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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꽃으로 붉게 물든 여수 진례산(영취산)



 

2012년 4월14일 토요일 오전 9시58분
전남 여수시 북단의 광양만에 인접한 호랑산을 거쳐
국내 최고의 진달래 명산인 진례산(영취산) 산행을 위해 여수시 만덕동에서 산행 준비를 한다.
여도중학교가 가까이 있는 이곳 만덕고개의 대략적인 해발고도는 140m 정도이다.
멀리 우측 끝으로 큰 암반으로 이루어진 호랑산 정상부가 자그맣게 보인다.
저곳까지의 거리는 대략 1.8km 정도이다.





오전 10시9분
산행을 시작한지 10여분이 경과하자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나마 분홍빛 진달래 꽃이 더위에 지친 몸의 피로를 씻어준다.
먹을 수 없는 철쭉과 달리 참꽃이라 부르기도 하는 진달래는 먹어도 되는 꽃이다.
꽃잎 하나를 따서 입 안에 넣고 가볍게 씹어도 본다.





오전 10시22분
해발고도 300m를 넘어서며 나뭇가지 사이로 호랑산 정상부가 눈에 들어온다.
2년 전 3월하순 진달래를 보기 위해 진례산을 찾았으나 꽃봉오리만 보고 돌아간 실망감을 기억하기에
진달래 꽃이 거의 없는 이곳 호랑산의 만발한 진달래를 접하는 마음 속에는 조금씩 흥분을 느낀다.
아마도 호랑산을 거쳐 진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는
분홍빛 진달래 꽃에 파묻혀 꿈길을 걷게 되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오전 10시38분
호랑산(虎狼山) 정상 바로 아래에 도착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한 숨 돌린다.
자세한 명칭 유래는 알 수 없으나 통일신라시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를 구하고자 무예를 연마했던 화랑들의 훈련 장소였기 때문에 화랑산(花郞山)이라 하였고,
후에 호랑산으로 개칭된 것으로 추측된다는 얘기는 들은바 있다.





어제까지 꽃샘추위에 시달리는 우리 몸은 오늘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에 적응이 힘들다.
비교적 경사가 급한 오르막 산길을 오르느라 지친 몸을 활짝 웃는 분홍 빛 진달래가
포근히 감싸 준다.





큰 암반으로 이루어진 호랑산 정상에는 정상석이 세워졌던 흔적만 있다.
해발고도도 명확치 않다.470m로 기록된 문헌이 있는가 하면 482m로 기록된 것도 있다.
중생대 백악기 화성암인 중성화산암류로 이루어졌다는 호랑산 정상을 떠나
진례산이 자리한 북동쪽 방향으로 계속 발걸음을 옮긴다.





오전 10시48분
호랑산을 떠나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진행방향으로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진다.
영취봉,시루봉 등을 거쳐 멀리 가장 높이 솟은 봉우리가 진례산(영취산) 최고봉인
해발 510m 높이의 진례봉이다.
이곳에서 진례봉까지의 거리는 대략 5km남짓. 오르막과 내리막이 여러번 이어지는 산길 5km.
저곳까지 언제 가나?





오전 11시9분
해발고도 470m 이상 높이까지 올랐던 산길은 다시 급경사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해발고도 200m 이하로 고도가 떨어진 후 완만한 숲길에서 한 숨 돌리며 길가의 예쁜 꽃을 만난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시베리아 등지에 널리 분포하는 야생화인 제비꽃이다.

유럽에서는 아테네를 상징하는 꽃이었으며 로마시대에는 장미와 더불어 흔히 심었다.
그리스도교 시대에는 장미·백합과 함께 성모께 바치게 되었는데
장미는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백합은 위엄을 나타내며
제비꽃은 성실과 겸손을 나타낸다고 하였다.





오전 11시20분
30분 이상 이어지던 하산길은 해발고도 150여m 지점에서 끝이나고,
진례산으로 향하는 산행로는 도로를 건너 다시 시작된다.
해발고도가 400~500m 정도의 낮은 산이라고 가볍게 보았던 마음 속에 큰 부담을 느끼는 순간이다.
호랑산과 진례산이 별개의 산임을 미리 알고 온 일부 산행 경험자들만이 동요가 없다.





오전 11시35분
호랑산과 큰크리트 도로를 사이에 두고 진례산 산행로가 시작되는 지점은 절고개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다시 오르막 산길을 이어가던 중, 1시간 반 이상 걸어온 덕분에 다리에 조금씩 피로감이 밀려올 즈음
따뜻한 봄볕 아래에서 달콤한 일광욕을 즐기는 이처럼 하얗고 예쁜 꽃을 만난다.
들별꽃이라고도 불리는 이 꽃의 이름은 '개별꽃'이다.

'개'라는 접두어는 ‘야생’, ‘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꽃 모양이 하늘의 별을 닮았다고 해서 별꽃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잎과 줄기는 위장병, 치질 등에 효과가 있는 이 개별꽃은
꽃이 닫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제꽃가루받이를 하기 위해서라 한다.
제꽃가루받이는 유전적 다양성은 없으나 곤충에 의해 가루받이가 되지 않은 경우
후손을 남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낮 12시9분
해발고도 439m 인 영취봉에 도착했다.
이정표에는 '영취산 정상'이라 표시되어 있다.
예전에는 이곳을 영취산이라 부르고, 얼마전까지 흔히들 영취산 정상이라 부르던
해발고도 510m 인 봉우리를 진례산이라고 불렀었던 기록이 있다.

공식적으로는 국립지리원에서 2003년 5월17일자로 산의 영칭이 변경됐음을 고시(제 2003-201호)하고
( 영취산 명칭에서 => 진례산으로), 차후 지형도 등 공식 자료를 점차 수정키로 했다 한다.





수많은 돌탑이 만들어져 있는 영취봉 부근 능선에서 남쪽으로 펼쳐진 마을은
여수시 오천동 부근인듯 하다.
마을 너머로 보이는 산봉우리들은 아마도 봉화산,천성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인듯 하다.





 

낮 12시58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진달래 꽃 그늘 아래서 일행들과 둘러 앉아 점심과 휴식을 마친 후
다시 북동쪽 방향으로 산행길을 이어간다.
영취봉을 지나면서부터 진달래 꽃나무 군락의 밀도가 높아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최고봉인 진례봉 정상부가 어렴풋이 보인다.





진례봉 정상부를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우리 일행들 외에는 거의 인적이 없던 지금까지의 산행길과 달리 수많은 인파로 붐빈다.
아마도 진례봉 바로 아래 봉우재까지 차량 통행이 가능한 임도가 연결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진례봉을 지나 우리가 하산을 위해 지나야 할 능선길도
수많은 산행객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옛 문헌에 의하면 진례산에는 봉수대가 있었으며,
남쪽으로는 돌산 봉수대, 북쪽으로는 묘도 봉수대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한다.
봉수는 변방 국경의 긴급한 상황을 중앙 또는 변경의 기지에 알리는 군사상 목적으로 설치된 통신 수단이다.
적이 침입했을 때 현지에서 직접 전투를 담당한 군사적 고지(高地)이기도 하다.
현재 봉수터는 훼손되어 남아 있지 않지만 지형적으로 보아 충분히 봉수대를 설치할만한 위치로 여겨 진다.





오후 1시1분
잠시 후 해발고도 400m 에 채 못미친 지점에서 비교적 넓은 분지가 나타나며
사람 키 정도의 진달래 꽃 군락지 속으로 들어선다.
순간 온몸으로 전율을 느낀다. 내 몸이 분홍빛 꽃 속에 묻혔기 때문이다.





앞쪽 진행 방향으로 보이는 바위 봉우리인 시루봉까지 이어지는 너른 평원이 온통 진달래밭이다.
멋진 풍경에 걸음을 멈추고 심호흡을 한다.





조금 전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본다.
등산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달래꽃으로 뒤덮인 모습이다.
오래 전부터 매년 이맘 때면 이곳 진례산만이 아니라 마산 무학산, 대구 비슬산 등
진달래 명산을 찾아 다니면서도 이처럼 만개한 시기를 맞춰 산행을 한 기억이 거의 없기에
마음속으로 느끼는 희열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오후 1시14분
한동안 분홍빛 꽃밭에서 넋을 놓고 멈춘 동안은 시간의 흐름을 잊은 순간이었다.
덕분에 3시간여 전부터 시작한 산행의 피로가 깨끗이 씻겨 나간듯하다.
잃었던 정신을 수습하여 눈 앞에 보이는 멋들어진 자태의 바위 봉우리인 시루봉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시루봉을 오르며 조금 전 10여 분동안 머물렀던 천상의 화원인 진달래밭을 뒤돌아본다.
사람의 마음은 모두 비슷함을 느낀다.
주말을 맞아 진례산을 찾은 산행객들 모두 저곳 진달래 화원에서는 걸음을 멈추고 행복감을 느낀다.





해발 고도 418m인 시루봉 정상 표지는 알미늄으로 만들어져 있다.
우리나라 산에는 유난히 시루봉이란 이름을 가진 봉우리가 많다.
아마도 오래 전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에는 떡을 쪄 내는 시루가
가장 바라는 대상물이 아니었나 싶다.





시루봉에서 조금 전 지나온 진달래 능선을 뒤돌아 본다.
영취봉에서부터 길게 이어지는 능선 양쪽이 온통 분홍빛 진달래 꽃으로 뒤덮여 있다.
따뜻한 봄 햇살을 받은 분홍빛 진달래 꽃의 빛깔이 한 달 여 후면 우리나라 여러곳의
산줄기를 붉게 물들이게될 철쭉꽃보다 차라리 더 붉게 빛난다.





오후 1시26분
시루봉을 떠나 진례봉 바로 아래 지점인 봉우재를 향해 다시 급경사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자그마한 바위 봉우리인 시루봉을 오르고, 또 내리는 엄청난 수의 산행객들로 인해
극심한 정체를 빚는다.
산행 경험이 별로 없는 이들은 이처럼 많은 인파에 대해 비난을 일삼기도 한다.
하지만 진달래 꽃은 개화기간이 일주일 내지 열흘 정도로 짧기 때문에 일시에 인파가 몰리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
또한 이처럼 사람끼리 부대끼며 사는 것도 우리 삶의 한 부분이라고 여기면 그 또한 하나의 사는 재미가 아닐까?





시루봉을 떠나 봉우재로 내려가며 뒤돌아본 능선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마치 진녹색 캔버스에 분홍 물감을 풀어놓은 듯 보인다.
강렬한 색채와 격렬한 필치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렸던 인상파 화가 고흐의 그림보다
더 강렬한 원색의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진달래 꽃밭에는 수많은 벌들이 부지런히 오간다.
자세히 살펴 보면 꿀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말벌도 간혹 눈에 띈다. 조심스레 멀리 피해 지나간다.





진례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봉우재를 거쳐 가야한다.
봉우재로 이어지는 급경사 내리막길은 안전을 위해 일부 구간에 목재 데크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인파를 헤치고 조심스레 아래로 내려 간다.





마침 활짝 핀 벚꽃과 분홍 진달래가 어우러진 멋진 경치에 혹해 걸음을 멈춘 상춘객들로 인해
비교적 넓은 공터인 봉우재는 걸음을 옮기기도 힘들 정도로 붐비는 구간이다.





서쪽 방향으로는 흥국사, 동쪽 방향으로는 상암동으로 나뉘는 네갈래 길 교차로인
봉우재는 매년 이맘 때면 산행객만이 아닌 수많은 일반 상춘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상암동 쪽에서 이곳까지는 임도를 따라 차량으로 이곳까지 올 수 있기에
노약자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듯 하다.





오후 1시49분
해발고도 300m 정도 지점인 봉우재까지 내려왔던 산행로는 다시 급경사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3시간 이상 오르막길과 내리막 길을 여러번 이어온 발걸음이 이 시점에서는 무척 무겁게 느껴진다.
더구나 폐침목을 이용해 만들어 놓은 계단길을 오르는 것이 무척 힘들다.
그나마 길 양편으로 활짝 핀 흰 벚꽃이 피로감을 조금 덜어준다.





오후 2시7분
해발고도 450m 정도 지점의 목재 데크로 안전시설을 한 전망대에서
지나온 뒷쪽을 조망한다.
눈 아래 봉우재에서부터 멀리 시루봉,영취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진달래꽃으로 붉게 물들어 있다.





조금 전 잠시 머물렀던 봉우재 주변의 인파도 여전히 북적인다.
40여명의 우리 일행 중 산행 경험이 적은 10여명의 인원이 최고봉인 진례봉 오르기를 포기하고
우회도로를 따라 중간에 하산한 때문에 이 멋진 풍경을 보지 못함이 조금 안타깝다.





남서쪽 멀리로 눈을 돌리면 흥국사 경내가 눈에 들어온다.
고려 말 보조국사 지눌(知訥, 1158~1210)이 창건했다고 알려진 흥국사에는
옛날부터 ‘나라가 흥(興)하면 절도 흥하고 이 절이 흥하면 나라도 흥할 것이다’라는 말이 전해 오는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동안 의승군의 주둔지와 승병 훈련소로서
호남 지방 의병·승병 항쟁의 중심 역할을 한 곳이다.





오후 2시14분
이곳 진례산 최고봉인 해발 510m 진례봉에 도착한다.
오르내리는 인파는 물론 나뭇가지에 걸린 산악회 시그널만 보아도
얼마나 많은 산행객이 이곳을 찾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2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는 자그마한 정상석이 있었던 이곳에 이제는 큰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기념 사진을 찍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어 멀리서 망원렌즈로 정상석 글씨를 잡아 본다.
'영취산 진례봉'이라 새겨 놓았다.

2003년부터 공식 명칭을 '진례산'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는 '국립지리원'과
지방지치단체간의 엇박자를 어떻게 해석함이 좋을지?





넓은 공터로 이루어진 진례봉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눈 아래 GS칼텍스 여수 공장이 보이고 그 너머 바다인 광양만에 떠 있듯 자리한 작은 섬 '묘도'를 잇는
큰 다리 2개가 눈에 들어온다.





앞에 보이는 다리를 망원렌즈로 당겨본다.
여수시 월내동과 묘도동을 잇는 길이 1,411m, 폭 25.9m 인 '묘도대교'의 모습이다.

'묘도(猫島)' 는 광양만의 중앙에 자리잡은 섬으로 그 형태가 고양이처럼 생겼다 하여
'괴(猫 고양이 묘)섬'이라 불리기도 했다 한다.





묘도 너머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또 다른 다리를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총 길이 2,260m, 폭 25.7m 인 '이순신대교'의 모습이다.
여수시 묘도동과 광양시 금호동을 연결하는 저 다리는 얼마 후 개최될 여수 엑스포를 위해
조만간 임시 개통 예정이라한다.

중앙 경간 거리(주각 간 거리)가 1,545m로 현재까지 완성된 현수교로서는 국내에서 가장 길며,
주각 간 거리 1,545m는 충무공 이순신 탄생해인 1,545년을 의미한다는 얘기다.
또한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270m인 콘크리트 주탑은 H자형으로 개방감이 우수하고,
대교 하부로 1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통항이 가능하다.
특기할만한 사항은 이순신대교는 100% 국내기술로 시공되는 최초의 현수교로
이순신대교가 최종 완공되면 세계 6번째로 현수교 기술 완전 자립국이 된다고 한다.





오후 2시27분
진례봉을 떠나 북쪽으로 이어지는 하산길의 진달래는 더 붉게 보인다.
서쪽으로 조금 기울어진 햇빛을 받아 분홍빛 꽃이 그 빛을 더욱 진하게 발하기 때문인듯 하다.
눈 앞의 계단을 만들어 놓은 바위 봉우리의 이름은 '개구리바위'이다.
시루봉에서 바라보면 개구리를 닮았다는데... 안목 부족한 내 눈을 탓해 본다.





개구리바위에 올라 뒷쪽인 진례봉 쪽을 조망한다.
마치 활할 불타오르듯 붉은 기를 발산하는 능선의 모습을 각막에 깊이 각인한다.
잠시 후 이곳을 벗어나면 1년 후에나 저 장관을 접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후 2시46분
진달래 화원의 색깔이 짙어질수록 그에 비례해 발걸음은 점점 더디어진다.
개구리바위에서 가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도 점점이 분홍 물감을 흩뿌려 놓은듯하다.
아무리 뛰어난 화가일지언정 저와같은 자연의 빼어난 솜씨를 따르지는 못하리라.





나아가는 방향인 앞쪽 경치만이 환상적인 것이 아니다.
뒤돌아보면 조금 전 지나온 개구리바위와 그 너머로 진례봉까지 이어지는 진달래 능선이
마치 분홍빛 카페트를 깔아 놓은듯 하다.
유명 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 톱스타들만 이른바 '레드 카펫'을 밟으며 지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우리같은 서민들도 자연이 빚어낸 레드 카펫을 밟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이다.





오후 2시55분
해발 460m 가마봉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진례봉 쪽을 조망한다.
이제 몇 발짝만 내려 서면 진례봉까지 이어지는 저 환상적인 진달래 능선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진한 아쉬움을 느낀다.





비록 지나온 진달래 능선을 더 이상 볼 수는 없지만
하산 지점인 예비군교육장으로 향하는 길은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푸른 바다색과 짙은 분홍빛 진달래 빛깔의 어울림은 또 다른 색채 예술의 멋을 보여준다.

평소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공장 시설물도 멋진 수채화의 중요한 부분이 된다.
눈 아래 보이는 곳은 GS칼텍스 여수공장의 시설물들이다.
이곳의 석유 정제 시설은 하루 84만 배럴로 세계 4위 수준이라 한다.





오후 3시8분
해발고도 400m 지점인 성낙골 헬기장에서 또다시 한동안 걸음을 떼지 못한다.
이제 산행이 끝나는 예비군교육장까지 남은 거리가 800m 라는 이정표를 본 후에는 더 큰 미련이 남는다.
주위에서 카메라 셧터 누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가 하산하는 방향의 오른쪽인 동쪽 능선으로 진달래 화원이 드넓게 펼쳐진다.
2.2km 아래 골명재에서 진례봉으로 오르는 길은 유난히 진달래 꽃이 밀생한 지역이다.





5시간 이상 진달래 꽃에 묻혀 산행을 했으면서도
지금 골명재에서 오르는 저 산행객들을 바라보니 부러운 마음이 샘솟는다.
오늘 내가 느낀 행복감만큼, 아니 그 이상의 행복감을 저들이 느끼기를 바라며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오후 3시39분
5시간 30분여에 걸친 산행을 끝내고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도로변에 도착했다.
예비군교육장 너머로 진례산 주능선의 분홍빛 화원이 선연히 빛난다.
비록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천상의 화원에서 보낸 주말 하루의 행복감을 간직한채 귀가 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