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20일 일요일 오전 10시27분
황매산 산행을 위해 경남 합천군 가회면의 황매산군립공원 덕만주차장에 도착했다.
서쪽으로 멋진 바위 능선으로 이루어진 산줄기가 멋들어진 자태를 뽐낸다.
황매산 산행구간 중 가장 경치가 뛰어나다는 모산재를 거치는 암릉구간이다.
지난 해 이맘 때 저 모산재 구간을 거치는 산행을 했으니
오늘은 그와 다른 산행로를 이용하여 황매산에 오르려 한다.
기암괴석이 즐비한 암릉 구간을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오전 시간임에도 수많은 산행 인파로 붐빈다.
아마도 그만큼 경치가 뛰어나기 때문일게다.
오전 10시35분
해발고도가 400m 정도인 주차장을 떠나 산행로 입구로 향하며 뒤돌아보니
어느새 주차장에 관광객과 산행객을 태우고 온 차량이 빽빽히 들어차 있다.
아마도 지난 5월12일부터 시작되어 5월25일에 끝나는 철쭉축제를 즐기려는 행락객들이
휴일을 맞아 멀어져 가는 봄의 끝자락을 잡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녹음 짙어가는 길섶 활엽수들 사이를 비집고 하얀 찔레꽃이 예쁘게 피어 난다.
우리나라와 일본에 분포하는 이 꽃은 전국의 산골짜기 냇가에서 잘 자란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약용으로 많이 쓰지만,
유행가 가사에서도 곧잘 등장하는걸 보면 예전부터 우리네 서민들과 친숙한 꽃이 아닌가 싶다.
수줍은듯 옹기종기 모여 피어 있는 작고 예쁜 야생화도 만난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중국 동북부 지방에서 자생하는 이 야생화의 이름은 "산괴불주머니'이다.
'괴불주머니'란 예전 우리네 어린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색 헝겊에 솜을 넣고 수를 놓아 예쁘게 만든 조그만 노리개로 어린이들이 주머니에 차고 다닌 것이라 한다.
오전 10시49분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이 개울을 지나면서부터 산행로는 좁아 지며 울창한 숲길이 이어진다.
또한 이곳을 지나면서부터 비교적 오르막 경사가 가파르게 이어지게 된다.
해발고도 1,100m가 넘는 황매산 정상부를 이루는 능선에서 시작해 흐르는 이 계곡의 이름은 '큰골'이다.
멀리 황매산 주능선이 한 눈에 가지런히 들어 온다.
좌측의 뽀족한 봉우리가 황매봉이고, 중앙에 서로 붙어 있다시피한 바위 봉우리들이 상봉,중봉,하봉이다.
개울 건너 작은 공터에는 이처럼 햇빛을 받아 예쁘게 빛나는 자운영이 무리를 지어 피어있다.
봄철 논,밭에서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는 이 자운영(紫雲英)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꽃은 콩과 식물로 뿌리에 뿌리혹박테리아가 붙어서 공중질소를 고정시키므로
논과 밭 작물에 이로운 식물로 알려져 있다.
낮 최고 기온이 28도 이상일 것이라는 예보인지라 더운 날씨일 것으로 예상은 했으나
오전 시간임에도 오르막 산길에서는 땀이 계속 흐른다.
그나마 이곳 황매산 산행 구간 중 이곳 덕만주차장에서 출발해 큰골을 끼고 오르는 산행로는
이처럼 녹은 우거진 숲길을 지나는 구간이라 다른 산행로보다는 시원한 편이다.
이곳에서 황매봉까지의 거리는 대략 4km 정도 된다.
오전 11시31분
흐르는 땀을 식히며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풀기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한다.
나무숲 사이로 북쪽 하늘이 뚫리며 멋진 자태의 황매산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저 멋드러진 녀석을 빨리 만나고픈 생각에 휴식 시간을 빨리 끝낼 수밖에 없다.
휴식을 재빨리 끝내고 일어서며 300mm 망원렌즈로 황매산 정상인 해발 1,108m인 황매봉을 당겨 본다.
온통 크고 작은 바위들로 무더기를 이룬 황매봉 정상 부근에 수많은 산행객들이 위험스럽게 몰려 있다.
마치 여름 한낮 먹이를 보고 달려드는 개미 떼를 연상 시킨다.
오전 11시52분
해발고도 800m 정도 되는 지점에서 시원한 숲길이 끝나며 헐벗은 능선으로 올라선다.
따가운 햇살이 피부를 자극한다.
이제부터 하산할 때까지는 햇빛을 막아주는 나무 그늘이 전혀 없는 넓은 평원을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것은
황매산의 특징이다. 따라서 충분한 식수의 사전 준비는 필수이다.
사방이 탁 트인 능선에 올라 사방으로 눈을 돌려 본다.
남동쪽으로는 멋진 암릉을 자랑하는 모산재 부근의 절경이 펼쳐진다.
능선을 따르는 산행객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북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60만㎡에 달하는 드넓은 황매평전이 눈 앞에 펼쳐진다.
1시간 반 가까이 땀 흘리며 올라 온 피로가 한꺼번에 가시는듯 하다.
철쭉축제 행사를 위한 하얀 천막이 보이는 주차장까지 차량을 이용해 찾는 관광객들이 많은 곳이다.
좌측의 봉우리는 해발 946m인 베틀봉이고, 우측 끝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가 해발 1,108m인 황매봉이다.
낮 12시7분
지난 해 5월15일에는 온통 붉은 철쭉꽃이 만발했던 드넓은 철쭉 군락지의 공터에서 걸음을 멈춘다.
꽃이 이미 져버린 것이 못내 아쉽지만 상쾌한 산바람을 맞으며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한다.
서쪽 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할 때 거쳐온 산행로 맞은편의 멋진 암봉이 눈에 들어온다.
내 기억으로는 저 바위 봉우리가 아마도 '박덤'이라 불리우는 곳이고
그 아래를 박덤계곡이라 부르는 곳일게다.
박덤 아래 울창한 나무숲이 파헤쳐진듯한 부분을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비교적 큰 규모의 사찰 시설이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 불교의 신흥 종파중 하나인 '법연원'의 총본산인 '법연사'가 저곳이다.
지난 2004년 경남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 공원구역 내인 저곳 박덤계곡에
대규모 종교시설이 들어서는 문제에 대해 지역민들이 문제 제기를 하여 잠시 시끄러웠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 후 소식은 듣지 못했으나 지금 저처럼 대규모 시설이 들어선 것을 보면
돈 없고 힘 없는 지역민들이 이기지는 못한 것 같다.
어쨌든 우리 사회가 힘 있는 자들만이 득세하는 "더러운 세상"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낮 12시32분
점심과 휴식을 끝낸 후 황매봉 방향으로 산행을 이어가기 위해 걸음을 내 딛는다.
황매봉으로 향하는 길은 저 눈 앞에 보이는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해발 900m를 넘어 1,000m 에 달하는 이처럼 높은 지역에 저토록 부드럽고 드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다니?
자연의 신비스러움이다.
60만㎡에 달하는 드넓은 황매평전은 한 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
좌측 부분을 한참 바라본 후 우측으로도 이처럼 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평원이 끝나면 상봉,중봉,하봉을 거느린 황매봉이 황매평전을 굽어 살피며 버티고 서 있다.
시기가 늦은 때문에 피었던 철쭉꽃이 다 떨어진데 대해 산행객들의 실망감이 크다.
멀리 베틀봉을 가까이 살펴보니 분홍빛이 강렬하다.
지금 서 있는 자리는 남동 방향인지라 일찍 핀 철쭉이 다 진 후이지만
베틀봉에서 이어지는 능선의 좌측인 북서쪽 산청군 방향은
아직 붉은 철쭉이 우리를 반기리라는 기대를 품고 걸음을 재촉한다.
지난 해, 그리고 그 전 해에도 이곳을 지나며 분홍빛 철쭉꽃에 묻혀
황홀함을 견디기 어려웠던 기억을 되새겨 본다. 그래서인지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파란 하늘 아래 싱싱하게 빛나는 녹색 철쭉 잎의 싱그러움으로 위안을 삼는다.
*참고로 이 사진은 지난 2010년 5월16일 이 부근에서 찍은 사진이다.
마치 천상에 오른듯한 당시의 기분이었었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아직은 진분홍으로 물든 철쭉 꽃의 군락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때 늦은 철쭉 꽃의 향연을 즐기고픈 산행객들의 걸음은 자연 더디어진다.
산불감시초소와 아담한 정자가 있는 봉우리를 오르려면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야한다.
서쪽 방향으로 통나무로 보조 계단을 만들어둔 곳을 오르며 우측으로 눈을 돌려 본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 태극기 휘날리며>의 두밀령 전투와 낙동강 방어선의 전투 등
전투 신을 촬영했다는 이곳 황매평전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오후 1시
산불감시초소까지 서쪽 방향으로 이어지던 산행로는 그 이후 북쪽 방향으로 이어진다.
해발 946m 인 베틀봉에 오르니 서쪽 방향인 좌측으로 진분홍 철쭉꽃들이
따사로운 봄 햇살 아래 밝게 빛난다.
철쭉꽃 군락에 파묻혀 한 장의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이들도 자주 눈에 띄는 구간이다.
비록 키 큰 나무 한 그루 찾을 수 없는 따가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야하는 구간이지만
활짝 핀 철쭉꽃을 만날 수 있음으로해서 행복을 느낀다.
북쪽 방향으로 계속 이어지는 길고 긴 능선을 따라 황매평전 중심부를 가로질러 간다.
동쪽 방향인 우측 합천군 쪽은 예전에 목장을 하던 곳인지라 키 작은 풀만이 무성하지만
서쪽 방향인 좌측 산청군쪽은 이처럼 철쭉꽃이 아름답게 채색을 해 놓았다.
'평전'이란 고산지대에 펼쳐지는 넓은 벌판을 이름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곳 황매평전 외에도 덕유산의 덕유평전,지리산의 세석평전 등 여러곳이 있다.
황매산 이름에 대한 유래는 여러가지 전해져 온다. 멀리 남쪽 아래 합천댐에서 이 산을 보면
산의 하봉(990m), 중봉(1,060m), 황매봉(1,108m)의 세 봉우리가 매화꽃 모양이라 하여 황매산이라 부르게 되었고,
그 세 봉우리가 합천댐에 비친 모습도 매화꽃과 같다하여 수중매(水中梅)란 별칭을 갖고 있다고도 한다.
오후 1시12분
조금 전 지나온 산불감시초소와 베틀봉 쪽을 뒤돌아 본다.
사방이 탁 트인 시원한 풍경. 녹색 나뭇잎과 풀잎 사이로 점점이 박힌듯한 분홍빛의 화려함.
한동안 멈춰 서서 내 눈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시간을 할애한다.
특이한 형태의 움막집과
옛날 풀무질을 하던 대장간의 용광로 구실을 하던듯한 시설물을 앞에서 잠시 멈춘다.
진난 해까지만 해도 움막집의 기둥과 지붕이 온전했으나 움막집은 이제 기둥이 거의 가라 앉은 상태이다.
예전에 '단적비연수'라는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만든 시설물이라는
얘기를 얼핏 들은 것 같기는 하나 확실치는 않다.
휴일을 맞아 엄청난 인파가 몰린 이곳 황매산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이처럼 편안히 휴식을 취할 공간이 많다는 점이다.
산행 중 피로를 느끼면 바로 아래 해발 800m 지점 주차장에서 택시를 이용하면 1인당 1만원으로
산행 출발지인 덕만주차장까지 편안히 하산할 수 있음 또한 산행 경험이 적은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황매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중앙의 목재 데크로 만들어진 산책로 우측에는 이와같은 제단도 만들어져 있다.
합천군에서 마련한 이 제단은 전국의 수많은 산악회에서 매년 연말과 연초에 행하는
종산제 및 시산제 때 요긴하게 이용하는 곳이다.
오후 1시25분
길고 긴 황매평전을 가로지르는 길을 걸어 황매봉이 가까운 지점에서 위로 올려다 본다.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가 눈 앞에 펼쳐진듯 하다.
목재 데크로 만든 계단을 오르내리는 행렬이 끝이 없다.
황매봉 정상부를 가까이 살펴보면
그곳 또한 수많은 산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인다.
서쪽 방향인 산청군 차황면 신촌 마을로 이어지는 산행로에도
오르내리는 산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철쭉꽃 군락에 파묻혀 산행을 하는 저들의 발걸음은 아마도 다른 산행로보다 더욱 더딘 걸음일 것이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라 하여 '참꽃'이라 하지만,
철쭉은 먹을 수 없어 '개꽃'이라고도 하며,
산에서 나는 산철쭉은 '수달래', 물가에서 피는 것은 '물철쭉'이라 한다.
경북 청송의 주왕산에서는 철쭉꽃 축제라 부르지 않고 수달래 축제라 부른다.
오후 1시39분
황매봉으로 향하기 전 급경사 오르막 직전 지점에서 황매평전을 내려다 본다.
지금 보이는 부분은 좌측인 동쪽 방향으로 경남 합천군 가회면이다.
최근까지도 대규모 목장이 있던 곳인지라 키 큰 나무는 찾아볼 수가 없다.
1983년 합천군에서 군립공원을 조성한 지역이다.
지금 보이는 부분은 우측인 서쪽 방향으로 산청군 차황면이다.
저 능선 아래에는 지난 2001년에 산청군에서 영화주제공원을 조성하며
해발고도 800m 정도 지점에 주차장을 조성해 놓았다.
황매산이라는 이름에 대한 또 다른 이론은 다음과 같다.
황매산의 본디 이름은 ‘너른 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뫼’는 산(山)을 나타내는 순우리말이다.
즉 ‘넓고 평퍼짐하게 생긴 산’이라는 뜻이다.
그 후 '너른'이 '누런'으로 변하며 황(黃)으로 '뫼'가 '매(梅)'로 변형된 것으로 추정한다는 얘기이다.
온통 바위로만 이루어진 해발고도 1,108m 인 좁은 황매봉 정상은
매년 이맘 때면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붐빈다.
이처럼 정상석을 눈으로 슬쩍 스치며 바라 보기만해도 감지덕지해야 한다.
오후 2시30분
하산을 위해 1시간 여 전 지났던 길을 되짚어 걸음을 옮긴다.
영화 촬영시 이용되었던 저 성벽과 성루는 관광객들에게 양보한 채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산행길을 이어 간다.
황매산은 수량이 풍부하고 온화한 기온으로 황(黃)은 부(富)를
매(梅)는 귀(貴)를 의미하고 전체적으로 풍요로움을 뜻하여
황매산에 들어오면 굶어죽지는 않는다고 전해진다.
오후 2시40분
이제 드넓은 황매평전이 끝나는 지점에서 내리막 경사의 하산길로 접어들어야한다.
지난 해, 그리고 그 전 해에도 이곳에서 붉게 물든 철쭉 꽃을 만났던 기억을 떠 올리며
내년에는 시기를 잘 맞춰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본다.
*참고로 이 사진은 지난 2010년 5월16일 이 부근에서 찍은 사진이다.
남동쪽 방향으로 펼쳐진 모산재 쪽 바위 능선을 조망하며 하산 길로 접어든다.
해발 767m 모산재를 중심으로 한 바위 능선인 저곳은 합천팔경 가운데 제8경에 속하는 곳으로
주민들은 잣골듬이라고도 부르며, '신령스런 바위산'이란 뜻의 영암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바위산에 산이나 봉이 아닌 '높은 산의 고개'라는 뜻의 재라는 글자가 붙은 것이 특이한데,
모산재의 옆과 뒤에 여러 개의 고개가 있고 재와 재를 잇는 길 가운데에 산이 위치한 탓에
산보다는 재로 인식된 것이라는 설이 있다.
오후 3시47분
산행이 끝난 후 시원한 계곡 가에 둘러 앉아 얼굴을 씻고
덩달아 5시간 여 동안 시달린 발을 차가운 계곡 물에 담궈본다.
일시에 피로가 물라가는듯 하다.
파란 하늘 아래 멋진 자태를 뽐내는 바위 봉우리인 박덤을 바라보며
휴일 하루 행복했던 황매산 산행을 마감하고 귀가 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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