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1일 토요일 오전 10시48분.
전남 신안군 지도읍 읍내리 지도초등학교 뒷편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구한말인 1909년 6월22일 지명사립학교로 개교하여
지난 해 100주년을 맞은 전통있는 학교이다.
18명의 교사를 포함하여 34명의 교직원이
15명의 유치원생을 포함한 142명의 새싹들을 가꾸는 곳.
교직원 수 대비 학생수로 비교할 때는 도시 아이들에 비해
월등하게 비싼 공교육을 받는 아이들이다.
오전 10시51분.
초등학교를 뒤로하고 암반 위로 올라서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그리고 뜨거운 지열이 얼굴을 스치는
더운 날씨이다. 반팔 차림인데도 땀이 맺힌다.
오전 10시55분.
인구 6,000 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섬이지만
신록이 물드는 숲길을 걷다보면 섬산행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고사리가 유난히 많은 섬,
바람이 불 때마다 강렬한 더덕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한다.
오전 11시3분.
북서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지나며 뒤돌아보니
조금 전 지나온 지도초등학교와 읍사무소가 있는 지도읍 중심부
올망졸망한 주택 지붕들이 화려한 섹채를 뿜어 낸다.
그 너머로 물 빠진 갯벌이 광활하게 펼쳐 지고,
1,004개 섬으로 이루어진 천사의 섬 신안군의 작은 섬들이
가물거린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순천만 갯벌의 S라인 못지 않은
멋진 S라인이 광활한 갯벌 위에 거대하게 펼쳐진다.
자연의 신비함을 절감한다.
마을 가까운 쪽으로는 따뜻한 봄 햇살을 듬뿍 받으며
밝게 빛나는 염전이 넓게 펼쳐져 있다.
우리나라 전체의 염전면적은 4,648 ha로
신안군의 염전 면적은 전체의 52%에 육박하는 2,406 ha이다.
1907년 인천 주안에서 처음 시작하여
1946년 신안군 비금도의 '구림염전'으로 성공의 발판을 이뤄
지난 1955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소금의 자급자족을 실현했던 천일염이
과거의 영광을 찾았으면 싶다.
고대 로마는 병사들에게 임금을 소금으로 주었다.
그 소금 돈(salary)이 바로 현재 샐러리맨의 어원이다.
오전 11시15분.
산행 기점인 지도초등학교에서 2km남짓 걸어 온 시점이다.
남서쪽 멀리 이곳 지도읍과 사옥도를 연결하는 지도대교가 보인다.
오른쪽 멀리로 지난 3월말 개통한
사옥도와 증도를 잇는 증도대교의 붉은색 아치의 모습도 어렴풋이 눈에 들어 온다.
오전 11시32분.
이제 산행기점에서 약 3.1km를 걸어 왔다.
남서쪽 아래로 반듯한 직사각형 모양의 염전이 보이고
물빠진 갯벌 너머 멀리로 증도대교의 붉은색 아치가 선명하게 보인다.
산행을 끝낸 후에 지도대교를 지나고, 또 저 증도대교를 지나야
오늘 오후 여정인 보물섬 증도에서의 해안 트래킹을 할 수 있다.
오전 11시54분.
산행기점에서 약 4.5km정도 지점인 바람풍재를 지나며
또 다시 "홀아비꽃대"군락을 만난다.
원산지가 우라나리인 이 꽃은 꽃대에 꽃이 한송이만 달린다고 하여 얻어진 이름이다.
오랜 예전부터 전초를 종기치료 등 피를 맑게하는 약용으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지난 2005년 제주도의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이 "홀아비꽃대"로부터
세포접착에 의한 동맥경화 및
면역관련 염증질환의 예방 및 치료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을 추출하여
발명특허 출원을 한바 있다.
오후 1시29분.
낮 12시40분경 해발 172m깃대봉 부근에서 점심과 휴식을 취한 후
오후 1시23분 해발 192m인 삼암봉을 지나며 계속 이어진 산행길.
9km남짓 걸어오니 서쪽 끝 전망이 가장 좋은 곳에 다다랐다.
북쪽으로 내려다보이는 마을이 아름답고 평온하다.
바다 위에펼쳐진 섬들은 큰포작도,작은포작도,어의도 등등이다..
오후 2시5분.
전망 좋은곳에서 정남향으로 방향을 바꿔 점암선착장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마을길을 지나며 요즈음 보기 힘든 탱자나무를 만난다.
옛부터 날카롭고 억센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를 담장 둘레로 심어
잡귀가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는 탱자나무.
예년같으면 이미 흰꽃이 활짝 피었으련만
꽃샘추위로 인해 이제 봉오리가 맺힌 상태이다.
그런데, 어찌보면 활짝 핀 꽃보다 더 예쁜 꽃봉오리 모습인듯도 하다.
점암마을이 남쪽을 향한 따뜻한 마을이어서인지
유난히 여러가지 꽃들이 많이 피어 있다.
노란 민들에 꽃에 예쁘게 내려 앉은 호랑나비를
금년 봄에 처음으로 만난다.
오후 2시14분.
산행을 끝내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진한 유채꽃 향기에 휩싸인다.
공해가 없는 곳이어서인지 도시에서의 그것보다
향기가 무척 진함을 느낀다.
오후 3시13분.
지도에서의 산행을 끝내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지도대교와 증도대교를 지나 도착한 증도.
갯벌생태전시관 주차장에서 하늘을 나르는 해양경찰 소속 헬기를 만난다.
그간 산행을 하면서 산림청 소속 헬기는 자주 봤으나
해양경찰 소속 헬기는 처음이다.
국민의 공복으로서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 믿어 본다.
오후 3시27분.
이곳 증도의 남쪽 끝인 엘도라도 리조트 북단의
해안가 정자에서부터 멀리 북쪽으로 이어지는
우전해수욕장을 따라 해변 산책길로 걸음을 옮긴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받은 영산홍의
붉은 빛이 강렬하다.
정자 아래 해변의 자연암반과 어울리게 만들어 놓은
요트 계류장의 모습이 마치 남태평양 연안 열대지방 휴양지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다가오는 여름 어느날 저곳에서 멋진 모습으로 요트와
수상스키를 즐길 젊은이들을 연상하니 그 생각만으로도 활기가 느껴진다.
물 빠진 모래사장에 내려서서 해변 길이 4km에 달하는
우전해수욕장변을 걷기 위해 북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아마도 철분이 함유된 탓에 산화철의 붉은 빛이 도는 것이겠지만
지난 여름 홍도에서 접한 붉은빛 바위들이 연상된다.
오후 3시40분.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북쪽의 짱뚱어다리까지 길이 약 4km,
폭 100m의 우전해수욕장을 따라 걷는 길은 무한한 행복이다.
마치 동해바다를 연상시키듯 깨끗한 바닷물에 발을 적시며
시원한 바람을 온 몸에 느낀다.
예전에는 기러기 떼가 한 겨울을 지내고 간다 하여 '깃밭'이라 부르다가
"우전(羽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오후 3시49분.
5월을 맞으며 급작스레 오른 기온 때문인지 더위를 피하기 위해
해수욕장 우측의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 숲길을 따라 걷는다.
온통 소나무만으로 이루어진 숲 속인지라 솔잎 향이 진하게
코 끝을 자극한다.
오후 4시2분.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2.5km 이상을 걸어온 후
뒤돌아 본 해변이 아름답다.
모래사장의 경사가 완만하여 가족단위 피서에도 좋을듯 하다.
이제 최종 목적지이며 이곳 증도를 상징하는
짱뚱어다리까지는 약 1.5km정도 남았다.
오후 4시16분.
이곳 우전해수욕장 4km 해변은 바로 옆 동쪽에 소나무숲이 계속 이어져 있다.
그 숲길을 일정구간씩 끊어서 이름을 붙여 놓았다.
한동안 걷던 '망각의 길"이 끝나고 이제 "철학의 길"로 들어 섰다.
헤겔, 야스퍼스, 괴테 등 많은 철학자들이 걸으면서 철학적인 사색에 잠겼다고 하는
하이델베르크 성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독일의
"철학자의 길(Philosophenweg)'을 머릿 속에 떠 올리며 편안한 마음으로 숲길을 걷는다.
오후 4시26분.
"철학의 길" 을 벗어나 관광객들을 위한 축제 행사가 진행중인
짱뚱어광장으로 향하며 다시 모래사장으로 내려선다.
이곳 우전해수욕장은 모래찜질과 더불어 게르마늄을 함유한
갯벌 찜질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여름 휴가철 이후 내버려 두었던
비치 파라솔을 비롯한 각종 시설물들을 새로 단장한 후
7월부터 피서객들을 맞으려면 앞으로 두 달 동안 부지런히 움직여야할 듯하다.
오후 4시34분.
물 빠진 갯벌 서쪽 끝으로 멀리 나가
동쪽으로 보이는 길이 470m의 짱뚱어 다리를 바라 본다.
갯벌 생물의 대표격인 짱뚱어의 이름을 따서 붙인 나무 다리.
이곳 증도 최고의 명물 중 하나이다.
다리 중간부분 아치형 교각으로 멋을 부린 이곳은
연인이나 친구들이 추억남기기에 여념이 없는 곳이다.
다리의 형상은 짱뚱어가 뛰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 하지만
무지몽매한 내 눈에는 그런 느낌이 절실히 와 닿지는 않는다.
멀리서 이곳까지 찾아 와
저 다리 위에서 프로포즈를 하고, 또 그에 대한 화답을 받았다는
저 젊은 연인들
부디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물 빠진 넓은 갯벌은 온통 엄지 손가락 정도 크기의
작은 게들이 뒤덮다시피 하고 있다.
갯벌에 사는 '달랑게' 종류는 모래 바닥에 수직으로 구멍을 뚫고 산다.
모래 위에 사는 규조류 [硅藻類, diatom] 를 모래와 함께 입에 넣어 걸러낸 뒤
모래는 작은 경단 덩어리를 만들어 내뱉는다.
구멍 주위에는 모래덩어리 경단이 흩어져 있다.
오후 4시49분.
늦은 오후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햇빛이
물빠진 갯벌 위로 길게 드리운다.
해양 생태계의 보고인 갯벌이 은빛으로 빛난다.
주말 하루를 마감할 시간이 가까워진다.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서는 눈이 튀어나온 모양을 두고
철목어(凸目魚)라 하였던 "짱뚱어".
짱뚱어다리 위에서 보이는건 수많은 달랑게들이고
정작 기대한 짱뚱어가 눈에 띄지 않는다며 실망하는 관광객들의
원성이 자자한 가운데 간혹 눈에 띄는 짱뚱어는
푸른색과 흰색 반점이 보이는 깜찍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이처럼 뻘을 잔뜩 뒤집어 쓴채 눈 앞에 나타난다.
다만 툭 튀어나온 눈망울만 짱뚱어의 특징을 보여줄 뿐이다.
짱뚱어가 갯벌을 기어다니며 먹이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아가미호흡(물속)외에도 피부에 있는 작은 구멍들로
피부 호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후 5시1분.
짱뚱어다리를 건너 귀가할 차량이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향한다.
완도 청산도,담양 창평면,장흥 유치면과 함께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선정되었던 이곳 증도.
느림의 정신을 바탕으로 전통보전과 지역발전을 도모하고자하는
국제 슬로시티 운동이 결실을 맺기를 바라며
휴일 일정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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