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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변산에서 새만금방조제까지

2010년 5월21일 오전 10시54분.
변산반도국립공원 구역인 전북 부안군 상서면의
해발 180m지점인 '바드재'에서 시작한 내변산 산행.
산행 들머리에서부터 이처럼 신록이 물든 활엽수림의
가파른 경사길을 20여분 째 오르니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지난 3월1일부터 5월15일까지 산불 예방을 위해
입산이 통제되었던 지역이어서인지 인적이 없이
조용한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오전 10시59분.
해발 고도 400m를 넘은 지점에서
남쪽으로 조망이 트이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온다.
아랫쪽으로 우동리 마을의 우동저수지에 가득 고인 물을 보니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가뭄으로 인한 농민들의 고통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남서쪽 방향을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멀리 젓갈과 염전으로 유명한 곰소항 부근의
물 빠진 갯벌에 S자로 이루어진 멋진 곡선이 눈에 들어 온다.

오전 11시11분.
오늘 산행 코스 중 가장 높은 위치인
해발 432.7m 옥녀봉에서 북쪽으로 눈을 돌린다.
변산반도 가까이 자리 한 해발508m인 의상봉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는 쇠뿔봉도 눈에 들어 온다.

오전 11시39분.
산행 들머리인 바드재에서 옥녀봉까지는 서쪽을 향한 산행길이었지만
옥녀봉부터는 북서 방향으로 산행길은 이어진다.
한동안 소나무와 산죽군락이 이어지며
진한 솔 향내를 맡으며 걷는 호젓한 길이다.

짙은 소나무 숲 사이로 걷는 능선길인지라
간혹 이처럼 울창한 숲 사이로 비치는 한 줄기 햇빛이
야생화를 비출 때는 암흑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는듯한 묘한 신비감까지 든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나며 나무 줄기를 자세히 살펴 본다.
껍질이 벗겨진 곳은 예외없이 이처럼 흰개미 등
각종 곤충들로부터 피해를 입고 있다.
산림관리 당국에서 대책을 세워야할듯 하다.

인적이 거의 없는 숲길에서 만나는 앙증스런 야생화들이
더위로 지친 몸에 그나마 활기를 불어 넣어 준다.

낮 12시19분.
해발고도가 100m 이하로 떨어지며 한동안 햇빛이 강하게 내리 쬐는 길을 걷는다.
구름 한 점 없는 북서쪽 하늘에 제트 비행기의 비행운이 수직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멀리 군산비행장에서 이륙한 전투기의 훈련비행의 흔적일 것이다.

낮 12시26분.
맑은 계곡 물이 흐르는 시원한 가마소 삼거리에 도착했다.
등산지도상에는 '천종산' 또는 '천물산'이라 표시된 작은 산봉우리가
있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등산로 중에는 어떤 이정표도 없어 그냥 지나쳤다.

낮 12시57분.
동행한 산악회의 계획대로라면 가마소 삼거리에서 내소사가 있는
세봉삼거리로 향해야하지만, 후미 그룹과 시간차이가 상당히 있기에
나홀로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부안군 변산면 내변산 매표소로 가는 길로 접어 들었다.
자그마한 폭포가 두 개 있는 가마소로 향하는 길.
30여분을 걷는 동안 산행객을 한 사람도 보지 못할 정도로
한적하고 아늑한 곳이다.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물소리와 새소리만 들리는
이끼 낀 물가 바위에서 홀로 앉아 점심식사를 끝낸 후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정말 오랫만에 맛보는 산행길에서의 호젓함이다.
*참고로 이 사진은 흐르는 계곡물을 32초간의 노출로 찍은 사진이다.

오후 1시26분.
내소사 주차장에 도착할 시간 때문에 가마소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되돌아서서 다시 가마소 삼거리에 도착하니
1시간이 소요되었다.
시원한 계곡물로 얼굴을 씻고 1.9km 떨어진 세봉삼거리를 향해
발걸음을 빨리 한다.

오후 1시31분.
동행한 산악회 일행들보다 지체된 1시간을 따라잡기 위해
빠른속도로 산행을 하자니 숨이 가빠오고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가마소 삼거리부터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경사길이 무척 힘들다.

오후 2시12분.
빠른 걸음으로 이어지는 산행길이지만
해발 300m 정도의 조망 좋은 바위 위에서 뒤를 돌아보며 잠시 숨을 돌린다.
오전부터 3시간 반여를 거쳐온 산봉우리들이 줄지어 보이고
우측 끝으로 의상봉도 희미하게 보인다.

오후 2시41분.
해발고도 310m인 시봉삼거리를 지나고
해발고도가 200m대로 떨어진 곳.
내소사 일주문까지 약 2km남짓 남은 지점에서
산악회 후미그룹을 따라잡으며 걸음을 조금 늦춘다.
남쪽 바로 아래로 내소사가 보이고
울창한 전나무숲길을 따라 이어진 드넓은 주차장,
그리고 멀리 곰소항이 눈에 들어온다.

내소사는 백제 무왕34년(633년)에 창건된 고찰이며
일주문에서부터 이어지는 전나무숲길로 유명한 아름다운 사찰이다.
최근 수년간 1년에 여러차례씩 찾았던 정겨운 곳이다.
대웅전 앞마당은 석가탄신일을 맞아 연등으로 하늘을 뒤덮고 있다.

오후 3시10분.
세봉삼거리와 내소사에서 각 1km떨어진 지점을 지난다.
멀리 좌측의 해발 424m 관음봉과 그 우측의 세봉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산행 후 귀가길에 지난 4월 하순 개통한 새만금방조제를
들리기로 예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오후 3시33분.
5시간 남짓한 산행을 끝내고 내소사 입구 주차장으로 향한다.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더위로 인해 지참한 식수가 다 떨어져
목말라 애 태우던 입으로 시원한 물을 한 바가지나 들이켰다.
이제 산행시 물병을 몇개씩 준비해야할 여름 산행기가 되었음을 절감한다.

오후 3시50분.
주차장 옆 시원한 풀밭에서 산행의 피로를 풀며 휴식을 취한 후
멀리 내소사 방향으로 보이는 관음봉과 세봉을 뒤로하고
새만금방조제를 향해 발길을 돌린다.

오후 4시31분.
새만금방조제를 따라 만들어진 33km길을 지나 귀가하기 위해
전북 부안군 변산면 새만금전시장 부근에서 군산 방향으로 향하는
방조제길로 들어선다.
3일 연휴 첫날인 휴일을 맞아 수많은 차량이 홍수를 이룬다.

오후 5시9분.
새만금방조제 33k 구간중 신시도에 만들어진
배수갑문 바로 옆 전망대에 도착해 지나온 방향인 부안군쪽을 바라본다.
20분 이내에 도착할 길을 극심한 차량정체로 1시간 40분 가까이 소요되었다.

아직 공사가 진행중인 전망대 주차장 주변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 관계자의 말로는
앞으로 1년에 6백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소식이다.
말 보다는 그 많은 관광객들이 불편하지 않게 세심한 배려를 해야할듯 하다.

'약속의 터전'이라 이름 붙여진 새만금 방조제 준공 기념탑의 모습이다.
높이 33m에 폭도 33m로 만들어졌다 한다.
33이라는 숫자는 방조제 길이 33km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후 5시14분.
이곳 신시도 외에 조금 전 지나쳐 온 가력도의 배수갑문 2곳으로 드나드는 바닷물은
1초에 만 5,000톤, 하루 72억 톤에 이른다고 한다.
열려진 배수갑문을 따라 흐르는 물살이 무척 세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 세찬 바람과 함께
흙먼지가 날리는 전망대를 떠나 귀가길에 오른다.
공사가 완료된 후 쾌적한 분위기로 다시 찾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