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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꽃 만발한 황매산 산행기

2010년 5월16일 일요일 오전 10시3분.
경상남도 산청군 차황면 장박마을 입구 도로가에서 부터 시작된
산행길은 동쪽을 향한 콘크리트 임도길이 10여분 이상 이어진다.

해발 400m가 넘는 고지대이건만 내리 쬐는 태양은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윈드 자켓을 벗고 반팔 차림으로 걷는 길이지만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오전 10시11분.
산행을 시작한지 20여분.
장박마을에서 0.7km 오른 곳. 황매산 정상까지 3.4km를 남겨둔 지점에서
떡갈재로 향하는 임도를 벗어나 남동 방향으로 꺾어지는 산길로 들어 선다.
가파른 경사길이지만 아름드리 상록수와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철쭉이
터널을 이루는 곳이다.

오전 10시46분.
해발 800m를 넘어서면서부터 아름드리 상록수,활엽수들이 줄어들고
철쭉의 밀도가 더 높아진다.
코끝을 스치며,얼굴을 스치며 지나는 화사한 철쭉꽃에
향기가 거의 없음이 조금 아쉽다.

같은 철쭉꽃이지만 햇빛을 받을 때와
그늘진 곳에 있을 때의 색깔이 다르고,
가지마다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바람이 거의 없이 더운 지열이 뿜어져 나오는 산행길이지만
눈의 즐거움으로 피로를 덜어준다.

산행 시작부터 수많은 인파로 정체를 빚는 길이지만
이처럼 사람 키를 넘는 철쭉 군락을 통과할 때는
마치 거대한 불랙홀로 빨려 드는듯한 느낌마저 든다.

오전 10시55분.
해발 900m를 넘어서면서 잠시 조망이 트인다.
소백산맥 줄기답게 해발 1,000m에 육박하는
수많은 봉우리들이 가까이 또는 멀리서 얼굴을 내민다.

산아래 자그마한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오래전 화전민들이 정착하며 이룬 마을일게다.
산허리를 비집고 들어선 손바닥만한 밭과
석축을 쌓아 만든 다랭이논들이 농민들의
부지런함을 일깨워 준다.

오전 11시9분.
떡갈재 쪽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삼거리 지점인
960m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너백이쉼터'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에서 많은 산행객들은
잠시 이마의 땀을 씻는다.
이제 황매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1.6km이다.

오전 11시17분.
960m봉에서부터 지금 지나는 967m지점까지는 정남을 향하는 길이다.
사람 키보다 조금 작은 철쭉이 군락을 이루는 능선길이다.
좌우로 조망이 트이며 시원한 바람이 계속 불어 온다.

진행방향 좌측인 동쪽 멀리 황매산 정상부가 보인다.
우측 중앙부의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황매산 정상부인
해발 1,108m인 황매봉을 비롯하여 그 좌측으로
해발 1,104m인 상봉,해발 1,060m인 중봉, 해발 990m인 하봉이
나란히 눈에 들어 온다.

오전 11시34분.
진행방향 오른쪽인 남동쪽 아래 능선으로는
황매산 제단 부근의 붉게 물든 철쭉 군락이 희미하게 보인다.

황매봉 1.3km, 떡갈재 1.4km 안내판이 있는 975m봉을 지난지 12분.
황매봉까지 500여 m남겨둔 지점에서 멀리 합천댐 상류가 보인다.

이십 수년전 업무차 1주일에 두세번씩 지나다니던 저 아름다운
길들이 합천댐 건설로 인해 수몰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자연 보전과 문명은 마치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과
다르바 없는 딜레마 중의 하나인듯 하다.

오전 11시53분.
황매산 정상인 황매봉을 100m 남겨둔 지점.
산행객들을 위한 의자 등 편의 시설이 마련된 곳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발 디딜틈도 없다.
눈 앞에 보인 황매봉 정상석이 세워진 바위에도
마치 개미떼가 몰려 있듯이 새까맣다.

황매산 제단과 그 아래로 이어지는 영화주제공원쪽으로
드넓게 펼쳐진 철쪽꽃의 붉은 물결도
비교적 선명하게 보인다.

오전 11시59분.
황매봉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인파로
정상석이 서 있는 자그마한 바위 주위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낮12시.
정상석에 올라서려는 군상들을 한참 바라보자니
나 자신 부끄럽게 여겨진다.
건강을 위해 산을 찾는 산행객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무질서의 현장에 서 있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일부는 말다툼까지 한다. 나는 뒤돌아 선다.

낮 12시34분.
황매봉에서 우리나라 최대의 철쭉군락지 중 하나라는 황매평전으로 이어지는
목재 데크 계단길은 마치 출근길 서울 지하철역을 연상시킬 정도로 혼잡한 길이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다보니 5분이면 될 것 같은 길이 30분이 걸렸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 태극기 휘날리며>의
두밀령 전투와 낙동강 방어선의 전투 등
전투신을 촬영했다는 이곳 황매평전.
붉은 빛으로 물든 철쭉꽃 사이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점심식사를 해결한다.

오후 1시5분.
황매평전과 그 뒤로 보이는 황매봉을 뒤로하고
모산재로 향하기 위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해발 946m인 베틀봉쪽으로
다시 산행길을 이어 간다.

오후 1시35분.
황매봉에서 황매평전을 거쳐 베틀봉 사불감시초소까지
이어지는 길은 남쪽을 향한 길이다.
이제 이곳 베틀봉에서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모산재로 가는 길은
동쪽을 향하게 된다.

오후 1시39분.
베틀봉을 지나 철쭉제단을 거쳐 큰골로 이어지는 길,
그리고 해발 767m인 모산재로 이어지는 길이 나뉘는
삼거리 안부까지 이어지는 길은 이처럼 붉은 철쭉꽃에 파묻히다시피
지나는 길이다.







오후 1시54분.
15분여를 철쭉꽃에 파묻혀 정신없이 헤매다보니 모산재와 큰골쪽으로 갈리는
삼거리 부근이다.
당초 계획은 모산재를 거쳐 순결바위를 지나 하산할 예정이었으나
모산재로 이어지는 극심한 체증을 피하기 위해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어
인파가 적은 큰골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오후 2시11분.
급경사로 이루어진 하산 길.
산행 들머리부터 시작된 인파에 시달리며 지끈거리는 머리가
맑아진다.
붉은 철쭉꽃을 질리도록 본 탓인지 이처럼 여유롭게 핀
철쭉들이 싱그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오후 2시38분.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경남 합천군 가회면 덕만주차장까지
400여m 남은 지점 개울가에서 땀과 먼지로 찌든 얼굴과
손발을 깨끗이 씻으며 휴일 하루 철쭉산행을 마감한다.
귀가길에는 차량 홍수로 인한 정체에 시달릴테지만
아무튼 만개한 붉은 철쪽꽃을 신물 나도록 즐긴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