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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안리에서 만난 새해 첫 일출

2010년 1월1일 새벽 5시4분.
2009년 12월31일 밤 늦게 집을 나와
대전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로 가는 도중
차 안에서 새해를 맞은 후
새벽을 달려 도착한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보름을 막 지난 음력 17일의 달빛마저
차갑게 느껴지는 추운 날씨다.

야간 조명이 아름답다하여 전국에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조명 꺼진 광안대교의
모습이 무척 초라해 보인다.

평소 밤 12시에 소등을 하고,
주말에는 새벽 2시에 소등을 한다지만
오늘처럼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수만명이 모이는 이런 날
일출 직전까지 조명이 살아있는 멋진 자태를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과시할
절호의 홍보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부산시 관광 당국자의 무지몽매한
식견이 아쉬울 뿐이다.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으로 표현되는
공무원의 실상을 보는듯하여 한심하기까지 하다.

새벽 6시29분.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진입하는 도로가
극심한 체증을 빚을 정도로 몰려드는
해맞이 관광객들은 수영구청에서 나눠주는
풍선을 손에손에 하나씩 받아 들고
새해 첫 일출을 맞기위한 설레임으로 들떠있다.

새벽 6시44분.
일출을 보기 좋은 위치에 미리 자리를 잡았다.
머리까지 뒤집어 쓰는 두꺼운 파카와
두툼한 장갑으로 무장을 했건만
영하 4~5도에 육박하는 추운 새벽 기온이
온 몸을 얼어붙게 한다.

바다 위로 스멀스멀 피어 오르는 새벽 물안개는
내 몸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든다.

오전 7시6분.
천문연구원의 발표에 의한 오늘 이곳 부산 지방의
시민박명 시각인 7시 4분이 지나자
수평선 부근의 하늘부터 붉게 물 들기 시작한다.

해수면 위로 끊임없이 피어 오르는 물안개가
멀리 수평선 위로 짙은 해무를 계속 만들고 있다.
저 해무 때문에 오늘도 태양이 수평선을 박차고 오를 때
아랫 부분이 오메가 형상을 띄는 멋진
수면 일출은 보기 힘들 것 같다.

* 참고로 "시민박명"이란 태양이 지평선(혹은 수평선)에서
나타나기 전이나 사라진 후부터 6° 아래에 위치할 때까지의 박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30분 가량 지속된다.
이 때는 육안으로도 사물을 구분할 있으며,
조명 없이도 일상적인 야외활동이 가능하다.

오전 7시14분.
일출 시각까지는 이제 18분이 남았다.
길이 1.4km에 달하는 이곳 백사장 중간 지점에서
남쪽을 바라 보니 해변을 따라 몰려든 인파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이다.

오전 7시22분.
백사장 북쪽에도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곳 광안리 해수욕장은 조선시대의 지명인
동래군 남촌면 광안리라는 지명을 그대로 쓰고 있다.

당시 남촌(南村)앞 사장(沙場)을 남장(南場)이라 했는데,
그 남장에는 넓은(廣) 모래언덕(岸)이 있어 광안(廣岸)이라 했으며
그 광안의 안(岸)을 덕명(德名)인 편안항 안(安)으로 고쳐
광안(廣安)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오전 7시32분.
정확한 일출 시각이 되었건만
수평선 위에 짙게 드리운 해무(海霧) 때문에
새해 첫날의 밝은 해를 만난지 못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 온다.

2층으로 된 멀리 광안대교 위에도
세찬 바닷 바람을 무릅쓰고 조금 더 가까이에서
경인년 '백호(白虎)' 를 상징하는
첫 태양을 만나기 위해 줄지어 선 인파가
마치 부지런한 개미떼처럼 검게 보인다.

오전 7시36분.
해맞이 행사장을 찾은 관광객들을 위한
이벤트의 하나인 '핀 수영' 동호회원들 십여명이
몇 차례로 나누어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모습도
지루하게 일출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에게는 볼거리의 하나이다.

오전 7시39분.
일출 예정 시각부터 7분간을 애타게 기다리게한
경인년 첫 태양이 수평선위에 드리운
짙은 해무 사이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길이 1.4km에 이르는 광안리 해수욕장을 가득 메운
인파들 사이에서 작은 탄성들이 잇달아 터져 나온다.

오전 7시40분.
2008년에는 경남 거제의 외도에서, 그리고 지난해에는
울산 간절곶에서 새해 첫 일출을 맞은바 있는 나로서도
붉은 태양이 솟아 오르는 속도는 너무 빠르게 느껴진다.

불과 1분 사이에 구름 위로 절반 이상 모습을 드러낸
붉은 태양을 바라보며 터뜨리는 환호성이
귓전을 맴돈다.

오전 7시42분.
이제 경인년 새해 첫 태양이 광안 대교 교각 사이로
완전한 둥근 원을 그린다.
그 아래 바다에서는 새해의 힘찬 첫 출발을 상징하는
핀 수영 동호회원들의 활기찬 물길질이 곁들여진다.

붉게 떠오른 태양이 차가운 겨울바다는 물론
이곳 광안리 해수욕장의 백사장에까지 밝은 빛을 비춰준다.

고려시대인 1170년 경인년에 무신의 난이 일어나
무신정권이 출범했다거나,
1950년 20세기 들어 처음 맞은 경인년에 한국전쟁이 터진
그런 아픈 역사는 떨쳐 버리고,

금년 경인년에는 '신증동국여지승람'이 편찬된 1530년 경인년이나
'동국문헌비고'가 완성된 1770년 경인년
혹은 고종 조선을 지키기 위해 근대화 정책을 추진했던
1890년의 경인년과 같은 희망적인 일만 이어지는
희망찬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간직하고
광안리 해수욕장을 떠난다.

오전 9시11분.
광안리를 떠나 영도 한복판에 우뚝 솟은 봉래산
산행을 위해 산행 들머리인 용화사 입구에 도착하여
아름다운 부산항을 한 눈에 보기 위해 산행을 시작한다.

오전 9시17분.
산행을 시작한지 불과 6분.
눈 아래 광복동 용두산 공원의 부산 타워가 한 눈에 들어온다.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 지붕에 얹혀 있는
보개를 본 떠 만들었다는 전망대에도 관광객들이
부산항을 내려다 보고 있다.

좌측으로 눈을 돌리니 지난 2008년 6월 개통된
서구 암남동과 영도구 영선동을 이어 주는 남항대교의
모습도 한 눈에 들어 온다.

오전 9시58분.
평상시 산행시와 달리 천천히 걸음을 옮겼는데도
산행을 시작한지 채 50분이 못되어
봉래산 정상에 도착했다.

북동쪽으로 눈을 돌리니 멀리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가 보인다.
그 우측으로는 해양대학교가 자리한 '조도'가 보이고
그 좌측으로는 저 멀리 아침에 새해 첫 일출을 맞이했던
광안리와 광안대교도 어렴풋이 보인다.

방패섬(2,166㎡)·솔섬(5,505㎡)·수리섬(5,313㎡)·송곳섬(2,073㎡)·
굴섬(9,716㎡)·등대섬(3,416㎡)의 여섯 개 섬으로 이루어진
부산의 상징 중 하나인 오륙도.

오륙도라는 이름의 유래는 방패섬과 솔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두 섬은 아랫부분이 거의 붙어 있어 썰물일 때는 우삭도라고 하는 1개의 섬으로 보이고,
밀물일 때는 2개의 섬으로 보인다.
이처럼 조수의 차이에 따라 섬이 5개 또는 6개로 보이기 때문에 오륙도라고 하게 된 것이다.

북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총 길이 1,925m로 부산 신항(新港)과 북항(北港) 간의 물동량을 수송하기 위해
1997년 10월 착공되어 2008년 6월 30일 개통된 남항대교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공사 도중에 비용 문제로 1999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공사가 중단되는 아픔도 겪었던 남항대교 좌측으로는
자그마하지만 아름다운 송도해수욕장도 눈에 들어 온다.

'봉래산 해발 395m'라는 글귀가 새겨진 정상석이 서 있는
이곳이 봉래산 정상으로 일명 '조봉(祖峰)' 으로 불린다.
'할아버지 산'이라는 의미로써 이곳 조봉을 지나면 아들봉과
손자봉을 연이어 지나게 된다.

오전 10시9분.
싣고 온 화물을 내리거나 또는 먼 바다를 향해 떠날
화물을 싣기 위해 대기중인 수많은 선박이 온 바다를 가득 채운
남항 바다를 바라보며 '조봉'을 떠나 산행을 이어 간다.

오전 10시18분.
남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10여분의 산행 후
아들 봉우리에 해당하는 해발 387m인 '자봉(子峰)에 도착했다.

최근들어 태종대와 연계된 관광 휴쟝지로 이곳 봉래산을 개발하는
과정의 일환인듯 이 표지석은 최근인 2009년 10월28일에 만든 것이다.

오전 10시32분.
이곳 봉래산의 3개 봉우리 중 손자 봉우리인 손봉((孫峰)에 도착했다.
아직 어린 손자인 때문인지 해발고도가 361m이다.

이제 바닷가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급경사 내리막이다.
오륙도를 바라 보며 하산을 시작한다.

오전 11시16분.
봉래산 산향이 끝나고 중리 해안에 도착했다.
오늘 산행 최종 목적지인 태종대롤 가기 위해
해녀마을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해안도로변 축대의 벽화가 산뜻한 것을 보면

달동네 벽화로 유명한 통영의 동피랑 벽화의 영향이
이곳에까지 미친듯 하다.

오전 11시23분.
해녀마을에서 태종대로 향하는 야트막한 고개에서
뒤돌아보니 조금 전 지나온 봉래산의 손봉이 보인다.
봉래산이라는 이름은 봉황이 날아드는 산이라는 의미로
지어진 것이라 한다.
아마도 영도 사람들은 유달리 이웃간에 인정이 많아
이곳에서 한평생을 사는 사람이 많다는데서 유래된 듯하다.

오전 11시41분.
태종대로 이어지는 감지해안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이처럼 바다를 끼고 이어지는 풍광이 빼어난 멋진 길이다.
새해 첫날의 밝은 해를 받은 부산 남항의 바닷물 색깔이
코발트 빛으로 빛난다.

오전 11시48분.
체육공원과 전망대가 있는 언덕을 내려서며
잠시 동안 오륙도가 눈에 들어 온다.
봉래산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등대섬의
등대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각도이다.

부산으로 드나드는는 모든 무역선과 국제여객선은
저 등대를 바라보며 드나든다.

오전 11시54분.
일명 자갈마당으로도 불리우는
조개구이집이 밀집한 감지해변에서 바라보는
겨울바다의 풍경이 어제 저녁부터
잠도 자지 못한채 이어지는 여행의 피로를
깨끗이 씻어 준다.

낮 12시4분.
약 3시간여에 걸친 봉래산 산행을 마치고
태종대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태종대는 옛날에 신선이 살던 곳이라 하여 신선대(神仙臺)라고도 불렀으며
신라 태종무열왕 사후(射侯 : 활을 쏠 때에 과녁으로 쓰는 사방 열 자 가량의 베.)의
장소였다는 속전[俗傳:동래부지(東萊府誌)]에 따라
현재는 태종대라는 호칭으로 굳어진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한 곳이다.

오후 1시.
귀가길 점심식사와 해물 쇼핑을 위해 들린 자갈치 시장은
연휴를 맞은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온갖 종류의 해산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산물 종류별로 구분된 각종 횟집을 비롯한
식당이 밀집한 건물 내로 들어가 시원한 생선 매운탕으로
허기를 달랜다.

오후2시11분.
자갈치 시장 뒷편 바닷가에 마련된 관광객을 위한
편의 시설인 이른바 "친수공간"에서 식 후의 휴식을 취한다.

아침에 동쪽의 광안리에서 만난 새해 첫 태양은
짧은 겨울 낮을 비춘지 오래지 않았건만
이미 서쪽으로 성큼 넘어간 상태다.
잔잔한 바다 위를 비추는 햇살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얕은 바닷물 속을 오가는 작은 물고기들과
횟집에서 버려지는 생선 내장,
그리고 관광객들이 던져 주는 새우깡 등을
받아 먹으려는 갈매기들이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에 맛들인 갈매기 떼들은 줄기차게
바다와 접한 전망대에 늘어선 사람들 주위를 맴돈다.

인간들의 상술이 빚어낸 패스트푸드에 멍드는 대상은 이제 인간만이 아니다.
추악한 인간 주위에 사는 갈매기까지 건강을 해치는 생생한 현장이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는 '그레샴의 법칙'이 떠오른다.

손에 쥔 새우깡을 재빨리 나뀌챈 갈매기가 비행을 계속한다.

제비와 같이 사람이 사는 집 처마에 집을 짓는 새들을 조류학자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친근감을 느낀다 하여 "인가성(人家性)" 조류라 칭한다.

그런데, 제비와는 달리 "인가성(人家性)" 조류가 아닌 이곳
갈매기들은 새우깡의 유혹에 빠져 본성이 변해가고 있는듯하다.
이런 현상도 생태계 파괴가 아닐지?

올 한 해 이 갈매기들이 새우깡이 아닌
살아 있는 물고기를 직접 사냥하는 야생 조류 본연의
생태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해 첫날의 기나긴 여행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