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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영취산(진례산) 진달래 산행기

2010년 3월27일 토요일 오전 10시39분.
대전을 출발하여 3시간 반이 지나 도착한 여수시 적량동
GS칼텍스 여수공장 부근 영취산 산행로 입구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진달래 명산으로 알려진 영취산 산행을 시작한다.

오전 10시 53분.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기 전 잠시 임도를 따라 오르막을 오른다.
따뜻한 남쪽 지역 답게 대전에서는 보지 못한
산벚꽃이 흰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기 시작한다.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들 중 하나가 벌써 벚꽃이 피었을리 없다며
아마도 매화꽃일 거라는 얘기를 한다.
아마도 그 사람은 매화꽃과 벚꽃을 구분할 줄 모르는 모양이다.

매화는 꽃 잎 가장자리가 둥글지만 벚꽃은 위 사진에서 보듯이
꽃잎 끝 부분이 갈라져 있다.
또한 매화는 꽃이 가지에 바로 붙어 있는 반면 벚꽃은
비교적 긴 꽃자루가 가지에서 나온 후 꽃자루 끝에 꽃이 핀다.

오전 10시55분.
임도가 끝나고 산길이 시작되는 곳에 비교적 규모가 큰 가족 묘지가 있다.
정상까지 약 1.8km 거리라는 이정표가 나오는 곳이다.
왼쪽 멀리 남향한 경사면은 붉은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

망원렌즈로 당겨 보니 상록수들 사이로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진달래가 짙은 분홍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오전 11시1분.
지난해 이맘 때는 온 산이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으나
금년 봄은 변덕이 심한 꽃샘 추위 때문에 꽃 소식이 무척 늦다.
복동쪽 방향은 간간히 꽃망울을 터뜨리는 진달래 사이로
여수국가산업단지의 공장들과 그 너머로 광양만이 눈에 들어 온다.

남동 방향은 그나마 조금은 더 많은 진달래가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오전 11시8분.
남동쪽 상암동 방면 능선은 이미 분홍빛이 진하게 묻어 난다.
봄을 맞아 연초록 빛의 새 순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상록수 사이로 피어나는 분홍빛 진달래 색깔이
화사하게 느껴진다.

시간 여유가 많이 있다면
저 분홍빛 빈달래 숲에서 한동안 머물며 쉬었다 가고픈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런 여유를 갖지 못하는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

오전 11시11분.
북쪽으로는 광양만 한 가운데 자리한 작은 섬 묘도와
그 너머로 광양제철소, 그리고 광양시 중심부가 어렴풋이 보인다.

영취산 정상으로 향하는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의
억새 군락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호사가들이 말하기로는 이곳 영취산은 봄철 진달래를 제외하면
"별 볼 일 없는 산"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이와같은 억새로 뒤덮인 부드러운 능선은
산행객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다듬어 주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오전 11시36분.
해발 450m 부근 사방으로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북쪽으로 이제 막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하는 진달래 사이로
GS칼텍스 여수공장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곳의 석유 정제 시설은 하루 84만 배럴로 세계 4위 수준이라 한다.

남동 방향으로는 상암동쪽으로 아늑한 풍경의
우라나라 전형적 농촌 풍경이 연출된다.

가까이 살펴보면 남해 가천마을로 대표되는 다랭이 논이
이곳에서도 예외없이 펼쳐 진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간지대 농촌에서 어김없이 볼 수 있는
저 다랭이 논은 우리 한국인의 근면성을 대변하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오전 11시46분.
비교적 넓은 능선부 평지에 만들어진 헬기장을 지나
눈 앞에 철계단이 만들어져 있는 암릉을 지나
멀리 통신탑이 세워져 있는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앞의 암릉을 이루는 이름이 개구리바위라고 누군가 일러 준다.

오전 11시51분.
이른바 개구리바위라 부른다는 암릉을 지난다.
어디를 봐도 개구리바위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주위에 물어보니 멀리 좌측에 보이는 시루봉에서 보면
개구리의 형상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우측은 억새군락으로 이어진다.
저 억새군락 사이에 수많은 진달래 나무가 혼재해 있다.
아마도 4월 초순에서 중순경이면 저곳이 온통 분홍빛으로
붉게 물들어 장관을 연출하리라.
정상 부위를 까마귀가 쉴새 없이 맴돈다.

낮12시11분.
해발 510m 영취산 정상석이 있는 곳. 바로 옆에 헬리포트 표시가 되어 있다.
이곳 영취산의 공식 명칭은 "진례산"이다.
국립지리원은 2003년 5월17일자로 산의 영칭이 변경됐음을 고시(제 2003-201호)한바 있다.

정상석 옆에 세워진 여수시에서 만든 안내 간판에는
분명 산 이름이 "진례산"으로 되어 있다.
그럼에도 7년여가 지난 오늘까지도 산 이름을 통일치 못하고
산행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을 보니
아직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정신을 못차려도 한참 못 차린듯하다.

낮 12시 55분.
영취산 정상에서 내려와 시루봉으로 향하는 길목인
해발 400m남짓한 봉우재에서 점심 식사를 겸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산행을 이어 간다.
봉우재에서 평바위로 오르는 오르막길에는 이제 막 망울을 터뜨리는
진달래가 분홍빛으로 능선을 불들이기 시작한다.

조금 전 지나온 정상부를 뒤돌아 본다.
특이하게도 정상부에서 봉우재까지 남쪽으로 이어지는
저 능선에는 진달래가 거의 없다.
온산이 붉게 물드는 4월 중순에도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이게된다.
그 점이 진달래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이 무척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오후 1시14분.
"영취산 시루봉"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진 바위에서
바라보는 북서쪽 능선의 모습이다.

남서쪽으로의 조망도 시원하다.
1시간여 전에 지나온 해발 510m지점의 공식 명칭은 "진례산"이고,
이 봉우리의 이름은 영취산과 연결된 조금 낮은 봉우리인 해발 418m인
시루봉이다.
실질적인 영취산 정상은 이곳에서도 남쪽으로 조금 더 가야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꾼들은 이를 모르고 있었다.


오후 1시21분.
시루봉을 지나 남으로 영취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북쪽을 뒤돌아 보니 우측 끝으로 해발 418m인 영취산 시루봉과
좌측으로는 해발 510m인 진례산 정상부 모두가 눈에 들어 온다.
불현듯 4월중순 분홍빛 진달래가 온 산을 뒤덮을 때
다시 이곳을 찾고픈 욕망이 솟는다.

오후 1시37분.
해발 439m인 영취산 정상을 지난다.
이정표에 현 위치가 영취산 정상임을 알리는 글귀가 보인다.
마치 무엇에 쫓기듯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내달리는 산꾼들은
나중에 하산한 후에도 이런 모습을 기억 못한다.

그들은 왜 산을 오르는지 모르겠다.
돈과 시간을 낭비하며 멀리 올 필요없이 가까운 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달리기나 하고 끝내야 마땅할 사람들이 왜 산을 오르는지??

오후 1시 52분.
영취산 정상을 지나 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하산하는 길.
이와같은 너덜지대가 한동안 이어진다.
산행 시작에서 하산을 끝낼때까지 가장 조심해야할
위험 구간이다.
대부분의 산행 초보자들이 이런 너덜지대에서
발목이나 무릎에 부상을 입기 십상이다.

오후 2시24분.
가파른 너덜지대가 끝나고 완만한 내리막 산길을
천천히 걸어 내려가며 여유를 가져 본다.
먹을 수 없는 철쭉과 달리 참꽃이라 부르기도 하는 진달래는
먹어도 되는 꽃이다.
꽃잎 하나를 따서 입 안에 넣고 가볍게 씹어도 본다.

오후 2시31분.
등산로 옆 진달래 숲에서 잠시 오수를 즐기며
오랜 산행의 피로를 잠시 푸는 저 산행객의 모습이 부럽게 여겨진다.
아마도 꿈 속에서나마 진달래꽃을 살며시 즈려 밟고 지나는지도 모르겠다.

겨우내 얼었던 계곡 물이 흘러 내리는 상쾌한 소리를 들으며
우측으로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하산길.
이마와 등줄기를 스치는 땀방울을 닦으며 여유로운 하산길이 이어진다.

오후 2시38분.
따뜻한 봄소식을 전해 주는 진달래가 만개하면서
그동안 겨울이 끝나감을 알려주던 선홍빛 동백꽃은
자신의 소명을 다했음을 알리는듯 물러갈 채비를 한다.
가지런히 쌓아 올린 흥국사 돌담 옆 동백꽃의 붉은 빛이 유난히도 처연해 보인다.

오후 2시47분.
산행이 끝나고 1195년(고려 명종 25년)에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이 창건했다는
흥국사 경내를 잠시 둘러 본다.
가람의 배치는 대웅전(大雄殿)을 주축으로 야트막한 경사지 위에 사천왕문(四天王門)을 지나
봉황루(鳳凰樓), 법왕문(法王門), 대웅전, 팔상전(八相殿)이 순서대로 일축선상에 배치된
비교적 품위 있게 느껴지는 사찰이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승병들이 주둔하며
충무공 이순신장군을 도와 왜적을 물리친 유서깊은 호국사찰이라 한다.

오후 2시55분.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영취산흥국사(靈鷲山興國寺)라는 현판이 붙은 일주문 밖 부도탑 주위에
분홍빛 진달래가 활짝 피어나기 시작한다.

이곳에 한참 머룰러 머리를 숙여 기도를 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간밤에 멀리 백령도 근해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초계함 침몰 참사의 와중에서
실종된 우리 해군 장병들의 생환을 마음속 깊이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