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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꽃 만발한 가곡 `가고파`의 고향 무학산 산행기



 

2012년 4월22일 일요일 오전 11시3분
가곡 "가고파" 로 널리 알려진 노산 이은상 시인의 고향인
마산 무학산 산행을 위해 산행 들머리인 '만날고개'에서
무학산 산행의 첫 발을 내 딛는다.
지난 해 행정구역이 바뀌어 이제는 창원시 마산합포구라는 공식 지명이지만
20여년 전 1년 반동안 머문적이 있는 나에게는 마산이라는 지명이 친숙하게 다가 온다.

부잣집 아들이지만 반신불수이고 벙어리인 남편을 맞아 시집간
가난한 집 큰딸이 친정식구를 만나는 전설이 전해지는 "만날고개".
표지석 아래 기단석에는 만날고개의 이름에 대한 유래가 씌여 있다.





오늘 새벽까지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린데 이어
오늘도 중부 이북지방은 비가 내리는 날씨이지만 이곳의 날씨는 무척 상쾌하다.
아직은 찌푸린 하늘이지만 산허리를 감싸고 도는 짙은 구름이 서서히 걷혀간다.





오전 11시8분
만날고개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이곳의 해발고도는 205m.
뒷쪽으로 마산만에 정박한 화물선들이 수많은 점을 찍은듯 보인다.





이제부터 대곡산 정상까지는 한동안 급경사 오르막길을 올라야한다.
다행스럽게도 어제까지 내린 비로 인해 먼지가 전혀 나지 않음은 물론
20여명의 우리 일행들 외에는 인적도 없이 한적한 길이다.
대곡산 정상까지는 1km, 무학산 정상까지는 3.6km 의 거리를 걷기 위해 다리에 힘을 모은다.





오전 11시43분
온 몸에 땀을 흘리며 걷는 오르막 산길. 해발고도 500m 가까운 지점까지 올랐건만
등산로 양편의 진달래나무의 꽃들은 대부분 떨어지고 연녹색 잎들이 앞다투어 돋아나기 시작한다.
산행 방향 우측인 남쪽으로 눈을 돌리니 몇 송이 남지 않은 진달래 꽃 사이로
마산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돝섬이 보인다.





오전 11시46분
돌탑과 작은 정상석이 소박하게 자리한 대곡산 정상에 도착했다.
멋진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 한 그루가 나를 반겨 준다.
이 소나무의 이름은 "대곡청송(大谷靑松)"이다.





잔뜩 찌푸렸던 하늘의 구름도 서서히 물러가며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믿고 산행을 나선 보람이 있다.
믿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마산시 뒷편을 병풍처럼 막아선 무학산은
산의 형상이 마치 학이 춤추듯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자세와 흡사해 무학산(舞鶴山)이라 불리는데,
이곳 해발 516m 인 대곡산은 춤추는 학의 오른쪽 날개쭉지 부분이다.





만날고개에서 시작한 산행길은 계속 북향한 길이다.
대곡산까지 급경사 오르막길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완만한 경사의 운치있는 숲길이다.
산행로 양편으로는 만발한 진달래 군락이 계속 이어진다.





오른쪽인 남동쪽으로는 바다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눈 앞으로 멀리 계속 가면 우리나라 해군의 요람인 진해 쪽이다.





그 우측인 남쪽으로도 마산만이 길게 이어진다.
야경이 아름답기로 잘 알려진 마창대교를 지나 멀리 남해바다로 이어진다.





진달래 숲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간밤에 몰아친 강풍과 비바람이 분홍 꽃잎을 무수히 뿌려 놓은 숲길.
소월의 싯귀를 인용치 않더라도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게 된다.
연분홍 진달래 꽃잎을 사뿐히 즈려 밟고 지난다.





사랑의 희열,신념,청렴,절제 등의 꽃말을 지닌 진달래꽃은 소월의 시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오랜 옛적부터 우리 민족의 애(哀)와 한(恨)을 담고 있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꽃이다.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크기의 소나무 군락에도 빈틈은 진달래 꽃이 수를 놓듯 메우고 있다.
한동안 멈추어 분홍빛 진달래 꽃 속에 파묻혀 본다.
간밤에 내리는 비를 보고 지레 겁먹어 오늘 산행을 포기한 이들이 이모습을 보게되면
아마도 그들은 길고 긴 후회의 함숨을 토해 내리라.





낮 12시19분
무학산 정상까지 800m 정도 남긴 지점. 해발고도는 이제 600m 이다.
진달래 꽃잎 사이로 작은 초가지붕 하나가 보인다.

2년 전 이맘 때 이곳에서 보았던 그 모습이다. 약수터에 마련된 쉼터인 자그마한 정자의 초가지붕의 모습이다.
그날의 시원했던 약수물 맛이 군침을 돋운다. 걸음이 빨라진다.





진행방향 좌측인 서쪽 함안군 내서읍의 농촌마을 풍경이 내 마음에 평온을 안겨 준다.
해발 727m 인 대산의 품에 안긴 옥수골들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오랫동안 이어졌던 봄 가뭄에 물걱정은 하지 않을지 하는 생각에
작은 저수지 부분을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다랭이논 아래에 자리 한 감천저수지에 물이 가득하다. 풍년 농사를 기원해 본다.





약수터 옆 쉼터인 정자의 분위기가 고즈넉하다.
어제 내린 비는 이래저래 무척 고맙게 여겨진다.
저수지에 가득 채운 생명의 물 외에도 맑은공기와 함께
찾는 이 별로 없는 한적한 여유로움을 준다.





낮 12시25분
'안개약수터 해발 621m'라 표기된 표지석이 세워진 곳
안개샘에서 콸콸 쏟아지는 맑은 물을 바가지로 한 가득 퍼 담아 꿀꺽꿀꺽 들이킨다.
많은 땀을 흘리면서도 무더운 여름 산행에 대비한 훈련을 위해 물을 마시지 않았던지라
물 맛이 마치 꿀물 같다.
수질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물임을 알기에 이 안개약수터의 물은 마음 놓고 마신다.
이제 무학산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600m. 다시 오르막 산길을 오른다.





낮 12시34분
해발고도 700m 를 넘긴 지점부터는 넓고 경사도 완만한 편한 길이 이어진다.
흰 구름이 두둥실 떠 다니는 파란 하늘 아래 분홍빛 진달래 숲을 걷는다.
이처럼 아름답고 편한 발걸음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을까?





우측으로는 진달래 꽃 사이로 무학산 정상부가 눈에 들어온다.
이제부터는 거의 경사가 없을 정도의 평탄한 목재 데크로 만든 길이 이어진다.
마치 진달래 꽃으로 만든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다.





무학산 정상을 지나 서마지기란 이름을 가진 안부를 거쳐 705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부드럽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육산들이 그러하듯 마치 어머니 품속같은 편안함으로 다가 온다.





낮 12시41분
무학산 정상을 코 앞에 두고 지나온 길을 뒤돌아본다.
마치 녹색의 거대한 캔버스에 어느 이름 모를 화가가 분홍 물감을 흩뿌려 놓은듯 하다.
대자연이 아닌 어느 누가 이처럼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오늘은 유난히 바람이 잔잔한 날이지만
평소 이곳 정상부에는 바람이 무척 강하게 분다.
아무리 따뜻한 남쪽 지방이라도 한겨울의 강한 북서풍은 어쩔 수 없음이다.
유난히 생명력이 강한 소나무만이 굳건히 버티고 있을 뿐 억새 외에는 꽃나무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이곳 무학산 정상에는 언제 찾아와도 항상 태극기가 휘날린다.
매년 주말을 이용해 평균 70여차례의 산행을 해 오고 있는 내 경험으로는
항상 태극기가 휘날리는 곳은 이곳 외에 또 한 곳 북한산 백운대가 그곳이다.





낮 12시 48분
정상석을 배경으로 스마트폰으로 내 사진을 한 장 담는다.
마산을 서북쪽에서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무학산.
마치 학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갈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하여 무학산(舞鶴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30년 전 79세를 일기로 타계하신 노산 이은상 선생이 자신의 고향인 이곳 마산을 생각하며 지으셨다는 "가고파".
정상석 주위에서 한동안 머물며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를 작은 소리로 흥을거려 본다.





정상석 바로 아래 헬기장에서는 많은 산행객들이 점심식사를 곁들인 휴식을 즐긴다.
그만큼 이곳 무학산 정상은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평소 세차게 불던 바람도 오늘은 거짓말처럼 잔잔하다. 시원한 미풍만이 불어온다.





바닷가에 자리한 마산 시가지를 내려다 본다.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은 '돝섬'이다.
각종 위락시설이 마련된 마산 사람들의 휴식처인 저 돝섬에는 전설이 하나 전해져 온다.

옛날 못된 금돼지가 미녀로 둔갑해 김해 가락왕의 총애를 받으며 사람을 잡아 먹다
작은 섬 바위 굴에 숨어 밤마다 돼지 울음 소리를 내며 괴이한 광채를 내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해 왔는데,
훗날 '고운 최치원'이 괴이한 빛을 내는 섬을 향해 활을 쏘아 그 빛을 두 갈래로 갈라지게한 연후에
화살이 꽂힌 곳에서 제를 올린 후 괴이한 일이 었어졌다 한다.
그 연유로 돼지를 뜻하는 고어(古語)인 '돝'을 붙여 "돝섬"이라 불렀다 한다.





오후 1시27분
무학산 정상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한 후
705봉과 연결되는 안부 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목재 계단 주위로는 진달래 꽃이 터널을 이루는 곳이다.





키 작은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는 안부인 저 너른 평지는 '서마지기'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다.
이런 이름이 붙은 연유는 공터의 넓이가 '세 마지기'정도 되는 데서 연유한 것이라 한다.





서마지기로 내려가는 그리 길지 않은 계단에서는 발걸음이 무척 더뎌진다.
어쩌면 금년 봄 진달래 산행으로는 이곳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주일 전 여수 진례산(영취산)에서 맛 보았던 붉은 향연을 오늘 이곳에서 또 맛보는 행운이
나 자신 즐겁기만하다.





오전에 잔뜩 찌푸린 날씨 탓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오늘의 진달래 산행.
아마도 나만이 아닌 이곳을 찾은 대부분의 산행객들이 비온 다음 날의 청명한 하늘 아래서
이처럼 화려한 분홍 빛 향연을 즐김에 행복감을 크게 느끼리라.





서마지기에 마련된 수많은 벤치에도 산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분홍 빛 향연을 즐기며 한 편으로는 가는 봄을 아쉬워 한다.





사방이 온통 진달래밭인 이곳에서는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간다.
저마다 함박 웃음을 지으며 추억 남기기를 위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을 그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덩달아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무학산 정상에서 이곳 서마지기로 내려오는 사면 전체가 온통 진달래 꽃으로 덮여 있다.
2년 전 이맘 때 이곳을 찾았을 때 봉오리만 겨우 맺힌 채 분홍빛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보지 못했을 때의
그 아쉬움을 한 순간에 보상 받는 느낌이다.





오후 1시39분
귀가 자량이 기다리는 서원골로 하산해야할 시간이다.
2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 하산했던 길이 경치가 좋은 길이다.
저곳으로 하산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지만 단체 행동을 어길 수는 없는 일





1시간 전 내가 지났던 730봉에서 무학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짙은 소나무숲 사이로 분홍빛 진달래가 촘촘히 피어나는 아름다운 능선이다.
저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눈 안에 고이 담고 하산을 시작한다.





동쪽 방향으로 향하는 하산길은
마산만을 바라보며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하산길은 급경사 내리막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이마의 땀을 씻어준다.





마창대교(馬昌大橋)를 망원렌즈로 가까이 당겨 본다.
2008년 7월 개통된 저 다리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과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을 잇는 다리로서,
길이 1.7㎞, 너비 21m, 왕복 4차로의 사장교(斜張橋)이다.

그런데 저 다리는 국민의 혈세를 갉아 먹는 큰 골치거리가 되었다.
호주계 금융그룹인 '맥쿼리그룹'에서 30년간 운영권을 가진 유로도로인 저다리의 통행량 예측 잘못으로 인해
매년 90억원 가까운 적자 보전금을 경상남도에서 지불해 오고 있다.

이거야 말로 부패 공무원과 글로벌 거대 금융그룹이 서로 짜고 이루어 낸 "사기극"이 아닐지?
심히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속으로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이 '맥쿼리그룹'은 경상남도 외에도 서울,부산,대구,광주 에서도 유사한 경우가 있어
못된 기생충 종류가 아닌가 싶어다.





오후 1시56분
해발고도 540m 정도 지점. '걱정바위'라는 이정표가 세워진 곳에서 잠시 머문다.
절벽 위 쉼터인 정자에서 마산만을 내려다보며 조금 전 악덕 모리배 집단으로 여겨진
"맥쿼리그룹" 때문에 생긴 화를 식힌다.
'걱정바위' 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모르겠으나
조금 전 마창대교 때문에 마음 속으로 앓던 걱정은 잘난 체하는 정치꾼들에게 일단 맡겨보기로 하고,
그 걱정을 잠시 접어 둔다.
무학산 정상에서 이곳까지 거리는 0.8km. 산행긿이 끝나는 서원골 입구까지는 이제 1.1km 가 남았다.





서원골이라는 이름의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하산길은 정말 멋진 길이다.
마치 여름날 깊은 계곡을 지날 때처럼 쉴새없이 이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이다.
흐르는 물줄기를 1/6초라는 장노출로 찍어 본다.
삼각대도 없이 그냥 좁은 등산로에 서서 숨을 멈추고 찍은 사진인데
조금은 흔들린듯 하다. 평소 꾸준히 해 오는 팔 운동이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





이처럼 계곡을 가로 질러 건너는 다리를 여러 개 지나야 하는 하산길이다.
이곳 '서원골' 또는 '서원곡(書院谷)'은 조선시대 중기의 문신 정구(鄭逑)를 기리기 위해 세운
회원서원(會原書院)이 있었던 곳이라 하여 서원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그후 서원은 사라졌으나 강학장소로 이용했던 정자인 관해정(觀海亭)과 정구가 직접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있다.





하산 길 내내 이어지는 계곡의 물이 무척 맑고 깨끗함을 새삼 느낀다.
덩달아 머릿속으로 오래 전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물 좋은 마산의 XX소주" 라든가
"물 좋은 마산의 XX간장" 등등...





오후 2시43분
산길이 끝나고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콘크리트 도로에 들어선다.
바다와 더불어 마산 시내 중심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남향한 아름다운 곳이다.
20여년 전 다니던 직장에서 마산지역 책임자로 발령받아 1년 반동안 머물 때
내가 직접 발품을 팔아 마련했던 내 집이 있던 곳이 이 부근이었다.
당시 이 아름다운 서원골에 우리 아이들을 좀 더 자주 데려오지 못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이 밀려온다.





오후 3시32분
산행이 끝난 후 바닷가 어시장에 들러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며칠간 내린 비바람으로 인해 어선들이 출항을 못한 때문인지 수협 공판장도 인적없이 한적하다.
이곳 바닷물이 흙빛을 띈 것을 보면 비가 무척 많이 내렸던듯 하다.





오후 3시42분
방파제에 나가 서서 시원한 바닷 바람을 한껏 들이킨다.
뭉게 구름이 두둥실 떠 다니는 비교적 깨끗한 항구 도시 마산을 다시 한 번 바라보며
행복했던 휴일 하루 일정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