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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야생화 산행

2011년 6월4일 토요일 오전 9시13분
아침 6시에 경부고속도로 대전IC를 출발한 차량이 도착한
주차장에서 내려 오르막 경사를 오르기를 5분여
소백산국립공원 삼가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북향한 산행로를 향한다.
이곳에서 소백산 최고봉인 해발 1,439m 비로봉까지는
5.7km의 거리이며 해발고도로 1,000m 이상을 올라야 한다.

행정구역상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인 이곳은
소백산 주능선의 남쪽 자락이다.
해발고도는 400m를 조금 넘는듯 하다.

이마에 땀이 솟아 나기 시작할 무렵
산행로 옆 물가에 핀 하얗고 예쁜 꽃을 만난다.
이 꽃은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찔레꽃이다.
산기슭이나 볕이 잘 드는 냇가, 골짜기에서 주로 서식하는
장미과의 낙엽활엽관목인 찔레꽃은
꽃말이 "고독"이어서인지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대중가요에 종종 등장하는 꽃이다.

오전 9시27분
진행 방향 좌측으로는 맑고 깨끗한 물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흐른다.
이 물이 흘러 내리는 골짜기 이름은 달밭골이다.

물가에는 이처럼 깨끗하고 소박해 보이는 나무도 싱싱하게 자란다.
산기슭이나 골짜기에서 자생하는
우리나라가 원산인 야생화의 일종으로 이름은 "고추나무"이다.
나무잎이 고추잎을 닮았대서 붙은 이름인데,
사진의 이 모습은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봉오리 상태의 모습이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
목재는 주로 나무못을 만드는데 쓰며,
열매는 마른 기침에 달여 먹으면 좋다고 한다.

오전 9시42분
해발고도 600m 남짓한 지점에 자리한 비로사에 잠깐 들린다.
서기 680년(신라 문무왕 20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자는
자그마한 사찰인데,
등산로 변에 지나치게 튀어 보이는 산골경치와 어울리지 않는
우스꽝스러운 일주문이 덩그러니 세워진데다
경내의 주불전인 "적광전"은 온통 건축용 '비계'를 설치한 상태로 공사가 한창이다.

서민경제가 어려운 시절에 교회,사찰 등 종교시설들이
돈 쓰는걸 보면 구역질이 나는게 내 성질인지라 재빨리 걸음을 돌려 버린다.

오전 9시48분
비로봉까지 남은 거리 3.7km 지점에서 유난히 화려한 꽃을 만난다.
앞으로 2시간 남짓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할 고생길을 위로하기 위함인가?
꽃봉오리가 붓 모양을 닮아서 얻은 이름인 붓꽃 종류임은 분명한데
"노란붓꽃"인지? "금붓꽃"인지? 아니면 다른 이름이 있는지는
나의 얕은 지식으로는 역부족이다. 아무튼 예쁜 것만은 분명하다.

6월초의 소백산은 말 그대로 야생화 천국이다.
이 꽃은 우리나라 전역의 산속 그늘진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화인 "광대수염"이다.
매년 여름 강원도 태백의 함백산이나 대덕산에서 분홍 또는 자주빛의
광대수염을 만나다 흰 꽃을 만나니 생소한 느낌이다.
꽃이 피는 잎자루와 줄기의 겨드랑이 사이에 긴 수염처럼 생긴 돌기가 나는데
마치 광대의 수염을 닮았다해서 붙은 이름이다.

오전 9시59분
비로봉까지 3.4km를 남긴 지점.
초암사로 향하는 길과 비로봉으로 향하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지점 달밭재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우리가 익히 아는 일반적인 붓꽃 앞에서 잠시 예쁜 얼굴을 바라 본다.

오전 10시4분
달밭골을 지난다.
해발고도 700m에 조금 못 미치는 이곳은
옛날 신라시대 때 화랑들이 훈련하였던 훈련장이라는 말도 있고,
또는 신라 마의태자가 전국을 떠돌며 국가의 재건을 도모하던 중
뜻을 같이하던 사람들이 모여 군사훈련을 하였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예전에는 이곳에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살았던 것 같다.

달밭골을 지나면서 잠시 잣나무숲길이 이어지고
연이어 본격적인 깊은 산길이 시작된다.

오전 10시13분
해발 고도 700m를 넘어서면서
울창한 숲으로 접어들며 오르막 경사가 심해진다.
급경사 오르막길에는 이처럼 산행객들의 안전을 위해
작은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오전 10시37분
비로봉까지 2.2km정도 남긴 지점.
해발고도 900m정도 지점에 밑둥만 남은 큰 고목이 하나있다.
이곳 공터에서 잠시 한숨 돌리며 1시간 반 가량 계속 걸어온 다리의 피로를 조금 풀어준다.

오전 10시54분
비로봉까지 1.9km를 남긴 해발고도 1,000m 지점
'비로사구갈림길'을 지나며 갑자기 짙은 안개가 숲속으로 스며든다.
급작스런 안개의 엄습에 사방이 조용해진 느낌과 함께
오싹한 느낌마저 들기 시작한다.

오전 10시58분
좁은 산행로 옆으로 이와같은 깜찍한 모습의
야생화인 "벌깨덩굴"이 군락을 이루며 연이어 나타난다.
이 '벌깨덩굴'은 비로봉과 국망봉을 거쳐 하산하는 7시간여의 산행구간에서
끊임없이 눈에 띌 정도로 소백산 일대에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잎 모양이 깻잎을 닮았다해서 이름을 얻은 이 야생화는
꽃이 피는 방향이 모두 같은 방향인 것이 특징이며
마치 잎을 벌리고 혀를 내민듯한 이꽃은 높은 산지에서 잘 자라며
해발고도 1,500m이상에서도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짙어가는 안개로 인해 꽃잎이나 꽃봉오리 끝에 물방을이 맺히기 시작하는
둥글레도 군락을 이룬다.
우리나라가 원산인 이 약용식물은
한방에서는 뿌리줄기를 번갈·당뇨병·심장쇠약 등의 치료에 사용하며
최근 들어 각광받는 '둥글레차'는 둥글레 뿌리를 말려 물에 넣고 끓이는 것이다.

오전 11시4분
비로봉까지 1.2km를 남겨둔 지점의 이정표에는
해발고도 1,150m라는 글과 '양반바위'라는 글이 보인다.
그러나, 몇 미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어진 안개 때문에
양반바위를 사진으로 담을 수 없어 아쉽다.

오전 11시9분
해발고도 1,200m를 넘어서면서
아직 꽃이 지지 않은 철쭉꽃이 화사한 분홍빛을 뽐내기 시작한다.
지난 5월 다녀온바 있는 합천 황매산,지리산 바래봉의 철쭉에 비해
이곳 소백산의 철쭉은 유난히 색깔이 연한 분홍빛이다.

일찍 피었던 철쭉꽃들은 이미 나무에서 떨어져 바닥을 뒤덮고 있다.
마치 이른 봄철 동백섬 지심도에서 만난 동백꽃 숲을 걷는 느낌이 든다.
지난 봄 선홍빛 동백꽃이 봉오리째 떨어져 온통 바닥을 붉게 물들여
마치 붉은 카펫 위를 걷던 그 느낌을 되새겨 본다.

오전 11시37분
이제 해발고도는 1,200m를 훌쪽 넘어 1,300m에 육박한다.
비로봉까지는 대략 500m남짓 남았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아직 지지 않고 남은 철쭉꽃이 가지에 더욱 무성하게 붙어 있다.
안개는 점점 심해진다.
숲속에서는 마치 비가 내릴 때처럼 '후두둑!'거리는 물 떨어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안개가 얼마나 짙게 끼었는지는 이 사진 한 장으로 알 수 있다.
이제 막 솟아 오른 어린 새순들이 짙은 안개로 인한 수증기가 모인 물방울의 무게를 못 이기고
힘없이 몸을 늘어뜨린채 물방울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기에 안간힘을 쓴다.

연분홍 빛 철쭉꽃도 수증기를 머금은 후
물방울을 만들어 땅으로 쏱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숲속에서 들리는 소리는 소나기가 내릴 때의 빗소리와 흡사하다.

오전 11시52분
3시간 가까이 산길을 오르느라 흘린 땀과
짙은 안개에서 내뿜는 수증기가 온몸을 휘감아돈다.
숨가쁜 가슴, 피곤한 다리.. 산행객들 대부분이 큰 고통을 겪는 시점이다.
그나마 물기를 머금은 예쁜 철쭉꽃이 조금은 위안을 준다.

낮 12시2분
비로봉까지는 마지막 200여개의 계단만 남겨둔 지점에
오래 전 세상을 떠난 한 산악인의 추모비가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이 못본 채 지나친다.

지난 1985년 겨울 주왕산 제3폭포 빙벽 등반 중 사망한 이곳 풍기출신의
1957년생 산악인을 추모하기 위한 추모비이다.
이곳 소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이었기에
이곳에 추모비를 세울 수 있었을게다.
고인의 명복을 빈 후 걸음을 이어간다.

낮 12시5분
철쭉 군락 사이를 따라 만들어진 나무계단을 올라 비로봉으로 향한다.
3시간여의 산행으로 지친 산행객들의 발걸음이 무척 더디다.
짙은 안개속에서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는
주위 산행객들의 숨가쁘고 거친 숨소리 뿐이다.

계단을 거의다 올라선 후 뒤돌아 본다.
온통 짙은 안개가 뒤덮고 있다.
이곳에서의 멋진 조망을 기대하고 왔건만 안개가 방해를 함이 아쉬울 뿐이다.

낮 12시11분
소백산 최고봉인 비로봉 정상석 앞에는 소백산철쭉제 기간을 맞아
이곳을 찾은 수많은 산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해발 1,439.5m 인 이곳 비로봉 정상부는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의 경계를 이룬다.
이 정상석은 경상북도에서 만든 것이며
이 정상석 뒤편에 사람 허리 높이 정도로 희미하게 보이는 또 다른 정상석은
충청북도에서 만든 것이다.

이 사진은 지난 해인 2010년 5월29일 오후 2시26분에 찍은
충청북도에서 만든 정상석의 모습이다.

정상석 앞에 잠시 산행객이 없는 틈을 타 나 자신의 사진을 한 장 찍는다.
우리나라 명산에는 최고봉이 비로봉인 경우가 많다.
금강산 毘盧峰: 1,639m , 치악산 飛蘆峰: 1,288m
묘향산 毘盧峰: 1,909m , 오대산 毘盧峰: 1,563m
속리산 毘盧峰: 1,057m 등..

'비로'는 불교에서 '높다'는 뜻으로 쓰인다.
'비로(毘盧)자나'는 모든 곳에 두루 비치는 부처의 몸의 빛을 뜻한다.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은 법신불을 뜻하며 '비로(毘盧)전'은 비로자니불을 모신 법당을 말한다.
비로봉은 그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 즉 최고봉을 가리키는 말로 전용되어
아예 그 봉우리의 고유명사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몇 미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짙은 안개로 인해
정상에 올라섰지만 주위의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아쉬움으로
수많은 산행객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 사진은 지난해 5월29일 죽령에서부터 연화봉을 거쳐
이곳 비로봉으로 산행을 하며 보았던 멋진 경치 중 하나이다.
사진 중앙부의 아름다운 건물은 국립천문대 건물이다.

낮 12시20분
안개로 인해 비로봉에서 바라보는 멋진 풍경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3.1km 거리의 국망봉을 향해 산행길을 이어간다.
3시간여 전 산행 시작지점에서 비로봉까지 걸어온 5.5km 거리의
두 배 정도를 앞으로 더 걸어야한다.
짙은 안개가 끼어 있지만 비로봉에 몰아치는 세찬 바람이
안개를 몰아내어 주기를 기대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낮 12시47분
비로봉을 떠나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산행로는
해발고도 1,300m에서 1,400m대를 오르내리는 동향의 능선길이다.
비로봉을 떠나 0.9km를 걸어온 지점. 국망봉까지 2.2km를 남긴 지점에서부터
안개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한다.
연분홍 철쭉이 터널을 이루는 아름다운 길을 편한 마음으로 걷는다.

철쭉 군락이 잠시 끊어지는 곳에서는 각종의 아름다운 야생화가 나를 반긴다.
흰 색깔이 탐스러운 '눈개승마'가 군락을 이룬 곳을 지난다.
우리나라 원산인 이 야생화는 높은 산에서 자란다.
그래서인지 다른 말로 '눈산승마'라고도 한다.
이 눈개승마는 인삼에 많이 함유된 사포닌과 단백질이 풍부한 고급 산나물로
최근 상업적으로 인공 재배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백합과의 약용식물인 '삿갓나물'도 거대한 군락을 이룬다.
높은 산의 숲속에서 자라는 이 삿갓나물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한방에서는 뿌리줄기를 조휴(蚤休)라는 약재로 쓰는데,
천식·종기·만성기관지염에 효과가 있고 외상 출혈과 어혈성 통증에 사용한다.

백합과의 약용식물인 "연령초(延齡草)"도 자주 눈에 띈다.
연령초(延齡草)라는 말의 뜻은 ‘수명을 연장한다’이다.
뿌리줄기를 말려서 연령초근이라 하며, 위장약·수렴제·자극·통경 및 거담제로 사용 한다.
이 연령초는 최근 '방사선세포유전학'에도 이용된다고 들은바 있다.

오후1시45분
비로봉에서 2.6km를 지나온 지점.
국망봉까지 500m정도 남겨둔 지점에서 안개는 거의 걷혔다.
동쪽 멀리 철쭉 꽃 너머로 국망봉의 모습이 조그맣게 보인다.

급한 마음에 국망봉 정상부를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멋진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국망봉 정상을 이루는 암반위에 올라선 산행객들의 모습에 보인다.
그들이 부러워지며 불현듯 마음이 조급해진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진다.

소백산 최고봉인 비로봉까지 오르는 산행로 및 비로봉 주위는
수많은 산행객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었지만 대부분 이곳 국망봉까지 이어지는
긴 산행을 하지 못하고 비로봉에서 바로 하산을 한다.
덕분에 비로봉에서부터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산행길은 여유로움 속에서
멋진 조망을 즐기는 행복을 누린다.

오후 1시56분
국망봉을 코 앞에 둔 지점에서 안개는 모두 걷히고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여유롭게 떠 다니는 환상적이 풍경이 연출된다.
가슴이 탁 트이는듯 시원해진다.

오후 1시59분
해발고도 1,420.8m 인 국망봉 정상석 앞에서 잠시 멈춘다.
조선 선조(宣祖) 때 수철장(水鐵匠) 배순(裴純)이 왕이 승하하자
이곳에 올라와서 왕성을 바라보며 3년 동안 통곡하였다 하여
이 산을 국망봉이라고 이름지었다고 전해진다.

앞으로 걸아가야 할 북동쪽 방향으로 눈길을 돌려 본다.
2.1km 떨어진 늦은맥이재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철쭉 능선 중간에 상월봉이 보인다.
마치 가을 하늘을 연상시키듯한 파란 하늘 아래 시원한 바람이 코 끝을 스친다.

상월봉 정상 주위를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정상 아래 능선에 생뚱맞게 서 있는 큰 바위 하나가 보인다.
이름은 주먹바위이다. 아마도 소백산 산신령을 지키는 경호원의 주먹인지도 모르겠다.

오후 2시5분
국망봉을 떠나 산행길을 이어간다.
파란 하늘 아래 분홍빛으로 곱게 핀 철쭉 꽃 사이로 지나는
아름답고 편안한 능선길이다.
5시간 이어온 산행길이지만 피곤함을 잊게 한다.

바로 앞에서 바라보는 주먹바위는
바위로 보이기보다는 내 눈에는 거대한 괴물의 얼굴쯤으로 여겨진다.

오후 2시12분
상월봉 정상 부근에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본다.
철쭉 평원 너머로 바위로 이루어진 국망봉 정상부가 조그맣게 보인다.
그 좌측으로는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마치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상월봉을 지나 늦은맥이재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붉고 작은 예쁜 꽃 군락을 만난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원산지인 "큰앵초"라는 이름의 이 야생화는 깊은 산 속이나 습지에서 자생한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으며,
한방에서는 뿌리를 앵초근(櫻草根)이라는 약재로 쓰는데, 해수·가래·천식에 효과가 있다.

오후 2시46분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율전으로 향하는 어의곡계곡으로 이어지는
늦은맥이재에서 잠시 한숨을 돌리며 오늘 산행 중 처음 만나는 꽃을 살핀다.
우리나라 원산의 야생화인 이 줄딸기는
7~8월에 붉게 익으면 산행 중 맛있는 간식꺼리가 되기도 한다.

오전에 산행 시작한 지점에서 11km 정도를 걸었으며
아직 5km정도를 더 걸어야 오늘 산행이 끝난다.
이곳의 해발고도는 1,272m이다. 어의곡계곡을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오후 2시58분
해발고도 1,000m 지점에서 또 다른 꽃을 만난다.
이곳 소백산의 좋은 점은 한 여름 산행시 해발 1,000m 정도의 높은 지역에서도
깨끗하고 맑은 물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일게다.
목이 마르면 그냥 엎드려 흐르는 물을 맘껏 마실 수 있으니,

아마도 깊은 산 음지의 부식토에서 자생하는 이 '감자난초(감자란)'를 만난 것도
물이 많은 산이어서일게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캄차카 반도, 남쿠릴, 사할린, 우수리 등지에 분포하는
이 꽃은 땅속에 있는 뿌리줄기(위인경)가 감자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인데,
꽃이 피면서 잎이 누렇게 변하고 여름에 새눈을 틔우고 월동하는 특징이 있다.
이제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주차장까지는 4km남짓 남았다.

오후 3시14분
해발 860m 를 알려주는 표지판 주위에서 잠시 피곤한 발에 휴식을 준다.
자그마한 공터의 작은 돌이 거의 모두 녹색 이끼로 덮여 있는곳.
그래서인지 산지의 나무 그늘에서 잘 자라는 '관중'이 군락을 이룬다.

야생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고사리인줄 알지만 '고사리목'에 속할뿐 고사리는 아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사할린·쿠릴열도·중국 동북부 등지에 분포하는 이 '관중'은
어린잎을 식용함은 물론 한방에서는 뿌리줄기를 약재로 쓰는데,
기생충을 제거하고 해열·해독 작용이 있으며 지혈 효과도 있다 한다.
양방에서는 성분을 추출하여 면마정(綿馬精) 등의 약품을 만들기도 한다.

다시 하산길을 이어가는 중 이번에는 이처럼 앙증맞은 노란꽃 군락을 만난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며 산지의 습한 곳에서 자생하는 이 야생화의 이름은 '산괴불주머니'이다.

'괴불주머니'란 옛날 부녀자나 어린이들이 주머니끈 끝에 차고 다니던 일종의 노리개였다.
오색의 비단 헝겊을 이용하여 여러 모양의 수를 놓아 만들었는데,
예전 부잣집 사람들은 삼재(三災)를 막기 위해 몸 속에 보석을 간직하고 다녔었다.
그러나 돈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보석 대신 헝겊 조각에 예쁜 수를 놓아 간직했던 것이다.
여기서 '괴불'이란 오래된 연(蓮)뿌리에 서식하는 열매의 이름인데,
벽사(辟邪: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를 뜻한다 한다.

오후 3시23분
해발고도 780m 표지목이 세워진 물가에서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한다.
6시간 반 가까이 걸어온 발의 피로를 풀기 위해 뼛속까지 시려오는
물 속에 잠시 발을 담근다.
배낭에 남은 생수 대신 작은 폭포를 이루며 흐르는 시원한 물로 목도 축인다.
1/10 초의 노출로 흐르는 물줄기를 카메라에 담은 후 다시 하산길을 이어 간다.

오후 3시34분
해발고도 700m 지점을 지나며 한동안 낙엽송, 전나무 등
하늘로 쭉쭉 뻗은 키 큰 나무숲을 지난다.
온 몸으로 피톤치드를 흡수하며 조금은 느린 걸음으로 하산길을 이어 간다.

오후 3시41분
이제 산행 종점까지는 2km가 남았다.
늦은맥이재에서 하산하는 길은 어의곡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이다.
그러다보니 산행로는 거의 개울가의 돌로 뒤덮였다.
작은 돌을 조심스레 밟으며 내려 오는 길이라 발바닥과 발목에 가해지는
부담이 무척 큰 곳이다. 산행 초보자의 경우 발목을 다치기 쉽다.
나 자신도 조금이라도 발목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이와같은 맑은 물을 만나면
엎드려 물 한모급을 마시며 잠시 쉬곤하며 하산길을 이어간다.

오후 4시
이제 해발고도가 500m 이하로 떨어졌다.
종점까지 남은 거리는 이제 대략 1km정도.
탐스럽게 핀 이꽃은 '할미밀망'이란 특이한 이름을 가졌다.
'할미질빵' , '셋꽃으아리'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어린 잎을 식용하는 이 야생화는
강원도 가리왕산, 경상북도 황장산 등에 많이 분포하는 한국 특산종이다.

오후 4시10분
이제 이 개울을 건너면 산길은 끝이나고 도로에 들어서게 된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이곳에서 세수를 하고
오랜 산행으로 피곤한 발을 씻으며 잠시 피로를 푼다.
소백산 깊은 골짜기를 흘러내린 물은 얼음처럼 차다.

오후 4시14분
지난 2003년 8월에 만들어진 폭 6m, 길이 28m 인
콘크리트 다리 '새밭교'를 지나 도로에 올라서며 뒤 돌아본다.
녹음으로 물든 산, 파란 하늘이 눈 부시다.

오후 4시25분
소백산 어의곡 탐방센터를 지나 율전마을에 자리한 주차장에 도착했다.
맑은 물이 흐르는 물가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돼지수육,두부,김치를 곁들인 안주로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는 맛이라니..

행정구역상 충북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리인 이곳을 '새밭계곡'이라 부른다.
소백산 맑은 물이 흐르는 이곳에는 산천어가 많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15km정도의 산행 거리에
7시간 반 가까운 긴 산행이었지만 1주일간 찌든 도시의 때를
흘린 땀으로 씻어내고 아름다운 야생화와 함께한 행복한 주말 하루를 마감하고
귀가길에 오른다.

위 지도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이날 산행 경로이다.