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9일 일요일 오전 10시36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일림산 철쭉산행을 위해
전남 보성군 웅치면 봉산리 삼수마을의 한치재 주차장에서
산행 준비를 한다.
해발 297m인 주차장은 산행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오전 10시40분.
일림산 정상까지 거리는 약 4.7km.
산행 들머리부터 사람 키 높이 정도 크기의
철쭉 나무들이 붉은색 꽃망울을 터뜨리며 나를 반긴다.
오전 11시1분.
해발 418m인 아미봉 부근에 이르자
진행 방향 좌측인 남쪽 방향으로 조망이 트인다.
멀리 보성만,득량만을 끼고 있는 바다가 어렴풋이 보인다.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날씨가 시계를 방해 한다.
망원렌즈로 당겨 보니 대한다업 제2다원에
관광객들이 타고온 관광버스 등 차량이 여러 대 보인다.
지난 5월1일부터 5일간 열린 다향제 기간이 지나긴 했지만
봄철이면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는 곳이다.
잘 정돈된 녹차밭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어루만져 준다.
아마 지난 4월20일 곡우를 맞아 처음으로 녹차나무의 새 순을 따서
우전차를 만드는 작업은 진행되었으리라.
우리나라 3대 녹차 재배지는 이곳 전남 보성군,경남 하동군,
그리고 제주도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 보성군에서 생산되는 녹차는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40%를 차지한다.
오전 11시22분.
아미봉을 지나면서 완만한 오르막 능선길이 이어진다.
이제 일림산 정상까지는 2.7km가 남았다.
해발 500m를 넘어서면서부터는
활짝핀 철쭉꽃보다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가 더 많다.
지난 해 5월2일 이곳 일림산을 찾아
만개한 철쭉에 취했던 일을 되돌아 보면 올 봄에는
약 2주 정도 개화가 늦어진 것 같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라 하여 '참꽃'이라 하지만,
철쭉은 먹을 수 없어 '개꽃'이라 하며,
산에서 나는 산철쭉은 '수달래', 물가에서 피는 것은 '물철쭉'이라 한다.
경북 청송의 주왕산에서는 철쭉꽃 축제라 부르지 않고 수달래 축제라 부른다.
오전 11시48분.
오래 전 일림산으로 불리던 626봉으로 향하는 해발 600m정도의
산행길은 한동안 이와같은 암반이 이어진다.
바위가 거의 없는 전형적인 육산인 일림산에서
암반을 지나는 느낌이 새롭다.
암반 길을 지나며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본다.
부드러운 능선이 포근함을 전해 준다.
산 아래 도강 마을과 영천 마을은 서편제의 본향으로 명창이 여럿 나온 곳이다.
서편제는 남성적인 판소리인 동편제에 비해 한 맺힌 여성의 소리로 알려져 있다.
봉오리만 맺힌 철쭉군락을 보니 조금 아쉽다.
오전 11시58분.
626봉으로 불리는 해발 626.8m 지점에서 남쪽을 바라 본다.
보성군 회천면 소재지와 그 인근으로 이어지는 율포 해변이 눈에 들어 온다.
율포라는 이름은 이곳의 지형이 “늙은 쥐가 밤을 주워 먹는” 모양이고,
해안에 즐비한 암석을 밤에 비유하여 밤율(栗), 개포(浦)자를 써서
율포(栗浦)라 했다 한다.
낮 12시1분.
626봉을 지나 일림산 정상을 향하는 길은
그동안 서쪽으로 향하던 산길이 남향 길로 한동안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등산로 주변의 철쭉이 좀 더 만개한 느낌을 준다.
낮 12시 7분.
자그마한 고개를 넘어서자 멀리 일림산 정상부가 눈에 들어 온다.
지난 해 5월2일 저 능선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던 것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감은 있으나, 그런대로 아름답고 포근한 느낌이 전해 온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행로에는 인파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마치 거대한 뱀의 꿈틀거림을 연산 시킨다.
지난 2000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된 이곳 일림산 철쭉군락지는
북서쪽 제암산(779),사자산(666)으로 연결되는 12.4km의 국내 최대 규모이며
특히 그 중에소도 이곳 일림산 주위의 철쭉군락지는 규모가 100만평으로
국내 최대 규모라 한다.
망원렌즈로 정상부를 당겨 본다.
완만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일림산 정상에도
수많은 산행객들이 진을 치고 있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산행로는 이와같은 철쭉 터널이 이어 진다.
어쩌다 철쭉 꽃에 파묻혀 코 끝을 꽃에 파묻어 보는 이들도 있다.
허나 아쉽게도 철쭉 꽃에는 향기가 거의 없다.
그래서 향기가 없는 대신 거대한 군락을 이룬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사하는지도 모르겠다.
낮 12시51분.
정상을 500m 남짓 남겨 둔 보성강 발원지 사거리 부근
철쭉꽃 군락지에서 동행한 일행 몇몇과 함께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산행길을 이어간다.
시중에서 5백원하는 막대 아이스크림을 1,500원에 사서 빨아 먹으며
더위를 식히는 즐거움도 가져 본다.
뒤쪽으로도 산행객들이 끊임없이 밀려 온다.
낮 12시56분.
정상 바로 아래 목재로 만든 넓은 전망대에 올라서던 많은 산행객들이
하나같이 눈쌀을 찌푸린다.
단체 산행객들로 보이는 수십명의 일행들이 전망대를 차지하고 모여 앉아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정말 몰상식한 인간들이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편리를 취하는
이런 못된 인간들이 없어지는 날이 선진국으로 향하는 길일게다.
오후 1시12분.
일림산 정상에 올라섰지만
지난해와 같은 붉게 물든 철쭉꽃의 화려함은 보이지 않는다.
만개한 철쭉꽃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땀 흘리며 오른 후
느끼는 상쾌함으로 달래 본다.
이곳 일림산을 장흥군에서는 상제의 황제 셋이 모여 놀았다 하여
삼비산이라고 불렀었다.
삼비산이란 다름 아닌 황비가 내려왔다 하여 천비산(天妃山),
일년 내내 마르지 않는 샘물에서 황비가 놀았다 하여 천비산(泉妃山),
안개가 자욱하다 하여 현무산(玄霧山) 등으로도 불리던 것을 이름이다.
정상석 주위에서는 기념사진을 찍는 인파로 붐빈다.
10여년전 보성군이 '일림산' 표석을 이곳에 세우고 철쭉제를 열었는데,
'삼비산'이라는 이름을 주장하는 장흥군민의 반발로 철거되었다가
지난 2005년 전남도에서 지명심의위원회를 열어 산 이름을
'일림산(日林山)으로 확정한 후에 다시 세운 것이다.
오후 1시27분.
일림산을 뒤로 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해발 623m인 골치산까지 이어지는 산행길은
북쪽을 향하는 길이다.
1주일 정도면 지금 봉오리만 맺힌 철쭉들이 만개할듯 하다.
조금 전 지나온 일림산 정상을 다시 바라 본다.
시간이 늦어지며 정상부의 인파는 더 붐비는듯하다.
또한 조금 전 내가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철쭉이 망울을 터뜨린 것 같은 아쉬움마저 든다.
조금 더 머물다 올 것을...
오후 2시1분.
일림산 정상에서 2km정도 하산한 지점.
골치사거리를 지나면서부터 철쭉꽃의 붉은 색은 다시 짙어진다.
해발 고도가 500m대로 내려오면서 만개한 철쭉이 더 많아진 탓이리라.
이곳 일림산 철쭉의 특징은 키가 어른키 정도로 크고
해풍을 맞고 자라 색깔이 선명하다고 한다.
오후 2시41분.
일림산 정상에서 4km남짓 하산한 지점.
멀리 눈 앞에 해발 666m 사자산이 눈에 들어 온다.
저곳 까지의 거리는 약 1.5km 남짓.
당ㅗ 계획은 사자산까지 오르는 것이었으나
스많은 인파로 인해 산행길이 지체되어
방향을 바꾸어 제암산자연휴양림 으로 하산 길을 이어 간다.
오후 3시36분.
산길이 끝나고 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걸어 내려간다.
휴양림 입구까지 이어지는 1km남짓한 임도의 좌측은
울창한 삼림이며 우측은 맑은 물이 가득한 저수지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길이다.
저수지변으로는 하늘을 찌를듯 쭉쭉 벝은 울창한 나무 숲이다.
편백나무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간혹 전나무도 눈에 띈다.
편백나무는 높이 40m, 지름 2m에 리를 정도로 크게 자라는 나무로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조림수로 많이 쓰는 편이다.
흔히 일본말인 '히노끼'라고 많이 쓰는 나무로
향이 좋아 침대등 생활 주변 가구로 많이 사용되며
우리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뿜어내는 나무이다.
오후 3시42분.
피톤치드를 듬뿍 받으며 임도를 걸어오는 도중
멀리 북쪽으로 사자산과 이어지는 제암산이 눈에 들어 온다.
다음 번 이곳을 찾을 때는 저 제암산을 거쳐 사자산으로 이어지는
산행을 하리라 다짐한다.
제암산(帝岩山) 정상부 바위의 모양이 특이하다.
높이 779m로 큼직한 골짜기와 샘이 많고,
정상의 바위를 향해 주위의 바위들이 엎드린 형상을 하여
임금바위(제암;帝岩)산이라고 불린다.
웅장하고 남성스러운 느낌을 강하게주는 산이다.
오후 3시50분.
제암산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 일림산 산행을 마감한다.
임도를 따라 내려온 숲길의 동반자였던
대산저수지(일명 담안제)의 물빛이 차분하게 느껴진다.
비록 온 산을 붉게 물들인 화려한 철쭉은 보지 못했지만
눈 앞에 보이는 저수지의 물빛처럼 소박함을 느끼는
편안한 하루를 마치고 귀가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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