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본카테고리

비슬산(琵瑟山: 신선이 바위에 앉아 거문고를 타는 산) 산행기

2010년 4월11일 일요일 오전 9시53분.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면의 유가사 입구 주차장에서 차를 내려
유가사 일주문을 들어서며 비슬산 산행을 시작한다.

일주문(一柱門)이란 사찰에 들어서는 산문(山門) 중 첫번째 문으로
기둥을 한 줄로 하여 건물을 지은데서 일컬음이다.

동쪽 멀리 암반으로 이루어진 비슬산 정상부가 망원렌즈로 잡힌다.
유가사 입구 이정표에 의하면 정상까지의 거리는 3.5km이다.
부기하여 소요시간이 2시간으로 표기된 점으로도
정상까지의 산행길이 결코 녹록치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오전 10시 1분.
유가사(瑜伽寺)는 일주문에서부터 천왕문 까지 거리가 꽤 떨어져 있을 정도로
사찰 부지가 넓은 절이다.
유가종(瑜伽宗)의 총본산 격으로 신라 혜공왕(765∼780년),
또는 흥덕왕 2년(827년)도성국사(道成國師)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이 사찰은 비슬산의 바위 모습이 아름다운 구슬과 부처의 형상과 같다 하여
옥 유(瑜), 절 가(伽)자를 따서 지어졌다 한다.

고려시대에는 3,000여 대중이 수도했다는 고려 유가종의 총본산이었을 정도의
큰 사찰이었다는데, 그 옛날의 영화를 되찾고자함인지 모르겠으나
사진에 보이는 이런 돌탑을 쌓기 위해 건축업자에게 외주를 줄 정도로
돈을 쓰는 것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
아마도 얼마전 열반하신 '무소유'의 법정스님께서도 이런 광경을 보시면
아마도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버리셨을듯 하다.

오전 10시54분.
산행 시작부터 너덜지대와 암반지대 등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는
힘든 산행길이 이어진 후 잠시 이와같은 피톤치드를 강하게 뿜어내는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진한 솔 향기를 맡으며 잠시 기운을 되찾는다.

오전 11시21분.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30여분이 경과한 후 전망이 트이는
큼직한 바위 위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남서쪽으로 산행을 시작한 유가사 주차장 너머로
비슬천 유역을 따라 형성된 유가면 양리 마을의
드넓은 논밭이 펼쳐진다.
잔뜩 흐린 날씨로 인해 시계가 좋지 않은 점이 아쉽다.

가까이 살펴 보니 유가사 입구 주차장에는
휴일을 맞아 유가사와 비슬산을 찾은 인파를 실어 온
차량들로 비좁은 주차장은 몸살을 앓는다.

남동쪽으로 보이는 비슬산 정상부의 모습은 산행 시작 때
동쪽으로 보던 형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저 정상부 바위 모양이 신선이 앉아 비파나 거문고를 타는 형상 같다 하여
‘비파 비(琵), 거문고 슬(瑟)’을 따서 산 이름을 비슬산으로 했다하나
속물일 수밖에 없는 내 눈에는 신선의 그림자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전 11시36분.
비슬산 정상부인 대견봉 북쪽 옥포면 용연사 방향과의
세갈래 갈림길이 있는 곳 첫번 째 진달래 군락지까지
오르는 길은 이와같은 급경사의 바위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산행로가 비좁아 일시적인 정체현상까지 빚어 진다.

오전 11시51분.
급경사의 오르막 경사가 끝나고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해발 1,000m에 가까운 진달래 군락지에 도착했지만
수많은 산행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자그마한 키의 진달래 나무들이 이제 막 꽃봉오리를 내밀 준비만 한 상태이다.
더구나 한겨울을 방불케하는 세찬 바람과 함께 짙은 구름들이
빠른 속도로 오가며 멀리 현풍 논공공단쪽 조망도 막아 버린다.

남쪽으로 눈을 돌리니 비슬산 정상인 대견봉에는 수많은 산행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바위 사이의 진달래가 화사한 분홍빛을 뽐내기를 기대했건만
무채색의 차가움만 눈으로 전해 올 뿐이다.

오전 11시55분.
가까이 보이는 정상을 향해 완만한 능선길로 발길을 이어 간다.
정상부와 이어진 사면을 뒤덮은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진달래 군락 위로 옅은 구름이 시야를 가리며 연이어 지나간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좌우로는 기묘한 바위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곳 비슬산의 바위들은 중생대 백악기를 통하여 형성된 퇴적암층과 화산암층,
안산암질 암류, 화강암류와 암맥류등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 한다.

낮 12시6분.
비슬산 정상인 대견봉 정상석 앞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
기년 사진을 찍기 위한 순서를 기다린다.
맑은 날은 멀리 낙동강의 푸른 물이 보일 정도의 경치를 가진 곳이지만
찌푸린 날씨는 그런 복을 주지 않는다.

1083.6m라고 새겨진 비슬산 정상인 대견봉 앞에서 잠시 머물다
세찬 바람과 강추위에 못견디고 정상 바로 아래
남향한 억새숲에서 점심을 겸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주위 어느 분은 가지고 온 디카의 밧데리가 추운 날씨로
작동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하니 4월 중순 날씨치고는 변덕이 심한 것 같다.

낮 12시55분.
대견봉을 지나 대견사터로 향하는 해발 1,000m이상의 능선길은
남향길이다. 세찬 바람도 추위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오랜 기간을 지나며 쌓였을듯 싶은 돌탑 너머 남쪽 멀리
1057m 조화봉 정상에 자리한 비슬산 강우레이더의 모습이 보인다.

오후 1시23분.
대견봉에서 30여분 이상을 거의 경사가 없는 능선길을 걸어온 후
대견봉 쪽을 돌아 본다.
눈 앞에 펼쳐지는 능선을 뒤덮은 나무는 거의 진달래이다.
다만 꽃을 아직 피우지 않은 점이 아쉬울 뿐이다.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진달래가 온 산을 붉게 물들일 때
다시 찾고픈 욕망이 꿈틀거린다.

오후 1시43분.
대견사터 조금 못미친 지점에서 남동쪽으로 조화봉 위의 기상 레이더가 선명하게 보인다.
지난 2004년 수립된 「전국강우레이더 설치 및 홍수해 경보시스템 개선 기본계획 수립」에
따라 제1호기로 설치된 것으로 2006년 9월에 착공하여
140억원을 들여 2009년 6월에 준공했다 한다.
관측반경 100km이내의 강우현상을 관측하고
매 2분 30초마다 면적단위의 강우량을 계산함으로써 낙동강 유역 홍수 방지에
기여한다고 한다.

오후 1시48분.
해발 1,000m 위치의 대견사터에 도착했다.
사진 우측의 석탑은 대구유형문화재 제42호인 대견사지 삼층석탑 [大見寺址三層石塔]이다.
9세기 신라 헌덕왕 때 중국 당의 황제가 이곳에 절과 3층석탑을 짓고
대국에서 본 절이라 하여 대견사(大見寺)라 이름 지었다고 전한다.

대견사터의 서쪽 끝부분의 1,034m봉으로 향한다.
전망대와 정자가 마련되어 있는 봉우리까지는
매년 4월 하순에 개최되는 진달래 축제에 밀려 들 인파에 대비한
목재 데크가 길게 만들어져 있다.

1,034봉 북쪽 사면의 정자 주위에서 많은 산행객들이
휴식을 취하며 휴일 한낮의 여가를 즐긴다.

정자 아래 드넓은 진달래 군락지에는 휴식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멀리 대견봉이 올려다 보이는 이곳의 면적은 약 30만평으로
국내 산지의 진달래 군락지중 가장 넓은 면적이라 한다.

1,034봉 정상부 남쪽에 마련된 전망대를 뒤로하고
비슬산을 떠나 하산을 시작한다.
비록 분홍빛 진달래 꽃은 보지 못했지만
새 봄을 맞으며 진한 녹색으로 변해가는 소나무와 어우러진
각양각색의 바위들로 이루어진 풍광을 보는 즐거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곳 대견사터 부근의 기묘한 바위들에는 여러 이름들이 붙어 있다.
칼바위,부처바위,형제바위,스님바위 등등..
그 중 사진의 뾰족한 바위는 일명 '부처바위'이다.
이 부처바위는 화강암 기반암이 지하에서 심층풍화로 인하여 부서진 세립물질이 제거되고
남은 화강암체인 "토르(tor)"에 의해 생성된 것이라 한다.

오후 2시49분.
소재사쪽으로 향하는 하산길은 급경사의 바위길이 많은 곳이다.
1시간 가까이 험한 산길을 내려 온 후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곳에 이르자
한동안 이와같은 산죽 군락이 이어진다.

오후 3시5분.
하산길이 끝나고 비슬산 자연휴양림 내의
"달성비슬산암괴류" 주위를 지난다.
약1만년전~10만년전인 주빙하기 후대에 형성된 것으로
천연기념물 제 435호로 지정되어 있다.

비슬산 정상인 대견봉에서는 6km, 대견사터에서는 4.3km떨어진 곳이다.
귀가할 차량이 기다리는 자영휴양림 주차장까지는
1.7km로 아직 30분을 더 걸어야 한다.

오후 3시37분.
해발 400m정도에 위치한 주차장에 도착해서 비로소
진달래 꽃의 분홍빛을 만난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의 얼굴에 잠시나마 웃음이 번지며
추억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오후 4시31분.
산행이 끝난 후 휴식을 취하며 몇가지 간식으로 허기를 채우며
마시는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의 즐거움은
산행객들에게는 크나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귀가길 차량이 중부내륙고속도로 현풍 IC를 향하는 길목.
해발 200m정도의 유가면 용리 마을에서부터 활짝 핀
벚꽃 터널이 배웅해 준다.
비록 만발한 진달래는 보지 못했지만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흰 벚꽃을 보며 휴일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