연상시킨다.


오전 11시14분.
몽계폭포와의 갈림길을 지나면 잠시 후 계곡은 끝나고
바닥부터 온통 붉은빛으로 치장을 한 무성한 단풍 숲을 지난다.
붉은 단풍 빛깔 탓인지는 몰라도 주위의 모든 산행객들의
마음이 온통 행복한 마음으로 들떠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해발고도가 높아지면서부터는 우리나라 전역의 고산지대에서
심심찮게 눈에 띄는 산죽의 군락들이 붉은 단풍과 어울려
싱싱함을 더해 준다.
비교적 완만한 산행길로 이어지는 코스를 택한 덕분에
그리 힘들지 않는 산행과 더불어 가을 정취를 만끽한다.


낮 12시3분.
산행을 시작한지 한시간 반 남짓.
온몸에 땀이 배어나기 시작하면서 그 땀을 가파른 능선을 뒤덮은
산죽들의 싱그런 속삭임이 말끔이 씻어준다.
바람이 스칠때마다 댓잎들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너무 상쾌하다.


낮 12시25분.
해발 741m인 백암산 정상인 상왕봉에서 남동쪽 능선을 바라본다.
어제까지 대지를 적시던 짙은 비구름이 물러가며 만들어 내는
운무가 신비스럽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구름들을 넋을 잃고 바라 본다.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나무들의 옷색깔이
만추의 풍경을 연출한다.


이곳 상왕봉 정상에는 그 흔한 정상석이 없이
이와같은 안내 표지판만 있다.
그래서인지 간혹 산행을 끝낸 이들 중에 정이 어디였는지를
기억 못하는 이들도 있다 한다.
아마도 그네들은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여유있게 즐기지 못한채
마치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산행을 끝낸 때문이리라.


오후 2시1분.
정상 부근에서 휴식을 겸해 여유있는 점심을 마친 후
해발 도집봉, 그리고 2개의 헬기장으로 이어지는 해발 720여m의
능선길은 단풍 터널을 이룬다.
그리고, 해발 651m로 백양사 쌍계루 뒷편에 병풍처럼 자리 잡아
백암산과 백양사의 상징이 되어 버린 백학봉으로 향하는
가파른 내리막을 앞둔 지점에서는 동쪽 방향으로는
이처럼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멋진 조망이 펼쳐진다.
멀리 전북 순창군 복흥면의 마을들과 동산저수지가 눈에 들어 온다.


남쪽으로 눈을 돌리니 왼쪽 아래로 백양사 입구의 주차장과
진입로가 자그맣게 보이며
우측으로는 해발 677m의 가인봉이 우뚝 솟아 있고
그 너머로 지난 1976년 10월 완공된 총저수량 8,900만톤에 달하는
장성호도 눈에 들어 온다.


오후 2시8분.
왼쪽 아랫부분의 백양사 진입로를 300mm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드넓은 주차장과 진입로는 온통 차량의 홍수를 이룬다.
경기침체,신종플루 등등 수많은 관광 악재 속에서도
이처럼 관광객이 붐비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이제 삶의 질을 추구하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게 아닌가 싶다.


오후2시38분.
백학봉을 거쳐 영천앞 바로 위까지 이어지는 30여분간의 하산길은
다리 힘이 부치는 노약자들에게는 무척 힘든 여정이었을 것이다.
깎아지른 듯 수직에 가까운 내리막 하산길을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와야한다.
그러나 산행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는 아름다운 단풍을 만끽하는
행복한 경험이었으리라.


오후 2시40분.
예전에 동굴 안에 자그마한 암자가 자리잡고 있었다고 전해지는
영천굴 앞의 긴 가지를 드리운 붉은 단풍나무가 무척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위험스런 수직 계단을 힘들게 내려온 후
비로소 한숨을 돌린다.


동굴 전체가 하나의 아담한 법당처럼 꾸며진 영천굴 앞에서
잡시 머물며 시원한 석간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정성들여 돌로 쌓아 놓은 석축을 밟으며
하산길을 이어간다.


오후 2시55분.
영천굴 아래에 자리한 약사암에서 남쪽 아래로 바라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나무 난간으로 둘러 놓은 전망대에는
산행객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다.
1400여년전 백제시대의 고찰로 유구한 역사와 주변의 빼어난 경관이
자랑이라는 백양사 측의 홍보문구가 전혀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단풍으로 치장한 산으로 둘러싸인 백양사 경내는 마치 어머니 품속처럼 보인다.


석조 관세음 보살상을 모시고 기도법당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수도하는 별채도 3칸 지어 기도객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약사암(藥師庵)을
떠나 다시 하산길을 이어간다.
백양사 소속의 암자들은 이 외에도 천진암 (天眞庵) ,운문암 (雲門庵) ,
청류암 (淸流庵) 등이 있다.


오후 3시5분.
약사암을 지나면서부터 힘든 산행길은 끝나고 완만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백양사 단풍의 아름다움이 이제 본격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4시간 반 이상 이어진 산행으로 흘린 땀을 씻으며
가을 단풍의 정취를 만끽한다.


온통 붉은색이 주류를 이루는 단풍나무 틈에 이처럼
샛노란 은행나무의 색다른 색깔이 어울려 붉은색 단풍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듯 하다.


오후 3시26분.
산행이 끝나고 백제 무왕때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백양사에 당도했다.
본래 이름은 백암사였으나 조선 선조때 환양선사가
영천암에서 금강경을 설법하는데 수많은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법회가 3일째 되던 날 하얀 양이 내려와 스님의 설법을 들었고,
7일간 계속되는 법회가 끝난 날 밤 스님의 꿈에 흰 양이 나타나
'나는 천상에서 죄를 짓고 양으로 변했는데 이제 스님의 설법을 듣고
다시 환생하여 천국으로 가게 되었다'고 절을 하였다 한다.
이튿날 영천암 아래에 흰 양이 죽어 있었으며
그 이후 절 이름을 백양사라고 고쳐 불렀다고 한다.


오후 3시33분.
지난해 11월8일 오전 이곳을 방문해 저 연못에 비친 쌍계루와 그 뒤의
백학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뚜렷이 떠 오른다.
그날 저 징검다리 위에 진을 치고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던 수많은 인파가 오늘은 거의 없다.
아마 쌍계루 공사가 끝나야 다시 멋진 사진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쌍계루는 이처럼 한창 공사가 진행중이라 아쉬울 뿐이었다.


이 사진은 지나해인 2008년 11월8일 오전 10시24분에서 찍은 사진이다.
쌍계루와 그 뒷편의 백학봉이 연못에 비친 모습이다.


가을이면 우리나라엔 지역적으로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 많은데....
단풍과 단풍나무를 같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식물은 가을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면 추위를 이기기 위해
가지 끝으로 보내는 수분 공급을 차단한다.
화학변화에 의해 안토시안(빨강:단풍나무)이 생성되거나,
엽록소가 사라지며 카로티노이드(노랑: 참나무나 기타 나무)가
우리 눈에 보이게 된다.


오후 3시50분.
백양사를 떠나 주차장으로 향하는 수많은 인파들.
그들 얼굴이 모두 단풍으로 붉게 물든듯 여겨진다.
백양사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주차장에 발을 내 디딘 순간
그 모습에 압도당하는 해발 651m인 백학봉.
보름달이 뜨면 한 마리 학이 날개를 편 듯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단풍 터널을 지나며 머럿 속을 스치는 글귀는 야단법석이다.
그러고 보니 '야단법석'이라는 말은 불교와 연관이 있다.

"야단법석 [野壇法席]"이라는 말은《불교대사전》에 나오는 말이다. ‘
야단(野壇)’이란 ‘야외에 세운 단’이란 뜻이고,
‘법석(法席)’은 ‘불법을 펴는 자리’라는 뜻이다.
즉, ‘야외에 자리를 마련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라는 뜻이다.
법당이 좁아 많은 사람들을 다 수용할 수 없으므로
야외에 단을 펴고 설법을 듣고자 하는 것이다.
그만큼 말씀을 듣고자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석가가 야외에 단을 펴고 설법을 할 때 최대 규모의 사람이 모인 것은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했을 때로 무려 3백만 명이나 모였다고 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니 질서가 없고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하게 된다.
이처럼 경황이 없고 시끌벅적한 상태를 가리켜 비유적으로 쓰이던 말이 일반화되어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게 되었다.
*위의 '영취산'은 진달래 축제로 유명한 우리나라 여수 부근의 영취산이 아닌
고대 인도 마가다국의 수도 라자그리하(王舍城:현재의 비하르주 라지기르)
주위에 있는 영취산 [靈鷲山] 이다.


단풍은 기후조건이 중요한데 이 요건을 고루 갖춘 곳이 우리나라와 같은 곳,
바로 동북아시아와 미국 동북부지역이라 한다.
그중에서도 단풍나무가 많이 자라는 곳은 남쪽인데
내장산에는 우리나라에 자생하거나 도입된 단풍나무 약 40종 중에서
13종이나 자라고 있다.
이곳 백양사가 있는 백암산도 내장산국립공원에 포함된 지역이다.
특히 이 곳 백양사의 단풍나무는 잎이 애기 손바닥처럼 작아서
애기단풍으로 불린다.


오후 4시3분.
사찰의 맨 첫번째 문에 해당하는 일주문을 나와 주차장으로 향한다.
일주문 현판에는 "백암산고불총림백양사"라는 글귀가 씌여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 본사이며, 고불총림인 백양사를 뜻함이다.

대가람을 가리키는 ‘총림’은 전문도량인 선원과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
계율 교육기관인 율원을 모두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다섯 총림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백양사다.
◈5대총림(叢林)
① 조계총림 송광사, 송광사는 삼보사찰 중 승보사찰로 불리는 유서 깊은 절이다.
② 해인총림 해인사, 해인사는 삼보사찰 중 법보사찰로 팔만대장경을 모신 사찰이다.
③ 영축총림 통도사, 통도사는 삼보사찰 중 불보사찰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사찰이다.
④ 고불총림 백양사, 백양사와 대흥사, 선운사는 한 문중으로서 한국불교 법통을 이어왔다.
⑤ 덕숭총림 수덕사, 1984년에 종합수도장을 겸비한 덕숭총림으로 승격되었다.


오후 4시 12분.
오늘 일정을 모두 끝내고 주차장에 도착하여 귀가 준비를 한다.

백양사(白羊寺)는 정도전(鄭道傳, 1337~1398)이 고려말 1337년(우왕 3)에 지었다는
'백암산정토사교루기(白巖山淨土寺橋樓記)'의 일부 내용을 보면,

오직 이 산은 장성군 북쪽 30리에 있는데 그 이름을 백암(白巖)이라 하였으며
암석이 모두 흰 색깔이라서 그렇게 이름 하였다한다.
석벽은 깎아지른 듯 험하고 산봉우리는 중첩하여 맑고 기이하며 웅장한 모습이
실로 이 지역의 명승지가 될 만하므로
신라 때의 어떤 이승(異僧)이 처음으로 절을 짓고 살면서
이름을 백암사(白巖寺)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